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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경변에서 간이식(Liver Transplantation in Liver Cirrhosis)
이한주 / 울산대학교 의과대학 서울아산병원 내과학교실
서론
간이식은 1963년 미국의 Starzl이 시도한 이래 수술수기와 효과적인 면역억제제 등의 발전으로 더 이상 시험적 치료가 아닌 말기 간부전 환자의 표준 치료로 인정받고 있다. 국내에서는 1988년 윌슨병 여아 환자에서 최초로 간이식을 시행한 후 이식 건수가 급격히 증가하여 2004년의 경우 전국적으로 24개의 병원에서 총 544예의 간이식이 시행되었다.
간이식의 적응증은 주로 각종 원인에 의한 만성 간부전(간경변), 전격성 간부전, 간세포암 등이지만, 이중 간경변이 성인 간이식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간이식 시행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은 이식 대기 환자 수에 비하여 뇌사자 공여간이 크게 부족하다는 점이다. 따라서 서구에서는 환자의 생존율 예측을 위한 여러 모델을 지속적으로 개발하여 효과적으로 공여간이 배분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국내에서는 뇌사자 공여간 부족 문제가 더욱 심각하여 서울아산병원의 경우 2005년 전체 간이식 건수는 235예였으나 이중 뇌사자 간이식은 21예(8.9%)에 불과하였고, 그나마 United Network for Organ Sharing (UNOS) status 1과 2A 환자가 뇌사자 기증간의 우선권을 갖기 때문에 status 2B 또는 3 환자들의 이식 대기 기간은 4-5년을 넘는 실정이다(미발표 자료).
따라서 효율적인 뇌사자 공여간 배분을 위하여 개발된 서구의 여러 모델들이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점이 있다. 한편 최근에는 B형간염바이러스(hepatitis B virus, HBV)에 대한 항바이러스제재의 급속한 발전은 HBV에 의한 간경변(HBV-LC) 환자의 예후 및 이식 후 HBV의 재발과 치료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데, 이번 연제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고려하여 국내에서 주로 시행되고 있는 생체 부분 간이식을 중심으로 이식 시기의 결정과 이식을 고려하는 환자에서 항바이러스 제재를 사용할 때 생각해야 할 점을 간략하게 기술하고자 하였다.
간이식의 적응증
간이식의 적응증은 각종 말기 간질환(간경변), 간세포암을 포함하는 원발성 간암(담관암 제외), 전격성 간부전, 각종 선천성-대사성 간질환 환자이다. HBV-LC의 경우, 과거에는 이식 후 재발이 흔하고 일단 재발된 후에는 급속히 악화되는 경우가 많아 상대적 금기증으로 여겼으나, 고용량 B형간염 면역글로불린(hepatitis B immunoglobulin, HBIG) 투여로 B형간염의 재발을 현저하게 줄일 수 있게 된 이후로는 더 이상 간이식의 금기증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 따라서, 현재는 간경변의 원인 질환에 따른 금기증은 존재하지 않으며 다만 알코올성 간경변 환자에게는 금주에 따른 호전 가능성 및 수술 후 금주 지속 여부를 확인하고자 이식 전 적어도 6개월간의 금주 기간을 갖도록 권하고 있다. 하지만, 수술 전 환자 상태나 시술 상의 기술적 문제에 의한 금기증은 존재하는데, 최근에는 수술수기의 발전과 수술 전후 환자 관리의 발달로 금기사항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 현재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간이식의 금기증은 조절되지 않은 활동성 간외 감염이나 패혈증, 간외 악성종양, 담관암, 중증의 심폐질환, 후천성면역결핍증, 현증의 알코올이나 마약 중독, 간이식이 불가능한 해부학적 이상 등이다.
