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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종은 승하 직전 자신의 죽음을 예견하고는 정부를 개편한 바 있었다. 이때 영의정에 황보인을, 좌의정에는 김종서를, 우의정에는 정분을 각각 임명하였다. 그리고 승하에 임박해서는 이들을 비롯해 육조 판서 등을 불러놓고 세자를 앞에 세운 뒤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내 해놓은 일 없이 가거니와 잊지 못하는 것이 이 어린 세자요. 나는 이제 경들에게 간절히 부탁하노니, 부디 저버리지 말고 힘써 보호하여 주기 바라오. 이 자리에 참석했던 어느 누가 부왕의 세자에 대한 애틋한 심정을 모르겠는가? 이 순간 모두 세자에 대한 충성을 다짐했으리라.
그렇게 문종이 덧없이 승하하고 그 뒤를 열두 살의 어린 단종이 왕위에 올랐다. 이런 순간에 수양대군은 후일을 도모하기 위해 전국에서 책략가와 한량들을 모았다. 한명회∙권람∙홍윤성 등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여러 모사와 수많은 장정을 불러 모아 인적 자원을 확보하게 된 수양대군은 서서히 그 야심의 날개를 펼치게 되었다. 이러한 수양대군에게도 만만치 않은 존재가 있었으니, 그것은 단종을 보필하고 있는 고명을 받은 대신들, 그중에서도 좌의정 지위에 있는 김종서였다.
그는 수양대군이 대사를 추진해 나가는 데 있어서 가장 장애가 되는, 실로 수양대군에게 가시와 같은 존재인 동시에, 또한 제일 먼저 제거하지 않으면 안 될 인물이었다. 그러므로 그를 살려두고는 대사를 도모하기 불가능함을 깨달은 수양대군은, 마침내 치밀한 타도의 계획을 세운 다음, 친히 양정, 유숙을 비롯한 몇 사람의 장사를 대동하고, 새문 밖 김종서의 사저로 향하여 거사에 성공함으로써 걸림돌을 제거하였다. 이렇게 한순간에 두만강의 벌판을 호령했던 큰 호랑이 김종서는 역사 속에 묻혀버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