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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판의 재질은 지금까지 자작나무로 알려져 왔으나 전자현미경을 이용한 조사결과 산벚나무와 돌배나무가 대부분이고 자작나무는 거의 없었다.
. 대장경판에는 무슨 나무를 사용하였는가?
경판에 부처님 말씀인 경서를 인각하는데 사용한 나무는 재질에 많은 재약을 받는다. 우선은 재질이 균일하고 나무를 이루는 세포하나의 크기가 작아 글자 한 획 한 획이 깨끗하게 파져야 한다. 또 너무 단단하여 글자를 새기는 각수가 새기기가 어려워 서도 안된다. 그렇다고 너무 연한 나무는 인쇄를 할 때 삐침 부분이 떨어져 나가버리므로 적당치 않다. 이른 조건에 맞는 나무는 그렇게 많지 않으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나무, 잣나무, 젓나무 등의 침엽수는 세포크기가 크고 (머리카락의 1/2정도)은 나이테 안에서도 봄에 자란 세포와 여름에 자란 세포의 크기차이가 너무 뚜렷하여 부적합하다. 또 밤나무, 참나무, 느티나무, 물푸레나무 등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활엽수도 직경이 무려 0.3mm나 되는 세포가 한쪽에 몰려있어서 재질이 균일하지 않으므로 쓸 수 없다.
그렇다면 적당히 단단하고 세포의 크기가 고르며 조각하기에도 적당한 나무의 종류는 대단히 한정되며 경판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직경이 크게 자랄 수 있는 나무라야 한다.
나무의 특성으로 만 본다면 우리나라의 산에서 흔히 만나는 단풍나무, 돌배나무, 산벚나무, 자작나무, 남쪽에 자라는 후박나무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나무들은 소나무등 침엽수와 같이 집단으로 모여서 자라는 것이 아니고 한두 나무씩 다른 잡목 속에 섞여서 자라는 데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옛날에는 건축재나 배를 만드는 데 주로 사용된 소나무는 자람의 특성이 집단적이므로 한곳에서 많은 양을 벌채할 수 있어서 이용하기가 쉽다. 그에 비하여 대장경에 사용할 수 있는 나무들은 한곳에서 벌채를 할 수 없으므로 한 두 나무씩 벌채하여 이를 수집하는 데는 더 많은 노력과 어려움이 따른다.
이제 고려인들이 우선 경판에 사용할 나무를 수집하는데 부터 얼마나 피나는 노력이 들어갔는지를 실제 사용한 나무의 종류와 그 특성을 알아보면서 되새겨보자.
먼저 수차에 걸친 인쇄를 하느라 먹물을 온통 뒤집어쓰고 있는 대장경판의 나무종류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일반 현미경과 전자현미경을 이용하여 경판을 이루고 있는 세포의 모양을 조사한 후 이미 우리 나라에 분포하는 주요 나무종류별 세포특징을 조사한 내용과 비교 검토하여 해당 나무종류를 결정하였다.
약 250여장의 경판을 선정하여 조사한 결과는 다음 표와 같다.
점의 표본을 선정하여 분석한 결과는 다음 표와 같다.
표 1 대장경판 수종분석표 부 위
수 종 경 판 마구리 나무못 부위불명 계 시편수대비점유율(%)
산벚나무류 135(64) 15(56) - 1 151 62
돌배나무류 31(14) 1(3) - - 32 13
자작나무류 18(9) 1(3) - 1 20 8
층층나무류 12(6) 3(12) 1 - 16 6
단풍나무류 6(3) 1(3) 1 - 8 3
후박나무류 5(2) 2(7) - - 7 3
버드나무류 1(1) - - - 1 1
굴거리나무 1(1) - - - 1 1
소나무 - 2(7) - 1 3 1
잣나무 - 2(7) 1 2 5 2
계 209(100) 27(100) 3 5 244 100
표에서 처럼 대장경판 제조에 사용된 원목의 수종은 대부분 산벚나무류로서 전체 시편 수 대비 62%에 해당하고 경판 부위에서만 보더라도 64%에 달하며 마구리의 구성수종에서도 56%에 해당한다. 또한 돌배나무류는 전체 조사시편수 대비 약 13%이고 채취부위별로는 경판부에서도 14%나 점유하고 있다. 기타 자작나무류 8%, 층층나무류 6%, 단풍나무류와 후박나무류가 각각 3%, 버드나무와 굴거리나무가 각각 1점씩 검출되었다. 소나무와 잣나무는 경판에는 사용하지 않았고 마구리 혹은 부위불명 재료에서 각각 1-2점이 검출되고 있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경판의 수종은 산벚나무류와 돌배나무류가 전체 검출된 조사수종의 75%로서 대부분을 차지하며 지금까지 자작나무로 알려진 수종은 8%에 불과함을 알 수 있다.
