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제아제 바라아제
(고려원, 한승원, 1․2․3)
* 이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것은 시간이다. 시간은 존재하는 모든 것을 건설하기도 하고 파괴시키기도 한다. 그 시간 앞에서는 살아가는 것과 죽어 가는 것이 하나이고 , 나와 우주가 하나이고, 선과 악이 하나이고, 부처와 중생이 하나이고, 즐거움과 괴로움이 하나이고, 흙과 돌과 금덩이가 하나이고, 물과 산이 하나이고, 문득 깨닫게 되는 것과 점진적으로 닦아 가는 것이 하나이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것은 그렇게 더욱 오롯한 하나로 되어가기인 것이다.(작가의 말)
* 순녀는 스스로를 주체하지 못했다. ‘여인의 몸은 타락신’이라는 말을 실감나게 내뱉곤 하는 아이였다. 새하얗고 보얀 얼굴에는 탐스럽게 잘 익은 복숭아 볼에 돋은 털처럼 은빛 나는 미세한 잔털들이 보송보송했다. 눈이 조금 게슴츠레하고, 입술은 얄따랗고, 볼우물이 깊게 패곤 하는 볼에는 옅은 복사꽃 빛이 퍼져 있었다. 몸은 암팡졌고. 얼굴에는 그늘이 있었다. 아직 해가 서산 너머로 떨어지지 않았는데 산골짜기에 내린 음음한 자줏빛 그늘 같은 것.
* 절에 가면 얼굴이 박꽃같이 하얗고 손이 삘기같이 고운 비구니들이 그녀를 다투어 안아 주고, 재를 지낸 다음에는 울긋불긋한 과자를 쥐어 주었다.
* 서둘러 차표를 샀다. 부용산 덕암사를 찾아갈 참이었다. 거길 가려면, 이 기차를 타고 가다가 송정리에서 내려 광주로 가야 하고, 광주에서 다시 백 리 가까이를 산중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이었다.
* 부모와 부처님의 인연으로 모인 것은 마치 여관의 나그네들이 아침에 일어나면 이내 흩어지는 것과 같은 것이다.
* 그녀는 잔인한 여자였다. 보다 더 철저하게 배반하기 위해서, 스스로를 자제하고 시키는 대로 노래를 불렀다.
* 구림포(鳩林浦)에서 왔습니다.
* 코끝이 시큰해지며 눈물이 핑 돌았다. 스스로의 맹목적인 치달음을 이 끝에 놓고 씹었다.
* 그녀는 늙은 스님의 눈길에서 아픔을 느꼈다. 늙은 스님의 눈이 창문에서 날아온 빛살을 되쏘아 날렸다.
* ① 생명 있는 중생을 죽이지 말라. ② 남이 주지 않는 물건을 훔치지 말라. ③ 음행을 하지 말라. ④ 거짓말을 하지 말라. ⑤ 술을 마시지 말라. ⑥ 꽃다발을 가지거나 몸에 향수를 바르지 말라. ⑦ 노래하고 춤추고 풍류잡이를 하지 말고, 그런 것을 하는데 가까이 가서 보고 듣고 하지 말라. ⑧ 높고 넓은 큰 평상에 앉거나, 명주나 비단 이불을 사용하지 말라. ⑨ 끼니 때 아닌 때는 먹지 말라. ⑩ 돈과 금은 보물을 품에 지니지 말라.
* 도화살이 뭐예요? 네 볼이 살짝 복사꽃 빛깔을 띠고 있는 것 … 너같이 그런 사람들은 피가 뜨거워서 안 돼.
* 이년아, 섣부른 중 노릇 하려고 생각 말고, 좋은 사람 만나서 시집이나 가거라. 푸른 피가 풀떡풀떡 뛰는 사람한테.
* 현종 선생의 하숙집으로 갔다. 그의 하숙집은 무등산 서남쪽의 산장으로 들어가는 길 옆의 들머리를 막아선 동산 모퉁이에 있었다. 동산에는 백제, 신라, 고려, 조선조 ……, 그 어느 때 누구의 것인지 알려지지 않은 능이 하나 동그마니 있었고, 주위에는 상수리나무, 박달나무, 밤나무, 떡갈나무, 소나무 들이 고루 섞이어 있었다. 근처 마을 사람들의 쉼터로 이용되고 있었다. 순녀도 현종 선생을 따라 그 숲 속을 걷고, 능이 있는 꼭대기까지 몇 차례 올라가 보았었다.
* 그는 자신만만했다. 여기 저기서 조금씩 주워 읽어 알고 있는 좁쌀지식과 자기의 잘 돌아가는 머리를 과신하고 있었다.
* 우종남은 진성 앞에 기레 가로누운 산줄기가 되어 있었고, 그녀는 그 산줄기를 피해 흘러 가는 강물이 되어 있었다.
* 수레가 가지 않으면, 그걸 끄는 소를 쳐야지, 수레를 치면 되는가. 이것은 은선 스님께서 늘 되뇌이곤 하던 말이었다.
