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생계비와 최저임금의 이중 잣대
보건복지부와 노동계의 줄다리기가 한창이다. 물가에 비해 전체적으로 턱없이 낮은 수준인 임금의 현실화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마당에 현 정부는 경영계에 힘을 실어주는 정책을 펴고 있어 갈등이 심하다고 볼 수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월평균임금(2010년 상용근로자 5인 이상 사업체의 근로자 1인당 월평균 임금총액)은 278만1000원으로 4인 가구 표준생계비 505만3021원에 크게 못미치고 있으며 2010년 4/4분기 가계동향조사에 따라 근로자 4인 가구의 근로소득 395만4994원과 표준생계비를 비교해도 가구소득은 표준생계비의 78.3% 수준에 그친다는 말이 된다.
복지부가 발표한 우리나라 최저임금 수준을 감안하면 2인가구 90만6080원, 3인가구 117만3121원, 4인가구의 경우 143만9413원이다. 반면 2011년 최저임금은 시급 4320원. 월급은 주 40시간 기준으로 90만2880원으로 결국 3~4인 가구 근로자가 '최저 생계'를 유지하려면 반드시 맞벌이에 나서야한다는 이야기다. 어처구니없는 얘기가 아닐 수 없다.
최저생계비는 높아야 하는데 실질 근로소득은 낮아도 된다는 이중적 구조를 태연하게 주장하고 있는 정부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GDP가 어떻고 경제력이 세계 몇위라는 소리를 자랑스럽게 내 뱉는다. 일본의 경제력은 세계 2위라고 자랑하지만 실제 국민들이 그에 걸맞는 생활을 유지한다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가 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치더라도 이건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민층에서 실질 임금 수준을 보면 100만원에서 150만원을 버는 계층이 가장 많다는 발표를 얼마전 들은바가 있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올라도 시장경쟁논리를 내세우며 나몰라라하는 현 정부가 그런 소리가 귀에 들릴리 만무하겠지만 생계에 목숨을 걸어야하는 서민들과 노동자들은 실로 절실한 문제인 것이다. 정부의 시장논리에 편승하는 경영계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고용이 위축된다며 동결하거나 3% 이하로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특히 최저임금을 인상하면 중소기업 등의 경쟁력에 타격이 오고 오히려 도산에 따라 근로자들이 거리로 쫓겨날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리겠지만 따지고보면 마찬가지 논리다. 임금을 적게 올리려면 물가를 안정시키면 된다. 물가는 하루가 멀다고 대폭 올라가는데 임금은 동결시키거나 적게 올리려한다면 결국 근로자들은 굶주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어불성설 아닌가. 한 경제학자의 말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사람들을 모두 장사치로 만들면 될 것 아니냐는 궤변이었다. 그 학자의 말은 역설적이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현 정부에 대한 비아냥거림이 분명했다. 비아냥거림이 무얼 뜻하는지 정부가 모를리 없을 터이다. 이중적인 논리로 서민들을 우롱하고 기만하려 들지 말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고칠 것은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