여기서 한가지 간과해서 안될 사실은 8만여 장의 대장경판 중에 불과 250여장을 조사한 결과를 가지고 대장경경판 전체수종을 논의 할 수 있느냐는 문제이다. 물론 이 숫자는 적정표본 수에 턱없이 모자라나 조사대상이 국보라는 특수성과 한정된 조사기간이라 어쩔 수 없었다. 다만 조사 경판의 선정에 있어서는 완전 임의적으로 조사 경판을 선정하여 가능한 대표성을 나타낼 수 있게 충분히 배려하였다. 조사표본 수를 늘리면 앞 표에서 제시한 각 수종의 비율은 다소 변할 수 있겠으나 대체적인 경향을 알기에는 부족함이 없다고 생각한다.
주요 경판 수종에 대한 특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3.1 산벚나무류 - Prunus sp.
산벚나무는 장미과라는 대단히 많은 나무종류가 포함된 집단에 속하는 나무이다. 장미과는 세계적으로는 115속 3200종, 우리 나라만 해도 35속 207종이나 되는 나무들이 자라고 있으며 대부분 화사한 꽃을 피우고 식용의 과일을 맺는 종류도 많다. 흔히 알고 있는 사과, 배, 복숭아, 자두, 살구, 앵두, 딸기 등의 과일나무를 비롯하여 벚나무, 매화, 장미, 조팝나무 등은 모두 장미과이다.
산벚나무는 장미과의 벚나무속에 들어가는 나무인데 종류를 들어본다면 벚나무, 왕벚나무, 산벚나무, 올벚나무, 개벚나무. 섬벚나무, 꽃벚나무등 식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사람들은 이름을 들어본 적도 없고 좀처럼 수종을 구별할 수 없는 비슷비슷한 벚나무류들의 한 종류이다.
이른 봄 고가의 뜰 안이나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흔히 매화, 산수유 등의 화사한 꽃을 보고 이제 봄의 시작을 느낄 즈음 산 속에는 샛노란 생강나무의 꽃이 이제 곧 봄바람이 긴긴 겨울바람에 움추려든 산 속의 나무가지에 간지름을 먹히는 계절이 왔노라고 알려줄 것이다. 깊은 산 속에서 가장 간지럼을 먼저 타는 것이 산벚나무이다. 앙상한 나무 가지들로 인한 산 속이 칙칙한 겨울의 느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다른 나무들이 아직 새잎의 푸러름이 시작도 하기 전에 화사한 분홍빛 꽃을 지천으로 달고있고 껍질은 대부분의 나무들이 세로로 갈라지는데 반하여 이 나무는 가로로 갈라지면서 매끄럽기 때문에 멀리서도 쉽게 구별되는 나무이다. 또 산벚나무는 계곡이나 나트막한 언덕배기 등에 잘 자라므로 몽고군에 유린당한 육지에서 몰래 몰래 한 나무씩 배어 가까운 강으로 운반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높은 산꼭대기가 아니면 전국의 어디에서나 잘 자라고 섬 지방에도 해풍을 용케 견디며 흔히 볼 수 있다. 높이 20m, 직경이 거의 1m까지도 자라는 나무이나 대체로 높이 10여m, 직경 5-60cm에 달하는 큰 나무이다.
좀 전문적인 이야기로서 산벚나무의 조직을 현미경으로 해부해 보면 물관이 하나의 나이테 내에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전형적인 산공재(散孔材)임을 알 수 있다. 물관은 하나씩 독립적으로 분포이거나 불규칙하게 2∼3개씩 복합하고 물관의 직경은 50∼70㎛ 정도이다.
