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소에 짐을 푸니 벌써 3시. 뜨아~~ 당초 계획보다 1시간 이상 늦어진 시간에 당황하며 급히 홍콩 역사 박물관으로. 다행히 숙소에서 도보 10분 정도의 거리. 떠나기 전 수요일에는 홍콩의 모든 박물관이 공짜!!!!라는 소식을 접했기에 '박물관 홀릭'으로서, 홍콩 역사 박물관은 아무리 바빠도 절대 놓칠 수 없는 주요 뽀인트 되시겠슴다.
요기가 바로 홍콩역사박물관 원래 입장료는 10HKD라는데 이 날은 수요일이므로 공짜, 그런 탓인지 아이들을 동반한 엄마들이 많아 보였다. 이 곳에 가면 선사시대부터 시작하여 중국 역사와 함께 발전해 온 홍콩과 식민시대의 홍콩 그리고 중국 본토와는 다른 홍콩 사람들만의 삶의 풍속,이런 것들을 볼 수 있었다.
특히 이 날은 한나라 시대의 전시물들을 특별 전시하고 있었고 그걸 보는 재미도 쏠쏠. 다만 작년, 재작년 세계에서 가장 대단하다는 박물관, 미술관을 두루 섭렵하면서 본 중국의 전시물들(이건 어떻게 된 것이 미국땅에 그리도 많은 중국 유물들이 있는 건지...) 탓에 솔직히 아담한 홍콩 역사 박물관에선 큰 스펙타클한 감동을 느끼진 못했다. 그래도 '홍콩'이란 지역에 특화된 전시 기획이 흥미를 자아냈다.
바로 이런 스타일. '바다'와 면해 있는 지역적 특성을 살린 최고의 전시물이었던 걸로 기억이 된다.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홍콩의 특색을 과시하는 듯한 멋들어진 느낌. 난 이 전시물이 이 박물관의 어떤 화려한 전시물보다 마음에 들었다.
중국 특유의 행사를 재현해 놓은 전시물. 이 전시물 주변으로 이러한 행사들과 관련된 알록달록 오색 창연한 전시물들이 주르륵~~이어지며 눈길을 끌었다. 중국인들이 참 사랑하는 붉은 색과 금색의 향연. 절로 카메라 서텨를 철컥이게 만드는. 재밌는 건 이 곳에 전시되어 있던 거대한 전시물들이 홍콩 공항의 터미널2에 축소 전시되어 있었다는 것. 홍콩공항에서 돌아오는 날, 그걸 발견하고 혼자 막 웃었더랬다. 이 곳의 전시물들에 비해 매우 아기자기하고 귀여웠던 느낌.
아~~ 배고프다. 금강산도 식후경이고, 먹거리 천국 홍콩은 당연히 식후경이어야 하거늘~난 어찌하여 11시에 먹은 기내식 이후로 계속 공복이어야 하는가? 사실 비행기에서 내리면서부터 배가 고팠다. 하지만 일단 숙소를 찾아가야 했고 그 곳에서 박물관이 급했다. 박물관까지 구경하고 나니 정말 배가 고파 쓰러질 지경. 그러나 어디서 뭘 먹어야 할지 너무 난감...거리에는 먹을 것들이 넘쳐나나 어느 집으로 들어가 뭘 먹어야 할지..... 결국 안내서에 나와 있는 집들 중 근처에 있는 집에 대해 물색에 들어갔다. 마침 '여자 혼자 가기에 좋은 집'이라 써 있는 '타이힝 로스트 레스토랑'으로 낙찰. 특히 '구운 거위고기'라는 게 신기해 땡겼다 (아~~음식에 대해 늘 발동하는 놀라운 실험정신. ^^)
여기서부터 나의 두번째 대대적 삽질이 시작됐다. 왼쪽으로 돌았으면 5분이면 찾아갈 집을 지도를 잘못보고 오른쪽으로 도는 바람에...무려 20분에 걸쳐 찾아가야만 했다. 너무 배가 고파 쓰러질 지경이었는데 20분은 고문이었다. 저 집을 들어선 순간....고무라도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구운 거위고기와 밀크티를 시키고 주변을 둘러보니...그닥 여자 혼자 가기 좋은 집은 아니었던 듯. 아무튼 구운 거위 고기는 오리구이 마냥 바삭했고 소스도 짭쪼름한 것이 ?있었다. 밀크티도 느끼하지 않고 홍차 특유의 향과 우유의 부드러움이 잘 조화되어 있었고. 하긴 저 때는 뭘 먹어도 맛있었을테니깐 객관적 평이라 할 수는 없다. ㅋㅋㅋㅋ
배도 부르니~ 이제 본격적인 침사추이 구경에. 벌써 6시가 다 됐으니 시간 절약 차원에서 버스를 타기로 결정. 마침 star ferry라고 써 있는 버스가 막 지나간다. 얼른 올라타고 2층으로~ (홍콩에선 차에 오르면 무조건 2층행!)
