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런 자리는 별로 익숙하지 못합니다. 학교에서는 이렇게 취임식 할 때 많은 분들이 오시지도 않고, 기다리시는 것을 보니 역시 정부는 정부구나 생각이 듭니다. 오늘 여러분들을 뵙게 돼서 반갑습니다. 인사가 지연되는 바람에 온 국민과 매스컴의 초점이 됐습니다. 그래서 어깨가 더 무겁습니다. 부담도 되고요.
제가 서울로 오기 전 시민단체에서 대구 지하철 유족들 앞에서 분향을 하라고 했는데 첫 비행기를 타느라 못하고 왔습니다. 대구 지하철 참사 때 제일 많이 희생당한 사람이 학생들입니다. 그 시간에 왜 학생들이 다닐까. 희생된 학부형들 이야기 들으니까 전부 학원에 가려고, 대구 중앙로에 학원 밀집 지역인데 학원에 가려다 변을 당했습니다. 우리 교육이 이렇다는 이야기다. 가슴아픕니다. 제가 관두고 나온 대구대학에서는 6명이 죽었습니다. 전부가 학원 가려고 그랬다는 겁니다. 신문에 보니 중고등학교 교실이 붕괴된답니다. 서울대학은 이공계가 수학 과락이 18% 정도 된다고 합니다. 과외가 싫어서 해외로 이민 간다고 합니다.
제가 오기 몇 시간 전에 대구 지방대학 총 학장들이 한결같이 학생이 없어서 문 닫겠답니다. 전문대학은 정원의 50%도 못 채웠답니다. 제가 이런 것 해결하기 위해 제가 이 자리에 왔는데 정말 어깨가 무겁습니다. 지금도 교수 임명을 하면서 1억씩 5천만원씩 챙기는 이사장이 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 교육이 이렇다는 이야깁니다. 이렇게 얽혀 있는 한국 교육을 어떻게 풀어나갈는지 혈압이 오르고 열이 올랐습니다.
누구는 저보고 교육부를 없애고 오면 된다고 했습니다. 교육부 무용론을 외치는 정치가도 있었습니다. 유연성이나 시대감각이 없는 관료가 교육부 관료라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과거 교육부 와보면 다들 10시, 11시까지 일을 합니다. 밤 세워 일하는데 왜 무용론이 나올까. 이상해요. 제가 총장 시절에 교육부 왔는데 저녁 먹고 바로 들어가는데 모두들 일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왜 국민들은 믿지 않고 있을까. 이런 문제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국민들은 목말라 합니다. 저희 집 학부형들 전화가 '제발 과외 안 시켜도 되게 해주세요'라고 해요. 목말라 하는 이 국민들에게 가뭄의 단비처럼 무엇인가를 줘야 하는데, 장관이 바뀌면 또 제도가 바뀌어야 하냐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안 바꾸면 장관이 뭐라고 그러고 바꿀 수도 없고 안 바꿀 수도 없는 상황입니다. 우선 급한 부분부터 처리해야 할 단기처방도 필요하고 5,6년을 내다보는 중기 처방도 필요하고, 한국 교육을 재점검하는 장기처방도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가 바뀌고 있습니다. 네티즌이 장관 2명을 낙마시켰습니다. 네티즌이 대통령 뽑고 있습니다. 그들이 교육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얼 하고 있는가. 우리가 젊은 네티즌들이 무얼 요구하고 있는 귀 기울여야 합니다. 국민 가까이 있는 교육부, 수요자의 요구를 듣는 교육부, 현장의 소리를 듣는 교육부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군림하는 교육부가 아니고 서비스하는 교육부가 돼야 할 것입니다. '진주 마피아', '서울 사대파'라고 싸우는 일은 관둬야겠습니다. 우리 정말로 마인드를 바꿉시다. 그래서 국민들로 사랑 받는 교육부가 되고 학부형들이 신뢰하는 교육부로 갑시다. 일을 안 해서 그렇다는 것이 아닙니다. 일을 열심히 하는데 사랑 받지 못하고 신뢰받지 못하는지 생각하고 원점에서부터 반성하고 서서히 바꿔갑시다. 쉬지 말고 바꿉시다. 하지만 급격히 바꾸지 않을 겁니다. 조용히, 차근차근 바꾸어 갑시다.
제가 여기 올 때 모 인사는 정신 바짝 차려라. '장관 바지저고리 만드는 데다', '뺑뺑이 돌린다', '한 6개월 돌리고 나면 뭐가 뭔지 모른다'. 그 때쯤 되면 장관이 바뀐다라고 했어요. 여러분, 저 뺑뺑이 돌리지 마십쇼. 바지저고리 만들지 말고 정말로 저하고 어깨를 마주치고 손발 잡고 서로 허리띠를 붙들어 메고 얽혀 있는 교육을 하나둘씩 풉시다.
대통령이 저보고 임기를 같이 하자 그랬어요. 하지만 저는 임기를 같이 해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옛날처럼 8,9개월만에 가진 않을 겁니다. 적어도 몇 년은 안 있겠어요. 제가 견딜 때까지 견딜 테니까 여러분들도 저를 대통령과 임기를 같이 하는 장관으로 만들어 주십시오. 그래서 노 정부가 물러갈 때 다른 건 몰라도 대한민국 교육 하나는 바로잡아 놓고 나갔다. 거기에 나와 교육부 직원들의 피땀 흘린 노력이 있었다는 역사의 기록을 원합니다. 도와주십시오.
시민들의 소리 학부형의 소리, 현장의 소리를 듣는 채널을 만들어서 유연하고 고뇌에 찬 국민들의 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는 그런 교육부로 거듭나시고 저도 노력할 테니까 여러분도 저를 도와주시고 함께 합시다.
제가 무얼 하겠다 공약하지 않겠습니다. 어제까지 인터뷰한 것은 교수로서 학부형으로서, 시민으로서 평소 생각을 이야기한 것입니다. 지금부터 이야기하는 것은 곧 교육부 정책에 직결되는 것이기 때문에
여러분께 쉽게 얘기하지 않겠습니다. 얘기를 듣고 천천히 생각할 것입니다. 오늘은 아무런 얘기하지 않고, '교육부, 저와 같이 다시 시작하자'라는 말씀으로 마무리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