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보호위원회가 예고대로 30일 미성년자 대상 성범죄자 169명의
신상을 관보 등을 통해 공개하자 찬반 논란이 들끓고 있다. 김성이
위원장은 “인터넷의 발달로 일탈이 가속화되고 있는 일부 성인들의
비뚤어진 성문화를 바로잡고 청소년들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공개 반대론자들은 “당사자들의
인격권 침해는 물론이고 이중처벌로 법적 형평성을 잃었으며 위헌소
지까지 있다”고 비판했다.
◇신상 공개 배경=정부의 이번 조치는 성범죄가 청소년들의 심신을
병들게 하고 일생에 돌이킬 수 없는 후유증을 남기는 성적 착취행위
일 뿐만 아니라 공동체의 성윤리를 파괴하는 범죄행위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일각의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공개를 강행한
것은 성인들의 왜곡된 성문화를 바로잡기위해 충격조치가 필요하다는
다수의 찬성여론에 힘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찬성=여성단체연합 ‘성과 인권위원회’ 최영애 위원장(50)은
“청소년들의 인권에 대한 어른들의 사회적 책임을 생각한 조치”라
며 “가해자들의 인권도 고려해야 하지만 큰 목적을 위해 어느 정도
는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 권장희 사무처장
(37)도 “가중처벌 논란도 있을 수 있지만 청소년 성매매는 사회
전체의 문제라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며 “이를 계기로 미성년자
성매매가 근절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회사원 성기정씨(32)는 “직업과 주소, 사진 등을 자세하게 공개하
지 않은 것은 해당자의 인격을 최소한으로 인정한 것 아니냐”며
“성범죄자의 신상공개는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주부 이남숙씨(43
·서울 양천구)도 “성범죄자의 딸이나 주변 인물도 성추행이나 성매
매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명단 공개라는 사회적
제재만이 유일한 방법”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오히려 더욱 자세하게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도 적잖았다.
여성민우회 ‘가족과 성 상담소’ 양해경 소장(47)은 “여러 단계의
심사에서도 걸러지지 않을 만큼 이들의 범죄정도가 심하다”며 “사
진도 없고 주소도 구체적이지 않아 실질적인 신상공개로는 미흡하
다”고 말했다. 그는 ‘추상적 공개’로 동명이인의 ‘엉뚱한’ 피해
자가 나올 수 있음도 지적했다. 청소년보호위원장을 지낸 서울고검
강지원 검사도 “청소년 대상 성범죄 예방 계도문은 대국민보고서나
범죄백서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선별 공개에 유감을 표시했다.
◇반대=반대 논거의 핵심은 ‘인격을 도외시한 이중처벌’이라는 점
이다. 성범죄 근절이라는 취지에는 찬성하지만 그 방법이 충격요법으
로 흘렀다는 것이다. 인권연대 오창익 사무국장(35)은 “공개가 청소
년 대상 성범죄 근절에 얼마나 도움될지 의문”이라며 “범죄 근절에
는 효력이 없으면서 공개 대상자들의 인권만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여론을 업은 대증요법보다 관련법 정비 등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문철 변호사는 “원조교제가 청소년 성범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
는 점을 감안해 가해자에게만 책임을 묻기 전에 미성년자가 먼저
적극적으로 접근했는지 그 정황과 상습성 등도 정확히 파악해야 한
다”고 주문했다. 경실련 이석연 사무총장은 “공개 대상자의 기본권
을 보장하지 못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