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명기 24장 8-15
찬송가 218장 ‘네 맘과 정성을 다하여서’
오늘 본문은 어제 본문에 이어서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서 같은 동족끼리의 관계 속에서 주의해야 할 지침들을 설명합니다. 먼저 나병의 규례에 대해 짧게 언급한 후에 이웃과의 관계, 가난한 자들을 대할 때의 주의할 점들을 언급합니다. 이스라엘 공동체가 더욱 정의롭고 공평한 사회가 되기를 바라는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말씀입니다.
같은 이스라엘 동족을 마치 이방인 대하듯이 유인하여 종으로 삼거나 판 자는 죽음에 처해야 했습니다. 어떠한 이유에서든지, 자기 동족을 종으로 삼거나 거짓으로 유인하여 이용하는 사람은 그 자체로 사형 대상이었습니다. 같은 이스라엘끼리는 형제요, 하나님을 섬기는 동역자들입니다. 그 정신을 깨뜨리고 이익만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행위는 하나님께 심판 받는 대상이 되었습니다. 본문은 나병에 관한 짧은 규례로 시작합니다.
나병의 규례(8-9)
(8-9) 너는 나병에 대하여 삼가서 레위 사람 제사장들이 너희에게 가르치는 대로 네가 힘써 다 지켜 행하되 너희는 내가 그들에게 명령한 대로 지켜 행하라 너희는 애굽에서 나오는 길에서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미리암에게 행하신 일을 기억할지니라
나병에 대해서는 레위 사람 제사장들에게 그 권한을 위임해 주셨습니다. 제사장들이 명령하는 대로, 또 규정하는 대로 지켜 행하라고 말씀합니다. 그러면서 미리암의 사례를 떠오르게 합니다. 모세를 대적했던 미리암에게 나병이 생겨서 큰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후 나병에 대한 규례가 생겼고, 이스라엘은 철저히 지켜야 했습니다. 무엇보다 격리 생활에 대한 지침을 철저히 지켜야 했습니다. 나병이 나았을 경우에 제사장에게 가서 그 몸을 보이고 확증을 받아야 했습니다.
나병의 규례에 대해서는 레위기 13, 14장에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민수기 12장 10-15절에 미리암 사건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여러 질병과 마찬가지로 나병의 치료 역시 하나님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치료해 주신 나병 환자는 제사장을 통해 확증 받고 공동체로 다시 들어올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께서도 한센병 환자 열 명을 고쳐주시고 제사장에게 가서 보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나병의 규례를 다시 언급하면서 공동체 안의 영적인 질서를 강조한 것입니다. 공동체가 질서 있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영적 지도자의 역할이 중요하고, 또한 지도자를 잘 따라야 함을 의미합니다. 이어서 다시 이웃과의 관계를 다루되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설명합니다.
이웃과의 관계(10-15)
(10-13) 네 이웃에게 무엇을 꾸어줄 때에 너는 그의 집에 들어가서 전당물을 취하지 말고 너는 밖에 서 있고 네게 꾸는 자가 전당물을 밖으로 가지고 나와서 네게 줄 것이며 그가 가난한 자이면 너는 그의 전당물을 가지고 자지 말고 해 질 때에 그 전당물을 반드시 그에게 돌려줄 것이라 그리하면 그가 그 옷을 입고 자며 너를 위하여 축복하리니 그 일이 네 하나님 여호와 앞에서 네 공의로움이 되리라
지금으로부터 수천 년 전에도 물건을 빌려 갈 때 저당 잡는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웃에게 무엇을 꾸어줄 때, 어떤 물건을 담보로 가져오거나 하지 말라는 명령을 주십니다. ‘집에 들어가서 전당물을 취하지 말라’는 표현은 전당물을 잡기 위해 애초에 집에 들어가지 말라는 뜻으로 해석하는 것이 좀 더 자연스럽습니다. 곧 저당물을 잡기 위해서 이웃의 집에 함부로 들어갈 수 없음을 규정한 것입니다.
한 사람의 기업의 경계선 안에 있는 것은 그 사람만이 주권을 가지고 행사할 수 있으므로 채무자가 자의적으로 저당물을 택해서 기업 밖으로 가지고 나올 때 비로소 저당의 효력이 발생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아무리 어려운 형편에 처해 빚을 지고 있는 자라 할지라도 하나님으로부터 받은 기업에 대해 당당하게 주권을 행사하도록 하심으로서 모든 형제들 사이의 관계가 주종 관계가 아니라 수평 관계라는 것을 가르쳐 주셨습니다.
