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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다도의 각 분야별로 살펴 본 중국 고대다서 (2) | ||||||||||||||||||||||||
"차를 마시는 일은 곧 인생과 같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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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나라 도륭의 《다설(茶說)》, 문룡(聞龍)의《차전(茶箋)》, 허차서의《다소(茶疏), 나름(羅廩)의 《차해(茶解)》등 다서에 의하면 중국 각지의 초청제다과정은 모두 초차(炒茶)식 제다의 경향이 지배적이며 그 방법 또한 초청(炒靑)경험의 감각적이고 감성적 인식을 과학적인 단계로까지 이끌어 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이 시기는 중국 제다의 이론과 발전에 있어 매우 중요한 단계이며 또 과도기이기도 하며 아울러 중국 각종 차류(茶類)의 제작에 있어 그야말로 창신(創新)의 시기요 발전의 시기이다. 청나라 장정옥(張廷玉)의《명사(明史)》, 명나라 주권(朱權)의《다보(茶譜)》, 유기(劉基)의《다능비사(多能鄙事)》, 고원경(顧元慶)의《운림유사(雲林儒事)》, 왕초당(王草堂)의《다설(茶說)》등은 모두 중국의 풍부하고도 다채로운 각종 차의 종류인 ‘흑차(黑茶:보이차)’, ‘오룡차(烏龍茶:靑茶종류), 화차(花茶), 홍차(紅茶) 등이 모두 전통 녹차의 기초 위에서 창조되고 발전되었음을 기록으로 잘 입증・반영하고 있다.
현대 중국의 다서를 보다 보면 심심치 않게 보이는 문구(文句)가 있다. 바로 “차적이수발(茶籍水而發) 즉, 차는 물의 힘을 빌어서 피어난다” 이다. 그렇다. 차를 마시는데 또 하나 빼 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필수구성요소가 바로 물(水)이다. 물은 차(茶)만큼이나 중요한 것임을 잘 나타낸 문구라서 필자는 이 말을 즐겨 감상하고 또 애용하고 있다. 중국의 유명한 무술 영춘권(詠春拳)의 어느 한 고수가 인생을 차 마시는 일에 비유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차를 우릴 때는 첫째 좋은 물을 잘 선택하여 끓이고, 두 번째 좋은 차를 선택하여야하며, 세 번째 차를 우려내는 절차와 시간이 중요하다. 어느 것 하나라도 소홀이 하면 좋은 차를 마실 수 없다. 인생이 바로 차를 마시는 일과도 같다.” 필자도 중국의 천하명천을 수년에 걸쳐서 답사했던 기억이 난다. ‘천하제일천(天下第一泉)’인 산동성 제남(濟南)의 박돌천(趵突泉)과 강소성 진강(鎭江)의 중령천(中泠泉)을 중심으로 천하제이천(天下第二泉), 천하제삼천(天下第三泉), 그리고 다경의 산실인 절강성 항주 여항(餘杭)의 육우천(陸羽泉), 항주의 용정(龍井), 노용정(老龍井) 등 중국 천하 곳곳에 산재되어있는 유명한 샘물을 돌아보고 역사적 감흥에 흥분되어 홀로 떠돌아다니던 고독한 여행의 큰 위안과 보람을 느꼈다. 실지로 중국 역대 다인(茶人)들에게 있어 차와 샘물은 그들의 음차생활에 있어서 영원불변의 화제이기도 하다.