목섬유는 섬유상가도관이라는 구조를 가지며 비교적 세포벽이 두껍다. 물관과 물관이 아래위로 연결되는 부위에는 단천공(單穿孔)이라는 모양이 생기며, 물관속에는 이 수종의 특징인 검물질이 관찰된다. 또 물관의 벽은 나선비후(螺旋肥厚)라는 독특한 나선모양이 생기고 이는 그 모양이 비슷한 단풍나무종류들과 구분된다. 살아있을 때 양분의 이동과 저장을 담당하고 있든 축방향유조직이라는 세포들은 나이테 폭 전체에 걸쳐 흐터어져 배열하거나 짧은 접선상 또는 나이테 경계부분에만 분포하고 있다. 물관서로간의 벽공과 물관과 방사조직 사이의 벽공은 불규칙한 유연벽공이라는 형태이다.
방사조직은 동성형 및 이성Ⅲ형이라는 형태가 주로 나타나며 가끔 이성Ⅱ형이라는 형태도 관찰할 수 있다. 방사조직을 이루는 세포는 평복세포라고 불리워지는 세포가 대부분이나 가장자리에는 방형세포도 관찰되며, 이 세포의 속에는 마름모 모양의 무기물 결정이 관찰된다. 방사조직을 구성하는 세포의 수가 많으므로 높이는 다른 활엽수재에 비교하여 훨씬 높고 폭은 1∼5세포 정도이다.
나무를 잘라보면 가운데의 짙은 적갈색인 심재부와 색깔이 연한 바같 쪽의 변재부가 명확히 구별되고 조직이 치밀하고 고르게 분포하여 전체적으로 고운 맛을 준다. 비중 0.6정도로서 너무 단단하지도 너무 무르지도 않고 잘 썩지도 않으며 가공이 쉽고 비교적 인가와 멀지 않은 곳에 분포한다. 쓰임새는 여러 가지 생활용구, 조각재, 칠기의 골심재를 비롯하여 목판인쇄를 위한 나무활자 재료는 최우량재이다.
3.2 돌배나무류 - Pyrus sp.
우리조상들이 즐겨 먹든 과일나무의 한 종류로서 돌배나무는 잘 알려져 있다. 지금의 배는 사람의 손을 거치면서 개량되어 갓난아이 머리 통 만큼이나 커져서 징그럽기까지 하나 산 속에 흔히 자라든 돌배나무는 기껏 작은 주먹만한 앙증맞는 크기로서 우리들 재삿상의 맨앞 과일줄의 조율시리(棗栗枾梨)의 마지막 과일이 될 만큼 먼 옛날부터 사랑을 받아왔다. 배를 먹기 시작한 역사는 굉장히 오래된 것으로 추정되는 데 일산 신도시 아파트단지를 조성하기 전에 지표조사 할 때 나온 약 4천년전의 일산신도시 선사시대유적에서 발견되기도하며 약 2천년전의 의창다호리 가야고분에서 밤, 천선과와 함께 돌배가 출토된바 있어서 무척 오래전부터 애용해온 것으로 생각된다.
배나무는 감나무, 밤나무와 마찬가지로 과일나무로서의 독특한 맛스러움을 우리에게 선사할 뿐만아니라 목재도 좋은 재질을 가진 나무로 선조들은 귀중히 여겨온 것 같다.
직경 60cm, 높이 10m 까지 자랄 수 있으며 나무의 빛깔이 붉은 빛이 살짝 보일 듯 말듯하여 안온하고 단정한 느낌을 주어 옛 양반들이 사랑방의 신변용품으로도 널리 사용되었다. 기건비중 0.73으로 약간 무거우면서 강도가 강하고 조직이 매우 치밀하고 균일하여 단단한 반면 가공은 비교적 용이하다. 가구재, 조각재 등으로 사용되었으며 1915년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인쇄본 한 질을 가져가기 위하여 전체조사를 할 때 18매의 없어진 경판을 발견하고 다시 새겨 넣으면서 서울근교의 배나무를 사용하였다고 한다.