뇌사자 간이식과 생체 부분 간이식의 차이
생체 부분 간이식의 가장 큰 특징은 가능한 공여자만 존재한다면 간이식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뇌사자 간이식이 불특정 환자를 위한 간의 공여인데 반하여, 대부분의 생체 부분 간이식은 특정인(특히 혈연)을 위한 공여라는 점이다. 따라서, 뇌사자 간이식은 가장 긴급히 필요로 하는 환자(중증의 환자)에게 혜택이 돌아가거나, 이식 후 전체 환자들에서 생존 이익이 가장 큰, 즉 효율이 가장 높은, 장기의 배분을 고려하게 되지만, 생체 부분 간이식에서는 이론적으로 효율이 극대화되는 시점이 아닌, 특정 환자에서 생존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시점을 택할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공여자의 수술 위험과 간이식에 따른 환자의 조기사망 가능성에 대한 부담 때문에 두 시점의 중간 정도에서 이식 시기를 결정하는 경향이 있다. 한편, 뇌사자 공여간의 배분 문제에 있어서도 부족한 공여간을 단기 생존 확률에 따라 분배하고자 하는, 즉 이식 효율을 극대화하고자 하는, 구미의 최근 움직임이 국내와 같이 이식 대기 기간이 극단적으로 긴 경우에도 도움이 되는지는 미지수이며, 중장기 생존을 예측하는 모델이 부족한 현재의 상태에서 도덕적으로 더 부합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도 충분치 않다.
간이식 후 생존율
간이식의 시기는 이식을 하지 않았을 때 환자의 예상 생존율, 삶의 질과 이식 후 예상되는 환자의 회복기간 및 생존율을 비교함으로써 결정하게 된다. 생체 부분 간이식이 처음 도입되었을 때에는 뇌사자 간이식에 비하여 단기 이식편 또는 환자 생존율이 낮았으나, 수술수기의 발전으로 인하여 현재는 오히려 더 나은 성적을 보이고 있는데, 이는 공여간의 상태가 뇌사자 공여간의 경우보다 좋기 때문으로 생각한다. 생체 부분 간이식의 1년 이식편 생존율은 2004년 전국적으로는 83%였고, 센터에 따라서는 비슷한 시기에 이미 6개월 시점의 이식편 및 환자 생존율이 94%, 1년 시점의 환자 생존율이 92%에 달하였으며, 최근에는 1년 생존율이 95%를 넘고 있다(미발표 자료).
간이식 후 장기 생존율은 서양의 경우 3년 시점의 이식편 및 환자 생존율이 70-80%였고, 국내에서는 환자 생존율이 1년 89.3%, 3년 87.5%, 5년 86.7%였는데, 생존율의 차이는 주로 초기 사망률의 차이에 기인한다고 생각된다. 이식 후 거부 반응은 평균 20%에서 발생된다. 따라서 최근 생체 부분 간이식 후의 단기 사망률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간이식 후의 장기 생존율은 적어도 80% 이상일 것으로 추정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생체 부분 간이식 후 공여자가 사망한 경우는 없었으나, 외국의 경우 공여자의 수술 후 합병증은 15-20%, 사망률은 0.2-0.5%로 보고되고 있다. 공여자의 사망은 주로 절제된 간의 크기가 큰 경우 발생하게 된다. 최근에는 공여자의 간이 작은 경우 두개의 이식편을 이용한 생체 간이식을 시행함으로써 공여자의 위험성을 감소시키고 수혜자의 ‘small-for-size graft 증후군’을 감소시켜 이식편 생존율을 증가시킬 수 있게 되었다.
결론적으로 간이식 후 수술에 따른 1년 이내의 단기 사망률은 5-20%, 공여자의 사망률은 0.2% 정도이며, 5년 생존율은 70-80% 이상으로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환자에서 이보다 좋지 않은 단기 및 장기 생존이 예상될 때는 이론적으로 간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간이식을 시행할 때는 비용, 수술에 따른 단기 사망 및 합병증, 가족-친지 내의 심리적 갈등 요인 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얼마만큼의 생존율 향상이 기대될 때 간이식을 시행하여야 하는 지는 일률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UNOS 응급도 분류
1997년 미국의 간이식 전문가 패널에서는 간이식 등록을 위한 최소 기준(non-disease-specific minimal criteria)을 마련하였는데, 이 모임에서는 간이식 등록을 위해서는 1년 예측 생존율이 적어도 90% 미만이어야 한다고 정의하였다. 이에 따라 Child-Turcotte-Pugh (CTP) 점수가 7점 이상인 경우나 CTP 점수에 상관없이 문맥압 항진증에 의한 출혈,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이 발생한 경우는 1년 예측 생존율이 90% 미만이어서 간이식 등록을 할 수 있다고 정의하였다. 주의할 점은 최소 기준은 간이식 등록을 위한 기준이지 이식 시행을 위한 기준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식 등록된 환자를 대상으로 실제 뇌사자 공여간의 배분 순서를 결정할 때는 미국의 UNOS 응급도 분류를 따르며 현재 한국의 KONOS도 이 기준을 준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KONOS의 응급도는 간략하게 설명하면, status 1: 18세 이상의 전격성 간부전증 환자, status 2A: 만성 간부전증 환자로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로 7일 이내에 사망 가능성이 높은 경우(CTP 10점 이상이면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활동성 정맥류 출혈, 간신증후군, 난치성 복수/간-흉수증, 내과적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stage III/IV인 간성뇌증 환자), status 2B: CTP 10점 이상 또는 7점 이상이면서 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활동성 정맥류 출혈,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 난치성 복수/간-흉수증이 병발한 환자, status 3: CTP 7점 이상이지만 2B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이다. 이중 status 1과 2A는 7일 동안 유효하며 1회에 한하여 연장 가능하며, 14일이 지나면 자동으로 status 2B로 변경된다.