* 오직 텅 빈 겨울들판 같은 공허와, 그 들판에 버려진 허수아비 같은 참담함만 가슴 가득하게 들어 있었다. 자연 그녀의 살갗에는 자학이 악어의 각질처럼 무장되어 있었다.
* 그걸 선근마(善根魔)라고 한다. 자기가 하는 좋은 일에 너무 집착을 하면, 그 좋은 일도 자라지를 못하고, 수도에도 방해가 되는 법이다.
* 이 물을 뜻깊게 마시면 백제 사람이 된다.(고란 약수)
* 나는 어디로 갈까. 조급해졌다. 얼른 결정하자. 그녀는 언뜻 은진미륵불을 생각했다. 논산 행자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새벽이면 할아버지를 따라서 복을 빌러 가곤 했어요. 먼동 틀 무렵이면 그 미륵부처님 눈이 이상스럽게 빛나요. 그 부처님 눈이 그렇게 빛나는 것을 본 사람은 장차 그 미륵부처님같이 잘난 사람한테 시집을 가게 되고, 또 그렇게 훌륭한 아들을 낳게 된대요. 또 무엇인가를 소원하면서 그 눈빛을 보게 되면은 그 소원이 이루어진대요. 우리 동네 사람들은 큰일을 앞두고는 반드시 그 부처님한테 가서 빌고 와요. 저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뒤로는 한 번도 그 부처님한테 빌러 가지를 않았어요. 그런데 열다섯 살 나던 해 겨울, 눈이 펑펑 내리던 날 밤에 그 부처님이 나타났어요. 그날 밤에 저는 감기 몸살로 열이 설설 끓고 있었는데, 눈같이 하얀 옷을 입은 그 부처님이 저를 데리고 어디론가 갔어요. 숲 속을 한참 걸어가니께 바위틈에 옥같이 맑은 물이 괴어 있었어요. 그 부처님이 그걸 마시라고 하대요. 마침 목이 마르던 때라 저는 그 물을 정신없이 마셨어요. 배가 불룩해지도록 마시고 나니 부처님은 간 곳이 없었고, 저는 거짓말같이 열이 내리고 몸도 가뿐해져 있었어요. 그 뒤로도 몸에 열이 설설 끓거나 까무러칠 정도로 어딘가가 아플 때면 반드시 그 부처님이 나타나서 저를 그리로 이끌어 가곤 했어요. 지난해, 대학 시험을 치러 놓고 저는 또 그렇게 아팠는데, 그때도 그 부처님이 마찬가지로 저를 그리로 이끌어가 주었어요.’
그 때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순녀는 그 행자가 어쩌면 조금 모자란 듯하다고 생각했었다.
은진행 버스를 탔다.
자기도 그 미륵부처에게 빌자고 순녀는 생각했다. 다시 은선 스님 밑으로 들어가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비는 것이다. 몇날 며칠을 머물더라도 꼭두새벽의 미명 속에 빛나는 미륵부처님의 눈빛을 기어이 보리라고 생각했다. 스스로의 미망 속에 갇혀 있는 사람의 눈에 그 향 맑은 빛살이 보이기나 할까. 미륵부처가 그 빛살을 내 멍들어 있는 가슴속으로 날려보내 주기나 할까.
순녀는 혀끝을 물었다. 그게 무슨 미욱한 생각이냐고 스스로를 꾸짖었다. 모든 빛살은 부처님 쪽에서 날아오는 것이 아니고, 부처님을 바라보는 자의 내부에서 뻗쳐 오르는 것이다.
* 그때 그녀의 등뒤에서 ‘빛이다!’하고 한 남자가 소리쳤다. 가느다란 여자의 목소리가 ‘정말!’하고 맞장구를 쳤다. 그 목소리들에는 감격이 어려 있었다. 묽어지고 있는 어둠 속 여기저기에서 탄성이 일었다.
* 동녘 하늘의 희부옇던 빛살은 뚜렷한 금빛으로 변했고, 미륵부처의 얼굴에는 불그죽죽한 화색이 돌았다. 조금 전에 빛을 보았다고 소리친 남자는 무슨 말인가를 해 놓고 함께 온 여자를 얼싸안았고, 여자가 남자의 가슴을 때렸다. 미륵부처님같이 우람한 아기를 낳자고 말을 한 것이었다. 순녀는 가슴속에 전보다 더 짙은 어둠이 밀려들었다.
* 빛은 외부에서 비쳐드는 것이 아니다. 내가 빛으로 타올라야만 한다. 이제는 참빛이 무엇인가를 아프게 공부해야 할 때다.
그녀를 실은 버스는 줄기차게 달려가고 있었다.
