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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주현대불교 원문보기 글쓴이: 염화미소
7월29일부터 도로명 새 주소 도입으로 불교에서 유래한 지명 200여곳이 무더기로 사라질 위기에 처하자 조계종이 대책 마련에 나섰다.
조계종 자성과쇄신결사추진본부(본부장 도법 스님)는 7월11일 각 교구본사에 ‘새 도로명 제정에 대한 협조 요청’ 공문을 발송했다.
결사추진본부는 공문에서 새 도로명 제정에서 불교 지명이 제외된 이유를 “의도적”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수백년 불러온 지명이 하루아침에 없어지는 등 전통이 무너지는 점”을 문제로 인식하고 사태파악에 착수했다.
각 교구본사가 위치한 지자체의 새 도로명에서 없어진 불교 지명과 부적절한 도로명 게재로 시정이 필요한 상황을 파악해 7월20일까지 회신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에 공문을 발송, 이의신청기간을 연장하거나 2013년까지 옛 주소와 함께 새 도로명 주소를 병행하는 방안도 제안할 방침이다.
결사추진본부 사무총장 혜일 스님은 “회신된 자료를 토대로 7월22일까지 현황 파악을 마무리 지을 것”이라며 “일단 새 도로명주소 시행 자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 도로명 주소 시행의 근거인 ‘도로명주소법’ 자체를 바꾸는 노력도 전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의 새 주소 정책인 도로명주소는 2008년 10월21일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에서 시작됐다. 이어 2010년 10월18일 행정안전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2011년 7월까지 새 주소를 확정해 2012년 1월1일부터 사용한다고 밝혔다. 지번주소를 도로명주소로 바꾼다는 정책이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번주소란 토지를 필지 단위로 나눠 부여한 지번을 이용, 토지 중심으로 사용하는 주소다. 도로명주소는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주된 구성 요소로 건물중심으로 사용하는 주소다.
새 도로명주소에서는 기존 주소에서 사용하던 동, 리, 지번을 사용하지 않는다. 시/도, 시/군/구, 읍/면은 그대로 사용한다. 예를 들면 ‘서울특별시 강남구 삼성동 000번지 00빌딩 0호’에서 ‘서울특별시 강남구 남부순환로 000’로 주소가 바뀐다.
새 주소인 도로명주소는 7월29일 전국에서 동시에 고시돼 법정 주소로 효력을 발휘한다. 단 올해 12월말까지만 새 주소와 옛 주소(지번 주소)를 함께 사용하기로 한 것과 관련 ‘2013년 12월31일까지’ 2년 연장됐다.
그러나 문제는 새 도로명주소를 부여하면서 지역의 전통과 역사, 문화가 배제됐다는 점이다. 특히 1700여년 한국 역사와 문화를 지탱해온 불교가 지명에서 대거 삭제됐다.
본지가 서울특별시 도로명주소 안내시스템을 통해 조사해본 결과 견지동에 위치한 조계사와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은 ‘서울특별시 종로구 우정국로 55’로 바뀐다. 불교 행정 1번지였던 ‘견지동’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강북구 대표 사찰 도선사의 경우는 ‘서울 강북구 우이동 264번지’에서 ‘강북구 삼양로 173길 504’로 지명이 바뀐다. 이미 알려진 대로 ‘화계사길’은 ‘덕릉로’로, ‘보문사길’은 ‘지봉로’로, ‘흥천사길’은 ‘아리랑길’로 변경된다. 대구시도 사찰 이름을 딴 도로 3곳 이름이 지역 문화와 역사가 희미한 명칭으로 바뀐다. 대구 동구 도학동 ‘동화사길’은 ‘팔공산로 201길’로, 달성군 화원읍 ‘화장사길’은 ‘비슬로 522길’, 달성군 논공읍 ‘용화사길’은 ‘노이길’로 각각 대체된다.
2009년부터 불교 지명을 조사해온 전 농협대 교수 박호석(63, 성림) 법사는 정부의 새 주소 정책으로 “사라지는 불교 지명이 전국에서 200여곳에 이를 것”이라고 밝혔다.
