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늘 경쟁사와의 ‘차별화’를 고민합니다. 하지만 기술 개발이 진전될수록, 품질은 점점 더 비슷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고 자사제품이 차별성 없다고 투덜댄다면, 스스로 서툰 마케터임을 고백하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진짜 마케팅 고수들은 작은 차이를 가지고도 소비자의 마음속에 커다란 차이로 자리 잡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어떻게 하는 걸까요? 차별화의 비결을 들여다본 책, <나음보다 다름>을 통해 그 답을 찾고자 합니다.
흔히, 차별화라 하면 무조건 새롭고 획기적인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적 차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인식의 차이’입니다. 사람들의 마음에 어떻게 각인되느냐가 실은 더 중요하죠. 일류대 출신이 반드시 더 좋은 직장을 구하는 것도 아니고, 미인이 꼭 좋은 배우자를 만나는 것도 아닌 것처럼,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제품이 반드시 세계 최고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더 중요한 것은 마케팅 전략의 문제입니다. 맥도날드의 CEO, 레이 크룩은 미 전역의 6천여 개 매장을 방문할 때마다 하는 말이 있습니다. ‘잊지 마세요. 우리는 햄버거 비즈니스를 하는 게 아니라, 쇼 비즈니스를 하고 있습니다.’ 맥도날드는 창업 이래로 신속함, 서비스, 청결, 가치를 뜻하는 ‘QSC&V’를 모토로 삼았는데요. 그걸 추구했을 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실제로 느끼도록 정성을 기울였습니다. 즉, 청결 자체만이 아니라 청결을 보여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간파한 것입니다.
그렇다고 ‘품질이 중요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일단 최소량의 법칙을 충족시켜야 합니다. 최소량의 법칙은 독일의 식물학자 리비히가 만든 개념입니다. 식물이 자라는 데 필요한 탄소, 수소, 질소 등 10가지 원소 중에 하나라도 부족하면 결핍된 원소 양에 의해 식물 성장이 제한된다는 겁니다. 제품도 결정적인 단점을 보완하지 않으면, 그 수준에서 멈춰 설 수밖에 없죠. 하지만,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갖췄다면 ‘조금만’ 달라도 시장을 지배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아마존 닷컴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경쟁사보다 10배 성장하길 원한다면 10%만 달리하면 된다.”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작은 차이를 어떻게 두드러진 특징으로 인식시키느냐가 관건입니다.
어떻게 다름을 만들 것인가?
가격경쟁력도 차별화 포인트 중 하납니다. 저가전략은 진입장벽이 낮은 대신에 성공하기가 어려운데요. 그런데도 성공한 브랜드가 있습니다. 펭귄 북스, 빅 볼펜, 무인양품, 미샤 화장품 등입니다. 이들은 저가전략과 함께 소비자가 찾는 최적의 가치를 제공했기에 성공했습니다. 미샤는 디자인과 포장에 많은 신경을 썼고, 로고도 고품질로 갔습니다. 고객의 입장에선 싸구려를 사는 것이 아니라, 재미로 사는 것 같은 기분을 전해줬습니다. 아우디는 사륜구동, 즉 콰트로로 유명합니다. 하지만 기술혁신이 다가 아니었습니다. 스포티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차별화해 좋은 품질은 물론이고, 이른바 아우디만의 ‘감성품질’을 구현합니다. 그 결과 과거 ‘가난한 사람들의 벤츠’라고 불리던 저가 브랜드에서 완전한 프리미엄 브랜드로 등극할 수 있었습니다. 차별화를 위한 모든 노력은 결국 ‘이미지’로 귀결됩니다. 저자는 열심히 품질 개선에만 매달리면서, ‘언젠가 기술력에 대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안이한 태도라고 비판합니다. 마케팅이 달성되는 최고의 가치는 경쟁력 있는 이미지이며, 그것이 하나의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된다면 그 어떤 것도 무너뜨리기 어려운 진입 장벽을 형성하게 됩니다.
어떻게 다름을 보여줄 것인가?
한 번은 영국 왕세자비, ‘케이트 미들턴’이 중저가 브랜드 ‘자라’의 49.99파운드짜리 블루드레스를 입고 대중 앞에 섰습니다. 그 모습은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관심을 끌었고, 많은 사람을 자라 매장으로 몰려들게 하였습니다. 보통 의류업체라면 전 매장에 그 옷을 전진 배치하고, 총력전을 다해 많은 물량을 공급 했겠지만 자라는 달랐습니다. 매장에 조금 남아있던 그 드레스를 철수시켜 버립니다. 케이트 미들턴의 드레스는 나온 지 3주가 넘은 제품이라, 아직 매장에 남아있다면 최신 유행을 추구하는 이미지와는 어긋나기 때문이었습니다. 단, 그 옷을 찾는 고객들에게 케이트 미들턴이 한 달 뒤에 입을 것 같은 옷을 추천해줬다고 합니다. 이렇게 쌓인 최신 트렌디한 이미지 덕분에 자라의 고객들은 연평균 17회나 매장에 들린다고 합니다. 샤넬 고객이 일 년에 세 번 방문하는 것과 비교됩니다. 자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소비자의 마음속에 차별화를 심는 요소엔 세 가지가 있다고 저자는 설명합니다. 바로 최초, 유일, 최고의 이미지입니다. 최초의 이미지는 가장 먼저 시작했다거나(딤채), 최신의 신선한 제품(자라, 총각네 야채가게, 사본), 시대에 맞는(더바디샵, 프라이탁, 에이솝) 제품 등이 해당되고요. 유일한 이미지는 독특한 디자인(미샤, 하바이아나스, 더치보이, 뱅앤올룹슨)을 갖거나, 전문업체의 이미지(펭귄북, 고어텍스,스타우브, 키엘), 생산에 직접 참여하는 독특함(콜드스톤,브롬턴, 조말론)을 통해 달성됩니다. 최고의 이미지는 점유율 1위(월마트, 닛신, 팸퍼스), 유명인들이 사용하는 제품(캐나다구스, 루이비통), 혹은 전통 있는 제품(카로노 우동, TWG, 티파니)이라는 방식으로 호소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다름을 유지할 것인가?
한 번 차별화에 성공했다고 해도 뒷심 부족으로 추락하는 기업도 많습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다름을 유지할 것인가가 입니다. 질레트 면도기, 아이보리 비누, 코카콜라, 캠벨 수프, 립톤 차, 이것들은 1925년도 소비재 부문의 1위 제품들인데요, 90년이 지난 지금도 1위입니다. 저자들은 “브랜드를 띄우는 능력과 유지하는 능력은 다르므로 본질을 지키되 껍질은 계속 바꾸라”고 말합니다. 마케터가 관리해야 하는 브랜드란 단순한 브랜드명, 제품이 아니라, 바로 그 제품의 컨셉이며, 철학이 실려야 브랜드가 장수합니다.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브랜드에 의식을 탑재하여 ‘생각 있는 브랜드(thoughtful brand)’를 만들자는 것이 이 책의 결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