* 죽음의 사신이 언제 찾아올 것인가에 대하여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가지지 않은 사람은 누구든지 너덜너덜한 육체에 머물며 오래오래 고통 속에서 살아간다. 그렇지만 성자와 현자들은 그것이 언제 찾아올지 알고 있으므로 결코 분별없이 살아가지 않고 고귀한 가르침에 귀기울인다. 그들은 집착이 곧 삶과 죽음의 근원임을 알고.(석가모니)
* 진성의 눈송이 내리는 소리를 듣고 있었다. 그 소리를 어떤 시인인가가 여자의 옷 벗는 소리에 비유한 적이 있었다. 잘못된 비유였다. 그것은 어둠의 앙금이 쌓이는 소리였다. 어둠도 보통의 어둠이 아니고, 이승과 저승을 넘나들던 넋들이 이 하늘 저 하늘 헤매다가 어우러져 뭉쳐진 어둠들이었다.
* 안쪽 구석의 빨랫줄에 물 적신 흰 소창지들 다섯 장이 걸려 있었다. 갓난아기의 기저귀 같은 그 소창지들은 방안의 습기를 조절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게 얼마만큼 고슬고슬하게 마를 때쯤이면 다시 물을 묻혀다가 걸곤 했다. 그게 원시적이어서 보기에도 안되었을 뿐 아니라 그때그때 물을 묻혀서 걸기도 귀찮으므로 가습기 하나를 사다가 쓰자고 해도 은선은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가습기보다 더 적당한 습기 조절을 한다는 것이었다.
스님은 멀리 떠나갈 준비를 곰곰이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초조해 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렇지만 늘 긴장을 풀지 않고 있었다. 밖에서 무슨 기척이 있으면 번쩍 눈을 뜨고 내다보고라고 명하곤 했다.
* 진성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아아, 하고 속으로 탄성을 질렀다. 눈송이들은 억겁을 떠돌다가 비로소 이 땅으로 되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그녀의 머릿속에 그 눈송이들처럼 꿈틀거리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검은 물체였다. 정강이가 묻힐 만큼 쌓인 눈 위를 걸어가고 있었다. 바랑을 지고 털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한 비구니. 그것은 진성 자기였다.
* 진성은 몸을 돌리다가, 쌓인 눈덩이를 이기지 못하여 나뭇가지 껏어지는 소리와 눈덩이 떨어지는 철푸덕 소리를 들었다. 동시에 두 손바닥으로 입과 코를 막고 소리를 죽여 흐느끼는 듯한 젊은 여자의 울음 소리를 들었다. 진성은 그 소리가 들려 오는 쪽으로 귀를 기울이면서, 흰눈 속의 거뭇거뭇한 어둠들을 더듬어 살폈다. 그 소리는 계곡 쪽에서 들려 오고 있었다. 여자의 울음 소리가 아니었다. 계속의 얼음장 밑으로 물이 빠져 흐르는 소리였다. 계곡을 감돌다가 눈 쌓인 숲을 넘어 암자의 마당으로 아련히 흘러들면서 그것은 일정한 음악적인 가락을 띠었다.
* 은선이 던져 준 화두의 뜻을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달마 스님의 얼굴에는 왜 수염이 없느냐?’
얽매임으로부터 놓여나서 삶의 실상 속으로 들어가라는 것이다. 선과 악이 있고, 떠남과 머무름이 있고, 삶과 죽음이 있다는 생각으로부터 놓여나라는 것이다. 선이 선 아니고 악이 악 아니면, 선이 악이고 악이 선인 것이며, 마침매는 선도 없고 악도 없고 우리의 실존 그 자체만 있는 것이다.
* 진성은 이를 물었다. 은선 스님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죽음의 사신이 아닌지도 모른다. 순녀인지 모른다. 어찌하여 자기의 미망을 주체못한 채 떠도는 음녀를 그렇듯 못 잊어 하고 있는 것일까.
* 은선의 눈에 어린 것은 그늘이 아니었다. 야행성 동물의 눈에서 볼 수 있는 새파란 빛살이었다.
* 눈 덮인 마당과 숲이 넘어질 듯이 기우뚱했다. … 거무스레한 물체 하나가 마당 한가운데 쓰러져 있다. 그것은 그녀가 얼마 전에 문을 열고 나왔을 때까지만 해도 볼 수 없었던 것이었다. … 엎드려 있는 그 사람이 그녀의 가슴에 예측하지 못했던 적의를 심어 주고 있었다.
* 그녀는 출가하기 이전의 순녀로 되돌아가 있었다. 속세의 냄새 나는 습기와 먼지에 꾀죄죄하게 찌들어 있었다.
* 그녀는 은선의 평온한 얼굴에서 어떤 의도와 가식을 읽으려고 애를 썼다. 그 가식과 의도를 붙잡음으로써 자기 은사 스님의 법력을 깔보고 헐뜯자는 것이 아니었다. 만일에 그게 읽혀질 경우, 그걸 덮고 감출 방도를 강구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 염려 놓으십시오. 그 일은 정선 스님하고 의논해서, 은선의 뜻이 이러이러하다는 것을 노스님들이나 대중들한테 전하고, 아무쪼록 좋은 쪽으로 일이 이루어지도록 애써보겠습니다. 부디 열반이나 잘 하십시오.
* 나하고, 효정 스님하고, 정선 스님하고 서이서 뜻 맞춰 살아오던 것 보았지야? 너희들 셋이도 마찬가지로 잘해야 한다.
