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 나달(스페인, 1위)이 통산 6번째 프랑스오픈 정상에 오르며 '클레이 황제'임을 입증했다.
6월 5일(현지시각) 나달은 프랑스오픈 남자 단식 결승에서 로저 페더러(스위스, 3위)를 3시간 40분 혈투 끝에 7-5 7-6(3) 5-7 6-1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먼저 기선을 제압한 것은 페더러였다.
1세트 시작하자마자 페더러는 나달의 좌우를 흔드는 각 깊은 스트로크와 적극적인 네트 플레이를 앞세우며 5-2로 앞서나갔다. 또한 페더러는 나달의 서비스게임인 8번째 게임에서 40-A로 앞서며 1세트를 가져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페더러의 백핸드 드롭샷이 사이드라인을 살짝 벗어나며 다시 듀스가 되었고 나달이 강력한 백핸드를 앞세우며 5-3을 만들었다.
이후 기세가 오른 나달은 끈질긴 수비와 페더러의 연속된 실수로 연속 4게임을 따며 1세트를 1시간 2분만에 가져왔다.
2세트에서도 나달이 페더러의 서비스게임을 브레이크하고 자신의 서비스 게임을 잘 지켜내며 2-0으로 앞서나갔다. 페더러도 서브 에이스와 절묘한 네트플레이로 나달을 압박하였지만 결국 타이브레이크에서 잦은 실수를 범하며 나달에게 2세트를 내줬다.
3세트에서는 집중력을 보인 페더러가 50분만에 7-5로 가져왔지만 4세트에서 나달은 체력이 떨어진 페더러를 무섭게 몰아세운 끝에 36분만에 6-1로 가져오며 대회 2연패를 달성했다.
나달은 "우승을 차지해 너무 기쁘다. 대회 초반에 컨디션이 그리 좋지 않아 걱정했었지만 경기를 할수록 컨디션이 살아났다"며 "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인 페더러를 이긴 것은 매우 환상적이다"며 기쁨을 나타냈다.
또한 나달은 비외른 보리가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오픈 최다 우승 기록(6회)에 타이를 기록한 것에 대해서는 "언론에서 이 부분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지만 사실 나는 이런 통계에는 큰 관심이 없다. 그리고 나는 테니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선수가 아니라 그 중에 한 명이다(I’m not the best player in the history of tennis. I think I’m among the best ). 이것으로 나는 만족한다"며 겸손함을 나타냈다.
나달의 코치를 맡고 있는 삼촌 토니 나달은 "지난 주에 나달이 부진했을 때 '침착해라. 승패는 너의 인생을 바꾸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리고 경기 전에 '페더러는 정신력이 강한 선수이기 때문에 네가 더 강해져야 할 것이다'고 주문을 했다. 결국 나달 1세트 2-5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포기하지 않고 역전한 것이 우승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이번 우승을 계기로 나달은 한층 더 성숙해 질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페더러는 "나달과 경기하는 것은 항상 쉽지 않다. 왜냐하면 우리는 항상 무엇을 해야하는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며 "오늘 경기에서 기회를 살리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다. 그리고 누구나 그랜드슬램 결승에서 패배하는 것은 무척 아쉬울 것이다. 현재 나도 그렇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 만족을 한다"고 말했다.
또한 "역시 나달은 클레이 코트의 강자임에 틀림없다. 그는 우승할 자격이 있는 선수다"고 덧붙였다.
이로써 나달은 프랑스오픈 통산전적을 45승 1패로 늘리게 되었고 페더러가 4강에서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2위)를 물리친 덕분에 세계 1위 자리도 유지할 수 있게 되었다.
올해 조코비치의 벽에 막혀 다소 주춤했던 나달. 하지만 자신의 텃밭인 클레이코트에서 그것도 가장 큰 대회인 프랑스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반등의 발판을 마련하였다.
박준용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