돌배나무의 조직을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면 산벚나무와 비슷한데 물관이 나이테내에 균일하게 흩어져 있는 전형적인 산공재(散孔材)이다. 관공은 대부분 고립관공이고 외형이 약간 각형이며 관공의 접선방향직경은 40∼50㎛ 정도이다. 목섬유의 종류는 섬유상가도관이 주를 이루며 세포벽이 두껍다. 단천공이고 물관에 드물게 나선비후를 가진다. 축방향유조직은 산재상 또는 짧은 접선상이고 축방향유세포에서 고리모양의 마름모꼴 결정을 가진다. 방사조직은 다열의 평복세포로 이루어진 동성형이고 평복세포내에 결정을 가지며 세포의 높이가 낮고 그 나비는 1∼2세포나비 정도이다.
산돌배나무(Pyrus ussuriensis)와 돌배나무(Pyrus pyrifolia)가 대표적이다. 분포지역은 추운 지방에 분포중심이 있으나 거의 전국에 걸쳐 자란다.
3.3 자작나무류 - Betula sp.
지금 나이가 지긋한 분들은 대부분 5-60년대의 어린 시절을 시골에서 보냈다. 뒷산에서 산울림으로 들려오는 장끼의 울음을 뒤로하고 키보다 두 배나 높은 나무 한 짐쯤은 지고 내려와 본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며 이때에 흔히 보아온 나무가 소나무 아니면 참나무일 것이다. 그러나 고향을 북한의 깊은 산골에 두신 분들은 유별나게 새하얀 껍질을 가진 나무를 기억 속에 영 지우지 못할 것이다. 나무의 수피는 시커멓고 울퉁불퉁하거나 거북 등처럼 갈라지는 것이 대부분인데 유독 자작나무만은 하늘을 나르든 천사가 차디찬 겨울의 산 속에 처절하게 서있는 자작나무를 불쌍하게 여겨 흰 날개로 나무의 등걸을 칭칭 둘러쌓은 것 같은 흰수피를 가진 나무이다.
얼핏 짐작이 안간다면 {의사지바고}나 {차이코프스키}같은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의 한 장면을 떠올려 보시기 바란다. 광활하게 펼쳐진 설원에 간간히 휘몰아치는 눈보라와 의연히 맞서서 쭉쭉 뻗은 늘씬한 몸매와 하얀 피부를 한껏 자랑하는 나무 미인들의 군상이 바로 자작나무이다. 눈이 얼어붙어 흰 껍질이 된 것이 아니고 숲 속의 정한수만 먹고 고고히 자란 기품을 뽐내듯이 어디에서나 새하얀 수피가 그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이 나무는 식물학적으로는 자작나무과라는 적지 않은 식솔을 거느리고 있는데 거제수나무, 사스레나무가 아주 판박이처럼 찍어 놓은 것 같이 닮은 친형제나무이며 박달나무나 물박달나무는 모양이나 성질이 아주 딴판이라 오해를 받을 염려가 있으나 틀림없는 형제나무이다.
지금까지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재는 자작나무로 알려져 왔으므로 필자의 상상에는 고려인들은 참 멋쟁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몽고의 말발꿉에 전국토가 유린당하는 처절함 속에서도 비록 다음에 먹물을 발라 인쇄하느라 시커먼 먹물을 뒤집어쓰겠지만 부처님 말씀을 한 자한 새겨 넣을 때는 깨끗하고 고상한 나무만을 베어다 쓴 마음의 여유를 갖다니!
그러나 실망스럽게도 대장경을 새겨 넣은 나무는 대부분이 산벚나무와 돌배나무이었다. 왜 자작나무로 알려지게 되었는지는 다른 쪽의 설명에서 보기로 하고 나무의 특성을 알아보자.
자작나무는 화(樺) 또는 백화(白樺)라고 한다. 높이 20m, 직경 1m까지 자랄 수 있는 큰 나무이며 기온이 2-30℃씩 떨어지는 추운 지방의 대표적인 나무이다. 현재 남한에는 자작나무가 자연분포하는 지역은 없으며 가로수로 심고 있는 자작나무는 수입자작나무가 대부분이다. 거제수나무와 사스레나무는 남한에도 자라나 역시 추운 곳을 좋아하여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등 해발 1000m가 넘는 높은 산의 꼭대기 부근에 자라고 있다.