따라서, 대부분의 이식 대기 중인 간경변 환자는 status 2B나 3에 해당하게 된다. 뇌사자 공여간이 있을 경우 status 1부터 우선 순위를 가지며, 만약 같은 status일 때는 이식 대기 기간이 긴 환자가 우선권을 갖는다. 따라서 UNOS 응급도에 따른 뇌사자 공여간 배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같은 등급에서는 병의 중증도보다는 이식 대기 기간이 긴 경우가 우선권을 갖기 때문에 이식 등록을 빨리한 환자가 유리하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status 3에서 이식 등록을 했지만 간경변의 진행이 느려 수년 후 status 2B로 변경된 환자는 간경변의 진행이 빨라 status 2B로 등록을 신청한 환자에 비하여 이식 대기 기간이 현저히 길기 때문에 이식에서 우선 순위를 갖게 된다. 즉, 질병의 이환 속도가 느린 비교적 안정된 간경변증 환자가 진행 속도가 빠르고 중증도가 더 심한 같은 등급의 환자보다 우선 순위를 갖는 모순이 발생한다. 또 다른 문제점은 CTP 점수 체계는 지나치게 단순하여 같은 등급에서 보다 중증도가 심한 환자를 구별해 낼 수 있는 능력이 떨어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주로 뇌사자 간이식을 시행하고 있는 구미에서는 최소 기준에 따라 이식 등록을 받은 결과 당장 이식이 필요 없는 안정된 간경변 환자가 다수 포함됨으로써 공여간 배분에 문제가 발생되어, 단기 생존율을 보다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체계를 필요로 하게 되었다.
Child-Turcotte-Pugh 분류
CTP 분류는 1964년 문맥-정맥 단락술을 시행 받는 간경변 환자의 예후를 예측하기 위하여 처음 고안되었고, 1973년 Pugh가 약간의 변형을 주어 현재까지 이용되고 있다(표 1). CTP 분류는 문맥-정맥 단락술을 시행 받은 환자 뿐 아니라 내과적 치료를 받는 간경변 환자의 예후도 잘 반영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CTP 등급을 기준으로 한 UNOS 응급도 분류가 간이식에 도입되면서 CTP 체계는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였다. 먼저 CTP 점수에는 주관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복수, 간성 뇌증의 존재와 정도는 관찰자의 주관이나 검사 방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또 다른 문제점은 앞서 언급한 대로 각 지표의 점수 분포(1-3점)가 지나치게 단순하고 전체 등급도 A, B, C 3가지만 존재하여, 한 등급 안에 서로 다른 예후를 갖는 환자들이 섞여 있다는 점이다.
기타, 혈청 알부민, 프로트롬빈 시간, 빌리루빈치도 동반된 합병증 유무 및 치료 여부에 따라 변화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단점에도 불구하고 CTP 등급은 실제 임상에서 적용하기 쉽고 익숙하며, 이제까지 많은 생존 자료가 축적되어 있다는 장점이 있다.
