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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구간 소백산은 우리나라 12대 명산 중의 하나로 꼽힐만큼 수려한 산세를 자랑한다.
최고봉인 비로봉(1,439m)을 비롯, 국망봉(1,421m), 연화봉(1,394m), 신선봉(1,389m),
등의 고봉이 저마다 웅장하다.
그러면서도 우아하고 소담하며 이를 잇는 능선들은 부드럽고 아름답다.
흔히들 장쾌한 덕유의 주능선에 비교하곤 한다.
특히, 겨울이면 온통 백설의 은세계로 변하는 설경은 선경을 방불케 한다.
우리의 자존심 출발님은 이 곳의 한자락에서 소백의 웅혼한 기상을 받으며 유년 시절을 보냈고,
그 때부터 에베레스트 등정의 꿈을 키워 왔다고 한다.
19번 국도 - 중부고속도로 - 88고속도로 - 중앙고속도로를 이용 2시경에 단양 IC에 도착,
서울팀을 기다린다.
[별 밤에 체조하기 - 기다리기가 지루했는지, 아님 미리 몸풀려 했는지....]
옛날 어느 도승이 짚고 가던 대지팡이를 꽂은 것이 싹이 터 죽령이라고 했다는 전설을 갖고 있는,
이곳이 오늘 산행의 들머리다.
그러나 일대에 대밭은 찾기 힘들다.
[우리도 죽장에 괴나리봇짐(?) 하나씩 메고 총총걸음으로 스며든다]
칠흑같이 어두운 밤, 한기가 옷 속을 파고든다.
입동(入冬)이 엊그제였다.
대간하기 힘든 계절이 다시 찾아왔다.
그러나 대간의 참 맛은 이제부터인 것을 대간꾼들은 알고 있다.
추위와 폭설로 심지어 짐승들조차 래왕이 드문 마루금에 우뚝서서,
휘몰아 쳐 오는 북풍한설에 맞서는 극한 상황의 체험은 대간 산행의 묘미를 더 한다.
등산화 끈을 바짝 조이고, 헤드랜턴 밝히고, 장갑을 꽉 낀다.
파카의 자크를 목까지 올린다.
오늘 구간 근 30km라고 한다.
장난 아니다.
처음 만나는 길은 시멘트 도로다.
연화봉중계소와 천문대로 차가 오르 내리나 보다.
허나 대간에서 만나는 시멘트 길은 갓 쓰고 도포입고 오토바이 타는 것처럼 어색하기 그지없다.
거대한 암릉이나 끝없이 이어지는 너덜길이 차라리 제격이다.
사위는 깜깜해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은 무척 가까워 보인다.
별들의 너울거림이 손에 잡힐 듯 하다.
이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그래서 이곳에 천문대를 설치했나 보다.
갑자기 유성 하나가 길게 꼬리를 그으며 동쪽 방향으로 사그라진다.
어릴 적 여름날 밤 모깃불 피워놓고 할머니 무릎 베고 누워 옛날 이야기 듣던 시절,
별똥별이 사그라 들기 전에 장래 희망을 말하면 이루어진다고 하여,
대통령, 장군....이라고 떠들던 때가 생각난다.
쏟아지는 별빛을 보며 오늘 이 별들의 화려한 잔치에 참석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며 감사한다.
오름길의 좌측 저 아래로는 단양이, 우측으로는 풍기읍내의 졸고 있는 야경을 뒤로하며,
600여m 고도를 올리기 위해 약 한 시간 이상 힘들게 걸으니 거대한 통신탑이 나타난다.
안동네트워크 서비스센타 연화봉중계소다.
이 통신탑을 가기 직전 좌로 돌아야 작은 봉우리, 제2연화봉이다.
회장님과 각시님, 망울님 세분은 초대받지도 안했는데 그 새벽에 거기를 방문하셨다가,
그만 문전박대를 당하셨단다. ㅍㅎㅎ
[이런 이정표가 있었건만....추위와 안개로 급하게 가다보니 그만]
그러나 또 나타나는 시멘트 도로,
다시 약 30분가량 오르락 내리락 하고 나니 소백산 천문대가 나타난다.
소백산 천문대를 지나치면 나타나는 봉우리가 연화봉이다.