또한 혹시 가난한 자가 저당 잡힐 일이 있을 때는 그를 긍휼히 여기고 그에게 자비를 또한 베풀어야 함을 말씀합니다. 채권자가 그 사람의 겉옷을 담보물로 가져다가 밤까지 돌려주지 않는다면, 가난한 채무자는 추위로 인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할 것입니다. 이러한 고통을 생각하셔서 채권자가 겉옷을 저당물로 가지고 간 경우에 반드시 해가 지기 전에 돌려주라고 말씀하십니다. 채권자가 그렇게 자비를 베풀 경우에 채무자는 감사의 마음으로 채권자를 위해서 복을 빌어주는 기도를 올려드릴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그리고 그것은 채무자에게 공의로운 행위가 되어서 하나님과 사람에게 인정을 받게 될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 사람의 의로움의 판단은 삶의 자리에서 드러납니다. 하나님께서 이웃을 향하여 행하라고 하신 명령을 잘 지켜 행하고 순종할 때 그가 의인으로서 인정받든지, 그렇지 않게 되든지 결정이 됩니다. 형제를 위해 사랑과 자비를 베푸는 자는 하나님을 닮아가는 것이고, 하나님과 사람에게 인정받는 사람이 됩니다. 오늘 우리의 삶의 자리에서 조금 더 자비를 베풀어야 할 이웃은 누구인지 돌아보길 원합니다. 그에게 사랑과 자비를 베풀 때 우리는 주님의 제자로, 하나님의 사람으로 더욱 인정받게 될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하나님은 그에게 더 큰 은혜와 자비를 베풀어 주실 것입니다.
(14-15) 곤궁하고 빈한한 품꾼은 너희 형제든지 네 땅 성문 안에 우거하는 객이든지 그를 학대하지 말며 그 품삯을 당일에 주고 해 진 후까지 미루지 말라 이는 그가 가난하므로 그 품삯을 간절히 바람이라 그가 너를 여호와께 호소하지 않게 하라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네게 죄가 될 것임이라
학대란 단어는, 자신의 권력이나 권위, 힘을 가지고 낮은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무거운 짐을 지우고 그들을 억누르고 짓밟는 행동을 뜻합니다. 이러한 행동은 이스라엘이 과거에 애굽의 압제하에서 노예 생활을 했을 때 겪었던 것을 그대로 갚는 행동입니다. 이는 곧 하나님의 긍휼에 대한 배신행위나 다름없습니다. 또한 가난한 자를 포함하여 모든 사람을 지으시고 인생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멸시하는 행위와도 같습니다.
가난한 자의 특징을 곤궁함과 빈한함으로 묘사했습니다. 경제적으로 약한 자들, 그리고 부족하여 쓸 것이 없는 자들을 뜻합니다. 사회적으로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을 의미합니다. 이스라엘은 그러한 자들에게 더욱 자비를 베풀어야 했습니다. 학대하지 말아야 할 대상 중에 이스라엘 공동체 안에 속한 자뿐 아니라 나그네도 포함되었습니다. 특히 고용인은 품꾼들에게 학대를 일삼지 않도록 조심해야 했습니다. 오늘날도 고용인은 하나님 앞에서 더 큰 심판을 받게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합니다. 선한 고용인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선한 영향력을 끼침으로 하나님 나라를 위해 더 큰 일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러나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하나님의 심판이 뒤따름을 기억해야 합니다.
