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중 대학원생인 김효진과 학부생인 아이들의 관계에 대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유심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점을 많이 발견할 수 있고, 이것은 실제로 평소에 교수와 대학원생, 학부생의 관계에서 쉽게 느낄 수 있는 점들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에피소드에 김효진이 등장하고, 아이들과 잘 어울려 노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얼핏 보면 다른 아이들과의 차이점을 크게 느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김효진은 대학원생이라는 위치 때문에 아이들과는 많이 다른 생활을 하고 있고, 극중에서 상당히 중요한 위치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생활하는 기숙사 2층에는 김효진이 쓰는 방이 없습니다. 대학원생이기에 아이들과 같은 방을 쓸 수 없죠. 김효진이 기숙사 사감으로 나오는 건 학부생인 아이들의 생활에 김효진을 자연스럽게 끼워넣기 위함입니다. 벌점보다는 폭력을 선호한다는 점에서 참 특이한 사감입니다.
또한, 김효진은 교수와 학생들 사이를 오가며 자연스럽게 의사소통을 해주는 유일한 인물입니다. 교수방에 자유롭게 드나들고, 수업에도 관여하는 등,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녀가 단순히 대학원생이 아닌, 조교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실제로 교수와 학생들의 의사소통은 쉽지 않죠. 교수가 선을 본다는 것을 학생들이 알고, 교수가 학생들의 생일을 챙길 수 있는 것... 김효진이 있기에 가능한 일들이죠. 더구나, 김효진은 조교가 되기 전부터 아이들과는 잘 알던 사이였기 때문에 더욱 친하게 지낼 수 있는 거죠. 저도 저번 학기에 실제로 조교를 해봐서 아는데, 조교와 학생들 사이의 의사소통은 생각보다 잘 이루어집니다. 저같은 경우, 제 친구가 제 수업을 들었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죠.
김효진의 역할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얘기하기 위해서는 정원중 교수에 대한 얘기를 먼저 해야겠군요. 정원중 교수는 이전 시트콤에서의 교수와 차이점을 보입니다.
우선, '남자 셋 여자 셋'의 교수였던 이경실씨... 학생들과 같은 집에서 사는 안문숙씨와 친한 친구인 것으로 나옵니다. 또한, 과선배인 권해효씨가 카페 주인으로 나오죠.
'점프 1'의 최불암 교수... 그의 제자 중에는 아들인 서경석이 있었습니다. 구본승이 조카였던가요..?
'점프 2'의 김정균 교수는 아이들이 사는 집 주인 이경실과 대학 시절부터 알던 사이로 나왔습니다.
'뉴 논스톱' 초창기의 이경규 교수는 카페 주인 정원관과 친구인 것으로 나왔습니다.
이 교수들은 '교수-학생' 이라는 관계 외에 또 다른 관계로 아이들과 얽혀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캐릭터가 바로 안문숙, 권해효, 이경실, 정원관입니다.
'뉴 논스톱'에서 이들처럼 교수-학생 사이를 연결시켜주는 캐릭터는 김효진입니다. 그런데, 김효진은 권해효, 이경실 등과는 차이를 보입니다. 이전 캐릭터들을 좀 더 현실화하여 업그레이드한 캐릭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남자 셋 여자 셋'을 기억해보십시오. 이경실 교수와 학생 사이에는 안문숙이라는 캐릭터가 존재하지만, 안문숙은 학교에서의 교수-학생 사이의 의사소통에는 거의 관여를 하지 못합니다. '뉴 논스톱'에서 이경규 교수는 정원관을 거치지 않고 직접 아이들과 의사소통을 합니다. '점프'의 김정균 교수도 그랬죠. 이들 시트콤에서는 교수-학생 사이의 대화가 원활하게 잘 이루어짐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의 대학 생활에서는 교수-학생 사이의 원활한 의사소통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게 가능하다면 조교는 있을 이유가 없죠.
'뉴 논스톱'의 정원중 교수는 아이들과는 단순히 '교수-학생'사이일 뿐입니다. 그 외의 또 다른 관계는 없습니다. 이전의 교수들에 비해서 상당히 현실적입니다. 실제의 교수들처럼, 아이들과의 의사소통이 쉽지 않은 위치에 있죠. 따라서, 원활한 극의 전개를 위해서는 정원중 교수를 학생들과 원활하게 연결지어줄 수 있는 중간 단계의 인물이 꼭 필요합니다. 제가 처음에 김효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던 이유... 이쯤 되면 아시겠죠?
'아니 벌써'라는 시트콤 기억하시는지요? 거기에서도 조교가 나옵니다. 김동수씨였죠. 역할이 김효진씨와 비슷했죠. 학부생인 김경식과 위험한 거래를 하기도 했었습니다. 데이트와 시험 문제를 맞바꾸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