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도둑 다섯이 마카오에 간다. 거기서 중국 도둑 넷을 만나 한 팀을 이룬다. 마카오 박(김윤석)이라는 인물이 이 팀을 조직하고 주도한다. 마카오의 대형 카지노에 있는 ‘태양의 눈물’이라는 값비싼 보석을 훔쳐내기 위해 뭉친 팀이다. 그런데 들여다보면 각자 속사정이 따로 있다. 누군가는 팀원 중 하나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며 왔고, 누군가는 이 작전이 실패로 돌아갈 것이라 예상하고 다른 걸 챙기려 들고, 누군가는 나누지 않고 혼자 통째로 가지려 한다.
지난 25일 개봉한 영화 ‘도둑들’은 ‘범죄의 재구성’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뽐내고 ‘타짜’에서 멋스러운 허세로 스크린을 가득 채웠던 최동훈 감독의 네 번째 작품이다.
‘오션스 일레븐’이 똘똘 뭉쳐 물건을 훔쳐내는 낭만적 공동체의 이야기라면 ‘도둑들’은 같이 모여 물건을 훔치지만 의심과 음모가 횡행하는 배신자들의 이야기다.
영화 ‘도둑들’은 한 영화에서 보기 힘들 것 같았던 초호화 출연진(김윤석, 김혜수, 이정재, 전지현, 김해숙, 오달수, 김수현, 임달화, 증국상, 이신제)을 자랑한다. 각각의 배우가 한 영화의 원톱으로 등장해도 모자랄 판에 희대의 다이아몬드, 그리고 관객들의 마음을 훔치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다.
한국과 중국 10인의 스타들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무엇보다 최동훈 감독 덕이다. 각자의 개성이 너무 강해 섣불리 버무리지 못할 것 같았던 스타들과 캐릭터들이 최 감독의 지휘 아래 ‘도둑들’에 녹아들었다.
10인의 도둑, 마카오 박(김윤석), 팹시(김혜수), 뽀빠이(이정재), 전지현(예니콜), 임달화(첸), 김해숙(씹던껌), 앤드류(오달수), 잠파노(김수현), 쥴리(이신제), 조니(증국상)은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매력을 뽐낸다. 하나의 목적의 목적, 서로다른 의도로 함께한 이들은 호시탐탐 서로의 뒤를 쫓고 의심하며 때로는 배신하고 과거의 감정을 다시 긁어오고 희생하기도 한다.
설정 상 마카오박이 이야기의 중심에, 그리고 팹시가 정서적인 기반을 다지지만 최동훈 감독은 특정 캐릭터에 집중하지 않았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뽀빠이의 본능과 섹시한 예니콜의 거친 입담, 첸과 씹던껌의 애틋한 멜로, 잠파노의 순정까지 10인의 도둑 각각의 이야기에서 최동훈 감독은 조금도 소홀함이 없다. “멋지게 교통정리 했다”는 김윤석의 말처럼 도둑들 각각의 에피소드가 살아 숨 쉴 듯 펄떡거린다.
한탕을 위해 모인 범죄자들의 이야기라는 설정에서 ‘도둑들’은 최동훈 감독의 데뷔작 ‘범죄의 재구성’과 닮아 보이지만 훨씬 성숙해진 면모를 엿볼 수 있다. 캐이퍼 무비의 탈을 쓰고 있지만 범죄보다는 도둑들 캐릭터에 더 집중했다. 더 성숙했다는 표현은 캐릭터와 캐릭터 사이의 감정을 짚어내는 최 감독의 시선이 훨씬 여유로워졌다. 15세 이상 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