* 죽음을 앞에 둔 사람은 해로운 음식을 원한다.
* 순녀는 책상다리를 하고 앉으면서, 무릎에다 두 팔을 포개 얹고, 그 위에 이마를 얹었다. 새처럼 날개를 저으면서 흰구름 떠가는 푸른 하늘 속으로 날아가는 은선의 모습과 하얗게 소복을 하고 산모퉁이를 걸어가는 한 여인의 얼굴을 그려 보려고 했다. 샛노란 부처가 되어 있는 그 스님의 자비스러운 모습을 그려보려고 했다.
그렇지만 그것은 허사였다. 그녀의 눈앞에는 새까만 철판 같은 어둠이 나타나 있을 뿐이었다. 그 어둠이 오뉴월의 개망초꽃들처럼 수런기리는 별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장미, 카네이션, 백일홍, 코스모스, 모란, 달리아. 복숭아꽃, 진달래꽃, 벚꽃 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별들과 꽃들을 보면서, 순녀는 생각했다. 은선은 증기가 되어 날아갈 것이다. 구름이 되어 떠돌다가 비가 되어 떨어질 것이다.
은선은 잡풀밭에도 떨어지고, 나락밭 배추밭 밀밭에도 떨어질 것이다. 꽃으로 피어나고, 열매로 맺히고, 샘물로 솟아오르고, 새가 되어 노래하고, 나비가 되어 춤추고, 바야흐로 잉태하는 한 여자의 자궁 속으로 들어가서 참한 아기로 태어날 것이다. 이 우주 안을 밝은 빛으로만 가득 채울 것이다. 그 밝은 빛 속에서 영원히 살아 남을 것이다.
* 나 죽으면 흰눈 같은 서릿발 세상에
바람 달리는 이 겨울 저문 날에
저렇게 날아다닐 것이다. (한승원 시집 ‘열애일기’에서)
* 우바새(남신도), 우바이(여신도)
* 자기가 옳다고 여기는 그 한 생각에 얽매여 평생을 헤매는 것은 고달픈 일이요. 고달픈 자에게는 갈 길이 멀기만 하고, 잠 오지 않는 자에게는 밤이 길고 긴 법입니다. 이 보살님 어서 미망의 껍질을 벗으십시오.
* 이것은 상좌인 나의 의무, 내 은사 스님의 허상과 실상을 확인하는 슬픈 작업이오.
* 나무아미타불, 나무(경례․공경․순종․귀명․귀의), 아미타(한량없다), 즉 나무아미타불은 한량없는 목숨과 광명을 지닌 부처님께 귀의한다는 말
【제2권】
* 그녀는 몸의 부분부분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면서 살피곤 했다. 깊고 은밀한 곳의 살갗은 말랑거리고 겉에 드러난 살갗들은 갓 빚은 흰 떡의 표면처럼 탄력이 있는 우윳빛이었다. 거기에는 보송보송한 복숭아의 육질에 돋아 있는 그것 같은 투명한 솜털의 숲이 있었다. 그것들은 목욕탕의 보얀 김 서린 빛을 받으면 은색이 되기도 하고 옥색이 되기도 했다. 한두 달 만에 한 차례씩 새빨간 행사를 치름으로써 폭죽처럼 생명력을 구가하는 꽃속살은 우주 안을 유영하듯이 휘도는 온유하면서도 싱싱한 힘과 긴장감에 줄을 대고 있었다. 조선조 백자처럼 동그랗고 고운 엉덩이, 정구공을 반으로 쪼개 놓은 것처럼 말랑거리면서도 팽팽한 젖무덤, 뽕나무의 반쯤 익은 오디 같은 젖꼭지와 팥죽 색깔의 젖꽃판, 모딜리안이 그린 여인의 그것처럼 애처롭고 기름한 얼굴, 코스모스꽃의 줄기처럼 가늘고 긴 목, 여치의 더듬이 같이 휘어진 속눈썹, 솜씨있는 사람이 잘 빚어 놓은 듯한 오똑한 코와 약간 덜 익은 토마토 빛깔의 입술, 숲속의 옹달샘처럼 맑은 눈, 소라고동 껍데기처럼 생긴 귀, …… 그리고 머릿속에 서려있는 섬세한 사유들은 무엇일까.
* 꽃 중에 사람꽃보다 더 아름다운 꽃이 있을까.․
짐승들 가운데 사람보다 더 더럽고 무서운 짐승이 있을까.
한승원 시집(사랑은 늘 혼자 깨어 있게 하고)에서
* 천안 삼거리 흥 능수야 버들은 흥,
제멋에 겨워서 축 늘어졌구나 흥
에루와 좋다 흥으으으응 성화나 났구나 흥.