우리나라에선 절대 맛 볼 수 없는 2층 버스에서 바라보는 전경 앞에 가는 버스의 뚜껑(?)이 보이니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2층에서 둘러보는, 눈높이가 확연히 다른 홍콩 거리도 재밌고. 허기지고 정신없어서 느끼지 못했던 '관광객 모드'의 흥분이 여기서부터 본격적으로 발동하기 시작했다.
한 10분여를 달려 star ferry 선착장 도착. 우와~~~~순간 터져 나오는 감탄. 사진으로, 영상으로만 보던 홍콩이 눈 앞에 펼쳐진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하다는 시계탑!!!!! 드디어 느낌이 온다. '아~~내가 정말 홍콩에 와 있구나' 드디어 홍콩에 왔다. ^V^
선착장 위 Deck에 올랐다. (viewing Deck 라고 홍콩의 백만불짜리 야경을 감상하기 최적의 장소) 나 말고도 홍콩에 온 기분을 만끽하는 관광객들로 버쩍버쩍!~ 평소에는 이렇게 관광객 붐비는 장소를 좋아라 하지 않는데 이 순간 만큼은 나도 그들과 함께 촌스런 관광객모드를 한껏 즐기고 싶어진다. 습기를 많이 머금은 바닷바람조차 너무도 신선하게 느껴진다. 이래서 사람은 기분이 중요하다.
바다 건너 보이는 홍콩의 마천루와 엑스포 센터. 삼*의 광고판. (아마 저 날 본 삼*의 광고가 내가 우리나라에서 일년동안 보는 것보다 많은 양이었을 거란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저 장소가 시드니로 치면 하버 브릿지와 오페라 하우스 같은 장소인 듯. 온갖 광고판들이 잘난체를 한다. 평소에는 그다지 호감이 아니던 삼*과 L*의 간판도 이럴 때는 반갑게 느껴진다. 여기선 모든 것이 마냥 좋다. 찰랑이는 파도, 축축한 바닷바람, 시끄러운 중국 사람들 그 공간 안에 이방인으로의 내가 있다. 그 자체가 참 좋다.
해변 산책길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그 유명한~~~스타의 거리가 시작 됐다. 홍콩 영화의 부흥을 위해 마련된 '스타의 거리'는 또 다른 흥분을 안겨 준다. 비록 <영웅본색> 세대는 아니지만 <화양연화>와 <무간도> 이후 '내 사랑 홍콩'이 돼 버린 탓에 이 곳에선 또 다른 즐거움이 새록새록 올라온다. 내 사랑 양조위와 장만옥의 흔적을 찾아 나서는. ㅋㅋㅋㅋ
거리 중간 중간 이런 영화와 관련된 조형물들이 센스있게 마련되어 있어 포토스팟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내가 머물던 그 시기, 마침 홍콩에선 Entertainment expo가 진행 중이었다고. 그 엑스포의 홍보모델이 다른 아닌 내 사랑, 양조위. 헛!!!!!!!!!!!!!!!!!!!!!!!!!!! 그러나....ㅜ.ㅜ
도대체 저 사진은 누가 찍었으며, 저 포스터는 누가 만든 것인가? 진정 양조위의 안티가 아닐까 하는 의심을 버릴 수 없는. 우리의, 내 사랑 양조위를 왜 저렇게 만들어 놓았는지 저 사진은 온 홍콩거리 여기저기서 나부끼고 있었다. 처음에 저 사진을 발견했을 때, 먹었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양조위는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런 사진이 온 홍콩 거리에 나부끼게 한 것일까? ㅜ.ㅜ
홍콩하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홍콩 영화에서 이 사람을 빼 놓고 얘기할 수 없는, 홍콩의 연인 장국영. 핸드 프린팅을 못 하고 거짓말처럼 세상을 떠난 탓에 빈 자리로 남아 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날이 그의 7주기 바로 하루 전이었다.
