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누카 - 빛의 명절
구약성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마카베오서를 보면, 이교도들이 예루살렘 성전을 그리스 성전으로 변질시키고, 제단에서는 유다인들이 금기시하던 돼지고기를 제물로 바쳤다.
유다인들의 입장에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신성모독이었다.
그뿐 아니라 안티오쿠스 4세는 군인들을 시켜 지성소에 제우스 신의 동상을 세우도록 했으며, 모든 유다인들로 하여금 제우스 신에게 절하도록 강요했다.
유다인들은 더이상 성전에 나가 예배를 드릴 수 없게 되었고, 유다교는 최후를 맞이하는 듯했다.
그런데 이때 예루살렘 북서쪽 작은 마을에서 제사장 가문의 한 사람인 마따디아와 그의 아들 마카베오가 중심이 되어 조직된 저항군이 이교도 군대에 맞서 3년간의 전쟁 끝에 성전을 탈환하였던 것이다.
마카베오는 부정한 돼지로 더러워진 제단을 허물고 성소를 정화하여 새 제단을 만들고, 향을 피우고 성전을 새로 봉헌하였다(2마카 10,1-4 참조).
"하누카"란 히브리어로 "봉헌"을 뜻하는 것으로, 이방인에 의해 더럽혀진 성전을 탈환하여 하느님께 바쳤던 성전 봉헌을 축하하는 명절이다. 유다인들은 하누카를 "빛의 명절"이라고 부른다.
신약시대에도 이 빛의 명절은 유다인 사회 속에서 의미있는 날로 지켜져 왔다.
"때는 겨울이었다. 예루살렘에서는 봉헌절 축제가 벌어지고 있었다."(요한 10,22).
여기에서 봉헌절은 "하누카"를 이루는 말이다.
이 하누카 명절에 예수님은 "나는 세상의 빛이다. 나를 따라오는 사람은 어둠 속을 걷지 않고 생명의 빛을 얻을 것이다."(요한 8,12)라고 말씀하셨다.
예수께서는 당신 자신이 영원히 꺼지지 않는 빛임을 "빛의 명절"을 통해 밝혀 주셨던 것이다.
그리고 예수님은 자신의 몸과 선전을 동일시하셨다.
"예수께서는 "이 성전을 허물어라. 내가 사흘 안에 다시 세우겠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들이 예수께 "이 성전을 짓는 데 사십육 년이나 걸렸는데, 그래 당신은 그것을 사흘이면 다시 세우겠단 말이오?" 하고 대들었다.
그런데 예수께서 성전이라 하신 것은 당신의 몸을 두고 하신 말씀이었다."(요한 2,19-21)
이 일로 일부 유다인들은 예수께서 신성모독을 한다 하여 예수를 공격하는 계기로 삼았던 것이다.
우리 자신의 몸도 하느님의 성전이다.
우리는 매일 그리스도의 몸을 받아 모심으로써 그분과 하나가 되기 때문이다.
곧 우리는 그리스도의 몸을 통하여 "아버지께서 내 안에 계시고 내가 아버지 안에 있음"을, 그리하여 "아버지와 내가 하나"임을 매순간 확인한다(요한 17,21-22 참조).
그러므로 우리 몸은 하느님의 성전이다.
"우리는 살아 계신 하느님의 성전입니다."(2고린 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