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추웠던 올 겨울도 이제 겨울의 마지막 달인 2월의 중반을 훌쩍 지나가고 있습니다.
앞으로 겨울이 다시 오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할 텐데,
보름 정도 남은 겨울을 집에서만 웅크리지 마시고 ‘야호!’하며 맘껏 만끽하세요.
그런 취지에서 작년 이맘때쯤 다녀온 소백산 눈꽃산행의 기억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소백산 산행코스를 소개합니다.
소백산을 소개하기에 앞서 여러분들께 지명과 산행코스의 이해를 구하고자 소백산 산행지도를 첨부합니다.
소백산 산행지도 / 지도 이미지 출처: 다음 카페 ‘언제나좋은산’ (바로가기)
#2. 산행 출발 – 첩첩산중 속 겨울 산촌의 정취
이른 아침, 경북 영주시 풍기읍 삼가리에 도착했습니다.
길 옆으로는 과수목이 넓게 퍼져있고 과수밭 뒤로 낮은 야산이 끼고 있었습니다.
야산 사이로 눈 쌓인 산의 모습이 흐릿하게 보입니다.
“저기가 오늘의 산행지인가?”
산행길과 과수밭 사이의 도랑은 얼어서 물 흐르는 소리가 나지 않았으며
산 속의 산새들은 아직도 겨울잠을 자는지 첩첩산중 속 삼가마을은 등산객의 발소리 이외에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한적한 시골마을이었습니다.
그것은 항상 시끌벅적한 도시 생활에 익숙한 저에게 닿은 소백산의 고요한 첫 느낌이었지요.
눈꽃산행의 기대와는 달리 날씨는 따스했으며 바람 한 점 없습니다.
삼가주차장에서 10분쯤 걸으니 등산 진입로가 나타났습니다.
쭉쭉 뻗은 전나무 숲 아래, 그늘에 쌓인 눈이 얼마 전, 눈이 내렸다는 것을 말해주네요.
#3. 소담하게 내리는 싸리눈을 맞으며 소백산 비로봉에 오르다.
산길은 오를 수록 좁아지며, 길가의 쌓인 눈은 점점 등산로를 잠식하더니
뽀드득 뽀드득 눈 밟히는 소리를 남길 정도로 쌓여 있습니다.
제 귀엔 눈 밟히는 소리가 기름에 음식 튀기는 소리처럼 들립니다.
험한 오르막길을 세 시간째 걸어서일까? 배가 고파서 그런 소리로 들리는 건지 모르겠네요.
산행 3시간째 슬슬 배가 고파오기 시작합니다 C-:
비로봉 0.8km를 남기고 거친 숨을 잠시 쉬고 있는데 하늘에서 싸리눈이 하나 둘씩 내리기 시작합니다.
산들바람에 나뭇가지에 쌓여있던 눈이 흩날리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소백산이 제가 온 줄 알고 반기는 이벤트군요! 다행히 대설의 징조는 아니었습니다.
정상이 눈 앞에 보이니 묵직한 성취감이 느껴집니다^^
드디어 주변의 나무가 사라진 설원이 뿌연 운무 속에 어렴풋이 보였습니다. 그 설원이 정상이었습니다!
그 설원의 중심에 ‘소백산 비로봉 1939.5m’의 비석이 우뚝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눈이 깊게 밟히는 산을 내내 헉헉거리며 올라오다 비로봉의 비석을 보는 순간
제 가슴에 이 비석같이 묵직한 안도감과 성취감이 박힙니다
“야호! 드디어 정상에 도착했어!”
고원에서 처음으로 주변의 확 트인 경관을 보고자 하였으나 짙게 깔린 운무로 인하여
지척의 나무 이외엔 아무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보이는 시야 사이로 싸리눈이 계속 내리고 있었으며 정상에서도 바람 한 점 불지 않았습니다.
확 트인 경관과 그 사이로 내리는 싸리눈의 설경이 정말 멋집니다.
문득 소백산과의 교감이 일어난 것일까요?
