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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계소식 스크랩 문병란 시인, 민주사회장
점점 추천 0 조회 196 15.09.29 21:56 댓글 2
게시글 본문내용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분단의 아픔을 절절한 그리움으로 노래한 이 시는

1981년 출간된 문병란 시인의 시선집 <땅의 연가>에 실렸다.

이를 가수 김원중이 노래 <직녀에게>로 만들어 부르면서 대중에게 친숙해 졌다.

남과 북을 각각 견우와 직녀의 연인 관계로 비유하며

‘오작교가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로

노래했던 시인 문병란 선생은 25일 타계했다. 향년 80세.

 

'민족시인 문병란 선생 장례위원회' 주관으로 9월 29일 금일 오전 10시에

 5ㆍ18문화의 광장(구 전남도청 앞)에서 민주사회장으로 노제가 거행되었다.

장진성 장례위 집행위원장의 사회로 황일봉 호상의 약력보고와 함께

윤장현 광주광역시장, 이낙연 전남도지사, 장휘국 광주교육감, 임추섭 광주교육희망네트워크 상임대표의

추도사 후 가수 김원중의 '직녀에게' 추도공연과 이승철 시인의 조시 낭송이 있었다.

유가족 인사 후에 신명 오숙현 대표의 진혼굿으로 노제가 끝나고

서은 문병란 시인은 5.18국립묘지로 향하여 영면에 드셨다. 

 

 

 

 인연 서설    - 문


꽃이 꽃을 향하여 피어나듯이 사람과 사람이 서로 사랑하는 것은
그렇게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는 일이다
물을 찾는 뿌리를 안으로 감춘채 원망과 그리움을 불길로 건네며
너는 나의 애달픈 꽃이 되고 나는 너의 서러운 꽃이 된다

사랑은 저만치 피어 있는 한 송이 풀꽃의 애틋한 몸짓
서로의 빛깔과 냄새를 나누어 가지며 사랑은 가진 것 하나씩 잃어가는 일이다
각기 다른 인연의 한 끝에 서서 눈물에 젖은 정한 눈빛 하늘거리며
바람결에도 곱게 무늬지는 가슴 사랑은 서로의 눈물 속에 젖어가는 일이다

오가는 인생 길에 애틋이 피어났던 너와 나의 애달픈 연분도
가시덤불 찔레꽃으로 어우러지고
다하지 못한 그리움 사랑은 하나가 되려나
마침내 부서진 가슴 핏빛 노을로 타오르나니

이 밤도 파도는 밀려와 잠못드는 바닷가에 모래알로 부서지고
사랑은 서로의 가슴에 가서 고이 죽어가는 일이다

 

 

 

 

죽순 밭에서 - 문병란


죽순 밭에는

흥건히 고이는 울음이 흐른다

죽순 밭에는

낭자히 고이는 달빛이 흐른다.


무엇인가 뿜고 싶은 가슴들이

무엇인가 뽑아 올리고 싶은 욕망들이

쑥쑥 솟아 오른다

도란도란 속삭인다.


왕대 참대 곧은 줄기

다투어 뽑아 올리는 대나무밭

나도 한 그루 대나무 되어 서면

내 가슴 속에서

빠드득빠드득 뽑아 오르는 소리

뾰쪽뾰쪽 솟아오르는 울음소리


사운사운 내리는 달빛 속에

달빛을 받아먹고

이슬을 받아먹고

천근 누르는 바위 밑에서도

만근 뒤덮은 어둠 밑에서도

쑥쑥 뽑아 오르는 소리

마디마디 매듭이 지는 소리


이윽고 참대가 되고 왕대가 되고

유혈이 낭자하던 대밭

임진년(壬辰年) 의병의 손에서

원수의 가슴에 꽂히던 죽창이 되고,



갑오년(甲午年) 백산(白山)에 솟은 푸른 참 대밭

우리들의 가슴을 뚫고

사무친 아우성이 솟아오르는 소리

안개 속에서 달빛 속에서

어둠을 뚫고

굳은 땅을 뚫고

모든 뿌리들이 일제히 터져 나오는 소리


죽순 밭에는

뾰쪽뾰쪽 일어서는

카랑한 달빛이 흐른다

도도한 기침 소리가 들린다

묵은 끌텅에 새 순이 돋아

창끝보다 날카로운 아픔이 솟는다.