안개가 사방을 포위하여. 갈길을 헤깔리게 한다.
가파른 계단이다.
이상 신호가 오는 다리를 끌고 숨가쁘게 올라서니 제1연화봉이다.
제1연화봉에 이르자 북쪽인 단양쪽에서 찬바람이 더욱 세차게 몰아쳐 온다.
유명한 소백의 칼바람이다.
[자욱한 안개로 한치앞 분간도 여렵다. 각시님 안경에까지 안개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운해속을 헤맨다.
바로 앞사람의 뒷모습도 보이질 않는다.
미로속을 더듬거리는것 같다.
그리고 우리들만 다른 세계에 와 있는것 처럼 느껴진다.
[어두움 속에서도 어느새 10km를 넘게 와버렸다]
연화봉을 돌아 주능선상으로 올라오니 이미 소백은 겨울인 것을.....
나뭇잎이 오색 단풍으로 갈아입을 무렵,
몰아 닥친 한파와 강풍으로 한순간에 다 떨어져버리고 말았다는 걸,
그 날 도솔봉 구간에서 첫 눈을 맞으며 비박하다 목격한 한산님을 통해 생생히 알게 되었다.
공연은 끝나고,
막 내려진 무대라 관객은 다 빠져나가고 어차피 텅 빌 객석이지만,
미쳐 여운을 남김도 없이 순식간의 퇴장은 너무 쓸쓸하다.
때가 되면 어차피 떨어질 낙엽이었다 해도.....
한번쯤 뒤를 돌아다볼 여유는 있었어야 되는데, 하루밤사이에 모두 떨어지게 한 건 너무 잔인했다.
그래서 신발 아래로 밟히는 촉감에 폭신하고 운치있는 길을 걷는다고 좋아라 하기보다는,
올해의 대간길 낙엽들에겐 미안한 맘이 든다.
그렇게 성급하게 낙엽이 떨어지듯이 마루금엔 또 성급하게 겨울이 자리하고 있었다.
[소백은 우리에게 한겨울에도 보기 힘든 상고대를 만들어 선물한다]
교통사고 휴유증등으로 아직까지도 몸상태가 좋지 않은 솔나리님께서,
이 풍광을 같이 보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수안보에서 음식맛과 분위기가 제일이라는 영화 식당에서의 즐거웠던 만찬에 대한 고마운 인사도
미쳐 드리지 못했는데....
그러나, 상념에만 빠져 있을수는 없다.
오늘 갈 길이 너무 멀기 때문에....
국립공원사무소에서 눈과 안개와 칼바람이 몰아쳐 온다고 식사라도 마음편히 하시라고,
우리를 위해 산장을 비워두었다.
산장에서 식사하는 동안은 행복했다.
잠시 뒤 비로봉의 악천후를 비롯 모든걸 잊고 오직 맛있게 먹고 마셨다.
단하나 그대로님을 걱정하면서
"날씨가 너무 안좋은데...."
"옷도 얇게 입고 왔던데...."
"알바 할 구간은 없나?"
"왜 이리 전화는 안터지는 거야."
엄마가 자식 걱정하듯 안나님은 그대로 걱정이 태산이시다.
식사는 제대로 하셨는지....
산장에 있다보니 바람을 막아주어 나름대로 포근하였는데 식사후 나서려니 새벽보다 더 걱정스럽다.
잠바같이 생긴건 다 껴입는다.
심지어 우의까지.
코 앞이 소백의 정상 비로봉이다.
오늘의 비로봉은 소백의 정상다웠다.
제대로 서있기 조차 힘들 정도의 차거운 세찬 바람이 몰아친다.
오늘의 단체 사진을 여기서 찍어 줘야 했건만 어서 탈출하고픈 생각뿐이다.
국망봉을 향한 계단의 내림길은 몸 가누기가 힘들다.
한발 한발 뗄때마다 계속 휘청거린다.
예솔님이 많이 힘들었을것 같다.
배낭속에 쇠뭉치라도 들어있었는지 물었더니 바람과 바람 사이를 빠져 나왔단다.
[지금도 세찬 바람이 윙윙거리는것 같다]
수백년 된 천연기념물 제244호인 주목(朱木)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는데 모르고 지나쳤다.
열두봉우리가 일렬로 나란히 서있는 곳도 있다는데 안보였다.
