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소리꾼>
1. 최근 우리 음악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이 늘어나는 가운데, 판소리를 배경으로 한 영화가 개봉했다. 조정래 감독의 <소리꾼>이다. 감독은 어렸을 적 보았던 임권택 감독의 <서편제>의 매력에 흠뻑 빠져, 악기 연주를 비롯한 우리 음악에 대한 관심을 지속적으로 유지해왔다고 한다. 그 결과, 오랜 시간의 열정을 모아 ‘판소리’를 배경으로 <서편제>와는 다른 판소리의 기원을 탐색한 영화 <소리꾼>이 탄생하였다. <소리꾼>은 이제까지 개봉된 우리 음악과 관련된 영화가 명창들의 소리를 끌어서 사용한 것과는 다르게 주연 배우의 직접적인 목소리를 통하여 ‘판소리’와 우리 소리의 매력을 생생하게 전달한다는 점에서 분명한 차이점을 갖는다. 등장인물이 누구의 목소리을 립싱크하는 것과 자신의 목소리로 상황과 정서를 표현했을 때는 분명 엄청난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 영화의 주연 심학규 역을 맡은 배우 이봉근은 20년 이상 우리 소리를 공연한 전문 소리
꾼이다. 이봉근은 영화 촬영 중 NG로 어려움이 없었는가에 대한 질문에 판소리 완창이 8시간에 가까운 것에 비하면 전혀 힘들지 않았다고 대답했다고 한다. ‘소리’에 대한 열정과 사랑을 느낄 수 있는 답변이다. 영화는 판소리의 기원에 대한 하나의 가능성을 시험한다. 판소리는 굿 음악에 왔다는 설과 예술가가 이야기의 효과적인 전달을 위하여 소리를 사용했다는 설과 나뉘어지는데 <소리꾼>은 두 번째 설명을 영화적 작업을 통해 시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3. ‘청’이라는 딸을 두고 있는 소리꾼 심학규는 아내가 인신매매 조직에 의해 납치당하자 아내를 찾기 위해 전국을 방랑한다. 그 여정에는 오랜 동료인 장단잽이와 길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들이 동참한다. ‘청’이는 아내와 같이 납치되었다 겨우 탈출했지만 충격으로 눈이 멀게 된다. 아내를 찾는 여정은 아무 것도 지니지 못하고 고난받아야 했던 당시 민중들의 고단한 삶을 보여주는 과정이기도 하였다. 민중들의 삶을 위로하고, 또한 자신의 아내를 찾기 위해 심학규는 마을 장터에서 ‘심청가’의 이야기를 창작하며 사람들에게 들려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고을 관찰사에게 끌려가 노래를 통해 사람들을 감동시키는가에 대한 시험을 받게 되는데, 이 장면을 통해 인신매매 조직의 실태가 드러나고 범죄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파견된 암행어사의 활약 그리고 심청가의 마지막 장면이 통합적으로 결합되면서 영화는 아내를 다시 찾아 고향으로 돌아가는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4. 판소리 <심청가>가 당시의 소리꾼 심학규의 애절한 상황에서 탄생하였다는 설정은 매우 흥미롭다. ‘판소리’는 소리 뿐 아니라 ‘이야기’도 중요한 요소이다. 소리와 이야기의 적절한 조화는 관객들의 감동을 이끌어내는 일차적인 핵심이다. <심청가>의 애절한 상황이 실제 삶 속에서 고통과 아픔을 끝없이 겪어내야 했던 민중들의 삶의 현장에서 나왔다는 점은 매우 개연성 있으며 설득력 있는 견해로 보인다. <심청가>의 마지막 장면에서 심학규가 눈을 뜬 것과는 달리 영화 <소리꾼>에서 딸 ‘청’이가 눈을 뜬다. 오랫동안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심청가>를 듣던 사람들과 영화를 보던 사람들 모두에게 통쾌한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순간이다.
5. 영화는 우리 판소리의 매력을 흥미로운 이야기에 속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소리가 주는 애절한 감동에는 미치는 못하는 이야기 전개의 허술함이 눈에 띈다. 인신매매 조직이 행하는 범죄의 성격이 명확하지 않았고 약간은 겉도는 배우들의 연기도 극의 완성도에는 약점이 되어 보였다. <소리꾼>은 우리의 소리를 적절하게 표현하는 데는 일정한 성취를 이뤘지만 전체적인 영화의 완성도에는 아쉬움을 주었다.
첫댓글 실제 삶 속에서 고통과 아픔을 끝없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