* 「천안 삼거리는 무얼 상징하는 줄 아십니까? 사람들의 두 다리와 몸통이 만나는 삼각지 한복판을 상징합니다. 그럼 능수버들은 무엇을 상징합니까? 그 가지들이 제멋에 겨워서 축 늘어졌는데 왜 누가 성화를 댑니까? 이 노래는 노동요입니다. 노동의 고달픔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부르는 노래지요. 사실은 이 노래가 아주 음험한 노래입니다. 늘어진 능수버들은 남근을 상징하고, 성행위를 줄기고 싶어하는 여자가 잠들어 있는 남근 때문에 성화가 났다는 겁니다.」
* 겨울 한나절보다 더 짧은 인생입니다. 괜히 슬프고 외롭고 허덕거리고 살 것 없어요. 쾌적한 집에서 넉넉하게 잘입고 잘먹고 즐기면서, 또 그 광활한 나라에서 여기저기 관광이나 다니면서 유유자적하면서... ... 나하고 삽시다.
* 절을 거듭할 때마다 가슴속의 무거운 부담들이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절은 복종이다. 두 무릎 꿇고 두 손을 모아 잡으면서 눈을 감는 것도 복종의 표시이고, 두 손바닥을 마룻장에 붙이고 이마를 그 위에 얹듯이 숙여 절을 하는 것도 마찬가지의 표시다. 당신의 가르침에 복종하고 따르겠다는 맹세.
* 그것을 치유하는 방법 두 가지 있었다. 하나는 남자하고 잠자리를 함께 하는 것이었다. 재가 되도록 타 버리는 것이었다. 또 하나는 근처에 있는 교회나 도량으로 달려가 절을 하는 것이었다. 팔다리를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되고, 온몸이 땀에 후줄근히 젖도록 절을 하고 나면, 성행위를 온몸이 다 물러 터져 버리도록 하고 난 때와 마찬가지로 더러운 것들이 다 빠져나가고, 이튿날부터는 무기력이 없어졌다. 우주 안에 흩어져 있는 생명소들을 빨아들이는 기능이 되살아나는 것이었다.
* 순녀가 낸 처용식당은 물같이 잘 흘러가고 있었다. 그 안에서 일을 하는 아주머니들은 모두 들꽃같이 털털하면서도 소박하고, 부잣집 큰며느리같이 손들이 크고 오지랍이 드넓은 사람들이었다. 그 아주머니들은 모두가 주인이었다. 음식들을 자기 남편이나 아들딸들한테 먹일 것처럼 만들곤 했다. 아니, 임금에게 먹일 음식을 만드는 궁중의 요리사들같이 조심을 하는 것이었다. 고춧가루는 반드시 가장 크고 색깔 고운 고추를 사다가 빻아서 만들었다. 양파나 대파나 시금치나 아욱이나 달래나 쑥은 한사코 싱싱한 것을 가져다가 썼다. 하루에 쓸 나물을 아침나절에 모두 무쳐놓고 쓰는 것이 아니고, 들어오는 손님의 수를 보고 나서야 한 사람 분씩 무쳐서 내곤 했다. 된장국도 미리 끓여 놓았다가 그때그때 데워 쓰지 않았다. 두 사람이 오거나 세 사람이 오거나 큰 냄비에 한꺼번에 끓이지 않았다. 반드시 일인 분씩 끓여 내곤 했다. 참기름도 절대 사서 쓰지 않았다. 그것을 담당한 안동댁이 적접 기름집으로 가서 짜 오곤 했다. 쌀도 최상급의 것을 썼다. 음료수도 수돗물을 쓰지 않았다. 공인 회사의 생수를 썼다. 자기들의 처용식당으로 손님들이 구름같이 몰려드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것이라는 자부심들을 종업원들은 가지고 있었다.
* 순녀는 울먹거리며 말했다.
「그런데 선생님께서 반드시 버리지 않으면 안 될 것이 하나 있어요. 결벽증이오. 아까 모든 것을 다 깨부수어야만 해요. 그것이 사람들을 왜소하게 만들거든요. 인색하게 만들고 옹졸하게 만들고 독선적이게 만들고 표독스럽게 만들어요. 생각을 깊이 해보면, 깨끗한 것도 없고, 더러운 것도 없어요. 이 세상의 모든 깨끗한 것이라는 것이 깨끗한 것이 아닐 때, 이 세상의 모든 더러운 것이 더러운 것이 아닐 때, 더러운 것이 깨끗한 것이고 깨끗한 것이 더러운 것이에요. 더러운 것도 없고 깨끗한 것도 없어요. 아까, 모든 것을 다 끊었다고 그러셨잖아요? 그 끊었다는 생각까지도 끊어 버리십시오. 그래야 보다 자유로워지잖아요? 그러면 끊을 수도 있고 안 끊을 수도 있잖아요? 끊은 것은 무엇이고, 안 끊은 것은 또 무엇입니까?」
* 스님, 저는 복잡한 일을 만나면 늘 고요할 정(靜)자를 생각합니다. 간호사 시절에 교양 강좌를 하러 온 소설가가 말해 준 것인데, 그 뒤부터 저는 그 글자를 좌우명으로 삼고 있어요. 고요할 정은 푸를 청(靑)에다 싸움 쟁(爭)을 더한 것 아닙니까? 푸를 청은 나을 생(生)밑에 붉은 단(丹)을 붙인 글자입니다. 가슴에서 붉은 피가 용솟음치는 것이 청춘 아닙니까? 청춘이 피나게 싸운다는 글자가 고요할 정이란 말입니다. 싸우면 시끄러워야 하는데 반대로〈고요하다〉니, 얼마나 역설적입니까? 그런데 따지고 보면 당연한 것입니다. 참다운 고요는 피나는 싸움 다음에 오는 것입니다. 싸우지 않은 상태에서 찾아온 고요는 진짜 고요가 아닙니다. 피나게 싸우지 않은 만큼의 찌꺼기가 남아 있기 때문에 참다운 고요는 오지를 않습니다. 사용자와 노동자들 사이에 분쟁이 생기는 것도 참답게 서로 싸우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것입니다. 부부가 서로를 불만족스러워하는 것은 한 이불 속에 들어가서 진짜로 죽을 만큼 서로를 위해 불태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모든 고요와 평화는 피나는 싸움 다음에 옵니다.
