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글 속 지리학 (상)
등대섬 1
등대섬 1촬영: 2010.10 / 카메라: CANON 5D MARK II
이 섬은 1980년대 후반 쿠크다스라는 과자 CF의 배경으로 등장하여 일반인에게 널리 알려지기 시작했다. 소매물도와 등대섬이 2007년 문화관광체육부의 ‘가고 싶은 섬’으로 선정되고 최근 KBS 1박2일을 비롯해 여러 TV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섬의 좁은 길은 늘 관광객들로 만원이다. 한때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가 문화 권력을 구가했듯이, 이제 1박2일을 비롯한 여행 프로그램이 절대 권력을 누리고 있다. 꾼이라 자처하는 이에게는 나름의 숨은 비경들이 있다. 하지만 꾼들이 숨겨 놓은 웬만한 비경이라도 그들의 과녁을 벗어날 수 없다. 막강한 인력과 자금력 앞에는 속수무책이다.
소매물도 망태봉(157m) 조금 아래에 있는 암벽이 등대섬의 유명 조망점이라 인터넷에서 검색되거나 매스컴에서 보도되는 사진 대부분은 그곳에서 등대섬을 보고 찍은 것들이다. 이 사진에서는 등대섬에서 소매물도를 바라보고 거꾸로 찍어 보았다. 어차피 섬과 섬을 연결하는 자갈길이 포인트이고, 동쪽을 바라보기 때문에 언제든지 순광이라 매물도 조망점처럼 이른 새벽이라는 시간적 구애를 받을 필요가 없다. 오른편 멀리 보이는 섬이 주 섬인 매물도인데, 정상인 장군봉(127m)은 소매물도의 망태봉보다 낮다. 사진 왼편 아래쪽 남색 건물들은 등대섬의 항로표지관리소이다.
앵글 속 지리학 (상)
등대섬 2
등대섬 2촬영: 2010.10 / 카메라: CANON 5D MARK II
하늘에서 등대섬을 보면, 푸른 바다의 융단 위에 놓인 녹색 에메랄드처럼 보일까? 실제로 등대섬과 매물도는 단단하고 수직절리가 잘 발달한 화산암 덕분에 해안을 따라 해식애와 해식동굴이 절경을 이루고 있다. 특히 등대섬과 소매물도 사이에는 길이가 약 70m가량 되는 자갈길이 간조 때 드러난다. 1시간 뱃길을 멀다 않고 이곳을 찾은 수많은 관광객들은 이러한 이국적인 풍광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하지만 등대섬에는 아무런 편의시설이 없다. 그래도 불평하는 이 하나 없다. ‘소매물도에서 본 등대섬’은 통영8경의 하나이며, 최근 대한민국 명승으로 지정되었다.
모래나 자갈의 퇴적으로 육지와 연결된 섬을 육계도라 하며, 이때 모래와 자갈로 된 퇴적물을 육계사주라 한다. 하지만 소매물도와 등대섬처럼 남해안에는 섬과 섬이 모래나 자갈로 연결된 섬이 제법 많다. 섬과 섬을 이은 것이라 육계도나 육계사주와는 다른 이름이 요구된다. 이 사진에서는 가능한 한 자갈길을 많이 담으려 큰 돌 위에서 까치발을 해야 했고, 등대섬이 소매물도와 완전히 분리된 섬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기 위해 섬의 가장자리를 전부 담았다. 오전인데도 벌써 사진 왼편에 햇빛이 드리운다.
(상), 2011. 12. 15., 손일)
2022-11-08 작성자 명사십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