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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기품 풍기는 '한국의 美' 김영택의 펜화로 보는 한국⑮ / 문경 봉암사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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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3월 초, 양산 통도사에서 1년 넘게 살며 작업하던 통도사 건축문화재 펜화 수록 작업이 끝나갈 무렵 문경 봉암사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봉암사 그림을 그려 판화본으로 100점을 만들어 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었습니다. 당시 봉암사에는 조실로 계신 서암(西庵) 스님이 연로하여 입적이 가까워졌는데, 서암 스님은 조계종 종정까지 지내신 큰스님이라 입적을 하시면 찾아올 수천 명의 문상객을 위하여 임시 공양간을 지어야 하는데 공사비 마련이 여의치 않았던 것이지요. 봉암사는 조계종의 특별선원으로 스님들이 수행만 하는 기도처여서 일반인은 사월 초파일 외에는 들어갈 수 없는 곳이라 신도의 수가 적습니다. 그런 사정 때문에 보시금(布施金) 모금을 위해 특별한 답례품이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봉암사 그림을 그리고 싶던 차에 쉽게 들어갈 기회가 생긴 셈이라 두말 않고 승낙을 했습니다.
봉암사 일주문은 화려하지 않으면서 기품이 있습니다. 울퉁불퉁한 원목을 가공하지 않고 그대로 쓴 기둥에선 친근미가 우러납니다. 한국 건축미의 특성이 그대로 담긴 수작입니다. 인공미가 적을수록 사람의 마음은 편해지게 마련이지요. 관광객이 없어 한적한 길에 호젓하게 서있는 일주문과 계곡, 숲이 너무 잘 어울리기에 화폭에 담아보았습니다. 왼쪽에 있는 나무의 가지가 일주문을 많이 가리기에 왼쪽으로 더 옮겨 그려서 일주문이 제대로 보이게 하였습니다. 펜화의 장점이지요. 일주문 그림이 완성된 다음날(3월 29일) 서암 스님이 입적하셨습니다. 스님은 열반송을 묻는 제자들에게 ‘그 노장(老長), 그렇게 살다갔다 해라’고 하셨답니다. 깨달음을 위해 치열하게 사신 스님다운 말씀이셨습니다. 스님의 상여가 일주문 앞에서 마지막을 고할 때 스님의 말씀이 그 어떤 열반송보다 가슴 깊이 울렸습니다. 일주문 그림은 2004년 6월 서울 인사동 학고재에서 개인전을 열었을 때 도록의 표지에 올릴 만큼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인데, 신심 깊은 불자로 소문난 여자 탤런트 K씨가 주인이 되었습니다. 그도 인연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를 쓰는 분이 그림을 보고 ‘물소리 바람 소리가 들리는 이야기가 담긴 그림’이라고 평을 하시더군요. 통도사 스님들은 ‘통도사에 살면서 부처님 가피를 받아서 나온 작품’이라고 합니다. 자화자찬이 좀 심했나요. 100여명 스님 정진하는 최대 선원
대웅보전 앞마당에는 좌우에 노주석 두 개가 있습니다. 야간 행사 때 관솔불을 피워 마당을 밝히던 시설인데 전깃불에 임무를 넘기고 작은 소나무까지 자라는 화분이 되었습니다. 금색전 앞의 삼층석탑은 보물 제169호로 상륜부가 온전하게 남아있는 귀중한 탑입니다. 기단이 무척 넓고 배례석까지 갖추었습니다. 절 뒤편에 883년에 세운 지증대사 부도(보물 제137호)와 부도비(보물 제138호)가 있는데 부도는 적조탑(寂照塔)이라고 합니다. 규모가 큰 부도로 조각이 선명하며 아름답습니다. 특히 중대석에 새긴 사리함, 공양상과 주악상은 다른 부도에서는 볼 수 없을 만큼 조각이 세련되었습니다. 8각 몸돌의 앞뒤에 자물쇠를 단 문을 새겨서 부도 안에 큰스님이 계신다는 의미를 부여하였고, 사천왕으로 호위를 시키고 두 명의 보살을 배치하였습니다. 부도비를 적조탑비라 하는데 높이가 273㎝에 달하는 큰 비석입니다. 거북 머리가 당당하고 비머리도 조각이 훌륭합니다. 정진대사 부도는 절 동쪽 산기슭에 있는데 지증대사 부도를 모방한 모양이 역력합니다. 원오탑(圓悟塔)이라고 하는데 조각을 대폭 생략한 중대석이 특이합니다. 보물 제171호로 높이가 5m에 달하는데 넓은 기단 위에 우뚝 서있어 장대한 느낌을 줍니다. 부도비는 훨씬 밑에 세웠는데 보물 제172호로 높이가 270㎝입니다. 봉암사는 국내 최대의 선원으로 100여명의 스님이 밤낮으로 화두(話頭)를 들고 참선(參禪) 수행을 합니다. 깨닫는 길은 참으로 어려운 길이어서 용맹정진, 치열하게 수행을 하다 몸을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식사 후에 운동 삼아 몇 십 분씩 걷는 스님들이 많습니다. 포행이라고 하는데 봉암사 스님들이 많이 이용하는 코스가 정진대사 부도탑이 있는 동쪽 언덕과, 반대로 마애보살좌상이 있는 서쪽의 백운대 계곡입니다.
계곡을 따라 솔잎이 쌓인 산길을 십여 분쯤 걸으면 폭포가 쏟아지는 넓은 바위를 만납니다. 백운대라고 하여 봉암사에서 가장 경치가 좋은 곳으로 맑은 물이 흐르는 너럭바위 위에 높이 4.5m의 마애불이 서있습니다. 얼굴은 도톰하게 양각을 하였으나 몸은 선으로 처리하였습니다. 입은 작으나 원만한 인상입니다. 白雲臺(백운대)라는 암각 글자는 최치원(崔致遠)의 글씨라고 전하는데 확실하지는 않답니다. 펜화가의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사월 초파일날 찾아가 보십시오. 여느 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맛보실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림ㆍ글ㆍ사진=김영택 펜화가(honginart@hanmail.net) |
첫댓글 김영택 펜화가는 청해선사를 스승으로 계율을 정히 지킨다. 예를 들어 젖갈 넣은 김치는 물에 씻어 먹고 멸치넣은 국물도 먹지 않는다. 60의 나이라고는 믿을 수 없다. 그래서 한국의 아름다움을 펜 끝으로 이렇게 섬세하게 그릴 수 있나보다. '봉암사 일주문'그림은 서울 학고당 전시회 때 고두심 탈렌트가 구입했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