스타의 거리를 한참 거닐다...지치고 화장실도 가고 싶고..다시 거리로 나왔다. 앞에 페닌슐라 호텔이 보인다. 홍콩에서 가장 좋다는 그 호텔. afternoon tea가 그렇게 좋다는데 이미 afternoon을 넘어서 evening이다. 페닌슐라 호텔은 패쑤~
1881 헤리티지. 뭐하는 곳이지???? 얼른 가이드 북을 뒤져 봤다. 예전에는 홍콩해경이 있던 자리인데 지금은 리뉴얼해 명품 매장과 고급 레스토랑이 들어왔다고. 명품매장도, 고급 레스토랑도 나에겐 해당 사항이 없지만 아무튼 건물이 너무 이뻐서 들어섰다. But!! 볼 건 별로 없네. 사진만 열라~ 찍고 바로 나왔다.^^ 이제 슬~~ 해가 지기 시작한다. 그 유명한, 백만불짜리 홍콩 야경을 보러가야지 심포니 오브 라이트를 제대로 보려면 30분전에는 도착해야 한다지만, 이미 지칠대로 지친 나는....1시간 전에 도착해 버렸다.
해가 지고 조명이 들어온 시계탑은 낮에 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왠지 애잔한 느낌이 든다고 할까?
천천히 2층 데크로 올라갔다. 1시간 전임에도 꽤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각각 삼각대를 받쳐 놓고 만반의 준비 중. 나도 아까 낮에 봐 놓았던 최고의 명단 자리로 향했다. 이미 휠친한 서양 남자 2명과 꾸질한 동양 남자 한 명이 삼각대를 받치고 있다. 흠...슬 눈치를 보니, 나 한 명 정도는 끼워 줄 듯.
일단 가방을 내 던지고 카메라를 꺼내 자리를 잡았다. 동시에 양족에서 나를 바라보는 눈 빛! 아~~ 삼각대도 없이 뭐 하냐는 불쌍하게 보는 눈빛. 양 쪽에서 동시에 삼각대 없냐고 물어본다. 너무도 당당하게 'No'라고 외치고 난간을 삼각대 삼아 미친 듯이 셔터를 눌렀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잔소리를 하는 듯한 동양 아저씨. 뉘앙스로 봐서 삼각대 없으면 절대 제대로 된 사진을 못 건진다는 것 같은데 광둥어를 하니 알아 들을 길이 있나~~ 그냥 웃음으로 때웠다. 일단 가방을 내 던지고 카메라를 꺼내 자리를 잡았다. 동시에 양족에서 나를 바라보는 눈 빛! 아~~ 삼각대도 없이 뭐 하냐는 불쌍하게 보는 눈빛. 양 쪽에서 동시에 삼각대 없냐고 물어본다. 너무도 당당하게 'No'라고 외치고 난간을 삼각대 삼아 미친 듯이 셔터를 눌렀다.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잔소리를 하는 듯한 동양 아저씨. 뉘앙스로 봐서 삼각대 없으면 절대 제대로 된 사진을 못 건진다는 것 같은데 광둥어를 하니 알아 들을 길이 있나~~ 그냥 웃음으로 때웠다. 휠칠한 서양 사내 둘은 동독에서 왔다고. 30여분을 함께 하다보니 이런 저런 말도 주고 받고, 서로의 사진을 보면서 앵글도 다시 잡아 주고 사진도 찍어 주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Korea에서 왔다 하니, 'South? or North?' 한다. 'Of course, South' 이젠 이런 경험이 그닥 낯설지도 않다. 어딜 가나 Korea라 하면 나오는 질문이고, 그 다음은 남북관계에 대한 토론으로 들어간다. 아니다 다를까 이 두 친구들도 몇년전에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이번에는 내가 놀랐다. 순간적으로 'why?'라고 크게 물어 보고 말았다. -_-;;; 그냥 관광이었다고. 나중에 그들이 동독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북한을 단지 관광으로 가는 그들이 좀 이해가 되기도. 휠칠한 서양 사내 둘은 동독에서 왔다고. 30여분을 함께 하다보니 이런 저런 말도 주고 받고, 서로의 사진을 보면서 앵글도 다시 잡아 주고 사진도 찍어 주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Korea에서 왔다 하니, 'South? or North?' 한다. 'Of course, South' 이젠 이런 경험이 그닥 낯설지도 않다. 어딜 가나 Korea라 하면 나오는 질문이고, 그 다음은 남북관계에 대한 토론으로 들어간다. 아니다 다를까 이 두 친구들도 몇년전에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다고. 이번에는 내가 놀랐다. 순간적으로 'why?'라고 크게 물어 보고 말았다. -_-;;; 그냥 관광이었다고. 나중에 그들이 동독 출신이라는 걸 알게 되면서 북한을 단지 관광으로 가는 그들이 좀 이해가 되기도.
