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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 영화감상문
쓰나미에 쓸려나간 평범한 일상
- ‘해운대’를 보고-
오늘 미술학원이 끝나고 엄마가 영화를 보러 가자고 하셨다. 그래서 난 바로 요즘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해운대를 추천했다. 해운대는 우리나라의 부산 해운대에 쓰나미가 덮친다는 내용으로, 예고편으로 봐서는 훈훈한 생활과 숨을 앗아가는 액션이 어우러진, 정말 재미있는 내용일 것 같았다. 그리고 친구들도 모두 해운대를 보고서는 무척이나 재밌다고 해서 난 마침 해운대를 정말 보고 싶었던 참이었다. 그리고 해운대는 내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내가 생각했던 해피엔딩과는 다른 슬프고 감동적인 엔딩이었지만 말이다.
상영관 안에 들어서자 조금 떨렸다. 난 해운대처럼 약간은 무섭고 슬픈 영화를 영화관에서 본 적이 없었다. 물론 예고편에는 엔딩이 나오지 않았지만, 난 아이들의 말을 통해 해운대가 슬프게 끝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해운대는 말 그대로 서바이벌 이었다. 누가 성공하고 누가 실패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살고 누가 죽느냐였다. 그러는 사이에 영화가 시작되었다. 첫 장면은 폭풍에 휘말린 한 배가 구조되는데, 한 명만이 비극적으로 죽는 내용이었다. 죽은 사람은 연희의 아버지였고, 배의 선장이자 연희 아버지를 죽게 만든 실수를 한 사람은 만식이었다. 연희가 만시의 품에서 우는 장면이 나오고, 5년 뒤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 뒤로는 한참 만식이, 연희, 지민이 엄마 유진과 지민이의 아빠이지만 존재를 숨기고 있는 김휘 박사, 그리고 희미와 구조대원 형식의 웃기고 훈훈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사실 김휘 박사와 지민엄마 이유진의 이야기는 마음이 아팠다. 둘은 이혼한 사이, 사이에서 난 딸 지민이는 아빠의 존재를 모르고 산다. 난 그 이야기에서 김휘 박사가 불쌍했다. 딸 지민이를 눈앞에 두고도 아는 사람의 딸로 대해야 하는 심정이 어땠을까? 그러고서 미아가 된 지민이를 직계가족이 아니라는 이유로 유진에게 직접 데려다 주지 못했을 때에 마음이 찢어졌을 것 같다. 사실은 친아빠인데 말이다. 게다가 다시는 지민이의 삶에 간섭하지 말라는 유진의 따가운 말까지 듣고 말이다. 난 아이의 혼란을 원하지 않는다는 유진의 생각까지는 이해하겠지만, 김휘에게 그리도 쌀쌀하게 구는 모습을 괜히 밉고 이해가 가지를 않는다. 이혼을 했더라도, 그저 친한 친구 정도로 계속 같이 지낼 수 있었을 텐데. 아이를 빼앗긴 상황에 처한 김휘의 마음을 안중에도 없는 걸까?
만식이와 연희의 이야기가 가장 훈훈한 느낌이었다. 맛깔 나는 사투리를 쓰며 코믹의 절정에 이른 두 사람은 서로를 좋아하고, 마침내 만식이가 불꽃축제를 하는 날 연희에게 프러포즈를 한다. 연희는 활짝 웃으며 다음 날 아침에 자신의 배에 빨간 리본이 달려 있으면 긍정적인 답을 한 거라고 생각하라고 한다. 하지만 이동춘이 연희의 아버지가 5년 전 그 폭풍 안에서 만식이의 실수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하고, 만식은 다음 날 배에 리본이 달려있지 않은 것을 보고 절망한다. 그 다음 컷은 연희가 빨간 리본을 들고 울고 있는 모습이다. 난 이 이야기에 마음이 저렸다. 5년전의 과거 때문에 서로를 좋아하면서도 서로를 밀어낼 수밖에 없는, 그 사람들의 이야기와 말들, 웃음이 감동적이었다.
“연희야, 사랑한데이....”
“오빠야 지금 모하노?”
“...프로뽀즈 하는 거 아이가....”
“내일 내 배에 빨간 리본이 붙어있으면 답 한 걸로 알아라.”
“그냥 지금 말해 주지....”
