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박물관: 불교
부도
고승의 사리나 유골을 봉안한 것을 부도(浮屠)라고 한다. 탑이 주로 사찰 안에 있는 반면 부도는 사찰 밖에 세워지는 것이 보통이다. 부도는 선종과 깊은 관련이 있다. 선종은 6세기 달마대사가 중국에 전한 불교의 한 종파인데 신라에 들어온 것은 821년으로 도의선사에 의해서이다. 그는 784년 당나라에 건너가 서당지장으로부터 선법을 전수하여 조사선(祖師禪)을 전하였으나, 당시 우리나라 불교계는 유식과 화엄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리하여 그는 설악산의 진전사에 의거하며 선법(禪法)을 염거에게 전하였고, 염거는 체징에게 전하였다고 한다. 조사선의 요점은 평상심이 도이며, 마음이 곧 부처라는 것이다. 따라서 누구나 다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것이며, 그것을 깨달은 선사의 죽음은 부처의 죽음과 다를 바가 없기에 선사의 사리나 유골을 봉안하여 부도를 만들게 된 것이다.
양양의 진전사지 부도는 도의선사의 사리를 봉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존하는 부도 중 연곡사 동부도(국보 제53호)와 북부도(국보 제54호)가 최고의 걸작품으로 기록되고 있다. 아름다운 상륜부가 그대로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부도이다. 여주에 있는 고달사지 부도 역시 국보 제4호로 지정된, 예술적으로 매우 뛰어난 부도이다.
부도는 고승의 사리나 유골을 봉안한 석조물이다.
〈부도의 부분 명칭〉
[네이버 지식백과]부도 (한국의 박물관: 불교, 2000. 4. 20., 한국박물관연구회)
부도: 삶과 죽음의 기하학적 상징형
사찰을 찾았을 때 우리는 세월의 이끼가 두껍게 낀 부도를 만날 수 있다. 그 중에는 화려하게 장식된 큰 규모의 부도도 있지만 대개 간결하고 소박한 범승(凡僧)의 부도가 많다. 외딴 곳에서 정적(靜寂)에 싸여 있는 범승의 부도를 보면 우리는 때로 삶과 죽음에 대한 상념에 빠져들기도 한다.
불교에서 삶과 죽음에 관한 문제는 연기론(緣起論)의 바탕 위에서 전개된다. 연기론은 어떤 근본으로부터 일체 만상이 전개된 상태, 또는 세상 만물이 연(緣)을 기다려 일어나는 원인을 논리적으로 설명한 것이다.
연기론의 내용을 보면, 연기의 현상은 무상(無常)이요, 무아(無我)이며, 무상과 무아는 연기의 원리가 된다. 이때 무상은 시간적인 개념으로, 모든 것은 생멸변전(生滅變轉) 하기 때문에 항상 머무름이 없다는 것이며, 무아는 공간적인 개념으로 원래 실질적인 물체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예컨대 물은 물인 채로 영원한 것이 아니라, 물이 될 수 있는 인연이 모이면 물이 되었다가 물이 없어질 수 있는 인연이 조성되면 다시 사라진다는 것이 무상이다. 그리고 모든 물체는 어떤 작용에 의해 생성되었다가, 또 어떤 조건에 의해 분해·소멸되기 때문에 하나하나에는 원래 실체가 없다는 것이 무아이다.
대흥사 부도군대흥사의 불전 지역을 향해 올라가다보면 오른쪽에 승려들의 열반을 기리는 다양한 형태의 부도들이 있다.
생과 사의 문제에 대해 연기론에서는, 우주를 이루고 있는 요소들이 그 자체로서는 불사(不死)이지만 그 합일(合一)과 분리에 따라 생과 사로 나뉜다고 본다. 따라서 인간의 죽음이란 우주의 요소들이 어떤 인연에 의해 인간의 모습이 되었다가, 다시 어떤 환경에 의해 분해되어 우주에 환원되는 것을 의미한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지(地)·수(水)·화(火)·풍(風)의 네 가지 요소가 어떤 인연으로 결합되어 있는 인간의 육체가 다시 어떤 환경에 의해 분해되어 지·수·화·풍의 네 가지 원소로 우주에 환원되는 것을 죽음이라고 한다.