자작나무는 우선 흰 껍질의 특성을 살린 쓰임새와 나무로서 쓰임새이다. 흰 껍질이 매끄럽고 잘 벗겨지므로 종이를 대신하여 불경을 새기거나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다. 경주 천마총의 천마도도 자작나무 종류의 껍질을 펴서 그린 것이다. 자작나무 껍질은 기름끼가 많아 잘 썩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을 붙이면 잘 붙고 오래가므로 화혼(華婚)이나 화촉(華燭)등 남녀의 만남과 연관된 이름은 껍질의 불타는 성질과 관련이 있다.
나무는 껍질만큼이나 속도 거의 순백색에 가까워 깨끗하고 균일하며 옹이하나 없어 마치 해맑은 여인의 살결을 보는 것 같다. 따라서 경판재를 샛길 수 있는 훌륭한 재료이나 자라는 곳이 너무 산골이라 운반의 어려움이 쓰임새를 제약한 것 같다. 북부지방의 서민들은 이 나무를 쪼개어 너와집의 지붕을 이었으며 죽어면 껍질로 싸서 매장하였다 한다.
나무이름은 껍질이 탈 때 {자작 자작}소리가 난다는 데서 온 의성어이다. 또 이른봄이 되면 고로쇠나무와 마찬가지로 줄기에 구멍을 뚫어 위로 올라가는 물을 인간에게 뺏기고도 의연히 서있어서 흰 수피 때문에 닥아오는 처량함과 아울러 생명의 경외마저 느끼기도 한다.
다음은 현미경으로 들어다본 세포모양의 특징을 알아보자.
물관이 나이테안에 고루 흩어져 있는 산공재이며 관공은 고립관공과 2∼6개의 방사복합관공으로 구성된다. 고립관공의 접선방향직경은 80∼100㎛ 정도이고 그 바같모양은 약간 각이 져있다. 물관상호간벽공은 크기가 매우 작은 유연벽공이 서로 합쳐져서 비스듬하게 골이 쳐져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양이 독특하므로 비슷한 다른 나무와는 구별된다. 물관방사조직간벽공 역시 물관상호간벽공과 유사한 형태의 유연벽공이 방사조직 전체에 걸쳐 관찰된다. 계단상천공을 가지며 bar의 수는 10∼15개이고 방사조직은 주로 동성형이고 1∼3세포나비 정도이다.
이와 같은 모양을 갖은 나무는 자작나무, 거제수나무, 사스레나무가 모두 동일하다. 대장경판의 나무가 이 세종류중에 어느 것인지는 각판지역 추정 등 경판의 비밀을 캐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으나 나무의 세포모양만 현미경으로 조사하여 구분하는 방법은 아직 알려지고 있지 않다.
또 박달나무나 물박달나무는 물관이 분포하는 수가 자작나무 종류 보다 작고 물관벽이 두꺼우므로 구별이 가능하나 굵기가 1mm전후의 작은 표본에서 이의 구별도 무리가 있었다.
따라서 표에서 자작나무류로 구분한 내용에는 자작나무, 거제수나무, 사스레나무를 비롯하여 박달나무와 물박달나무가 포함되어 있다. 명확한 나무종류의 구분은 앞으로의 숙제로 남겨 두고자 한다.
3.4 층층나무류 - Cornus sp.
뙤약빛이 내려 쪼이는 한 여름의 등산은 숲이 우거진 계곡을 타고 올라가 산마루를 넘어 다시 계곡으로 넘어가는 길을 잡는다. 산마루에 앉아 시원한 솔바람으로 땀방울을 날려보내면서 넘어온 계곡을 내려다보면 중간중간에 나무가지가 층층으로 달려있는 나무가 우리의 시선을 끈다. 이름하여 층층나무이다. 이 나무의 형제들은 생김새가 각각이어서 수피가 거북 등처럼 갈라지는 말채나무, 새하얀 딸기 꽃이 아름답게 달리는 산딸나무, 가을에 앵두빛 붉은 열매가 지천으로 달려 한약제로 쓰이는 산수유 등이 모두 같은 속(屬)에 들어간다. 대장경판에 쓰인 것은 층층나무로 생각되며 거의 다른 재료로는 잘 쓰이지 않은 층층나무가 대장경판에 쓰인 것은 우량경판재가 부족할 때 일시적으로 사용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산공재이며 물관은 한 개씩 분포하거나 2∼3개씩 방사방향복합한다. 물관의 바같 모양은 약간 각형이고 접선방향직경은 80∼90㎛이다. 물관상호간벽공은 대상벽공이 명확하며 물관방사조직간벽공은 물관상호간벽공과 비슷하고 벽공이 방사조직의 전체에 걸쳐 분포한다. 축방향유조직은 산재상 또는 짧은 접선상이다. 계단상천공을 가지며 bar의 수가 매우 많아 약 30∼40개 정도이다. 방사조직은 이성Ⅱ, Ⅲ형이며 1∼4세포나비이다.