불꽃놀이를 배경으로 한 이 대화가 웃기면서도 너무 맘에 들었다.
하지만 이 시간 만식의 동생 형식이는 즐겁지 않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구조대원인 형식이는 어느 날 요트에서 실수로 바다에 빠진 희미를 구출한다. 인공호흡을 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인공호흡을 하고 있는 형식이의 아랫입술을 희미가 깨어나 깨물고, 그에 작은 몸싸움이 일어나는 것으로 둘의 인연이 시작된다.
“놔라! 이 가시나야~~~”하며 희미의 얼굴을 퍽퍽 치는 형식. 결국 희미의 눈에 멍이 든다. 희미는 얼굴 물어내라며 형식을 찾아오고, 둘은 가까워진다. 하지만 이때 희미를 꼬시려다 희미가 형식을 좋아하게 되는 바람에 실패한 한 건달이 형식에게 자기는 희미의 약혼자라고 거짓말을 하고, 형식은 희미에게 속았다는 느낌에 희미에게 다시는 나타나지 말라고 하고선 터덜터덜 걸아가는데, 불꽃놀이가 시작되는 것이다. 불꽃놀이를 하는 날이 둘이 헤어지는 날이 아니라 함께 있는 날이었다면 얼마나 행복했을까? 난 이 둘의 이야기가 가장 재미있고 마음에 와 닿는다. 그 건달 함께 ‘약혼’얘기를 짠 희미의 두 친구는 얄밉기만 할 뿐이다.
이 날로 훈훈함과 코믹은 끝, 이제 서바이벌의 시작이었다. 김박사는 이미 한참 전부터 메가 쓰나미를 예상하고 있었지만, 상위에서는 대피령을 내리는 것을 거부한다. 결국 대피령을 내렸을 때에는 10분 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 이때 난 마음이 졸여와 죽는 줄 알았다. 이미 그 훈훈하고 감동적이 스토리와 그 주인공들에게 매료되어 등장인물들과 친해져 버렸는데,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어쩌나 하며 마음이 졸여왔다.
김휘 박사는 대마도 서쪽이 무너지고, 쓰나미가 한반도를 향해 달려오고 있는 것을 발견한다. 결국 일이 터졌구나, 생각하며 어서 긴급 대피령을 내리라고 하지만, 위에서 대피령을 내리지 않고 있다가 결국 대피령을 내렸을 때에 남은 시간은 10분! 대피령을 들은 피서객들은 우물쭈물 피하고 있다가 순간 땅이 흔들리고, 저 멀리 거대한 파도가 보이기 시작하지 사람들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친다.
난 김 박사가 상사를 설득시키는 모습을 볼 때 화가 치밀었다. 상사는 그러다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으면 어쩌냐고 하는데, 아마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면 어떤 일이 일어날지 생각은 해보지 않았나보다. 또 일을 보러 호텔에 지민이 혼자 두고 온 지민이 엄마 유진은 김 박사에게 지민에게 가달라고 부탁을 한다. 김 박사에게는 사정이 있어 가지 못한다고 하지만, 사실을 지민이에게 가다가 물이 차오르고 있는 호텔 엘리베이터 안에 갇혀있었다. 난 어린 지민이를 혼자 두고 나간 유진이 원망스러우면서도 지민이를 내버려두고 자신을 구하러 올까봐 자신이 있는 곳을 말하지 않은 것은 감동적이다.