연화봉부터는 오르고 내림이 순하고 능선길이 부드럽다는데,
바람과 추위에서 벗어나고파 정신없이 걷느라 몰랐다.
비로봉을 떠나 국망봉을 향하는데 한무리의 훈련중인 공수부대원을 만난다.
본의 아니게 우리의 진로를 방해한다.
아들녀석도 군인이라 연민의 정을 더 느낀다.
한 군인이 어디에서 오셨느냐고 묻는다.
서울이라고 한다.
그러자 그 군인 다시 출발이 어디냐고요? 라고 재차 묻는다. 그것도 황토섭님께.
오늘 산행 시작점이 궁금했나 보다.
국망봉 직전에서 그들이 10분간 휴식하기 전까지는 그렇게 같이 걸었다.
國望峰 - 여기에 또 마의태자의 한서린 전설이 깃들어 있다.
[아직도 날이 샌것도 아니고, 안샌것도 아닌 상태다]
여기를 지나면서 천태의 다리 상태를 물어 본다.
그간 몇 구간은 잘 진행했었는데....오늘도 썽썽하단다.
어제가 우리 부부 결혼기념일이었다.
결혼기념일에 소백산 등반은 의미있는 일 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후부터는 천태를 남남처럼 대하려 한다.
결혼 22년차이면 살만큼 살아 서로 알만큼 알게 된 것이니 이제 예전처럼, 처음처럼 돌아가려 한다.
며칠 전 식사 자리에서였다.
한 부인이 자기 남편은 다른이에게는 더없이 다정하고 싹싹해서 사람 좋다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정작 자기에게는 그렇지 못하단다.
챙기는 것도 소홀하고, 화도 잘내고.
그래서 남편에게 자기를 아내로 말고 남인양 생각하고 이웃처럼 해주라고 얘기했다고 한다.
그 자리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웃으면서도 한편으론 일리 있다며 공감했다.
웃고 넘기기엔 나의 마음도 찔렸다.
그래서 나도 천태에게 어렵게 대할수 밖에 없는 이웃의 다른 부인들에게 하듯이,
예의와 배려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기로 다짐했다.
하나 더,
다시 이 땅에 태어나면 천태 속썩이고 잘못해 준 것 반성하고 제대로 한번 해보기 위해,
천태와 다시 한번 더 살고 싶다고도 생각해 본다.
이래저래 산은 나를 철들게 한다.
[오늘 소백의 날씨를 온 몸으로 웅변해 주고 있는 엉겅퀴 꽃]
20여분 내려서면 상월봉이다.
잡목지대가 이어진다
늦은맥이재다.
이 곳부터는 내리막길로 평탄하긴하나 지루한 등로가 이어진다.
[비로봉에서 멀어진다. 그리고 고치봉이 가까워진다]
12시가 넘어서고 지대가 낮아지니 날씨는 평년 기온을 되찾는다.
언제 그렇게 심술을 부렸느냐고 시치미를 뗀다.
[추위는 완전 물러가고 - 천태는 비로소 마스크를 벗었다]
이제 고비는 넘겼다며 한산님께서 준비한 술과 안주를 꺼낸다.
한 술하는 망울님께서 사양하신다.
오늘 구간이 힘들었나 보다.
[예솔님의 살인 미소도 살아났다]
오늘 산행도 막바지에 접어든다.
마당치를 지나 형제봉 갈림길에서 내리막길로 내려서면 고치령 고갯마루다.
[아직도 비포장으로 험한 고갯길이었을 과거를 말해준다]
고치령의 고치는 고추의 사투리란다.
이곳에서 100일을 기도하면 득남한다 하여,
아들 못 낳은 한 많은 여인네들이 치성을 드리러 예전엔 상당히 험했을 고치령을 올랐단다.
요즈음엔 딸이 있어야 비행기타는 호사도 누린다고 좋아 하지만,
한세대 전만 해도 얼마든지 있었던 아픈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키 큰 저 장승이 아들을 점지해 주었나 보다. ㅋㅋ]
경상도에서는 귀한 손님 대접용이라는 배추전과 헛제사밥을 맛있게 먹는다.