박 법사는 7월12일 본지와 통화에서 “급히 조사한 결과 삭제될 위기에 처한 불교 지명이 90여곳”이라며 “지명에는 역사와 문화가 녹아있다. 이를 무시한 정책은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성토했다. 박 법사에 의하면 사라지는 불교 지명은 지역 역사와 문화가 반영됐다. 성동구 도선동(道詵洞)은 도선대사의 전설이 전해지면서 지명으로 정해졌고 강북구 미아동(彌阿洞)은 미륵불과 아미타불이 있던 미아사라는 절에서 지명이 유래했다고 했다.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埋香里)의 경우 묻을 매(埋)와 향기 향(香)을 쓴 이유가 환생시기를 모르는 미륵불이 사바세계에 몸을 나툴 때 향을 피우기 위해 미리 향을 묻은 곳이란 뜻의 지명이었다. 하지만 도로명주소에서는 매화 매(梅)와 꽃 화(花)를 써 '매화로'로 지명을 바꿔 아예 역사와 문화를 은폐했다는 게 박 법사의 지적이다.
특히 박 법사는 “새 주소에서 불교를 뺀 것이 종교편향적 사고였다면 이명박 정권은 바미안 석굴 대불을 파괴한 탈레반 정권과 다를 바 없다”며 “수행, 생명, 문화, 나눔, 평화 등 5대 결사를 추진하는 종단이 강력한 대정부 투쟁을 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울분을 토했다.
불교계에서는 정부의 새 주소 정책이 “현 정권의 불교말살”이라는 날선 비판이 제기됐다.
실천불교전국승가회(대표 퇴휴 스님)는 7월12일 성명에서 “정권 초기부터 전자지도 알고가에서 사찰을 누락시키는 등 민족문화와 불교말살 정책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있다”며 “종교와 전통문화의 차이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하는 무지한 정권”이라고 비꼬았다. 또 “일제시대 민족문화 말살 정책 중 하나인 창씨개명과 도로명 주소 개편작업이 같다”며 민족문화수호에 대한 조계종의 의지를 촉구했다.
정부는 하반기부터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등 소지하고 있는 증명서도 도로명주소로 변경을 추진 중이다. 이렇게 되면 주민등록증에 게재된 주소가 ‘목포시 죽교동 178-1번지’인 경우 ‘목포시 000로’로 바뀐다. 동과 리(里) 단위의 고향을 가진 국민들의 고향 주소가 사라지는 것도 시간문제다. “고향이 없어지는 사태가 벌어지는 등 국민정서에 반하는 정책이며 악법”이라는 게 결사추진본부 사무총장 혜일 스님 지적이다.
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박호석 법사가 조사한 삭제 위기 불교 지명
서울특별시 성동구 도선동(道詵洞)
서울특별시 은평구 신사동(新寺洞)
서울특별시 구로구 천왕동(天旺洞)
서울특별시 강북구 미아동(彌阿洞)
부산광역시 연제구 연산동(蓮山洞)
인천광역시 강화군 양도면 도장리(道場里)
인천광역시 옹진군 백령면 연화리(蓮化里)
대전광역시 동구 내탑동(內塔洞)
대전광역시 대덕구 법동(法洞)
대전광역시 중구 대사동(大寺洞)
광주광역시 서구 염주동(念珠洞)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대자동 ←大慈寺
경기도 광명시 노온사동 ←老溫寺
경기도 광주시 퇴촌면 관음리 ←觀音寺
경기도 동두천시 탑동동(塔洞洞)
경기도 양주시 회천읍 회암리 ←檜巖寺
경기도 이천시 장호원읍 노탑리(老塔里)
경기도 이천시 호법면(護法面) *戶法으로 씀.
경기도 평택시 청북면 후사리(後寺里)
경기도 평택시 포승면 도곡리(道谷里)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埋香里) *梅香으로 씀.