HBV-LC 환자의 생존율은 대상성 간경변 환자의 경우는 5년 생존율이 80-86%이지만, 비대상성 간경변(복수, 정맥류 출혈, 황달, 간성 뇌증이 발생된 경우) 환자의 경우는 1년 생존율 55-70%, 5년 생존율은 14-35%로 보고되었다. 국내에서 보고된 비대상성 간경변 환자의 생존율도 복수, 간성 뇌증, 상부위장관 출혈,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 등의 합병증이 처음 발생한 후 1년 생존율은 각각 65%, 55%, 70%, 40%, 5년 생존율은 각각 32%, 21%, 40%, 30%이었다. 한편, 식도 정맥류 출혈이 있었던 환자의 생존율을 CTP 등급에 따라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CTP 등급 A, B, C에서 1년 생존율은 80-100%, 40-80%, 30-65%, 2년 생존율 70-95%, 35-80%, 20-60%, 3년 생존율은 65-90%, 20-60%, 15-40%로 보고되었다. 위정맥류 출혈 환자를 대상으로 경경정맥 간내문맥정맥 단락술(transjugular intrahepatic portosystemic shunt, TIPS)을 시행한 국내 연구에서도 CTP 등급 A 및 B 환자의 시술 후 생존율은 1년 95%, 2년 및 3년 생존율이 88%이었던데 반하여, 등급 C 환자의 생존율은 1년 45%, 2년 30%이었고 CTP 등급이 환자의 생존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인자였다. 정맥류 초출혈 환자를 대상으로 하였던 국내의 또 다른 연구에서도 CTP 점수는 환자의 사망을 예측하는데 유용하였고, 등급 A, B, C에서의 1년 생존율은 각각 100%, 80.5%, 54.3%로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이러한 결과는 결국 환자의 예후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환자의 잔여 간기능, 즉 CTP 등급이라는 점을 시사하며, 나중에 설명할 Model for End-Stage Liver Disease (MELD) 점수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관찰되어 MELD 점수를 구성하는 요소에 합병증의 발생 여부를 추가하여도 환자 예후 예측 능력에는 큰 변화가 없었다.
따라서, CTP 등급과 합병증 유무에 따른 간이식 시기의 결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CTP 등급 C 환자는 합병증 발생 유무에 관계없이 간이식 시행에 따른 단기, 장기 생존율의 향상 효과가 뚜렷하여 이식을 적극 권유할 수 있다. 단, 만성 간질환의 급성 악화가 병발된 경우에는 합병증이 없다면 항바이러스제재를 사용하면서 주의 깊게 경과를 관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CTP 등급 B의 환자도 간이식으로 장기 생존율의 향상이 있다고 판단되지만, 현실적으로는 합병증이 없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환자에게 간이식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10% 내외의 단기 사망은 시술자나 환자, 가족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간이식을 적극적으로 권하지는 못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환자나 보호자에게 간이식의 가능성을 미리 설명하는 정도에 머무르는 경우가 많다. 경한 복수나 간성 뇌증은 관찰자에 따라 주관적 요소가 많고, 내과 치료로 호전되는 경우가 많아 바로 이식을 권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하지만 CTP 등급 B의 환자에서도 정맥류 출혈이나 난치성 복수,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 등과 같은 합병증이 있는 경우에는 이식을 권하게 된다. CTP 등급 A 환자에게는 간이식에 따른 생존율 향상 효과가 뚜렷하지 않아 이식을 권하지 않는다. 또한, 복수, 간성 뇌증,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 등은 복수, 간성 뇌증이 CTP 점수 체계를 구성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실제로 등급 A 환자에서는 드물며, 등급 A 환자에게서 주로 문제가 되는 정맥류 출혈도 최근 내시경적 치료의 비약적인 발전으로 내시경 치료를 우선적으로 시행하고, 잘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도 비교적 안전하게 TIPS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치료에 불응하는 정맥류 출혈인 경우에는 외과적 수술이나 간이식을 고려할 수 있다. 따라서 결국 간의 공여자가 있는 경우에는 UNOS 응급도 status 2A, 2B 환자에서는 바로 간이식을 고려하고, status 3 환자에서는 일단 이식 준비를 시작한다고 요약할 수 있다.
MELD 점수 체계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CTP 등급을 바탕으로 하는 UNOS 응급도에 따라 뇌사자 공여간을 배분하는 것은 여러 문제점을 야기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status 2B와 3환자에는 여러 유형의 환자가 뒤섞여 있고 CTP 점수가 환자의 응급도(3개월 이내 단기 사망)를 잘 반영하지 못한다는 사실과 CTP 점수 체계에는 주관적인 항목인 복수와 간성 뇌증이 포함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자 현재 개발된 모델이 MELD이다.
