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은 희곡 ‘살로메’와 함께 그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지킬 박사와 하이드’와 더불어 인간의 이중성을 드러내며, 고귀한 인간의 타락이라는 공통점을 가진 이 장르 문학의 고전으로 꼽힌다.
1890년 그의 나이 36세 때 출간된 이 소설의 주인공 도리언 그레이는 오스카 와일드의 자화상이라고 할 만큼 그 인생 역정과 사상이 너무도 닮아 있다. 그는 서문에 ‘도덕적인 책이라든가 비도덕적인 책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잘 쓰였는가 그렇지 않은가가 문제인 것이다’라고 말해, 당대인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고, 논란을 야기했다.
그 줄거리는 다음과 같다.
유미주의자이자 쾌락주의자인 헨리 워튼 경은 박학다식하고, 재치있는 입담을 가진 중년 남자다. 어느 날 그는 이상주의자이고 화가인 친구 베질 홀워드에게서 사교 모임에서 첫눈에 반한 귀족 자제 도리언 그레이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헨리는 조각과도 같이 젊고 아름다운 외모와 어린아이처럼 맑고 순수한 영혼을 지녔다는 그 청년에게 호기심이 생겼다. 친구의 화실에서 그의 모델로 온 도리언을 만나게 된다. 헨리는 청년의 말 동무가 되어 그에게 미의 유한함을 얘기해준다. 미는 일시적인 것일 뿐이고, 나이가 들면 점차 빛을 잃고 추하게 변하게 될 것이라는 헨리의 말에 도리언은 충격을 받는다.
베질이 자신의 인생 최고의 걸작이라고 할 만큼의 아름다운 초상화를 완성해 그에게 선물한다. 나르시시즘에 빠진 도리언은 자신의 초상화를 보고 영원히 변하지 않을 그림에 질투와 분노를 느끼고 이렇게 말한다.
“나는 영원히 젊은 상태로 있고, 그림이 늙어간다면! 그걸 위해서라면, 그럴 수만 있다면, 나는 내 영혼이라도 내 줄 터인데”
그는 냉소적인 쾌락주의자 헨리에게 점점 빠져들고, 퇴폐적인 생활을 하며 타락해간다. 그러던 어느 날 도리언은 낡고 허름한 무대에서 펼쳐진 ‘로미오와 줄리엣’ 공연에서 줄리엣으로 연기하는 아름답고 순수한 시빌 베인을 보고 첫눈에 반한다. 그녀와 사랑에 빠져 약혼까지 한다.
그러나 그가 친구들(헨리와 베질)에게 그녀를 소개하고자 공연장을 찾았을 때, 그날 그녀의 연기는 형편없었다. 도리언을 진심으로 깊이 사랑한 시빌은 ‘진실한 사랑을 하면서 사랑을 연기하는 것은 사랑에 대한 모독’이라고 느꼈고, 그래서 연기에 집중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녀의 변명과 애원에도 불구하고 도리언은 결별을 선언한다. 그는 그녀 자신보다 그녀의 연기를 사랑했던 것이다.
그날 밤 자신의 초상화를 바라본 도리언은 깜짝 놀랐다. 초상화 속 자신의 얼굴이 잔인한 표정으로 변해 있었다. 그는 자신이 전에 한 말 때문이었음을 알아차렸다. 그의 소망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이다.
다음 날 그는 자신에게 버림받은 시빌이 독약을 먹고 자살했음을 알게 되고 충격에 빠진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흉악한 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그림에 두려움을 느끼고, 아무도 볼 수 없도록 오랫동안 쓰지 않던 맨 위층 방에 가져다 놓고 자물쇠로 잠가버린다.
세월이 흘러 그의 나이가 20대를 지나 30대가 되어도 그의 젊음과 미모는 변함이 없었고, 여전히 매력적이고 아름다웠다. 많은 사람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어느날 베질이 파리로 떠나기 전 그를 찾아왔다. 그는 화가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보여준다. 이를 본 화가는 큰 충격에 휩싸였고, 말다툼을 하게 된다. 도리언은 결국 그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그러자 초상화는 더욱 잔인하고 추악한 모습으로 변하고, 도리언은 충격과 공포로 몸을 떤다. 자신의 악행을 뉘우치고 잃어버린 자신의 순수함에 대한 그리움을 느낀다. 그러나 이런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 이제 돌이키기엔 너무 멀리 와 버린 듯 초상화는 더욱 추악해져간다. 그는 마침내 자신의 추악한 얼굴을 없애버리기로 결심하고, 화가를 죽였던 칼로 자신의 얼굴을 힘껏 찌른다.
갑자기 들려온 끔찍한 비명에 놀라 하인들이 달려 올라갔을 때, 방안에는 갑작스레 늘고 추한 모습으로 변한 도리언이 가슴에 칼이 꽂힌 채 죽어 있고, 벽에는 젊고 아름다운 그의 초상화가 걸려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