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 (1288)
치마부에
치마부에(Cimabue, c.1240-1302)는 이탈리아 피렌체의 초기 르네상스 화가이다.
그는 경직된 비잔틴 예술에서 벗어나
이성적인 르네상스 예술로의 발전을 추구했던 인물이다.
치마부에는 두초와 조토와 더불어 자연주의를 이행한
초기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선구자로 알려져 있다.
그가 1287-88년에 그린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는
인체의 해부학적 구조를 연구해 이를 바탕으로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비록 신체 표현 기술은 다소 서투르지만,
사실주의 양식으로 부드러운 인체의 형태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치마부에가 인체 해부학에 대해 깊이 연구하였음을 알 수 있다.
이 작품은 산타 크로체 성당의 프란체스코 수도회 수사들에 의해 의뢰되었고,
5개의 중요 목재판과 8개의 보조 목재판의 복잡한 조합으로 만들어졌다.
이 작품은 중세 후기 비잔틴 양식을 무너트린 최초의 이탈리아 예술 작품으로,
기술 혁신과 인본주의의 새로운 가치를 그림에 반영하였다.
이탈리아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 성당에 있는 4.5미터 크기의 이 작품은
그가 제작한 두 개의 대형 십자고상 중 하나이다.
십자가의 금박과 십자가 처형 도상은 비잔틴 전통을 반영하고,
그리스도의 정적인 자세도 비잔틴 양식을 따르지만
작품의 표현에 있어서는 전체적으로 단순하고 자연스러운데,
양쪽 측면에 묘사된 성모 마리아와 사도 성 요한이 그 역할을 증폭시킨다.
이 작품은 골고타에서 돌아가시는 그리스도의 처형 장면을
생생하고 인상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그리스도께서는 속이 다 비치는 수건만을 걸치고 벌거벗은 모습으로 계신다.
그분은 눈을 감으셨고,
그분의 얼굴은 생기가 없고 시커멓게 죽어가고 있다.
그분의 몸은 오랜 고통으로 뒤틀린 자세이고,
그분의 손과 발에서는 선혈이 흐르고 있다.
인간의 고통을 사실적으로 생생하게 묘사한 이 그림은
르네상스 미술사에서 매우 중요하며 르네상스 화가들에게 큰 영향을 주었다.
그리스도의 뻗은 팔 양쪽 끝에 있는 작은 직사각형 패널에는
성모 마리아와 사도 성 요한이 있다.
두 사람 모두 피부색이 죽은 사람처럼 짙고,
손을 턱에 괴고 그리스도를 향해 얼굴을 돌려 슬픈 표정을 짓고 있다.
성 프란치스코 사상에 따라 그리스도의 죽음을 애도하는 사람은
십자가를 둘러싼 금박으로 최소화했다.
그리스도의 수난에만 초점을 맞추기 위해
일반적인 비잔틴 도상학에 비해 인물의 크기와 위치가 축소되었다.
또 성모와 요한의 옷과 망토는 단순하게 묘사되었는데,
성모 마리아는 붉은색 옷에 푸른색 망토를 입었고,
사도 성 요한은 거꾸로 푸른색 옷에 붉은색 망토를 입었는데,
붉은색은 인성을 상징하고 푸른색은 신성을 상징하며,
성모의 옷 색깔이 요한의 옷 색깔보다 진하다.
이 십자고상은 13세기 말에 산타 크로체 성당 제단에 설치되었고,
이 성당은 1333년과 1557년에 홍수를 겪었지만
1966년 아르노강의 범람으로 인해 물에 잠기면서
그림의 채색된 표면이 60%나 벗겨지는 심한 손상을 입었다.
10년의 복원 작업과 보존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열악한 상태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