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화된 사회분위기를 반영하듯 바쁜 직장생활 속에서 자기가 갖고 있는 재능을 발휘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가운데 문학에 소질이 있거나 관심이 있는 직장인들은 회사생활을 통해 지친 신심을 시나 수필, 소설 등의 집필활동을 통해 회복하고 있다. 직장인불자도 매한가지다. 더 나아가 글을 쓰면서 신심을 다지고 불교도 알리는 불자들이 있다. 자신이 속한 불자회의 인터넷 게시판에 자신의 창작글을 올리는 것부터 각종 문단에 등단하거나 시집 등 각종 책을 발간한 불자들도 있다. 이들은 “작품의 밑거름은 바로 불교”라고 하나같이 말하고 있다.
시집.수필집 속에 사찰과 보살행 담아
불자회 인터넷 게시판에 작품 올리기도
안양교도소불자회 안성수(50, 법명 지인) 회장은 동료들로부터 ‘안작가’로 통한다. 안양교도소에서 교도관으로 근무하고 있는 안 회장의 명함 뒤편에는 한국수필가협회 회원, 열린문학회 회원, 국제문화교류협회 홍보위원, 대한민국공무원문인협회 회원 등을 담고 있다. 누가 보더라도 안 회장이 문학에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곧바로 알 수 있다.
대다수 사람들의 머릿속에 교도관은 딱딱하거나 무섭다는 이미지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안 회장은 일반인이 봤을 때, 교도관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문학가다. 이미 문단에 등단하고 시집과 수필집까지 발간했다. 안 회장은 지난 2003년 열린문학에서 주최한 신인문학상에 ‘음성꽃동네를 다녀와서’라는 수필로 등단했다. 또 공무원문인협회에서 주최한 공무원문학상에서 ‘어머니의 냉콩국수’라는 시까지 신인상을 수상해 같은 해에 시와 수필부문에서 동시에 등단하는 영광을 안았다. 〈사색의 창가에서〉라는 수필집과 〈추억이라는 페달을 밟으며〉라는 시집도 발간했으며 ‘하산’이라는 단편소설도 썼다. 올해는 시집과 중편소설집을 각각 발간하는 것이 안 회장의 목표다.
안 회장의 작품에는 불교를 담고 있다. 직접적으로 불교가 드러나는 작품도 있지만 많은 작품에서는 연기관 등 불교적 가치관을 담아내고 있다. “산악회 회장을 맡고 있을 정도로 산을 좋아하다 보니 산사를 자주 찾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사찰에서 작품의 소재나 영감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내용면에서도 연기법 등의 불교사상을 자연스레 담게 됐습니다.”
전국교정인불자연합회 오희창 회장도 문단에 등단하고 책을 발간한 문학가다. 지난 1997년 수필문학, 1998년에는 월간 문예사조에 각각 등단했으며, 〈아들하나 점지하고 오게나〉라는 수필집과 〈삼호당 문집〉을 발간했다. 특히 오 회장은 200년에 발간한 〈하늘이 기울 때 더 큰 가슴으로 온 그대에게 묻는다〉라는 시집을 통해 모은 1000만원을 조계종 총본산 성역화불사 기금으로 전달해 잔잔한 감동을 전해주기도 했다. 그동안 작품에서 불교적 색체를 배제하려고 노력했던 오 회장은 오는 연말 발간될 수필집에는 불교적 내용을 듬뿍 담아낼 예정이다.
이화여고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전국교사불자연합회 임완숙 회장은 지난 197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소설부분에서 ‘벙치’라는 작품으로 등단할 정도로 일찍이 실력을 인정받았다. 임 회장은 1998년에 〈바다에 내리는 비〉라는 시집을 발간했으며, 출신 고등학교 선후배들이 모여 만든 〈자핫골〉이라는 동인지를 14년째 만들어오고 있다.
전국불교산악인연합회 김대원 사무총장은 지난 1월 〈수필과 비평〉에 ‘아내의 빈자리’라는 작품으로 등단했다. 서울 달마사에서 연 달마문예대학에서 본격적인 집필교육을 받고 있는 김 총장은 “뒤늦은 나이에 등단했지만 달마문예대학을 통해 실력을 갈고 닦아서 불교적 소재를 갖고 시와 수필을 계속 써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장군청법우회 김성렬 총무는 등단을 하거나 책을 발간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국공무원불자연합회와 부산시청법우회 홈페이지에 올린 한시(漢詩)는 불자회 법우들이 온오프라인으로 많은 이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각종 경전 독송과 참선공부를 하고 있는 김 총무는 신행활동을 통해 느낀 감정과 변화를 한시로 표현해 널리 보급하고 있다.
전국교사불자연합회 임완숙 회장은 “문학의 보고라고 불릴 만큼 부처님의 가르침은 넓고 풍부하며, 이를 활용해 글을 쓰는 불자들이 많다”면서 “이런 글 하나하나가 개인적인 취미활동을 뛰어넘어 불교를 널리 알리는 좋은 포교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안양=박인탁 기자 parkintak@ibulgyo.com
불교.문학 함께 배우는 달마문예대학
문학에 관심이 많은 직장인불자라면 달마문예대학〈사진〉에서 체계적인 문학공부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달마문예대학은 불교를 배우면서 문학도 배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지난 해 3월 서울 달마사에서 첫문을 연 달마문예대학은 뛰어난 교수진으로 출범당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운문반과 산문반 수강생 20여명은 시인 신경림 씨를 비롯해 소설가 김성동 씨, 수필가 맹란자 씨, 시인 고형렬 씨, 시인 김사인 씨, 이종찬 동국대 명예교수 등으로부터 직접 집필지도를 받고 있다.
달마문예대학은 매주 금요일마다 수업을 연다. 매월 첫째, 둘째주는 에세이문학사 회의실에서, 3째주는 달마사에서 열린다. 불교문학에 대한 기초교육을 마친 수강생들은 각자 써온 작품을 발표한 뒤 작품에 대한 전체평가와 토론을 통해 자신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나가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지도교수들의 조언도 빠지지 않는다. 매월 4째주는 문학기행을 떠난다. 지난 18일에는 조선중기 여류시인인 허난설헌의 묘 참배,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 집 위로방문 및 일본군역사박물관 견학, 실학자 정약용 생가 탐방 등의 문학기행을 다녀왔다. 이를 통해 옛 문학인의 작품에 대해 현장에서 토론하는 시간과 직접 글도 쓰는 시간을 가졌다.
이와 함께 달마문예대학은 수료생들을 불교문예동호회로 편성해 계간문예지를 발간하는 등 문단에 등단할 수 있는 창구로 만들어 나갈 계획을 갖고 준비중이다.
[불교신문 2114호/ 3월2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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