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다른 가족이 있을 때 제사를 어떻게 해야 할까? 불교식 제사를 변용해 치를 방법은 있을까? 불교식 차례에 차를 쓰지 않고 술을 올려도 될까? 차는 티백을 사용해도 괜찮을까?
우리가 그동안 궁금해온 불교식 제사 방법을 안내하는 소개책자가 발간됐다. 조계종 포교연구실(실장 법상 스님)은 8월 한가위를 앞두고 <불교 상제례 안내>를 발간했다. 재가신도를 위한 상례와 제례를 지내는 법을 정리했다. 하지만 조계종 표준 상제례 방법은 아니다.
<불교 상제례 안내>는 임종과 빈소, 이운, 위패, 49재 등 불교식 상례와 제사 등 제례의 방법을 도판과 함께 세세히 일러준다. 불교 상제례 묻고 답하기 코너를 따로 둬 평소에 궁금하던 상례와 제사 방법과 의미 등을 세세히 설명한다.
종교가 다른 가족이 있을 제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불교 상제례 안내>는 가족간 협의가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타종교 가족의 신념을 존중해 제사에 참여하되 절은 하지 않는 방식을 권했다. 또 제사를 불교식으로 하자는 데 가족간 이견이 있다면 가족 화합을 우선에 두어 전통적으로 치를 것을 주문했다.
고기와 생선을 쓰지 않고 술 대신 차를 올리는 불교식 제사를 권하면서도 가족간 이견이 있을 때는 전통을 따르도록 권고한다. 차는 티백을 써도 무방하다. 녹차를 사용하되 티백은 빼고 찻물만 따로 쓰도록 권고한다.
<불교 상제례 안내>의 권장안은 현실적 타협에서 이루어졌다. 불교식 제사를 강요하지도, 전통 제사를 고집하지도 않는다. 또 타종교인에게 제사를 강요하라고 권하지 않는다. 모든 것을 가족 화합에 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결정토록 권한다.
불교식 제사의 상차림은 어떨까? 홍동백서, 조율이시, 좌포우혜 등은 따지지 않는다. 생명존중을 계율로 하는 만큼 고기와 생선을 빼고 기본 상차림으로 3색 나물과 3색 과실을 갖추도록 했다. 또 향, 등, 꽃, 차, 과일 쌀 등 육법공양에 올리는 음식으로 대체하도록 권장한다. 다만 고인이 생전에 좋아하던 국과 반찬, 형편에 따라 떡과 전을 더 하도록 했다. 음식에는 고춧가루를 쓰지 않고 복숭아 등은 금한다. 불교적으로 해석하기 보다는 전통문화로 이어져 온 보편적 관습으로 제사를 받아들이도록 문을 열었다.
전통문화라는 보편적 관습을 버리지 않고 현실적 타협점을 찾은 <불교 상제례 안내>이지만, 기본은 역시 부처님의 가르침에 따라 상제례를 치르고 조상영가와 나 자신의 공덕을 쌓고 하나됨을 체감한도록 한다는 원칙을 담았다.
포교연구실 사무국장 정휴 스님 “현실적으로 불교 상제례의 절차와 의미가 제대로 알려지지 않아 부처님 가르침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의례를 치러 온 것이 사실”이라며 “<불교 상제례 안내>는 종단 표준은 아니지만 불교상제례문화위원회를 구성해 3년여의 연구 끝에 마련한 재가불자와 일반인을 위한 실용서”라고 설명했다.
스님은 이어 “상복으로 검은색 한복을 입거나 여정사진에 검은 띠를 두르는 것은 의미나 근거가 없어 불자들은 법복을 갖추어 입거나 흰 한복을 입고 검은 띠는 사용하지 않도록 권한다”며 “이처럼 불교식이나 전통에 맞지 않는 의례 내용에 대해 잘못된 점을 짚어주고 개선점을 제시하려 했다”고 덧붙였다.
포교원은 <불교 상제례 안내> 발간을 기점으로 스님이 집례하는 상제례 의례절차와 내용을 종단 의례위원회 심의를 거쳐 법요집으로 간행할 예정이다.
한편 포교원은 9월 7일 오후 1시 30분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2층 국제회의장에서 ‘불교 상장의례 한글화, 어떻게 할 것인가’란 주제로 연찬회를 가졌다.
연찬회는 행자교육원 교수사 정오스님과 어산작법학교 교수 법안스님의 오방불례와 연습의례 시연에 이어 포교연구실장 법상스님, 표준법요집 이성운 편찬연구위원 등이 의례 한글화와 작법 구조 등을 주제로 발표했다.
문의 조계종 포교연구실 02)2011-1913 책구입 문의 조계종 출판사 02)720-6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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