당나라 장우신(張又新)이 쓴 《전다수기(煎茶水記)》, 명나라 전예형(田藝蘅)의 《자천소품(煮泉小品)》, 명나라 서헌충(徐獻忠)의 《수품(水品)》, 청나라 탕두선(湯蠹仙)의《천보(泉譜)》등은 모두 차탕(茶湯)을 우리기 위해 좋은 물을 선택하는 요결을 일러놓은 전서들이다. 이들 문헌에는 수질은 물론 수원(水源)과 명천(名泉)에서부터 중국 각지에 분포되어있는 유명한 샘물의 등급에 이르기까지 물에 대해 전문적으로 다룬 전서(專書)라 할 수 있다. 차탕의 조제(調製)에 관한 전서로는 당나라 소이(蘇廙)의《 십육탕품(十六湯品) 》, 송나라 엽청신(葉淸臣)의《술자다천품(述煮茶泉品)》, 명나라 육수성(陸樹聲)의《차료기(茶寮記)・전다칠류(煎茶七類)》등이 있는데, 모두 팽다(烹茶), 전다(煎茶)의 기예를 언급하고 있다. 그 내용에서는 차를 다리는 기예의 ‘행다(行茶)’ 과정과 ‘탕후(湯候)’, ‘화후(火候)’, ‘주탕(注湯)’, ‘탕기(湯器)’, ‘연료’, ‘환경오염’ 등 모두 상세히 서술되어있다. 여기서 말한 ‘행다(行茶)’란 차를 마시기 위해 다기(茶器)를 씻고 진설(陳設:세팅)하고 찻자리를 준비하는 모든 과정에서부터 차를 다리고 우려내는 행위절차를 포함하여 손님께 차를 청하고, 함께 마시는 행위, 그리고 차를 마신 후 제반다기들을 정리하여 수납하는 일련의 과정을 절차와 순서에 맞게 행하는 예술적 행위를 뜻한다. 탕후(湯候)는 차탕(茶湯)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다. 화후(火候)는 불의 세기의 정도로써 불의 강약을 잘 조정하여 살피는 것을 뜻한다. 주탕(注湯)은 차탕(茶蕩) 따르기, 즉 차 따르기를 뜻한다. 여기서 ‘차탕(茶蕩)’이란 끓여 낸 찻물 또는 뜨거운 물로 우려 낸 찻물을 뜻한다.
송나라 당경(唐庚)의《투다기(鬪茶記)》, 채양(蔡襄)의《다록(茶錄)》등은 모두 당송시기에 유행했던 ‘투다(鬪茶)’에 대한 비교․평가와 그 세부 사항 등이 잘 기재되어있으며, 송나라 황유(黃儒)의《품다요록(品茶要錄)》은 당시의 차의 품질과 특성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문헌들은 항목의 비교와 평가, 물의 묵은 것과 새것, 제다의 정교함과 거침 등의 내용을 모두 언급하고 있다. 또한 품다(品茶)의 환경, 다우(茶友)와 지교(知交)의 선택, 쓰는 물과 연료 및 다기의 선택까지 언급하여 놓았다.
팽(烹)・음(飮) 용기에 관한 대표적 문헌으로는 송나라 심안(審安)노인의《다구도찬(茶具圖贊)》이 있는데, 당시의 주된 ‘팽다(烹茶)와 음차(飮茶)’의 용기 12종류를 설명과 함께 그려놓았다. 그 외, 당나라 봉연(封演)의《봉씨견문기(封氏見聞記)》에는 육우의 전다(煎茶), 구다(灸茶), 조다(造茶), 다기(茶器) 24종 등에 대해 언급되어 있으며, 송나라 채양의 《다록》에는 당송이래의 다기와 명자기 및 그 품질의 특성에 대해 서술하였다. 명나라 풍가실(馮可實)의 《개차전(岕茶箋)》에 언급된 다기 자료 중에는 특히 차호(茶壺)의 형식과 차호에 대해 요구되는 바를 거론하였다. 또한 명나라 주권(朱權)의《성선신은(腥仙神隱)》에는 중국고대의 팽다 용기에 대해 언급되어있다. 위에서 언급된 ‘전다(煎茶)’는 차 다리기를 의미하고, ‘구다(灸茶)’는 차 굽기를 의미며, ‘조다(造茶)’는 차 만들기이며, 현재는 주로 제다(製茶, 혹은 제다(制茶))란 용어를 상용하여 쓰고 있다. 여기서 ‘구다(灸茶)’란 말이 일반 독자들에게 약간 생소하게 들릴 것이다. 명나라 주원장 이후부터 현재까지 중국과 한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음차법은 주로 포다법(泡茶法)을 사용하고 있다. 포다법이란 찻잎을 차호(茶壺)에 넣고 끓인 물을 부어 우려내어 마시는 법이다.
그러나 당대나 송대에는 찻잎을 쪄서 고정 틀에 넣고 압착(壓搾)하여 떡처럼 찍어 만든 ‘병차(餠茶)’를 만들어서 장기간 보관했다가 가루차로 만들어 마셨다. 차를 마실 때 보관해 두었던 병차를 꺼내어 마실 양만큼 떼어내어 가루로 빻거나 곱게 갈은 후, 뜨거운 물을 넣고 끓이거나, 혹은 다선(茶筅)을 이용하여 거품을 일으켜 마시는데, 이때 떼어 낸 차 덩어리를 차 집게로 집어서 불 위에 올려놓고 굽게 되면, 보관하는 동안 차에 스며 든 습기나 악취 등을 모두 제거할 수 있게 된다. - 박영환 / 중국 사천대학 객좌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