3.5 단풍나무류 - Acer sp.
우리나라의 산에서 쓸모 있고 비교적 흔히 만나는 나무의 한 종류가 단풍나무들이다. 간단히 단풍나무라고 하지만 가을에 붉은 잎으로 물드는 진짜 단풍나무를 비롯하여 수액을 채취하는 고로쇠나무, 높은 산에 주로 자라는 복자기나무와 복장나무등 종류가 많다.
목재는 비중이 0.6-7정도이고 약간 진한 갈색계통의 나무이며 작은 점같은 조직이 표면에도 나타난다. 대장경판에 쓰인 나무는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가 사용된 것 같고 재질이 특히 우수하다기 보다 구하기 쉬운 나무로서 이용된 것 같다.
산공재이며 물관은 한 개씩 흩어져 분포하거나 2∼수 개씩 복합하는 것이 섞여있다. 물관의 접선방향직경은 70∼90㎛ 정도로 비교적 크고 물관의 바같 모양은 약간 각형이다. 단천공이며 물관벽에는 미세하고 간격이 매우 촘촘한 나선비후가 존재한다. 물관상호간벽공은 교호상의 유연벽공으로 관찰되고 물관방사조직간벽공은 원형 내지 타원형의 유연벽공이 방사조직의 상하 가장자리에서 명확하다. 방사조직은 여러 열의 평복세포로 이루어진 동성형으로 방사유세포는 세포높이가 낮고 그 나비는 1∼5세포나비 정도이다. 축방향유세포는 2∼3세포나비의 종말상이고 유세포에서 쇄상의 결정과 수반점(髓斑點)이라는 조직이 관찰된다.
3.6 후박나무류 - Machilus sp.
남해안이나 다도해의 섬 지방을 여행해 보면 잎이 두껍고 겨울에도 짙푸르며 윤기가 흘러 마치 흔히 보는 감나무의 작은 잎처럼 생긴 나무를 만날 수 있다. 이 나무가 후박나무로서 녹나무과에 속하는 큰 나무이다. 아열대 지방의 나무로서 추위에 약하여 내륙으로 들어오면 거의 자라지 못한다.
다 자라면 직경이 20m, 직경은 거의 1m까지 달하기도 한다. 후박나무는 옛부터 회갈색으로 매끈한 껍질을 배껴서 한약제로 널리 사용되었다. 그래서 천연기념물로 보호된 몇몇 보호수를 제외하면 큰나무를 좀처럼 만날 수 없다. 건강에 좋다면 지렁이 굼뱅이 까지 먹어치우는 세상이니 돈이 되는 후박나무가 남아날리 없다. 목재는 옅은 갈색이고 나무 결이 약간 어긋나며 비중은 0.65정도로서 건조 및 가공하기도 쉽지 않다. 이 나무가 대장경판의 재료로서 꼭 적당하였다기 보다는 막대한 나무의 수집과정에 남해안에 흔한 나무로서 사용한 것 같다.
산공재이며 물관은 대부분 홀로 분포하나 드물게 2∼3개씩 모여있기도 한다. 물관벽이 두껍고 단천공이다. 축방향유조직은 물관 주위를 1∼2층으로 둘러쌓고 있는 주위유조직이다. 물관방사조직간벽공은 원형 혹은 타원형이며 드물게 계단상을 나타내기도 한다. 방사유세포에는 방사단면 혹은 접선단면상에서 방사조직의 가장자리에서 독특한 유세포(油細胞, oil cell)가 관찰되는 것이 이 수종의 중요한 특징이다. 방사조직은 동성형과 드물게 이성Ⅲ형이 관찰되며 1∼2세포나비이다.
