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등학교까지 합쳐 전교생이 150여명에 불과한 작은 학교에 아주 귀한 손님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그 손님을 환영하는 포스터를 직접 그려 학교 여기 저기에 붙인 뒤 강당에 모여 그가 오기만을 기다렸다. 야구공을 던지는 인상적인 모습의 포스터 속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한화의 에이스 송진우(37)였다.
그가 이른 아침 대전 집에서부터 차를 몰아 2시간 거리의 이 학교를 찾은 것은 이 학교 야구부에 동계훈련비 1200만원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지난해 4월23일 한국프로야구 통산 최다승인 147승의 대기록을 작성한 뒤 의미있는 일을 하고자 장애아동기금을 마련해왔다. ‘송진우 기금’이라는 이름으로 승리를 할 때마다 적립한 돈은 구단과 주변의 동참으로 어느새 1700만여원. 이 기금의 첫번째 수혜자로 선정된 것이 이 학교 야구부다. 하지만 송진우에게는 이날 기금 전달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었다. 1년여 전 이 학교 야구부원들과 했던 약속을 지키는 일이다.
송진우는 지난해 9월 성심학교 야구부가 창단될 때 이 학교를 방문해 선수들을 격려한 적이 있다. 그때 불가능에 도전하는 야구부원들에게 감동한 그는 시간이 날 때 직접방문해 지도를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시즌 중에 시간을 내기는 거의 불가능했고 더구나 6월 다치는 바람에 더욱 여유가 없었다. 정신이 없어 까맣게 잊고 있었던 그 약속을 다시 기억해낸 것은 지난 8월이다. 성심학교 야구부가 전국대회인 봉황대기 야구대회에 출전한 것을 TV를 통해 봤을 때다. 비록 첫 경기에서 콜드게임으로 패했지만 최선을 다한 그들의 모습은 진한 감동으로 전해졌고 잊었던 약속을 되살리는 계기가 됐다.
송진우는 기금 전달식이 끝나자마자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야구부원들과 함께 운동장으로 나갔다. 그리고 한시간여 동안 피칭하는 것을 지도했다. 말이 아닌 가슴과 눈빛으로 나눈 진솔한 대화였다. 우상이나 다름없는 그의 지도는 이 학교 야구부원들에게 더없이 큰 용기가 됐음은 물론이다.
직접 자세교정을 받은 야구부 주장인 서승덕(투수·고2)은 수화로 “정말 큰 영광이고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송진우 선수처럼 훌륭한 야구선수가 되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야구부원들을 대표해 감사의 말을 전했다. 송진우도 “열심히 노력해 얼른 1승을 거두길 바라고 몇 년 후에는 프로야구 선수도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나이를 잊은 불꽃 같은 투혼의 주인공 송진우와 불가능이라는 세상의 벽을 향해 도전장을 던진 충주성심학교 야구부원들이 가슴으로 지킨 아름다운 약속이었다. in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