․……중국 장감이란 사람한테 청량이라는 예쁜 딸이 있었다. 그에게는 왕주란 외생질이 있었는데, 왕주는 훤칠하게 키가 크고 얼굴이 수려했다. 청량과 왕주는 청량의 부모 모르게 서로 사랑을 주고받았다. 그것을 모른 장감은 딸 청량을 한 부잣집 아들 빈료한테 시집을 보내려 했다. 청량은 한사코 그 결혼을 반대했다. 아버지의 명령을 지엄했다. 청량은 앓아 누워 버렸다. 왕주도 화가 나서 고향을 떠나 살기로 하고 배를 타 버렸다. 배가 부두를 떠나려 할 때, 한 여자가 「여보, 왕주!」하고 부르면서 쫓아왔다. 돌아보니 청량이었다. 그는 배를 부두에 대게 하고 그녀를 얼싸안았다. 촉나라에 가서 살림을 차렸다. 아들을 하나 낳고 단란하게 살았다. 많은 세월이 흘러갔다. 청량이 왕주에게 고향의 아버지 어머니가 그리우니 돌아가자고 말했다.
「이제 우리가 아들까지 낳았는데 부모님들인들 우리를 어떻게 떼어놓겠어요? 부모님들에게 지난 과오를 사과하고 떳떳한 부부 생활을 하기로 합시다.」
그들은 배에 짐을 싣고 고향으로 갔다. 왕주는 배를 부두에 정박시켜 놓고 잠감의 집으로 가서 장인 어른인 장감과 장모를 먼저 만났다. 그는 자기들의 지난 일들일 낱낱이 말하고 용서해 주기를 간청했다. 장인 어른과 장모는 깜짝 놀랐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우리 청량이는 지금까지도 병석에 누워 있는데?」
하면서 병석의 청량을 보여 주었다. 왕주도 놀랐다.
「아니 그럴 리 없습니다.」
하고 말하면서 왕주는 부두에 정박해 둔 배에서 청량과 아들을 데리고 왔다. 그 순가 병석의 청량은 왕주를 따라 들어온 청량을 맞아 한몸이 되어 버렸다.
【제 3권】
* 여자가 사랑스러운 것은 완벽한 것이 아니고 생래적으로 가지고 있는 벌어진 틈새나 동굴 같은 구덩이가 있기 때문이오. 무엇으로인가 메꾸어 주지 않으면 늘 허해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 사람은 바퀴를 보면 굴리고 싶고, 칼을 손에 들면 무엇이든지 찔러 보고 싶어지고, 틈새나 구덩이를 보면 메우고 싶어지는 법인데 … 우리들의 사랑이라는 것도 결국은 그러한 굴리기, 찔러대기, 틈새나 구덩이 메꾸어대기가 아닌지 모르겠어요. 굴려도 굴려도 막다른 골목을 만나지 않는 영원한 굴리기, 찔러도 찔러도 찔러대고 싶은 욕망이 소진되지 않는 그런데도 내부의 욕구에 따라 메꾸어 보려고 몸부림치지 않을 수 없는 그 짓 말이요. 그 짓거리가 우리들의 의미 아니요?
* 바람이 불어왔다. 들 건너에 바다가 있었다. 바다는 은회색으로 가라앉아 있었다. 거기에는 무슨 음모인가가 담겨 있었다. 여자 얼굴 고운 것하고 바다 얼굴 고운 것하고는 믿지 말아야 하는 법이라고 할머니가 그랬었다.
* 여자는 봄철이나 여름철의 들이나 산에서 물을 함부로 마시지 않아야 하는 것이라고 했다. 뱀의 알이 들어 있을 경우, 그것이 자궁의 난자 속으로 들어가 새끼로 깨어 자란다는 것이다. 아기를 밴 여자같이 배가 부르게 되고 어느 날 인가는 해산을 하듯이 몸을 푼다고 했다. 그때 여자는 수십 마리의 뱀을 낳는다고 했다.