이제 심포니 오브 라이트의 안내 방송이 나오기 시작한다. 서서히 카운트 다운에 들어가는 느낌. 제발 내 앞을 가로막는 싸가지들만 없기를 바라며 자리 사수의 의지를 활활 불태운다!!!!!!
드디어 8시. 음악이 울려 터지며 홍콩섬 마천루들에 빛의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래서 백만불짜리 야경이구나.
레이저쑈와 음악 그 앞에 유유히 흐르는 유람선의 불빛. 그 자체로 하나의 예술 작품이 되는 것 같았다. 나이아가라 폭포와 그래이트 오션로드를 두고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것들이라 하지만 홍콩의 야경도 빠지면 섭할 듯. ^^
눈 앞에 펼쳐진 야경에 넋을 놓다가 뒤에 펼쳐지는 쇼를 놓칠 뻔 했다. 무심코 돌아 봤는데 그 곳에서도 쇼는 진행되고 있었다.
약 17분 정도의 화려한 쇼는 이렇게 막을 내렸다. 홍콩의 첫 날이 서서히 저물어 간다.
심포니 오브 라이트가 끝나고 하버시티에 들어가 봤다. 침사추이 최고의 복합쇼핑센터라는데~ 쇼핑에 의욕도 없고 지칠대로 지치기도 했고. 뭘 먹을까 싶었지만 배도 안 고프고 결국 그냥 나와 버렸다. 내게 흥미를 자극하는 장소는 못 되는 듯.
아~죽을 것 같이 피곤하다. 이 놈의 저질체력을 잘 달래줘야 3박 4일의 일정에 무리가 오지 않을 듯. 이젠 숙소로 돌아가야 하는데 아무리 찾아 봐도 숙소를 향해 가는 교통편은 없는 듯. 택시를 타자니 너무 막힐 것 같고.
페리 터미널 앞의 경비 아저씨한테 물어봤다. 킬벌리로드까지 가는 버스는 없냐고. 한참을 난감해 하던 아저씨는 걸어 가라고 추천해 주셨다. 아....그 말이 어찌나 슬프던지 터벅터벅 걸어가면서 아까는 그리 이쁘게만 보이던 헤리티지센터도 밉게 보인다. 나...삐뚫어져 버렸다.
난 지쳐서 죽을 것 같은데 홍콩의 밤은 이제 시작인 듯~ Nathan Road의 밤은 불야성을 이룬다. 곳곳에서 짝퉁 시계를 외친다. 무념무상의 상태로 홍콩 밤거리를 구경하다 보니 벌써 도착했네? 택시라도 탔으면 민망할 뻔 했다. ㅋㅋㅋ
이렇게 홍콩의 첫날은 저물었다. 다만, 아까 하버시티에서 뭐라도 먹지 않은 것이 마구 후회되기 시작했다. 배가 고프기 시작한 것이다. 다 씻고 누웠는데 뭘 먹으러 나가긴 너무 귀찮고....먹을 건 없고. 흑흑....홍콩에서의 첫날은 하루 종일 기아에 허덕이는구나. 먹거리 천국이라는 홍콩에서 어찌하여 나는 배가 고파야만 하는 것일까라는 상념을 안고 잠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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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어설픈 찍사의 여행 이야기 원문보기 글쓴이: 어설픈찍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