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현정은 올해 최고의 순간을 만끽했다. 드라마 ‘선덕여왕’으로 인기 절정에 올랐다. 영화 ‘여배우들’에선 그간 감추어졌던 맨얼굴을 드러냈다. 내년 베를린영화제에도 초청됐다. [연합뉴스]
배우 고현정에게 올해는 최고의 해다. 2009 최고의 드라마 ‘선덕여왕’의 미실 역으로 유례없는 카리스마를 선보였다. 선과 악, 욕망과 대의가 공존하는, 전례를 찾기 힘든 여걸 캐릭터였다. 홍상수 감독과 두 번째로 손잡은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에선 농익은 천연덕스러움을 선보였다.
10일 개봉하는 ‘여배우들’(감독 이재용)은 또 한번 고현정을 각인시킬 영화다. 6명의 여배우가 잡지 화보를 찍는 하루를 통해 화려한 스타의 이면에 감춰진 질투·욕망·불안 등 배우의 맨얼굴을 보여준다. 윤여정·이미숙·고현정·최지우·김민희·김옥빈 6명의 배우가 실명 그대로 출연했다. 일종의 리얼리티쇼 같은 영화에서 배우들은 실제와 허구 사이를 절묘하게 오간다. 극중 연하 애인을 둔 이혼녀를 연기한 고현정은, 후배 최지우에게 시비를 걸고 이혼에 대한 속내를 털어놓다가 울컥하기도 한다. 1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고현정을 만났다.
-영화에 어떻게 참여하게 됐는지.
“사적 친분이 있는 이재용 감독과 얘기하다 즉흥적으로 이뤄졌다. 남자배우들은 야구단도 있는데 왜 여배우들은 못 모이느냐 하길래, 여배우도 가능하다, 나도 할 수 있다, 이러면서 시작됐다. 평소 내 모습이 많이 투영됐다. 쓸데없이 욱하는 성질 같은 것들.”
-대본은 어떻게 짰나.
“감독의 원안에 배우들의 생각, 주변의 여러 에피소드를 덧붙였다. 가령 극중 김옥빈이 나를 선생님이라고 불러서 ‘나 선생님 아냐’라며 불편해하는 부분은 실제 모 선배님의 일화다. 이미숙 선배가 이혼 전 현정에게 “할 말은 하고 살지”라고 하는 했던 에피소드는, 실제 이미숙 선배님이 내게 했던 얘기다.”
-관객은 극중 고현정을 실제 고현정에 겹쳐 볼 수밖에 없다.
“이건 영화다. 촬영 과정에서 최대한 캐릭터의 리얼함을 살리자고 되레 욕심을 부렸다. 현정의 집에서 연하 애인이 트렁크 바람으로 돌아다니는 장면을 찍자고 먼저 제안했다가, 주변에서 만류한 적도 있다. 사실 사적인 자리에서 하는 얘기가 영화화되는 거니까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내가 아무리 예쁜 모습을 보이고 싶어해도 누군가 가장 미운 곳만 보는 사람도, 오해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다.”
-‘남성의 영원한 로망’ 이미지에서 부담 없는 언니 이미지로 돌아선 듯 하다. 이 영화에서도 코를 푼다든지, 이른바 망가지는 장면이 많다.
“점차 아줌마가 돼가는 걸 거다. 이 영화 찍을 때가 ‘무릎팍 도사’ 출연 직후였다. 평소 알레르기 비염이 있는데 ‘무릎팍 도사’ 찍으면서 그걸 일일이 통제할 수 없어, 방송엔 안 나가겠지 하면서 코를 풀었는데 전부 방송에 나왔다. 이번 영화도 어떤 장면은 너무 망가졌다 싶지만 그게 날 편하게 하는 지점도 있다.”(웃음)
-감독은 이 영화를 즉흥성이 돋보이는 재즈에 비견했다.
“연극처럼 한번에 후르르 가는 연기였다. 사방이 거울인 분장실이 무대이고 카메라가 5~6대니까 거울에 카메라가 걸리면 안됐고 NG가 나도 상황이 복잡했다. 가급적 원 테이크(One-take)로 가야 했다. 배우들끼리 미리 합을 맞추기는 하지만 누군가 대사를 칠 순서를 잃기라도 하면 다른 배우가 힌트를 주면서 대사를 유도했다. 한 여름에 겨울 옷 입고 서로의 도움 없이는 촬영 자체가 아예 불가능할 정도여서 배우들끼리 질투, 기 싸움할 여지도 없었다. ”
-마지막 술 마시는 장면은 정말 리얼했다.
“실제 술을 마셨지만 가장 술 취한 것으로 나오는 내가 가장 멀쩡했다. 멀쩡해 보이는 김민희씨가 제일 많이 취했다. 윤여정·이미숙 두 선배님은 큰 액션이 없어서 나만 주책을 떠는가 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까 확실하게 축을 잡아주셨다.”
첫댓글 이 영화 같이 보면 좋겠어요...
남배우들.... 이런 영화는 안나오나요 ㅎㅎ
우리가 만들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