3.7 기타 대장경판의 수종
대장경판을 만드는데 사용한 나무는 산벚나무, 돌배나무, 자작나무, 후박나무, 단풍나무외에 한둘 경판에서는 층층나무, 사시나무, 굴거리나무 등으로 만든 경판이 있었다. 이들은 처음부터 경판재로 선택된 것이 아니라 막대한 양의 나무를 벌채 운반하는 과정에서 나무를 잘못 알았거나 갑자기 준비된 나무가 없을 때 대용재로 쓰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재질이 약하고 잘 썩는 나무로 알려져 있는 사시나무가 경판재로 쓰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기타 마구리에는 경판을 만든 나머지 토막나무를 이용한 경우가 많아 대체로 경판과 같은 나무이나 소나무나 잣나무 같은 침엽수를 사용한 예도 가끔 있었다.
3.8 대장경판이 자작나무로 알려진 이유
합천 해인사는 봄가을철로 한참 관광객이 많을 때는 일일 2만여명에 달하고 거의 빠짐없이 대장경판을 관람하게 된다. 대웅전을 뒤돌아 계단을 오르면 가장 먼저 만나는 것이 수다라장의 가운데를 동굴처럼 뚫어 놓은 관람창이다. 이 관람창은 일제강점기에 단순히 관람객의 편의만을 위하여 훼손된 것인데 해방후 반세기가 훌쩍 지난 지금까지 그대로 방치하고 있는 것은 가슴아픈 일이다.
관람창의 오른켠에는 대장경판이 자작나무로 만들어 졌다는 설명과 함께 껍질이 벗겨져 빤질빤질한 통나무 하나가 붙어있다. 이것은 70년대 말부터 계속 전시되어 왔으므로 해인사를 다녀간 우리 국민들의 대부분은 {팔만대장경판은 자작나무로 만들었구나}하고 의심 없이 받아들여왔다. 앞에서 본 것처럼 필자는 전자현미경을 사용한 과학적인 조사방법으로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장경판의 대분은 자작나무가 아닌 다른 나무라는 것을 밝혔다. 그러면 왜 지금 자작나무라고 알려져 왔는지 그 과정을 알아보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
우선 기록에서 보면 대장경에 관한 어느 문헌에도 경판을 만든 나무의 재질이 무엇인지는 기록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경판이 자작나무로 만들어 졌다고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근세에 들면서 서지학자를 중심으로 대장경판에 관심을 가진 분들의 연구결과 발표 등에서 알려지기 시작한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구체적인 몇 가지 예를 원문 그대로 인용해 보면 다음과 같다.
① 해인삼미씨는 {내 본산 자랑-해인사의 장경각과 경판}라는 글에서---경판의 전면에 칠을하고 용재는 백화(白樺,자장나무)인데 제주도, 완도, 거제도등에 산출한 것이라 한다. ② 무능거사씨는 {이조불교사(8)}에서---용재는 장목(樟木, 조선에서는 후박이라 칭함, 제주도, 완도, 거제도, 울릉도에서 생산함)인데--- ③ 만해 한용운씨는 {해인사순례기}라는 수필에서---체재로 말하면 백화(白樺, 자작나무 혹은 거재나무)의 질인데--- ④ 이 기영씨는 {고려대장경, 그 역사와 의의}라는 논문에서---목재는 제주도, 완도 및 거제도산인 자작나무를 섯는 데--- ⑤ 조 명기씨는 {국보고려대장경의 가치}라는 논문에서 ---용재는 제주도, 완도, 거제도, 울릉도 등지에서 산출하는 후박(厚朴, 樺, 자작나무 혹은 거재나무라고도 함)이다. ⑥ 서수생씨는 {가야산 해인사 팔만대장경 연구}라는 그의 학위논문에서 ---용재는 백화(白樺)인데 자작나무라고 한다. 일명 거제도나무라고도 한다. 이 나무는 제주도, 완도, 거제도, 울릉도 등지에서 많이 생산된다. 는 등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근세 문헌에서 본 대장경판을 만든 나무는 자작나무와 후박나무 및 거재나무(거제수나무의 경상도지방 사투리)등으로 기록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근세 문헌에서는 자작나무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면 현미경을 이용한 목재조직학적인 수단에 의하여 대부분이 산벚나무류와 돌배나무등으로 밝혀진 대장경판이 왜 자작나무로 기록되고 알려져 왔는지는 다음 두가지 측면에서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첫번째는 화(樺)자의 해석에 있다. 자작나무는 한자로 화(樺)로 기록하고 있으며 옥편을 보면 자작나무 화로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선조들은 자작나무와 벚나무를 명확히 구분하여 사용하지 않았다. 이에 관하여는 임경빈씨가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는바, 『임원십육지에서 화에 대한 인용은 자작나무에 대한 것과 벚나무에 대한 것을 함께 수록하고 있다. 이 시진의 본초강목 인용을 보면 화는 산도(山桃)와 비슷하여 색은 황색이고 분홍의 작은 반점이 있다. 수피는 두껍고 부드러우며 신발의 뒷창에 붙이고 때로는 칼집에 이것을 쓴다. 또 말안장이나 활을 싸기도 하고 껍질은 밀랍을 감아서 초를 만들어 불을 붙이기도 한다. }이 기술에서는 화가 벚나무인지 아니면 자작나무인지 구별이 불명하다.
