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폴 세계일화 대회
-이 유 미-
2005년 10월 15일 싱가폴의 선택씨티호텔 대회의 장에서 제7차 세계일화 대회(The whole world is a single flower)가 이틀에 걸쳐 열렸습니다. 어느 대회보다 규모가 컸던 이번 대회를 맞아 화계사 주지스님이신 성광스님, 선덕 견향 스님을 모시고 화계사 신도회 임원 및 신도 50여명, 합창단 34명, 대회에 참석하셨습니다. 계룡산 국제선원 무상사의 대봉선사님, 무심스님을 비롯하여 전 세계의 관음선원 수행자들이 모두 이 대회를 위해 싱가폴에 모였습니다. 이외에도 선불교에 관심 있는 많은 싱가폴 불자들이 입장료가 오만원임에도 불구하고 대회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첫 째 날 반야심경과 개회사에 이어 입적하신 조계종 전 총무원장 법장스님의 세계일화 기조법문을 성광스님께서 대독하시고, 여러 스님들의 주제 발표가 이어진 후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습니다. 선불교를 처음 접하는 싱가폴의 많은 불자들의 질문이 줄을 이었습니다.
싱가폴의 관음선림에서 수행하시는 계문스님의 법문 중 ‘남전참묘(남전선사가 고양을 베다’)공안에 대하여 대회장의 여러 사람들이 자신의 답을 점검 받아보려고 질문 마이크 앞에 줄을 섰으며, 심지어는 단상앞까지 올라와 계문스님께 답변을 올렸으나, 스님의 주장자를 맞고 말았습니다.
무심스님께서 주제 발표 중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주셨습니다.
어떤 이가 숭산 큰스님을 찾아와 죽기 바로 직전에 해야 하는 불교의 핵심적인 진수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큰 스님께서는 “물론 있다. 그러나 당신은 그 전에 먼저 오랫동안 선원에서 수행을 해야만 한다. 그러면 내가 가르쳐 주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매우 실망하여 “그런 말은 내가 믿을 수 없다.”며 다른 곳에서 수행하는 선사를 찾아 갔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질문을 했습니다. 그러자 그 선사가 “아, 잘 왔습니다. 우리에게 그런 주문이 있다. 내가 가르쳐 줄 수 있다. 그러나 죽기 직전에 다시 와라. 그러면 그 때 가르쳐 주겠다.”고 답하셨다며 禪은 이와 같이 모든 상황 상황에 따라 듣는 이와 답하는 이가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 말씀 이후 한 싱가폴 질문자가 물었습니다. “소승불교에서는 죽기전에 아주 깊이 호흡을 하며 내면 깊숙한 곳으로 집중해야 한다고 하는데 선불교에서는 죽기 직전에 오라고 하는 군요. 이 둘의 차이가 무엇입니까?”하고 물었더니 무심스님께서 “아, 당신 지금 죽습니까?”하고 답하여 장내가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깨달은 사람에게도 ‘苦’가 있는가?’, ‘수행에 집중할 수 없다. 어떻게 집중해야 하는가?’, ‘죽을 때 우리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을 어떻게 느낄 수 있나?’, ‘왜 인류에게 고통이 일어나게 되었는가?’ 등등의 많은 질문이 나왔습니다.
어떤 한 질문자가 ‘부처님이 태어나시기 전에 공룡시대 이전, 즉 말이 생기기 이전에 이미 법은 있었는 데, 그 말없는 법을 보여 달라’고 하자 한 스님께서 연단을 성큼성큼 내려가 그 사람을 꽉 끌어안아 장내의 큰 박수를 받았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노인이 ‘이 대회의 제목인 ‘세계일화’의 뜻을 분명히 알 수 없다.’고 대광선사님께서는 연단의 아름다운 꽃 한 송이를 뽑아 그 노인의 손에 쥐어 주며 ‘전 세계는 한 송이 꽃’이라는 것을 보여 주었습니다.
이틀 째 되는 날, 청해 스님, 우광 선사, 토마스 페스터 지도법사께서 ‘Monk's Zen Jazz'를 연주하셔서 대회 분위기를 한껏 돋우어 주셨습니다. 이틀 동안 화계사 합창단원들이 고운 한복을 입고 아름다운 목소리로 대회장 단상에서 싱가폴 노래인 ‘모리화’ 와 여러 찬불가를 불러 외국스님들과 싱가폴 사람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습니다. 화계사 신도의 가족이 ‘살풀이 춤’을 추었고, 동참한 어린이 무용단이 ‘부채춤과 북춤’을 선보여 많은 박수를 받았습니다.
숭산 큰스님께서는 열반하셨지만, 그 크신 원력으로 전 세계의 제자들이 한 곳에 모여 제7차 세계일화 대회를 역대 어느 대회보다 더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던 것은 숭산 큰스님의 크나크신 가피라 여겨집니다. 다음 2008년에 폴란드에서 열리는 제8차 대회에서 만나기를 약속하며 아쉬운 작별을 하였습니다.
이 대회를 마치고 많은 외국 스님들과 화계사 합창단과 신도님들은 배를 타고 말레이시아로 건너가 계문 스님께서 불사하신 팡가랑 선원의 점안식에 동참하였습니다. 화계사 합창단의 아름다운 음성공양으로 팡가랑 선원의 점안식이 더욱 장엄하였으며, 동참하신 모든 스님과 신도님들께서도 아주 기뻐하셨습니다. 화계사 신도회에서는 선율의 주지스님이신 계문스님께 보시금과 작은 선물을 전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