또한 고용인이 품꾼에게 품삯을 제때 주지 않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것입니다. 가난한 자에게 그 하루 품삯은 생명과도 같습니다. 고용인에게 봉투 하나는 작은 것으로 느껴지고 별거 아닌 액수이겠지만, 일꾼에게는 생명과 연결된 것입니다. 고용인이 품삯을 제때 주지 않는 것은 생명을 경시 여기는 중한 범죄에 해당하였습니다. 현대 사회에도 임금을 제때 주지 않음으로 피눈물 흘리는 노동자들의 이야기가 종종 들려 옵니다. 반면에 어떤 고용주는 회사가 어려워져서 문을 닫을 때, 자신의 재산까지 팔아서 직원들의 밀린 월급부터 챙겨 주었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오늘날도 상대방으로 하여금 억울하고 탄식하게 만드는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철저히 주의해야 하겠습니다. 오히려 그것을 넘어 자비와 사랑을 베푸는 자리로 나아가야 할 것입니다. 그것이 곧 우리를 구원해 주시고 크고 복되다 여겨주신 주님께 마땅히 드려야 할 삶이며, 그리스도인으로서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삶일 것입니다. 성경은 가난한 자가 품삯으로 인해 여호와께 호소한다고 말씀합니다. 그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미연에 방지하라는 것입니다. 앞선 신명기 15장 9절에서도 비슷한 말씀이 나왔습니다.
(신 15:9) 삼가 너는 마음에 악한 생각을 품지 말라 곧 이르기를 일곱째 해 면제년이 가까이 왔다 하고 네 궁핍한 형제를 악한 눈으로 바라보며 아무것도 주지 아니하면 그가 너를 여호와께 호소하리니 그것이 네게 죄가 되리라
빚을 면제해 주는 해에 대한 말씀에서, 가난한 자를 향해 움켜쥐지 말고 빚을 면제해 주고 긍휼을 베풀라는 말씀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가 하나님께 호소할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평범한 진리를 말씀해 주십니다.
(신 15:11) 땅에는 언제든지 가난한 자가 그치지 아니하겠으므로 내가 네게 명령하여 이르노니 너는 반드시 네 땅 안에 네 형제 중 곤란한 자와 궁핍한 자에게 네 손을 펼지니라
이 땅에는 항상 가난한 자들이 있습니다. 어떨 때는 내가 상대적으로 가난하다고 느낄 때가 있고, 때로 나보다 더 어렵게 사는 이웃을 보면 나는 그나마 낫다고 생각이 될 때가 있습니다. 신학교 시절 식권 한 장이 귀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참 여러 경로로 도움의 손길을 많이 경험하던 때였습니다. 그 시기에 희한하게도 해외 어린이를 돕는 구호단체에 아주 적은 금액으로 후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지금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가난한 나라의 아이들에게 빵 하나 먹을 수 있는 작은 후원은 보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작은 결단을 하나님께서 기쁘게 보셨는지 여러 가지 장학금으로 신학교 시절을 감사하게 보내며, 큰 은혜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가난한 자에게 우리의 손을 펴면, 하나님은 우리에게 또한 갚아 주십니다. 비슷한 맥락의 잠언 말씀이 오늘 우리에게도 적용이 될 것입니다.
(잠 19:17) 가난한 자를 불쌍히 여기는 것은 여호와께 꾸어드리는 것이니 그의 선행을 그에게 갚아 주시리라
오늘 하루도 주어진 삶 속에서 이 말씀을 실천하며 이기신 주님과 동행하는 복된 하루가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기도
하나님 아버지, 오늘 말씀을 통해 신앙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정의를 실천해야 할지, 이 땅을 살아가면서 가난한 자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다시금 돌아보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구원의 은혜에 늘 감사하며, 겸손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실천하는 삶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우리가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서 착한 행실을 통해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는 삶을 살아가도록 도와주시옵소서. 하나님의 선하심을 닮아 오늘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이웃을 위해 자비를 베푸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오늘도 이기신 주님과 동행하며 하나님의 선하신 뜻을 이루어가는 복된 하루 되게 해 주시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묵상을 돕는 질문
1. 하나님은 치료하시는 하나님이십니다. 나의 몸과 마음에서 치료되어야 할 부분은 무엇이며 하나님께 어떠한 기도를 올려드리시겠습니까?
2. 채권자는 채무자의 입장을 배려하며 억울한 일이 없도록 하라고 말씀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우리의 금전 거래는 어떠해야 하겠습니까?
3. 땅에는 항상 가난한 자가 있으며 그에게 선을 행하면 하나님께서 갚아 주신다고 말씀합니다. 오늘 가난한 자들을 위해 내가 실천해야 할 일은 무엇입니까?
4. 오늘 하루 이기신 주님과 동행하며, 영적 전투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떤 결단을 하시겠습니까?
(작성: 최정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