서 호수의 해동신서 종예항목에는 {화는 깊은 산중에 나는데 이것을 뜰에 옮겨 심을 수 있고 수고가 높게 된다. 3월에 엷은 분홍색의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데 열매는 처음에는 푸르나 뒤에는 분홍색으로 된다. 앵도와 거이 같은 시기에 익는데 일본사람들은 이 꽃을 무척 소중하게 여긴다.』라고 기록하고 있는데 화를 벚나무로 본 경우이다. 즉 자작나무와 벚나무를 동일한 한자인 화로 표기하고 뒤섞어 사용하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화'자를 벚나무류로 알고 있는 경우는 드물고 자작나무로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추정컨데 대장경판의 재질을 기술한 옛 문헌의 어디엔가 벚나무류의 의미로 표기한 '화'자를 일반적으로 흔히 알고있는 자작나무 화(樺)로 해석하여 전해지므로서 오늘날 의심없이 대장경판의 재질은 자작나무로 알려지지 않았나 생각해 볼 수 있다.
두 번째의 추정은 거제도산 나무가 거제수나무로 변형된 과정에서 추정해 볼 수 있다. 거제도에는 옛부터 우량재가 대량으로 분포한 것으로 추정되며 시대적으로 맞지않아 전설로만 알려지고 있는 이 거인에 관한 문헌에서도 羅王招致工匠亦運?板於巨濟島成列不止時入指云杞梓皆稱巨濟木至今仍名馬入我』라 하여 거제도에서 생산된 목재를 사용한 기록 등으로 보아 옛부터 거제도에는 많은 나무가 분포하고 있었든 것으로 추정된다. 대장경판을 각판할 때도 몽고군에 유린된 육지보다는 수집과 운반이 손쉬운 거제도, 남해도, 완도, 진도, 멀리는 제주도까지 주로 섬지방에서 용재를 조달하였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오늘날 반드시 춘양에서 나지 않더라도 재질이 우량한 소나무는 모두 춘양목이라고 부르듯이 남해지방에서 조달한 경판용재의 나무를 흔히 거제목이라고 하였던 것 같다.
즉 거제도에서 생산되는 나무는 흔히 거제목(巨濟木)이라 부르게 되었는데 다시 거제수(巨濟樹)로 변형되고, 공교롭게도 지리산, 가야산등 남부지방의 고산지대에는 거제수(去災樹)라 불리는 나무가 본래부터 자라고 있었으므로 거제도에 나는 나무 전부에 대한 일반명으로서의 거제수를 남부지방의 고산에 분포하는 고유수종인 거재수로 잘못 알려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거재수나무는 고산지대에 분포하므로 일반인들이 잘 모르고 또 흰 수피가 종이처럼 잘 벗겨지는 모양이 흔히 알려져 있는 자작나무와 거의 비슷하여 구분이 어렵다. 한자로도 거제수나무와 자작나무는 같은 '화'자 표기를 하므로 대장경판이 자작나무로 알려지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해인사 팔만대장경판의 재질은 문헌사적으로나 필자의 현미경을 이용한 과학적인 조사결과로나 전부 자작나무로 알져진 것은 잘못임이 밝혀졌다.
출처 : http://bh.kyungpook.ac.kr 에서 부분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