강원도 양양군 서면 서림리 ←西林寺
강원도 영월군 수주면 법흥리 ←法興寺
강원도 춘천시 북산면 청평리 ←淸平寺
강원도 화천군 하남면 계성리 ←啓星寺
충청북도 음성군 삼성면 대사리(大寺里)
충청북도 제천군 백운면 도곡리(道谷里)
충청북도 제천군 수산면 다불리(多佛里)
충청북도 충주시 신니면 견학리(見鶴里) *見佛과 학성을 합친 이름.
충청북도 충주시 연하하남길 *‘연하’가 ‘보련(寶蓮)’과 ‘하남’을 합친 이름이므로 ‘보련 하남길’이라 해야 함.
충청남도 논산시 광석면 이사리(梨寺里)
충청남도 당진군 면천면 율사리(栗寺里)
충청남도 보령시 남포면 제석리(帝釋里)
충청남도 부여시 내산면 천보리 ←天寶寺
충청남도 부여시 석성면 정각리 ←正覺寺
충청남도 부여시 은산면 각대리 ←崇覺寺
충청남도 서천군 기산면 황사리(黃寺里)
충청남도 양촌면 거사리(居士里)
충청남도 홍성군 결성면 무량리(無量里)
전라북도 군산시 회현면 고사리(古寺里)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대불리(大佛里)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미천리(彌川里) *美川으로 씀.
전라북도 무주군 설천면 청량리(淸凉里)
전라북도 익산시 왕궁면 용화리(龍華里)
전라북도 전주시 덕진구 여의동(如意洞)
전라북도 정읍시 정우면 대사리(大寺里)
전라남도 담양군 창평면 장화리 ←華陽寺 *‘장전’과 ‘화양’을 합친 이름.
전라남도 보성군 문덕면 봉갑리 ←鳳岬寺
전라남도 순천시 주암면 대광리 ←大光寺
전라남도 영광군 백수면 죽사리(竹寺里)
전라남도 완도군 군외면 불목리(佛目里)
전라남도 임실군 관촌면 도봉리 ←道峰寺
전라남도 화순군 이서면 보산리 ←寶安寺
경상북도 경주시 황용동 ←黃龍寺
경상북도 군위군 부계면 대율리 ←大栗寺
경상북도 산청군 단성면 남사리(南寺里)
경상북도 산청군 삼장면 내원리 ←內院寺
경상북도 성주군 가천면 법전리(法田里)
경상북도 안동시 운흥동 ←雲興寺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계평리 ←上桂寺 *‘상계’와 ‘와평’을 합친 이름.
경상북도 영양군 청기면 무진리(無塵里)
경상북도 영주시 안정면 안심리(安心里)
경상북도 영천시 자양면 보현리 ←普賢寺
경상북도 영천시 화북면 공덕리 ←公德寺
경상북도 예천군 상리면 명봉리 ←鳴鳳寺
경상북도 예천군 상리면 보곡리 ←甫國寺
경상북도 예천군 하리면 동사리(東寺里)
경상북도 예천군 하리면 양전리 ←良田寺
경상북도 울진군 기성면 정명리 ←正明寺
경상북도 청도군 매전면 장연리 ←長淵寺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대송면 대각리 ←大覺寺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오천읍 항사리 ←恒沙寺
경상남도 김해시 불암동(佛巖洞)
경상남도 김해시 상동면 감로리 ←甘露寺
경상남도 남해군 고현면 대사리(大寺里)
경상남도 남해군 삼동면 지족리(知足里)
경상남도 산청군 생비량면 제보리(諸寶里)
경상남도 산청군 차황면 법평리(法坪里)
경상남도 의령군 낙서면 여의리(如意里)
경상남도 진주시 지수면 압사리(鴨寺里)
경상남도 창원시 의창구 봉림동 ←鳳林寺
경상남도 통영시 산양읍 미남리(彌南里)
경상남도 하동군 적량면 고절리(高節里)
(박호석 법사, 전 농협대 교수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