석가모니가 십이보살과 문답한 내용을 엮은 『원각경』(圓覺經)1)에 부처님이 삶과 죽음에 관하여 설한 내용이 있는데 그 일부를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내 지금의 이 몸은 사대(四大)가 화합한 것이다. 이른바 머리카락, 털, 손톱, 치아, 피부, 근육, 골수, 살점, 때, 색(色)은 모두 땅[地]에 돌아가고 침, 눈물, 피, 콧물, 정기(精氣), 소변, 대변은 모두 물[水]로 돌아간다. 따뜻한 기운은 불[火]로 돌아가며, 움직임은 바람[風]으로 돌아간다. 사대는 각각 여의는 것, 지금 망신(妄身)이 어느 곳에 있는가?
여기서 사대라고 한 것은 세상의 모든 물질은 이 네 가지 요소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은 것이 없고, 이 네 가지의 화합이 아닌 것이 없으므로, 모든 존재의 기초가 되는 커다란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하여 대(大)자를 붙여 사대라 하였다. 여기에 공(空)의 개념을 더하여 오대(五大) 또는 오륜(五輪)이라 하기도 하는데, 륜(輪)이라고 한 것은 법성(法性)의 덕이 원만구족(圓滿具足)하므로 그렇게 말한 것이다.
이 다섯 가지 원소, 즉 지(地)·수(水)·화(火)·풍(風)·공(空)의 기하학적 상징형이 각각 방형(方形)·원형·삼각형·반월형(半月形)·단형(團形)이다. 비로자나불을 주불로 모시는 밀교에서는 이런 형식의 탑을 오해탈륜탑(五解脫輪塔) 또는 오륜탑(五輪塔)이라 부른다. 이는 법신불인 비로자나불 곧 대일여래의 서원에 대한 다짐을 구상화한 것이다.
교토 미미즈카(耳塚)의 오륜탑
일본 교토에 있는 미미즈카(耳塚) 정상부에서 오륜탑의 완전한 형태를 찾아볼 수 있으나, 우리나라에서는 그 정형을 확실하게 갖춘 예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렇지만 범승의 난형(卵形) 부도를 보면 오륜탑의 형태를 따른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강진 백련사 원묘국사중진탑을 보면, 두 개의 크고 작은 방형의 돌을 기단으로 쌓고 그 위에 연주문(連珠文)을 새긴 공 모양의 몸돌을 올려놓았다. 그 위에는 가파르게 경사진 지붕돌이 있는데, 전체적으로 삼각형 형태이다. 상륜부에는 앙화와 보주가 있다. 각 부위의 모양을 기하학적 형태로 단순화시켜 보면 기단은 방형, 몸돌은 원형, 지붕돌은 삼각형, 앙화는 반월형, 보주는 단형이 된다. 해남 대흥사의 양악탑과 은암탑, 순천 송광사의 보조국사부도도 기본적으로는 백련사 부도의 형식과 같다.
따라서 부도의 기초가 되는 방형의 기단부는 지(地)를 상징하며, 그 위에 올려진 원형의 몸돌은 수(水)를, 그리고 몸돌을 덮은 삼각형의 지붕돌은 화(火)를, 그 위에 올려진 반월형의 앙화는 풍(風)을 상징하며, 맨 꼭대기에 있는 단형의 연봉오리는 공(空)을 의미한다. 따라서 난형 부도는 오대를 형상화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백련사 원묘국사중진탑방형의 기단, 원형의 몸돌, 삼각형의 지붕돌 등 오륜탑의 구성요소를 갖추고 있다.
송광사 보조국사부도완벽하지는 않지만 오륜탑 구조와 비슷한 느낌을 주는 부도이다.
대흥사 양악탑(좌)과 은암탑(우)
전체적으로 오륜탑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오륜탑은 대일여래의 서원에 대한 다짐을 구상화한 것이다.
만물은 태어나서 한때 번영을 누리지만 이윽고 그 근원으로 돌아간다. 인간의 육체도 당초 우주의 근원적 요소들이 합성된 것이므로, 그 합성에 의해 만들어진 육체도 때가 되면 다시 원소로 분해되어 우주로 환원된다.
인간의 삶과 죽음이란 별것이 아니라 우주 원소의 이합집산(離合集散)의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간의 몸 안에 우주가 있다고 할 수 있으니, 사람의 처신과 도리는 살아 있을 때나 죽을 때나 오로지 우주의 섭리에 따르지 않으면 안된다. 난형 부도는 우주의 다섯 가지 구성 요소의 변전(變轉)을 기하학적인 상징형으로 표현함으로써 우주의 섭리와 인간 생사의 무상함을 드러내고 있다.
[네이버 지식백과] 부도 - 삶과 죽음의 기하학적 상징형 (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2000. 5.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