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직업의 탄생
직업은 세상을 보는 창(窓)이다.
산업구조가 변화하고 기술이 발전하는 등 시대 변화에 따라 `워너비(Wannabe)'
직업이 자취를 감추기도 하고, 전혀 상상하지도 못한 직업이 출현하기도 한다.
1920~1930년대 무성영화 전성시대를 맞으면서 생겨난 `변사(辯士)'는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유성영화가 등장하면서 사라졌고, 한국 영화의 발전과
함께 각광받던 `극장 간판 화가'도 프린트 기술의 발달로 사진의 대형화가 가능해지
면서 이제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반면 커피를 전문적으로 만드는 `바리스타'와 음식에 맞는 와인을
추천하는 일을 하는 `소믈리에', 컴퓨터 게임플레이가 업(業)인 `프로게이머'
등은 새롭게 등장해 그리 낯설지 않은 직업군이 됐다.
우리의 삶과 함께 생겨나고, 사라지고, 또 새로운 등장이 예상되는 직업의
세계에 대해 알아본다.
고용정보원 신종직업 26개 등재
홀로그램 전문가·생활 코치 눈길
시대 따라 수많은 직업 생성·소멸
미래엔 인공장기·아바타개발자 출현
■잘나가던 `필경사'를 아시나요?
=현재 우리나라의 총 직업 수는 1만1,440개에 이른다.
사회구조가 복잡화·다변화하면서 직업 종류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만 그러한 변화속에서 상당수의 직업은 우리 사회에서 사라지는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했다.
대표적인 것이 필경사(筆耕士)다.
이 생소한 이름은 1960~1970년대에만 해도 없어서는 안 될 직업중 하나였다.
철필이나 줄판을 이용해서 원서에 글을 새기고 등사인쇄기를 사용해 문서 등을
만드는, 말하자면 현재의 프린터와 복사기가 하던 역할을 하던 직업이다.
관공서나 학교 등에서는 반드시 필요한 직업이었지만 인쇄기술이 발달하면서
지금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전문직으로 분류되며 1980년대까지만 해도 회사 사무실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타이피스트(타자원)' 또한 컴퓨터의 발달로 자취를 감췄고, 버스 안에서
승객들에게 거스름돈을 주며 버스기사의 보조역할을 했던 `버스안내양'도 이제
추억 속에만 남아있게 됐다.
■“갈등 없이 이혼 준비하세요?” 이혼상담사의 등장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달 새롭게 직업의 위치에 오른 26개 직업을
`한국직업사전' 데이터베이스(DB)에 신규 등재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이혼상담사'다.
결혼을 성사시키는 `커플매니저'도 익숙지 않은 마당에 무슨 뚱딴지같은 직업이
냐고 힐난할 수도 있지만 엄연한 신종직업이다.
갈수록 혼인율이 낮아지고 이혼율은 높아지는 사회적 분위기에 따른
수요가 그만큼 존재한다는 방증이다.
이혼상담사는 갈등 상태의 부부에게 관계 회복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이혼을 준비할 수 있도록 조언하고 상담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온라인 상에서 고객의 평판을 관리하는 `온라인평판관리원',
홀로그램을 이용해 공연·전시 등을 기획하고 콘텐츠를 생산하는 `홀로그램전문가'
등도 새롭게 등장했다. ※신규직업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www.kwnews.co.kr 참조.
■사회변화를 보면 미래 직업이 보인다
=2012년에 출간된 `역사 속에 사라진 직업들(지식채널 刊)'을 보면 커피
냄새탐지원, 촛불관리인, 이동변소꾼, 오줌세탁부 등 지금은 사라진
서양사회의 직업들이 등장한다.
아무리 봐도 이해 못 할 직업들이지만 당시의 사회적인 배경과 직업이 등장
하게 된 이유 등을 살펴보면 이내 고개가 끄덕여진다. 미래의 직업도 마찬가지다.
사회변화를 읽으면 어떤 직업이 생길 수 있을지 어느 정도 가늠해 볼 수 있다.
한국고용정보원이 펴낸 `미래의 직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앞으로 직업세계의
변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동인을 세가지로 제시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 자동화된 스마트 디지털, 아시아의 부상이 그것.
이를 기반으로 향후 출현이 기대되는 10개 직업이 선정됐다.
3D프린터를 활용해 인공장기나 인체 조직을 만드는 `인공장기조직개발자',
인터넷에 떠도는 의뢰인의 안 좋은 정보를 찾아 안전하게 제거해주는 `
데이터소거원'등이다.
이외에도
△탈부착골근격증강기연구원
△기억대리인
△아바타개발자
△국제인재채용대리인 등도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직업세계의 변화를 예측하고 준비하는 것은 자신에게 맞는 진로를
설정하는데 도움이 된다”며 “잠깐의 유행이 아닌 적성을 먼저 고려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