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나라 때 강소성진택현동정서산(洞庭西山)에 살았던 장원(張源)이 지은 '다록(茶錄)'은, 당대에 정립된 덖음녹차(炒菁綠茶(초청녹차))의 진수가 실려 있는, 동시대에 쓰인 허차서의 '다소'와 쌍벽을 이루는, 명저이다.
1595년전후에 쓰여 진 이 책은 명대의 '다서전집'에 실려 있고, 청대의 '만보전서'등에도 실려 있는데, '만보전서'의 내용을 베껴 적은 것이 초의의 '다신전'이다.
초의는 '다신전 발문(茶神傳 跋文)'에서 "... 叢林或有趙州風而盡不知茶道,故抄示可畏.(절간에 퍼져 있는 조주다풍으로는 다도를 제대로 알 수가 없기에, 후학을 위해 베껴 썼다."라고 하였다.
초의는 서호용정(허차서는 절강인임)보다는 동정벽라춘이 우리차와 잘 어울린다고 판단하였고, 자유롭고 파격적인 조주차의 풍조보다는 명대 이후에 확립된 정확하고 구체적인 덖음녹차의 제법과 실용적인 생활다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중용에서, 성(性)은 하늘이 준 것이고, 도(道)는 성(性)을 따르는 것인데... 도(道)는 광대(廣大)하면서도 은미(隱微)하여, 필부도 알 수 있고, 성인도 모를 수 있다고 하였다.
다신전의 '다도편'에서는 "정성스레 만들고, 건조하게 보관하고, 청결하게 우린다. 이로써 다도가 다 이루어졌다.( 그러니, 딴소리는 하지 말라)"고 하였는데, 참으로 간단명료하다!
다신전(다록)에서는 다신(茶神)이여러번 언급되는데... 종합하면, "차의 천명(天命) 즉 차성(茶性)이 그 품성(品性)과 기질(氣質)에 따라 순조롭게 발현되면 그 신령(神靈)함이 차신(茶神)으로 드러나서, '맛있는 차'가 된다."라는 뜻 같다.
"차를 딸 때, 너무 이르면 차맛이 완전치 못하고 너무 늦으면 신령함이 흩어진다.(太早則味不全, 遲則神散.)"
"차를 만들 때, 불기운이 고르게 스며들면 색향이 완벽하고, 정성과 세밀함이 부족하면 맛의 신령함이 떨어진다.(火候均停, 色香全美, 玄微未究, 神味俱疲.)"
"차를 따를 때, 이르면 차맛이 드러나지 않고 늦으면 차내음이 먼저 달아난다.(早則茶神未發, 遲則妙馥先消.)"
"차를 마실 때, 차의 신선함과 물의 신령함이 중요한데, 차가 신선함을 잃고 물이 신령함을 잃는다면 구정물과 다를게 무언가?(飮茶惟貴乎茶鮮水靈, 茶失其鮮, 水失其靈, 則與溝渠水何異.)"
다신전에 있는마른차와 찻물의 빛과 맛과 내음에 관한 내용을 세밀하게 살펴보면, 당송대의 차에 대한 내용도 섞여 있는데, 이는 그 당시에도 과거의 차 제조법과 문화 유산이 남아 있었던 탓이리라.
다신전에서 차의 빛깔에 대해 말하기를,
"차의 빛깔은 신선한 연록색이 좋고, 찻물빛은 밝은 쪽빛이 좋다. 누런빛, 검은빛, 붉은빛이 섞여 있으면, 품질이 떨어지는 차이다. 흰 거품이 좋고, 연록색은 그저 그렇고, 누런 거품은 나쁘다.(茶以靑翠爲勝, 濤以藍白爲佳. 黃黑紅昏, 俱不入品. 雪濤爲上, 翠濤爲中, 黃濤爲下.)"
"변한 차는 마시지 말라. 차를 처음 만들었을 때에는 신선한 연록색 인데, 제대로 보관하지 못하면, 짙은 녹색으로 바뀌고, 누렇게 변했다가, 검게 변한다. 마시면 위를 차게 하고 수척한 기운이 쌓이게 된다.(茶變不可用. 茶始造則靑翠, 收藏不法, 一變至綠, 再變至黃, 三變至黑, 四變至白. 食之則寒胃, 甚至瘠氣成積.)"
아래는 올봄에 만든 고려다원 청차(靑茶, 우롱차)인데, 위의 기준에 따르면 마셔서는 안될 차이다. 16세기에는 아직 오룡차가 만들어지지 않았으므로 장백연은 보지 못한 차이다.녹차와 홍차의 경계에 있는 청차는 형색이 다채롭고 향미가 오묘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