그 때 희미는 그 ‘건달’과 함께 요트를 타고 있었다. 바다 멀리 나와있었던 그들은 쓰나미 경보를 듣지 못했고, 결국 119에 도움을 요청해서 형식이 포함된 구조대가 그들을 구하러 출동하게 된다. 파도치는 바다 위에서 그들은 마침내 그들의 마음을 확인한다. 희미를 먼저 헬기로 올려보내고, 건달과 함께 올라가는 도중에 형식과 건달이 매달려 있는 벨트가 망가진다. 형식은 혹시 한 명을 올릴 수 있겠느냐고 물어보고, 헬기에 타 있던 후배 구조대원이 그럴 수 있겠다고 대답하자, 평소에 희미가 가지고 싶어 했던 자신의 시계를 건달에게 전해달라고 한 후에 바다로 뛰어든다. 웃는 모습으로 손을 흔드는 형식을 파도가 와서 덮어버린다. 난 정말 이 장면을 봤을 때처럼 영화관에서 운 적이 없다. 자신을 속인 건달을 위해 목숨을 던진 형식이 너무 불쌍하고, 존경심이 생겼다. 나라면 절대 그러지 못했을 것이다. 아니, 희미와 건달을 구하기 위해 헬기에서 바다로 뛰어내리는 것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와중에 만식과 연희는 쓰나미로부터 도망치고 있다. 길을 한참 달리다 파도가 너무 가까이 다가오자, 만식은 연희를 밀려오는 파도와 그것이 쓸고 온 자동차와 잡동사니들을 피해 전봇대 뒤로 끈다. 그런데 그 파도에 전봇대 하나가 쓰러지고, 전봇대는 망가져서 전기가 튀고 있다. 그것을 본 만식은 연희를 전봇대 위로 빨리 올리고, 자신도 올라간다. 만식이 발을 물에서 빼는 순간에 전깃통에 물에 닿고, 사람들이 감전이 된다. 그 장면은 끔찍해서 난 한참 옆에 앉아 있는 엄마의 품에 얼굴을 파묻었다. 둘이 겨우 살아난 것 같으니까 이번에는 유리창이 위에서 떨어져 만식을 덮친다. 유리창 자체 때문에는 다치지 않았지만, 전봇대에서 떨어져 파도에 쓸려 내려간다. 난 그때 엄마의 손을 꼭 잡았다. 형식이도 바다에 묻혀버렸는데, 만식이나 연희에게까지 무슨 일이 생기면 난 영화를 보고 나서도 한참 부들부들 떨 것이었었다. 하지만 만식이의 작은아버지가 만식이를 잡아주고, 조금 후에 떠내려오는 커다란 상자에 맞아 전봇대에서 떨어진다. 상자와 만식의 작은아버지가 부딪히는 장면이 아직도 생생하다.
김휘 박사는 17층을 계단으로 뛰어올라 지민이가 있는 방으로 가는 데에 성공한다. 하지만 쓰나미 파도가 부딪혔는지 창문은 깨져 있고, 물이 창문으로 흘러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물의 흐름 속에서 지민이가 인형을 안고 울며 발버둥치고 있었다. 김휘박사는 간신히 헤엄을 쳐 지민이가 창문 밖으로 떨어지는 순간에 지민이의 한쪽 팔을 붙잡는다. 옥상에 올라간 김휘는 엘리베이터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유진과 재회하고, 지민이를 헬기에 태우는 데에 성공한다. 하지만 다른 헬기가 와서 그들을 구해주기 전에 거대한 쓰나미 파도가 그들을 덮치고 만다. 난 이들이 죽은 것이 슬프면서도 서로 화해하고, 서로의 품에 안겨 죽었는데다 지민이는 살았으니 불행 중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쓰나미가 덮치고 나서 후의 이야기를 보다가도 슬펐다. 난 정말로 그렇게 영화관에서 울어본 적이 없다. 희생당한 구조대원들의 장례식에 있는 형식의 사진, 지민이의 할머니가 피해자 애도하는 곳에 놓는 유진과 김휘의 사진, 만식이 어머니가 연희를 며느리를 받아들여주는 모습, 동춘이 자신의 구두를 사 주려 여행을 미루고 해운대에 남아있다가 돌아가셨다는 것을 알고 우는 모습, 지민이와 가까스로 살아남은 만식이 아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등 다시 평화로 돌아왔지만, 다시는 같아질 수 없는 생활을 보니 슬프고, 살아남은 사람들이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기뻤다.
영화 중 가장 웃겼던 부분은 만식이가 술을 먹고 야구장에서 난동을 벌이는 장면이었다. 야구장과 관중석을 분리하는 데에 얼굴을 붙이고 함성을 질러대는가 하면 머리에 비닐봉투를 묶고 야구선수에게 욕을 해댄다. 가장 슬픈 장면은 누가 뭐래도 안정요원 최형식이 바다에 빠지는 장면이었다. 가장 훈훈했던 장면은 만식이 연희에게 프로포즈를 하는 장면이었다. 연희가 앉아 있는 의자 앞에 하트 모양으로 촛불을 켜 놓고, 배경에서는 불꽃놀이를 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웃음과 슬픔을 함께 주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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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소윤이가 쓴글이 최고 인기글이되었구나 !
정말 제미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