MELD(Model for End-Stage Liver Disease)는 처음 TIPS를 시행 받은 환자의 단기 예후를 평가하기 위하여 개발되었다. 이후 MELD는 다른 심한 만성 간질환 환자의 예후 인자로 사용될 수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MELD 점수는 혈청 크레아티닌, 빌리루빈, international normalized ratio (INR)로 구성되기 때문에 CTP 점수보다 더 객관적이라는 장점이 있으며, 점수 분포에 따라 5군으로 나누었을 때 CTP 등급(3등급)에 비하여 3개월 사망률을 좀더 세분화하여 예측할 수 있으며 그 예측능력은 오히려 더 정확하다. 이 연구에서 CTP 등급 A, B, C인 입원 환자의 3개월 시점 사망률은 4%, 14%, 51%였던데 반하여, MELD 점수에 따른 3개월 사망률은 9점 이하 4%, 10-19점 27%, 20-29점 76%, 30-39점 83%, 40점 이상에서 100%이었다(표 2). 처음 MELD가 개발되었을 때는 만성 간질환의 원인에 따라 가중치가 달랐으나, 알코올성 간경변 환자와 원발성 담즙성 간경변,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 환자가 지나치게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원인에 따른 가중치의 차이는 현재 잘 사용하지 않는다. 실제로 이후의 연구에서는 원인 질환에 따른 가중치를 제외하여도 3개월 사망률 예측도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알려졌다. 또한 합병증의 유무, 저나트륨 혈증 등과 같이 단기 사망을 예측하는 다른 인자를 추가함으로써 점수 체계를 개선시키려는 노력이 있어 왔지만, 실제 그 정확도의 개선 정도는 미미하여 아직까지는 크레아티닌, 빌리루빈, INR로 구성된 변형 MELD를 많이 사용하고 있다. MELD의 사용으로 이식 후 생존율에는 변화 없이 이식 대기 기간 중의 환자 사망률을 줄일 수 있는지는 아직 명확하지는 않지만, 이식 대기 환자의 3개월 내 사망률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보고가 있다.
MELD Score = 3.78 × loge(Total bilirubin(mg/dL)] + 11.2 loge(INR) + 9.57 × loge[Creatinnine(mg/dL)] + 6.43 × (원인:담즙정체성, 알코올은 0점, 다른 이유는 1점)
MELD - Na = MELD + 1.59 [135 - Na(mg/dl)], Na 최대값과 최소값은 135, 120mEq/L
MELD 적용의 또 다른 시도는 MELD 점수가 이식 후 생존을 예측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MELD 점수가 높을수록 이식 후 사망과 이식편 부전의 빈도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예측도는 높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c-statistic 0.62). 한편, Edwards 등은 MELD 점수에 따른 수술 전, 수술 후 사망률을 비교하여 MELD 점수 14-25점이 수술 전 사망의 위험성을 최소화하면서 수술 후 사망이 증가되지 않는 최적의 점수라고 분석하였다. 그러나, 이 연구 결과는 MELD 점수에 따른 환자의 생존율을 기초로 하여 분석되었는데, MELD 점수는 외래 환자의 단기 사망 예측에 유용하였지만 특히 MELD 10-19인 환자의 사망률이 입원 환자와 큰 차이를 보인다는 문제점이 있다(27% vs. 6%, 표 2). 또한 MELD 14점은 환자의 빌리루빈치 1.8 mg/dL, INR 1.8, 크레아티닌치 0.9 mg/dL인 경우에 해당하며, 빌리루빈치 3.0 mg/dL, INR 1.9, 크레아티닌치 1.2 mg/dL이면 합병증 유무에 관계없이 MELD 20점(CTP B 또는 C)에 해당되어 수술에 따른 단기 사망을 고려할 때 현실적으로 심각한 합병증이 없는 MELD 14-19점인 환자에게 생체 부분 간이식을 적극적으로 권유할 수 있느냐 하는 문제점이 있다. 즉 이 모델은 사망률, 생존율을 토대로 한 이론적인 적정 시점을 제시했을지는 모르지만 아직 분석된 자료가 충분하지 않고, 현실적으로 환자에게 이식을 권유할 수 있는 최적 시점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MELD는 뇌사자 공여간이 단기 사망 가능성이 높은 환자에게 배분되게 하는 데는 분명히 CTP 등급보다 우월하지만, 생체 부분 간이식을 전제로 이식 시점을 선택할 때는 CTP 등급보다 특별한 장점이 있다는 증거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HBV-LC 환자에서 이식 전 항바이러스 제재의 사용
최근 HBV에 효과적인 항바이러스 제재들이 다수 등장함에 따라 HBV에 의한 만성 간질환의 치료가 획기적인 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간경변 특히 비대상성 간경변 환자에서의 유용성은 그 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주로 라미부딘을 중심으로 설명을 하고자 한다.
