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루즈 선상 강연 3차시에 소설가 은희경을 만났다.나와 동년대이면서 공지영 신경숙과 함께
90년대 여류 문학계를 선두했던 이었으나 그간 난 이이의 소설 한 편 제대로 읽은 적이 없었다.
다른 두 분의 작품을 적잖게 읽었지만 둘 다 신변상 여러 잡다한 사건들에 물리면서 그들에게서도 멀어지다 보니 은작가 작품도 대개 그 범주에 넣어 버렸던 것 같았다.
예가 아닌 것 같아 서둘러 두어 편 읽어오긴 했으나 작가의 작품 세계와 사상 전반을 다 이해하긴 쉽지 않았다 다만 평론가들의 견해에 기대 작품을 유추하는 역순방식으로 더듬을 정도였다
나와 동갑이었으나 소녀소녀한 자세와 목소리로 작가의 명성에 비할 바 안되는 의외의 모습에 저으기 놀랐다
이 날 강연 '문학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였라는 주제를 걸고 시작했다 그린보트 주최 측에서는 강연의 열기를 예측 못했던지 장소가 협소해 다 수용하지 못해 전반적으로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주제에서 벗어나지 않게 조근조근 짜임새 있게 연설을 이어갔다.내 머릿속에는 자꾸 작가에게 좀더 거창한 대승적 차원에서 우리 사회에 번져나가는 세대 문제 등에 대한 해법을 건드려주길 바랐으나 주제와도 어긋난 그런 내용을 포괄할만한 강연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되려 내가 주제가 던지는 메시지를 너무 막중하게 생각했다는 스스로의 반성을 하게 되었다
"저 은빗깔 같은 언어로 시궁창 같을 수 있는 시국을 논할 계제는 아니다"
다만 소박하게 정말 옆집 '카드라'하는 이야기를 공론화 시켜 그것이 단순한 것이 아니라 사회적 문제로 이끌 수 있는 힘이 문학이라는 것에는 나도 적극 공감했다
특히 지금 우리 연배에 배어나올 수 있는 평온함이 어쩌면 타인의 희생을 감수하게 하면서 얻는 평화일 수 있다는 대목에서 앞서 내가 작가에게 던지고 싶었던 질문의 답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크루즈는 지금 대만 기륭을 향해 점차 나아가고 물결을 가르면서 내는 균열음을 자장가 삼아 잠을 청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