어려서 소풍을 가면서 같은 반 동무한테 들은 그 이야기가 끔찍스러웠다. 그 두려움이 산속에서 아무 물이나 마시지 못하게 했다.
* 밤하늘이 새삼스럽게 귀하게 느껴졌다. 붉고 푸르고 노란 별들이 가슴속으로 뛰어들었다. 알몸 깊은 곳에 보석으로 박히고 있었다. 멀지않아 그 별 같은 아기의 눈이 그녀의 자궁 속에 잉태될 것 같았다. 아기를 낳고 싶었다. 그 아기를 동자승으로 데리고 살고 싶었다. 이 무슨 부질없는 욕심이란 말인가.
* 나는 술을 끊었어요. 술은 사람을 황폐하게 만들어요. 악마의 장난입니다. 악마가 인간의 마을로 내려와서 심술을 부릴 수 없을 때 술을 내려보낸다지 않아요? 저는 악마의 심술을 이용해서 제 영혼을 황폐하게 할 만큼 했어요. 황폐하게 한다고 모든 것이 결판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쓰팔 것, 또 말을 너무 많이 했구만. 빌어먹을 … 말이라는 것은 사람들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한다고요. 말도 어쩌면 악마의 심술 중 한 가지일 거요. 공허와 고독을 떨쳐 버리려고 열을 올려 지껄이다 보면 가슴이 전보다 더 공허해지고 황막해지잖아요?
* 보다 더 가까워지도록 하기 위해 말을 한다고 해 놓으면 그것이 둘의 틈에서 소화 안 된 깍두기같이 거북스럽게 굴러다니면서 불편하게 해요. 도깨비나 몽달귀신이나 유령처럼 … 사실은 아가씨한테 나를 좀더 자세하게 이해시킬 생각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
* 진성은 생명력을 생각했다. 어둠을 향해 뻗어가는 배일성(背日性)과 밝음을 향해 뻗어 가는 向日性. 그것은 사람의 영혼과 육체를 활력 넘치게 하기도 하지만 병들게 하기도 한다.
* 그 겨울 영하의 맵고 찬바람이 휘도는 항구의 한 모퉁이에서 우리는
서둘러 부두 머리를 떠나는 검은 구름장들처럼
아직 덜 연소된 사랑 한 짐씩을
애초에 그 항구에 들어서면서 지고 온 배낭 속에
간밤에 먹다가 남은 사고 한 개와 초콜릿 한두 알과 귤 몇 개와 함께
넣어 짊어지고 떠나가면서 말했다
우리 헤어진다고 말하지 말자 사랑이여
다시 만나기 위하여 간다고 말하자
세상은 하나의 드넓은 구덩이 아니던가 그 안에서는
헤어짐은 없고 만남만 있다
만남은 없고 헤어짐이 있는 듯이 보일 뿐 사실은
가는 것은 없고 오는 것만 있다
가는 것은 가는 것처럼 보일 뿐
우리들 주변에서 늘 머물러 맴을 돌고 있다가
우리들 연꽃바다 한가운데서 다시 어우러질 기회를 엿보는 것이다
아 사랑이여 슬퍼하지 말자
떠남이 떠남 아니고 머무름이 머무름 아닐 때
떠남이 머무름이고 머무름이 떠남 아니던가
아 사랑이여 슬퍼하지 말자 우리
헤어진다고 말하지 말자 사랑이여
다시 만나기 위하여 간다고 말하자.
(순녀 장례식에서 현종이 자기 시를 생각한다)
반야바라밀다심경(般若波羅蜜多心經)
관자재보살(관자재보살)
행심반야바라밀다시(행심般若波羅蜜多시)
조견오온개공(조견오온개공)
도일체고액(도일제고액)
사리자(사리자)
색불이공(색불이공)
공불이색(공불이색)
색즉시공(색즉시공)
공즉시색(공즉시색)
수상행식(수상행식)
역부여시(역부여시)
사리자(사리자)
시(시)
제법공상(제법공상)
불생불멸(불생불멸)
불구부정(불구부정)
부증불감(부증불감)
시고(시고)
공중무색(공중무색)
무수상행(무수상행)
식(식)
무안이비설신의(무안이비설신의)
무색성향미촉법(무색성향미족법)
무안계내지(무안계내지)
무의식계(무의식계)
무무명(무무명)
역무무명진(역무무명진)
내지(내지)
무노사(무노사)
역무노사진(역무노사진)
무고집멸도(무고집멸도)
무지역무득(무지역무득)
이무소득고(이무소득고)
보리살타(보리살타)
의반야바라밀다(의般若波羅蜜多)
고심무가애(고심무가애)
무가애고(무가애고)
무유공포(무유공포)
원리전도몽상(원리전도몽상)
구경열반(구경열반)
삼세제불(삼세제물)
의반야바라밀다(의般若波羅蜜多)
고득아뇩다라삼(고득아뇩다라삼)
먁삼보리(먁삼보리)
고지반야바라밀다(고지般若波羅蜜多)
시대신주(시대신주)
시대명주(시대명주)
시무상주(시무상주)
시무등등주(시무등등주)
능제일체고(능제일체고)
진실불허 (진실불허)
고설반야바라밀다주(고설般若波羅蜜多)
즉설주왈(즉설주왈)
아제아제(아제아제)
바라아제(바라아제)
바라승아제(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모지사바하)
반야바라밀다심경
관자재 보살이 크고 깊고 넓은 지혜를 행할 때에,
무릇 다섯 가지의 생멸하고 변화하는 것이
모두 빈 것임을 알아서
일체의 괴로움과 두려움을 제도했느니라.