HBV-LC 환자에서 라미부딘의 치료는 HBV 증식을 억제하고, 이에 따라 환자의 임상적 지표 역시 호전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비대상성 간경변 환자에서 라미부딘의 치료는 50-95.7%의 환자에게서 임상적 호전을 가져온다. 여기서 임상적 호전이란 CTP 점수가 2-3점 이상 감소했거나 CTP 등급의 변화(호전)가 있는 경우로 각 연구마다 정의가 달라서 직접적인 비교는 어려운 실정이다. 주목해야 할 사실은 호전율이 95.7%로 가장 높았던 Villeneuve 등의 연구에서는 34%의 환자가 조기 사망이나 간이식으로 분석에서 제외되었기 때문에, 결국 이식이 필요한 중증의 환자는 분석에서 제외되었다는 점이다. 실제로 조기 사망이나 이식의 증례가 적었던 연구들에서 임상적 호전은 50-70% 정도로 보고되었다. 이러한 임상적 호전은 주로 라미부딘 치료 6개월 이내에 나타나기 시작하며, 6개월 이후에 호전이 나타나기 시작하는 경우는 10% 미만으로 비교적 드물다. 그러나 이러한 임상적 호전이 과연 환자 생존율의 향상으로 나타날 수 있는가 하는 점은 전향적 대조 연구가 없어 아직 확실하지는 않다. Perillo 등은 이전의 비대상성 간경변 환자의 생존율(2년 생존율 50% 미만)과 비교하여 라미부딘으로 치료받은 환자에게서 월등히 높은 생존율(2년 생존율 80% 이상)을 보이기 때문에 무작위 대조 연구는윤리적으로 시행할 수 없다고 하였다. Yao 등도 CTP 점수, 연령, 성별로 짝지은 환자들을 비교한 결과 라미부딘 치료를 받은 환자의 생존율이 월등히 높다고 보고하였다. 반면 이식 대기 중인 환자를 대상으로 한 후향적 연구는 라미부딘 치료가 환자의 생존율이나 이식의 필요를 감소시키지 못한다고 보고하였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 대조군의 환자 중 혈청 HBV DNA가 양성이었던 비율은 32%로 라미부딘 치료군의 57%에 비하여 유의하게 낮았고 분석 대상 환자의 57%가 간이식을 시행 받았기 때문에 라미부딘 투여 및 관찰 기간이 충분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있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면 비록 전향적 대조 연구는 없지만 라미부딘이 환자의 사망을 감소시킨다고 유추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라미부딘은 내성 발생률이 높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는데, 경우에 따라서는 내성 획득 후 급성 악화로 사망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adefovir의 등장으로 라미부딘 내성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길이 열렸으나, 라미부딘 내성을 보인 국내의 환자들에서는 adefovir 내성 역시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
간이식을 전제로 한 환자에서는 항바이러스 제재를 사용할 때 고려해야 할 또 다른 점은 이식 전 HBV 증식을 억제한 경우 이식 후 재발이 적다는 사실이다. 이식 전 라미부딘을 사용하여 HBV 증식을 억제시켰던 환자에서는 이식 후 HBV 누적 재발률이 43.2%에서 7.9%로 감소한다고 보고되었다. 따라서 이식 대기 중인 환자에게 항바이러스 제재를 사용하여 HBV 증식을 억제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이러한 결과는 한편으로는 내성 발생 후 간이식을 시행하면 이식 후 HBV 재발 가능성이 높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상의 결과를 종합하면 결국 이식을 고려하고 있는 비대상성 간경변 환자에서는 항바이러스 제재를 사용하며 HBV 증식을 억제시켜야 한다. 그러나, 항바이러스 제재의 사용으로 임상적 호전을 보일 때 이식 시기를 결정하는 문제는 아직 정답이 없는 실정이다. Fontana 등은 라미부딘 사용 중 환자의 사망은 주로 초기 6개월 이전에 발생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사망률이 높은 중증의 환자에서는 라미부딘에 의한 생존율의 향상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라미부딘의 사용이 이식 대기자에서의 사망과 이식 필요의 감소로 연결되지 못했다는 후향적 연구 결과도 당장 이식이 필요한 중증의 환자에서는 라미부딘이 이식의 필요성을 감소시키지 못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한편 대상 환자의 70% 정도가 CTP 등급 C였던 Villeneuve 등과 정 등의 연구에서는 라미부딘 사용 환자들의 2년 생존율은 62-65%이었던 반면, 대상 환자의 78%가 등급 B였던 Kapoor 등의 연구에서는 환자 생존율이 100%이었다. 