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의 안내에 따라 비버리힐스를 걸었다.
엘 에이에서도 비버리힐스는 별도의 시로서 비버리시라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강남구쯤으로 학군 때문에 아주 작은집에서 살면서도 이사를 오는 사람들이 있단다.
잘 정돈된 고급스런 도시다. 땅이 넓은 나라인지라, 다운 타운 말고는 거의 단층 아니면 3층 정도다.
각국에서 온 여행객들이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야자수의도열이 얼마나 멋스러운지. 그 큰 키가 꺾이지 않고 꼿꼿이 자라는 것이 신기하다.
공기가 너무 상큼하여 기분이 날아 오른다.
쳐다 본 하늘이 말 그대로 쪽빛이다. 구름 한 점 없이 똑 같은 색이니 참으로 경이롭다.
참으로 복받은 나라다. 아니 국민이다.
옛날 임금이 피정 나온 것처럼 옆사람도 한결 컨디션이 좋아진 걸 보니 다행이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식당가 테라스에 나와서 식사를 하는 부런치족이다.
일요일인데 현지 시간 12시쯤 어째서 저렇게 사람이 많으냐니까 모두가 부런치족이라고 한다.
휴일에 늦잠을 늘어지게 자고 나서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나온 사람들이다.
블랙퍼스트와 런치의 약자인 것이다. 우리로 말하면 아점인 것이다.
내가 수십년 부르짖던 아점을 한 번도 성공치 못하고, "한 번 못먹으면 평생 못 찾아 먹는다."는 괴변을 늘어 놓으며 밥타령을 하
던 옆사람을 쳐다보니 더 이기적인 영감으로 보인다. 아이만 없으면 한 대 쥐어 박고 싶다.
늘어지게 휴일을 즐기고 행복하게 나와서 식사하는 모습 얼마나 아름다운 모습인가.
우리는 여건이 주어져도 외식비가 아까워 그리 못했을거다.
한심한 영감, 즐길줄도 모르는 양반, 내가 콩꺼풀이 단단히 씌웠던 거지.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