가슴이 막혀 답답한 날

대밭에 가서 창을 다듬자

왕대 곁에 서서

꼿꼿이 휘이지 않는

한줄기 죽순을 뽑아 올리자


응혈진 어둠을 뚫고

핏물진 연한 살을 뚫고

벌떼같이 내리는 햇살 속에서

낭자하게 내리는 달빛 속에서

아 소리 없는 아픔이 솟아오른다.

 

 

가을의 여백에 앉아서 - 문병란

 

 

가을은 먼저

4만 원짜리 횟감 두 접시와

우리들의 단란한 술잔 속에 와서

비린내도 향그러운 가을바다

아침이슬 한 잔씩을 가득 채웠다.

 

길고 지루한 장마가 끝나고

모처럼 하늘이 높고 푸른 날

때마침 제철 만난

남해 바다 전어 떼

그 싱싱한 비린내 속에서

우리들의 눈빛 가득

익어 가는 가을이 주렁주렁 열렸다.

 

시인은 술보다

은비늘 파닥이는 가을바다에 취하여

코스모스 손짓하는 바닷가 횟집의

풍어의 식탁 앞에 허리띠를 풀고

원고료 없는 시 청탁에 쉽게 응하였다.

 

일금 5만 원짜리 원고료 대신

그 다섯 배 비싼 점심을 대접받고

가을의 여백에 앉아

우리들은 이미 모두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시인이 되어 붉으레 고운 단풍이 들고 있었다.

 

가을은 취하는 달

그리고 외상으로도 서로 사랑하는 달.

 

 

 

本       - 문병란



나는 당신들을

벚꽃을 보듯 볼수는 없다

4월 달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하여

온몸으로 웃는 저 활짝 핀 꽃

그 꽃의 청신한 자태를 보듯 볼 수는 없다.


누군가 말했다, 벚꽃은

순결하고 열정적이고

천하의 봄을 한거번에 물들이고 남는

넉넉하고 융융한 빛깔,

다 드러내고 감춘 것 없는 정직한 꽃

봄 동산 가득 향기로 채우는 가장 아름다운 꽃 중의 꽃 이라고.


그러나 나는 당신들을

벚꽃 피는 봄날

게이샤의 두 빰에 흐르는 홍조,

다소곳한 그 아미

간드러진 사미생의 가락에 따라

높고 낮게 흔들리는 살풋한그 춤사위

진정, 그 일본의 여인의

아양진 연가를 듣듯 바라볼 순 없다.


벚꽃의 향기 밑에

살모사의 음모가 도사리고 있고

게이샤의 미소 밑에

피비린 닛본도의 캇날이 숨어 있음을

우리는 똑똑히 보아왔다.


자국내 자국끼리 통하는

일본 국민의 근면과 정직성이

남의 나라 국경을 넘어오면

침략이 되고 전쟁이 됨을

우리는 똑똑히 보아 왔다.


잘도 핀 벚꽃을 보면서도

우리는 피 내음새를 연상해야 하고

아름다운 국화꽃 속에서도

잔혹한 닛본도의 피 냄새를 잊지 않는다.


우리의 남과 북의 기나긴 생이별의

진정, 그대들과 무관하다 생각하느냐

이 땅의 길고 긴 정치의 겨울이

진정, 그대들과 별개의 남의 일이라 생각하느냐.


오늘, 일본은 또 하나의 아시아의 미국

두 개의 얼굴을 가진

동양의 유태인 새로운 양키라고 보는

우리의 주장이 틀렸다고 생각하느냐.


달러를 등에 업은 엔화의 대리 역할

캘리포니아의 사막 무법자의 권총과

에도의 달빛 아래 빛났던 사무라이의 칼날

그 프런티어 정신과 대화혼이 합친

환태평양 시대의 새로운안보의 고리,

미국의 적자와 일본의 흑자가 만나는 곳에서

한국의 38선은 더욱 멀어가고

미, 소, 일, 중, 새로운 균형 속에

인질로 잡힌 한반도의 분단사

새로운 제국에의 아련한 향수는

또 하나의 전쟁을 잉태하고 있다.