그러나 안나님께서 대간팀들을 위해 일부러 중국까지 가셔서 사 왔다는 죽엽청주도,
단산막걸리도 사양한다.
운전해야 하기에.....
서울팀들과 헤어져 차를 몰아 집으로 향한다.
내일이 어머니 생신이라 형제들이 다 모여 우릴 기다릴 터 빨리 가야 한다.
술이라도 한잔 나눌려면.
그러나 쏟아지는 졸음이,
비오던 그날밤 밧줄도 없애버린 속리산 암벽을 타고 내려오던 것 보다 나를 더 힘들게 한다.
[후일담]
지난 목요일 저녁,
천태가 감기기가 있다며 감기약을 두가지나 먹고 자더니,
다음날 저녁 아무 이상없다며 대간을 따라 나선다.
그때는 정말 감기가 쉽게 나은줄로만 알았다.
토요일 저녁에 다녀 와서
어머니 생신이라 형제들이 다 모였을때 피곤하다며 씻자마자 잔다기에
그때도 피곤해서 추운데 많이 걸어서 그런줄만 알았다.
일요일 저녁 몸이 으실으실 하다고 할때도
다시 찾아온 감기인줄만 알고 보일러 온도만 높였다.
오늘 새벽 잠을 못자고 너무 심한 오한에 못견뎌 하기
전북대 병원 응급실에 갔더니 신부전증[쉽게 말하면 양쪽 콩팥에 염증이 생겼단다]이라며
저녁까지 각종 검사와 닝거만 꽂고 있더니 일주일 이상 입원해야 한단다.
그래도 저녁에는 죽도 먹고 입원실에서 [이산]도 보고 많이 좋아진것 같아 안심이다.
님들 건강하자고 나선 대간길 건강 조심하시길.....
첫댓글 겨울산행에 대한 신고식을 톡톡히 치룬 소백산, 만태님의 후기를 읽으며 당시의 춥고 무거웠던 분위기를 다시 생각해봅니다.무엇보다도 천태님을 사랑하시는 마음이 크심을 엿보는글에서 가슴찡함을 느끼게 됩니다, 천태님의 건강이 하루속히 좋아지셔서 만태님의 근심이 없어지길 바랍니다. 천태님 힘내십시요~얼른쾌차하셔서 밝은미소 보여주세요~
어떻게 그런 일이....천태님의 빠른 쾌유를 바랍니다.
멋진 부부만태,천태님 우선 결혼22주년 합니다...오래오래 지금처럼 행복하시고,글구,만태님 일찍도 철드셨네요,나는 언제쯤 철들려나 몰라천태님 빠른 쾌유 빕니다...다음 구간에서도 불러야죠...
만태님!! 혹시 국문과 나오셨나요? 제가 후기 많이 보왔지만 이렇게 멋드러진 후기!!..최고입니다..글구 천태님께서도 산도 좋지만 먼저 건강을 챙기셔야 전국 방방곡곡 모든산 가보지요...쾌유를 빌고 다시 산정상에서 정상주를 같이 했으면 좋겠습니다..글구 만태님..원래 남자는 다시 태어나도 마눌님과 다시 결혼하고 싶다고 하는데 대부분의 마나님들은 아니라네요.대부분 지긋지긋하데나..^^....너무 슬푸죠???..딱 이제부터 잘할 수 있는데...ㅎㅎㅎ
늦었지만 결혼기념일 축하드리고, 천태님의 빠른 쾌유도 빕니다.
문전박대뿐 아니라 위협경고까지 받은 신새벽 칼바람에 정신을 잃을 정도였는데.초장부터 솔나리 되돌아가고 난리도 아니였지요다시 태어나도 천태님과 하겠다는 지고지순한 사랑에 감동 받았음돠..천태님 갑자기 신부전증이라니고생이 많습니다.빨리 쾌차하시고 건강한 모습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열정의 마음이 없다면 두분의 발걸음이 여기까지 오지는 못했을것 같습니다 .. 더울때나 추울때나 아랑곳 하지않고 머나먼 길을 달려오면서도 늘 즐거운 기다림과 만남을 이루어 주신 두분께 감사함을 드림니다 .. 항상 건강을 돌보시고 두손들어 하늘을 향해 만세를 부르는 날까지 무탈 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라겠습니다 .. 다시금 감사함을 전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