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메기는 생으로 먹는데 단지 멋을 좀 낸다는 것이 소위 김이며 미역, 배추, 파 따위를 함께 먹는 것이다. 거기에 소주 한 잔 털어넣는 것이다. 자르르 번지는 생선의 기름기와 비린내가 입안 가득 퍼지지만 이내 정리되어 미각을 묘하게 자극하며 여운을 남긴다. 입안에서 엉키고 뒤섞이는 과메기의 맛은 우리네 서민들의 일상과 너무도 닮아 있다.
- 대전 중촌동에 과메기를 기가 막히도록 맛있게 내어놓는 집이 있었다. 일년 내내 과메기를 다루는 집으로 상호도 "과메기"였다. 주 종목은 단정하게 썰어주는 과메기였지만 과메기덮밥도 우리의 발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밤마다 사람들이 밀려서 삼십 분씩 기다리기도 했지만, 그깟 기다림이 쫀득하게 목을 넘어가는 과메기의 맛을 이길 수는 없었다. 한 접시에 30개 정도가 놓이는 과메기를 놓고 소주 한 잔에 과메기 한 점으로 우리의 밤은 정겹고 흐뭇했고 행복했고 아름다웠다. 그러나 부작용도 심했으니 다른 집에서는 과메기를 먹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과메기의 본향인 구룡포에서도 우리 "과메기"의 맛은 느끼지 못했다. 14년 단골이 있던 만큼 한결같이 싱싱한 맛을 유지하던, 그리하여 누군가 "한잔 할까?" 하면, "과메기 콜!"이 자연스럽게 나오던 집. 그 집이 문득 그립다. 같이 소주잔을 기울이던 사장 형님에게 무슨 사연이 있었던지 이제는 문을 닫았기에 그리움이 더욱 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