진정, 당신들이 평화 헌법을 사랑하고

동양의 평화를 원하느냐

북한 동포의 자립 경제의 궁핍이

남한 동포의 저임금과 자유 쟁취의 갈망이

진정, 당신들의 부귀와 무관한 것이냐.


독약에 숨진 민족시인, 복강 감옥의

윤동주의 넋이 역력히 외치고 있는데

도막도막 갈라진 사신, 기미년

유관순  누나의 부릅뜬 눈이 빛나는데

보는대로 죽이리라, 만주 하얼빈 역두의

안중근 의사의 육혈포가 절규하는데


어떻게 쉽사리 잊을 수가 있는가

어제의 역사가 되풀이 되는데

어떻게 속빈 창자 헤헤거리며

새로운 선린의 악수가 가능한가.


오늘도 현해탄은 출렁인다

새로운 제2의 대동아 시대의

태풍주의보 발효 중

어디선가 아직도 총독의 소리는 들려오는데

북한은 고립시켜 목을 조이고

남한은 타락시켜 썩게 하고

돌아와요 부산항에

건망증 왜색 가요를 부르기엔 쑥스럽구나

기생 파티 모셔 놓고

명월관의 추억 가야금에 실으며

그날의 창경원 벚꽃놀이 되풀이는 민망하구나.


현해탄의 파도에 실은 은원의 세월,

관부 연락선의 난간에 기대인 사랑은

오늘도 ?사랑에 새로운 정사를 꿈꾼다.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는 말라!

홋가이도와 사할린 냉기어린 탄광,

막장에 묻힌 해골의 외치는 소리

관동군 군화 밑에 짓눌린 정신대,

나이 어린 조선 처녀의 신음 소리가

남양군도 밀림 석에 자지러지고 있다

돌아오지 못하는 땅에 백골로 울고 있다.


오오 일본, 가깝고도 먼 나라여

앙두구육의 경제 대국,

우리들의 피를 딛고 번영하는

20세기의 동양의 아메리카인

또 하나의 양키여.


*이 시는 일본 동경에 있는 河書房新社에서 간행하는 季刊誌

<文藝> 제 2호 “한국이 본 일본인 ”특집란 序詩로 청탁 된것임

 

 

 

 

광주야사   - 문병란

 

 

멀리 나들이 갔다가

밤늦게 차에서 내리면

정거장 부근

군밤장수의 연탄불 적쇠 위에서

토실토실 익어가는 군밤 냄새로

비로소 너를 만난다, 광주여!

그 옛날 아득한 꿈과 같이

할머니 냄새 어머니 냄새 간직하고

낯익은 골목 어귀 돌아가다가

문득 하나의 얼굴이 되어 다가온다, 광주여!

가로등이 없어도 곧 잘 찾아갔던 곳에서

가만히 볼 부비고 싶은 어머니

축 늘어진 젖꼭지 생각이 나서 운다, 광주여!

지금은 환장한 사람들 모두 떠나가고

다리병신 팔 병신 눈 병신

온갖 원귀살 잘 안 풀리는 운명을 지니고

침몰하는 거함 같은 어둠 속에서 너를 만난다, 광주여!

덜 깬 타관 술, 맨 정신 싫어 비칠거리며

전봇대 부여안고 통곡하다 와락 너를 보듬는다, 광주여!

 

 

 

정당성 1  - 문병란

 

 

나의 행동에 대하여

나는 정당성을 찾는다.

 

외국 유학생의 비자 위에서

오늘의 지성은 정당을 찾는다.

 

마땅히 먹어야 하고

마땅히 배설해야 하고

모름지기 남보다 잘 살아야 한다.

 

나는 왜 그녀를 울렸던가.

나는 왜 수입이 적은가.

그녀의 입술 위에서

나의 입술은 무엇을 훔쳤는가,

우리들의 사랑은 정당하다.

 

데모隊는 돌맹이 속에서

민주주의 소생을 믿고

경찰은 최루탄 속에서

法의 존엄성을 믿는다.

모든 것은 정당하다.

 

성토 대화가 열릴 때

도봉산에 가서 연인과 즐기고

데모가 전개될 때

당구장에 가서 휴강을 즐긴다.

