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수상이었던 처칠은 젊은이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절대로 포기하지 말라, 절대로 !”
그러나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때로는 포기하라, 포기할 때 또 다른 문이 열린다.”
내가 11월 초 한국에서 돌아와 보니 뮤직센터의 건축이 많이 진행되어있었다.
나의 비서 가스펠이 부지런하게 감독을 한 흔적이 보였다. 그리고 한 달이 지났다.
나는 거의 날마다 현장에 나가서 인부들에게 감사하다며 마실 것도 챙겨주면서
격려를 하는데, 일의 속도가 어찌나 느린지 조금씩 불만스럽기 시작했다.
할 일은 많아 보이는데 일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가 않았다. 어떤 사람들은 일은하지 않고
앉아서 자기들끼리 수다만 떨고 있었다.(말라위 사람들의 수다문화는 대단하다.)
나는 건축가에게 왜 이렇게 일이 진전이 없느냐고 했더니, 인력은 많지만 기술자가 부족해서
사람들을 구하기 힘들다고 했다. 또 어떤 인부는 임금을 받으면 다음날에는 나타나질 않는다고 했다.
돈이 떨어져 배가 고프면 그때서야 다시 일을 하러 나온다고 하니
우리들의 의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다.
계약상으로 완공 날짜는 12월 20일이니 앞으로 잘해야 2주밖에 않 남았는데, 아직 지붕도
조금 밖에 올라가지 않은 상태라서 나의 마음은 몹시 초조하고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12월 30일부터는 독일에서 아들 다니엘과 함께 오는 재즈 뮤지션들과의 워크샵이 시작되는데,
건물이 완성되지 않으면 어떻게 진행을 할 것이며, 1월 7일로 정해진 오프닝을 기해 한국방송에서도
취재를 나온다고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 지 머리도 아프고 가슴도 답답해 오기 시작했다.
모든 계획에 차질이 생길 것을 생각하니 심기가 몹시 불편했다.
기도는 드리는데 마음의 평화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다.
나를 더욱 화나게 만드는 것은 건축가의 허황된 장담이었다.
“마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까 될 것입니다.” 나는 분명 안 될 것 같이 보이는데,
왜 그는 자꾸 될 것이라고 말하는가? 말라위사람들은 “안 된다”라는 말을 결코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No" 라는 말을 못하는 것은 그들 의식 속에 큰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의미 한다.
오래 세월 동안 영국의 식민지로 살아왔으니 얼마나 큰 그림자가 그들 DNA 속에 내재되어 있겠는가?
내가 요즘 받는 스트레스는 40대부터 고혈압 약을 먹고 있는 나에게 좋을 리가 없다.
내가 이세상의 모든 것을 얻는다 해도 나의 생명이 사라지면 그 누구에게 유익하겠는가?
나에게 내 생명만큼 중요한 것은 또 없다. 그리고 그것은 내 자신이 돌보아야한다.
내가 최선을 다했어도 안 되는 것은 더 이상 나의 영역이 아니다. 내려놓아야한다.
아무리 독일에서 뮤지션들이 오고 한국방송에서 취재팀들이 온다고 해도 오프닝은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리니 그렇게 긴장 되었던 몸과 마음이 편해지기 시작했다.
모든 것을 내 손안에 움켜쥐고 내 계획대로 밀고나가려던 무모한 힘을 내려놓으니
그렇게 못마땅하게 생각되던 건축가에게 오히려 연민의 정을 느끼기 시작했다.
약속을 못 지키는 그의 마음은 또 얼마나 미안하고 괴로울까?
내 안에서 이렇게 포기가 시작되니 건축하는 그 자체에서 느끼는 기쁨이 되살아난다.
나는 건축가에게 부드러워진 말투로 이제는 우리들의 “바램”이 아닌, 그 “진실”을 이야기해달라고 하니까,
그 제서야 그는 내게 풀이 죽은 음성으로 한 달을 더 기다려 달라고 했다.
그는 내가 실망한 나머지 화를 낼까봐 몹시 두려워하는 눈치였다.
그러나 나는 이미 내안에서 포기를 한 상태였기 때문에 아주 담담히 "그 자체를 받아들이겠노라고,
다시 한 번 더 기회를 줄 테니 긴장을 풀지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달라고 "말 할 수 있었다.
이런 기도가 있다.
“주님, 제가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주시고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겸손을 주시며
이 두 가지를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제게 주십시오.
우리가 그 무엇에 집착해 있으면 포기 할 수 없다. 의지가 부족해서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한계를 알기 때문에 포기하는 것이다. 내가 포기하면 우선 내 마음이 편해지고,
내 주위사람들을 편하게 해 준다. 포기를 선택한 사람들에게는 또 다른 문이 열린다.
내 힘으로 할 수 있다는 자만을 내려놓을 때, 비로서 하느님께서 일하시기 때문이다.
첫댓글 김 교수님 그렇게 많은것을 내려놓았는데 아직도 내려놓아야 할것들이 또 남았나 봅니다. 힘내시고 화이팅: 어제 광주 글라라에게 우물얘기 해주느라 전화를 했는데 너무 반가워하며 하는말이 직접 돈을 벌어 아이들을 돕고싶어서 유아교육 공부를 시작한다고 했어요. 마음이 찡했어요. 그곳을 향해서 기도하고 지원하는 후원회원들이 있으니 힘네세요. 사랑해요.
몹쓸 한국방송입니다. ㅠ.ㅠ 선생님을 자극하는 바늘이 되었다고 생각하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한국 시청자, 아니 전세계 시청자들에게 울림을 줄 좋은 프로그램으로 보답하겠습니다. 가스펠 님, 공사장 대장님 화이티이이이이이잉 !
파이팅...!!! 아녜스님, ^*~~ 주님이 함께 하심이지요 ^^ 포기가 아닌 새로운 도전이기에 편안하게 격려하심입니다^*^
분별의 지혜를 특벌히 많이 받으신 아녜스님^^ 힘~~~ 짱...!!!!!!
그래도 주님의 뜻과 교수님의 뜻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