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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투고란 스크랩 소태맛
최운향 추천 0 조회 11 10.03.16 15:33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소태맛

 

 

 

심한 해소 기침을 하셨던 할머니의 머리맡엔

가래를 뱉어 놓으신 깡통,

박하사탕 통이 있었습니다.

가끔 "입맛이 소태맛이다." 하시곤

한 알씩 꺼내 잡수셨는데

귀한 보약처럼 보였습니다.

 

"할머님이 깨끗이 부셔 오라는 깡통을

축동에 나가 흐르는 물에 닦았다.

물은 아직 뼈가 시리게 차가왔다.

둥그스름한  초가집들 듬성듬성 모인 동네

해는 서산에 지는데

집집마다 굴뚝에는 연기가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누렇던 제방 잔디밭에 푸릇한 빛이 감돌고

깊은 잠에서 깨어 감히 머리를 쳐들지 못하고

백두옹(할미꽃)이 일어서려 용을 쓰던

그 먼 봄날의

어린 시절의 풍경(일기)이 떠오릅니다.

그날

그 귀한 박하사탕 한 알

그 달콤한 향기를 입에 넣을 수 있었습니다.

 

참 신통도 하시어

봄이 올 때 봄을 마다하시고 떠나시면서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봄으로

아프지도 않게 이 가슴을 파고

깊이 새겨 놓으셨습니다.

 

언제부턴가 새벽 녘 잠을 깨며

박하사탕을 입에 넣으면서

난 비로소 그 소태맛을 알게 되었고

그 먼 봄날이

다시 돌아와 내 곁에 머물다 가곤 했습니다.

 

그러나

봄이 올 때 봄을 마다하시고 떠나신 임은

찾아와서 보라고

끝내 오시지 않았습니다.

 

땅과 바다와 하늘

그 어느 것도 어느 것의 우위에 있는 것이 아니고

무한 속에 한 몸임을 느낄 때

모든 게 살아 있고

그래서 삶은 영원하며 

모든 게 귀하게 여겨지고

죽음도 살아 있다는 증거가 됩니다.

 

혼자 깊은 사색에 빠져

당신의 자식으로서

소태맛이 입안에 절로 고이고

그 맛을

쓰디 쓴 그 맛을 겸허히 좇아야만 함을 알 때

그 맛은 오히려

오묘한 맛이 됩니다. 

 

 

       글, 사진 / 최 운향

 

 

 

 

 

 

 

 
♪~밤이 깊으면 어떻습니까
♪~물에 비친 달처럼
♪~무상초(경음악)
♪~영혼의 피리(제목미상)
♪~달빛자락
♪~명상곡 히말라야
♪~슬픈미소
♪~연꽃위에 내리는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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