 

껌을 씹으면서 패튼을 관람한

내 양심의 소재,

껌을 씹다

어금니로 입술을 깨문 그

실수 - 짭짤한 피의 맛을 아는가.

 

전쟁을 즐기는 위대한 영웅과

죽음을 두려워 하는 졸병 사이에서

입 다문 휴머니티

어금니 사이에서 으깨려진

껌 - 모든것은 정당한가.

 

막걸리 집에서 행방불명이 된

오늘의 지성과 꿈.

나는 失戀(실연)을 하고

체루탄 속에서 코스모스가 피고

저축 강조 주간에 赤子를 낸

나의 아내 - 그러나 모든 것은 정당한가.

 

미니스커트가 자꾸만 올라가고

서울의 빌딩이 자꾸만 높아가고

이 가을 나의 赤子(적자)도 늘어나고

그러나 모든 것은 정당한가.

 

정당성을 잃은 이 가을

입 다문 내 敗北(패배) 위에

낙엽이 저야 하는 이유.

시월의 戀書(연서)를 불살라 버리고,

 

 

직녀에게 -  문병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선 채로 기다리기엔 은하수가 너무 길다.
단 하나 오작교마저 끊어져 버린
지금은 가슴과 가슴으로 노둣돌을 놓아
면도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선 채로 기다리기엔 세월이 너무 길다.
그대 몇 번이고 감고 푼 실올
밤마다 그리움 수놓아 짠 베 다시 풀어야 했는가.
내가 먹인 암소는 몇 번이고 새끼를 쳤는데,
그대 짠 베는 몇 필이나 쌓였는가?

이별이 너무 길다
슬픔이 너무 길다
사방이 막혀버린 죽음의 땅에 서서
그대 손짓하는 여인아
유방도 빼앗기고 처녀막도 빼앗기고
마지막 머리털까지도 빼앗길지라도

우리는 다시 만나야 한다
우리들은 은하수를 건너야 한다
오작교가 없어도 노둣돌이 없어도
가슴을 딛고 건너가 다시 만나야 할 우리
칼날 위라도 딛고 건너가 만나야 할 우리
이별은 이별은 끝나야 한다
말라붙은 은하수 눈물로 녹이고
가슴과 가슴을 노둣돌 놓아
슬픔은 슬픔은 끝나야 한다, 연인아 


- 시선집『땅의 연가』(창작과 비평사, 1981)


 

거미줄에 걸린 나비  - 문병란

 

 

 

거미줄 따윈 아랑곳 않는

한 마리 독수리가 되지 못하고

거미줄에 걸린 나비가 되었다고

나는 그대를 슬퍼하지 않는다.

 

그대는 어쩌면

까마귀나 독수리가 아니라

가녀린 날개를 가진 나비일지 모른다.

오전 아홉시의 꽃밭을 날던

오색 고운 날개 갈갈이 찢기 우고

거미줄에 걸려 파닥거리며

사나운 발톱과 이빨에

그 고운 내장이 속속들이 파 먹힐지 모른다.

 

음산한 달밤, 모두 잠든 비밀한 어둠을 타서

끈끈한 점액질의 실을 뽑는 저 음흉한 독거미

처마 끝이나 나무 가지 사이

보이지 않는 거미줄을 쳐놓고

형형한 두 눈은 노리고 있다.

 

증오와 저주를 날과 올 삼아

밤새도록 짜 놓은 저 거미줄

아차차, 또 한 마리의 나비가 걸렸구나

희희낙락, 재빨리 달려오는 거미의 돌격

근사한 아침 식사, 피의 사육제가 계속된다.

 

그러나, 약한 것이 강한 것을 울린다

가녀린 나비의 날개가 아름답다

상한 날개가 변화를 가져온다

거미의 승리로 끝난 것 같은 이 결론 앞에서도

파닥거리는 날개가 우리를 울린다.

 

부드러운 것은

무엇이나 아름답다

꽃, 풀, 여자, 어머니,

모든 부드러운 것은 강한 것을 녹인다

거미줄이 뻔히 있는 줄 알면서도

오히려 거미가 숨어 있는 줄 알면서도

한사코 작은 날개로

날기를 시도했던 고운 꽃 날개

그대는 나비가 아닌 투사,

결코 파닥거리는 나비가 아니다

모르고 날아간 저 가녀린 꽃날개가 아니다.