슬기로운 사람아,
빛이 빈 것과 다름없고,
빈 것이 빛과 다르지 않아,
빛이 곧 빈 것이요,
빈 것이 곧 빛이라,
받아들이는 것과 생각하는 것과
변천하는 것과 아는 것도 이와 같으니라.
슬기로운 사람아,
이 모든 법의 텅 빈 모양은
생기는 것도 아니고, 얻어지는 것도 아니고,
더러운 것도 아니고, 깨끗한 것도 아니며,
더하지도 아니하고, 덜하지도 아니하느니라.
그러므로 텅 빈 가운데는 빛도 없고,
받아들이는 것, 생각하는 것, 변천하는 것,
아는 것도 없으며,
눈과 귀와 코와 혀와 몸과 뜻도 없으며,
보는 경계도 없으며,
뜻으로 아는 경계까지 없나니,
그러므로 어둠도 없으며,
또한 어둠이 다하여 없어짐도 없으며,
늙고 죽는 것도 없으며,
또한 늙고 죽는 것이 없어짐도 없나니,
괴로움, 번뇌 열반, 도 닦음도 없고,
지혜도 없고, 얻을 것도 없으니,
얻을 것이 본래 없기 때문이니라.
그러므로 보리살타가 지혜로
저 언덕에 건너갈 때,
마음에 걸림이 없으므로, 두려움이 없고,
뒤바뀌어지는 망상을 여의어서,
마침내 열반을 이루며,
삼세의 모든 부처도
크고 깊고 넓은 지혜에 의지하기 때문에
위없이 높고 바르고 두루한
큰 깨달음을 얻느니라.
그러므로 알지어다.
지혜로써 저 언덕에 건너가려면
크게 신통한 이 주문, 크게 밝은 이 주문,
위없는 이 주문, 그 무엇에 비길 수 없는
이 주문을 외워야 한다.
이 주문은 모든 괴로움을 없애 주고,
진실하고 헛되지 않게 하느니라.
이에 지혜로
저 언덕에 건너가는 주문을 설하니,
그 주문은 이러하다.
아제아제 바라아제
바라승아제 모지사바하
(가자 가자 더 높이 가자.
고해 건너 저 언덕으로 가자.
부디 이 뜻대로 이루어질지어다.)
◎ 오온(五蘊)․3과(科)․12인연․4제사 가 공(空)하다는 것을 말한 대승 경전. 보살이 이 이치를 잘 관찰하면 모든 괴로움에서 벗어나 열반에 도달할 수 있다고 설함
* 비구, 乞士, 남자가 출가하여 20세가 넘으면 250계인 구족계를 받아 비구가 된다.
* 비구니, 乞士女, 여자가 출가하여 20세가 넘으면 348계를 받아 비구니가 된다.
* 비로자나, 부처님의 眞身을 나타내는 칭호
* 사미, 착한 일을 행하는 행자, 십계는 받았으나 수행을 쌓지 않은 승려
* 사미니, 위와 같은 여승
* 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깨끗하고 깨끗하다. 아주 깨끗하뎌 좋아졌으니 (모든 것을) 걸림 없이 이루어주소서, 언어 이전의 언어, 즉 진언(주문)이다.
* 아제아제 바라아제, 가자 가자 더 높이 가자
* 業, Karma,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업에 의하여 창조되고 있다. 하나의 벽돌이 모래․자갈․시멘트와 물, 사람의 힘에 의하여 만들어지듯 인간의 모든 것은 정신과 물질이 시간과 공간 위에서 어떤 보이지 않는 힘, 즉 세력에 의하여 조화를 이루어 감에 있다. 그 보이지 않는 힘을불교에서는 업이라 한다. 우리말로는 지어진 마음(作爲), 남아 처진 힘(殘在力), 꾸며내는 힘(構成力)이라 옮기고 있다.
* 옴 마니 반메 훔 : 옴, 당신의 그 거룩한 꽃 속에 내 편히 안기나이다. (또는) 오, 연꽃 속의 보석이여, 이 완전한 성취여.mani는 남자의 다이아몬드, 반메(padme)는 여자의 연꽃을 상징. 훔(Hum)은, 석지현 스님의 풀이에 의하면, 에너지의 응집, 만트라의 활성화, 지혜의 완성, 매듭의 풀림, 빛의 폭포, 북소리의 진군 등을 상징한다. 우주의 남성 에네르기와 여성 에네르기의 완전한 조화로 인한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기를 소원하는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