따라서, CTP 등급 C의 환자들은 라미부딘 투여로도 단기 사망의 위험성이 상존하며, 라미부딘 투여 중 중기 생존율도 간이식 후보다 낮아 간이식이 라미부딘 치료를 지속하는 것보다 생존율 면에서 우월하다고 판단된다. 하지만, 라미부딘 투여로 급속한 호전을 보이는 경우도 이식을 시행해야 하는지는 결론내릴 수 없다. CTP 등급 B의 환자도 중증의 합병증(반복되는 정맥류 출혈, 난치성 복수-흉수, 자발성 세균성 복막염, 심한 간성 뇌증 등)이 병발된 경우 라미부딘이 생존율을 향상시킬 수 있는 지에 대한 자료는 불충분하므로 이식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단된다. 이러한 결론은 MELD 점수를 이용하였을 경우에도 비슷하게 도출되는데, MELD 20점 이상의 환자는 3개월 사망률이 50-79% 이상이기 때문에 라미부딘의 효과를 기대하기에는 너무 단기 사망률이 높아 이식을 미룰 수 없다고 생각된다. 결국 라미부딘 투여로 비교적 안전하게 호전을 기대할 수 있는 환자들은 합병증이 없거나 경미한 CTP 등급 B 환자들로 이 경우 라미부딘은 이식이 필요한 시기를 뒤로 늦출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라미부딘 투여로 호전되어 투약을 지속하던 중 약제 내성이 발생된 경우는 adefovir 사용 여부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Adefovir의 투여는 간경변의 진행을 늦출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adefovir에도 내성이 발생되면 간이식 전 혈청 HBV DNA치가 높아 이식 후 재발의 위험성이 높고 재발이 된 경우 뚜렷한 치료제가 없다는 단점이 있다. 아직까지 이 문제는 뚜렷한 결론을 내릴 수 없는데, 라미부딘 내성 발생 시기로부터 이식이 필요한 시기까지 예상되는 기간을 고려하여 adefovir 투여 여부 또는 투여 시기를 결정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론
간이식은 수술수기의 발달과 효과적인 면역억제제의 등장으로 말기 간경변 환자의 표준 치료로 자리 잡게 되었다. 현재 간이식 시행의 가장 큰 장애물은 공여간 부족과 비용 문제이며, 생체 부분 간이식술의 등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간이식을 받을 수 있는 환자는 전체 대상 환자 중 극히 일부이다.
최근 구미에서는 효율적인 뇌사자 공여간의 배분을 위하여 MELD를 개발,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의 경우 뇌사자 간이식 대기 기간이 극단적으로 길어 그 효용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최근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항바이러스 제재의 사용은 이식 대기 중인 CTP 등급 B 환자의 이식 시기를 늦추는 역할은 할 수 있지만, 아직 말기 간경변 환자에서 간이식을 대치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국내에서 주로 시행되고 있는 생체 부분 간이식은 이론적으로 이식 시기를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이식 센터에서 환자를 추적 관찰을 하면서 이식 시기를 결정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부분의 환자가 매우 심한 간부전 상태에서 이식을 위하여 전원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특히 비대상성 간경변 환자를 치료하고 있는 의사들은 항상 간이식을 치료의 한 선택으로 고려하여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이식을 준비할 수 있도록 염두에 두어야 한다.
대한간학회 / 12권 2s 20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