소백산은 내가 찾아와서 기쁜 나머지 눈을 뿌려댔으며 내가 추워할까봐 바람을 불지 않는군요.
그러나 소심한 소백산은 싸리눈과 운무로 자신의 모습을 감추며 부끄러워하고 있었습니다.
이 때의 소백산은 하얀 소복을 둘러싼 채 여운을 남기는 전통적인 한국여인상처럼 느껴졌습니다.
#4. 눈발이 흩날리는 소백산맥의 능선을 걷다.
비로봉에서 연화봉 방면으로 걷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산장이 나타났습니다.
산장에서 추위를 피하며 점심식사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연화봉을 향하여 다시 걷기 시작했지요.
연화봉으로 가는 길, 설경이 정말 예술입니다!!
소백산맥의 능선을 따라 대설원의 부드러운 곡선과 광활함이 제 시각 속으로 느껴졌습니다.
마치 하얀 캔버스 위를 걷고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것 같은 낭만적인 풍경이었습니다.
능선 도중에는 한국산 에델바이스라고 불리는 솜다리가 눈꽃을 입은 채 군락을 짓고 있었습니다.
비로봉에서 2시간 남짓 걸어서 연화봉에 도착하였습니다.
연화봉에서 비로봉을 바라다 보았지만 소백산은 아직도 나를 부끄러워하는지
좀처럼 운무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지 않습니다.
#5. 하산길 – 드디어 소백산이 모습을 드러내다.
연화봉에서 200m 떨어진 지점에 소백산 천문대가 있었습니다.
천문대 앞을 지나 눈이 두껍게 깔린 임도를 걷고 또 걸었습니다.
저와 같이 동행하신 분 중에는 미리 챙겨온 눈썰매에 몸을 맡긴 채 신나게 내려가는 이도 보였습니다.
소백산 천문대, 마치 동화 속 얼음 왕국에 와 있는 듯한 기분이듭니다 ^^
저 멀리 어느 설국의 왕궁 같은 두 건물이 안개 속에서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하며 나타났습니다.
소백산 강우레이더관측소였습니다.
관측소 앞길에는 ‘백두대간 제2연화봉’이라는 비석이놓여
임도에 걸쳐진 언덕이 제2연화봉임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소백산의 모습!!
갑자기 잠잠했던 바람이 뒤에서 불어왔습니다. 저는 가던 길을 돌아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우와~!!” 드디어 소백산이 완전히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습니다.
소백산이 연신 바람으로 나에게 손짓하는 건가요? 운무가 걷힌 소백산 자락에 햇살 한 줌 비추었습니다.
#6. 영남의 4대 관문, 죽령에 도착하다.
저는 그렇게 소백산을 뒤로 한 채 죽령고개에 다다랐습니다.
죽령은 경북 영주시와 충북 단양군을 나누는 고개입니다.
죽령의 표지판이 한 켠은 경북을, 한 켠은 충북을 나타내고 있네요.
표지판을 중심으로 충북과 경북을 오가는 놀이가 재미있었습니다.
영남의 4대 관문이라고 불리는 죽령!,
여러분들도 조선 시대 과거길을 한번 올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
죽령에 대해서 좀더 자세하게 설명하자면 추풍령, 조령, 육십령과 더불어 영남의 4대 관문이라고 합니다.
예전 조선시대 과거길의 한가운데에 서 있다고 하니 새삼 으쓱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갑갑하고 시끄러운 도시를 떠나 한적하고 편안한 곳을 찾고 계신다면
저는 여러분들께 소백산 산행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눈 쌓인 소백산맥의 부드러운 능선을 따라 걸으며 산과의 교감 갖기, 짙은 운무에 가려
중세시대의 성과 같은 신비로움을 지닌 소백산천문대와 소백산레이더관측소, 눈썰매도 즐겨보고,
눈 쌓인 길가에 앉아 동행인들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추억을 쌓을 수도 있습니다^^
bbs3.agora.media.daum.net/gaia... 미디어다음 아고라 에서 발췌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