 

계란으로 바위를 친다고

누가 비웃는가

촛불을 향하여 날아가는

저 불나비를 누가 어리석다 비웃는가?

황홀한 너무도 황홀한

차라리 인생은 찬란한 죽음

온 몸으로 산화하는 그 마음을 아는가?

 

파닥거리며 파닥거리며

죽음의 곡예 속에서도

끝내 접지 않는 의지의 날개

거미줄을 뚫으려다

마침내 거미줄에 걸린

그대의 작은 날개

그대의 작은 외침이

그 어느 강한 발톱보다 강하게

우리들의 가슴을 흔들어 깨운다

어둠 속에서 비상하는

오, 죽음의 날개여

파닥거리며 파닥거리며

그대는 끝내 이 땅의 잠을 일깨우는구나.

 

 

 

엉머구리의 합창     - 문병란



해질 녘

어두워 가는 들판에서

엉머구리 떼가 운다.


개굴개굴 개골개골

수 십 마리 수 백 마리

종당엔 수천 마리가 되어

한꺼번에 개굴개굴 울어댄다.


그들은 왜 우는 걸까.

집이 없는 것일까.

배가 고픈 것일까.

서러운 땅의 서러운 개구리들이

이 밤도 개굴개굴 울어댄다.


“저 요란한 소리는 무엇인고?”

“예, 배고픈 백성의 소리올시다!”

“당장 그 소리 그치게 하지 못할까?”

“원체 무식한 엉머구리라 그리할 수 없사옵니다!”

“짐의 마음 심히 불쾌하도다”

억척같이 우는 엉머구리들을

엄벌에 처하는 법을 만들지어다!“


법도 사상도 모르는 무식한 엉머구리 떼,

누가 저 울음소리를 멋게 할 것인가

누가 저 우는 개구리를 벌할 것인가

자식의 무덤이 떠내려가고

애비의 무덤이 떠내려가고

짓궂게 계속되는 장마

배고픈 엉머구리들이 울고 있다.


여기서도 개굴개굴

저기서도 개굴

날마다 개구리의 장례식은 계속되고

본시 울기를 좋아하는 엉머구리 떼,

아이고 아이고

밤마다 초상집 통곡 소리만 요란하다.


근심 띤 구름 어지러이 뒤덮고

또 작달비는 퍼붓는데

법을 모르는 무식한 엉머구리 떼들,

운다는 것이 죄가 되는 것을 모르는

본래 울 줄밖에 모르는 엉머구리 떼들.


배가 고파도 개굴개굴

임이 그리워도 개굴개굴

에미가 죽어도 개굴개굴

팔도의 온갖 개구리 떼 모여들어

서러운 합창을 부르고 있다.


개굴개굴

개골개골

걀걀

 

 

 

希望歌  - 문병란

얼음장 밑에서도
고기는 헤엄을 치고
눈보라 속에서도
매화는 꽃망울을 튼다.

절망 속에서도
삶의 끈기는 희망을 찾고
사막의 고통 속에서도
인간은 오아시스의 그늘을 찾는다.
눈 덮인 겨울의 밭고랑에서도
보리는 뿌리를 뻗고
마늘은 빙점에서도
그 매운맛 향기를 지닌다.

절망은 희망의 어머니
고통은 희망의 스승
시련 없이 성취는 오지 않고
단련 없이 명검은 날이 서지 않는다.

꿈꾸는 자여!
어둠 속에서
멀리 반짝이는 별빛을 따라
긴 고행길 멈추지 마라

인생항로
파도는 높고
폭풍우 몰아쳐 배는 흔들려도

한 고비 지나면
구름 뒤 태양은 다시 뜨고
고요한 뱃길 순항의 내일이 꼭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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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5.09.30 06:05

    첫댓글 문병란 시인님을 존경하시는군요,
    장례식을 마치시고,
    영면하셨네요.
    삼가 머리 숙여 조의를 표합니다.
    그리고
    자료, 사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작성자 15.09.30 09:01

    월요일 같은 수요일이네요...
    하늘이 어둡습니다...

    카페지기님, 이 가을에 건필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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