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션6 생활&문화산책 궁시렁 궁시렁
소탐대실
스페인 목장 김정택 집사
밥 대신 먹거리를 생각하면 딱 떠오르는 게 자장면 혹은 칼국수가 아닐까 싶어. 특히 비가 오거나 날이 흐릴 땐 칼국수가 제일 당기는 음식이지. 칼국수는 종류도 다양한 것 같아. 면이 쫄깃쫄깃한 게 있고 뚝뚝 끊어지는 게 있고 국물도 멸치부터 시작해서 해물 등 다양하게 있어 고르기가 그리 만만치는 않지. 나 역시 여느 사람 못지않게 칼국수를 즐기는 편인데 자주 가는 곳이 조금 먼 곳이라 음식값보다 차 기름값이 더 나올 거야 아마. 그래도 혼자 조용하게 생각도 하고, 드라이브도 하고...
단풍 좋을 땐 단풍놀이도 곁들일 수 있으니 칼국수 한 그릇이 주는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지. 자주 들르는 곳이 있는데 비닐로 포장을 쳐놓은 허름한 촌집이야. 주로 구석에서 쭈그리고 앉아서 후룩 후룩 국물까지 싸악 비우면서 흘깃흘깃 오가는 사람 구경도 하며 먹는 맛은 또 다른 매력이 있었지.
얼마 전, 혼자서 또 그 집을 가서 칼국수 한 그릇을 시켰어. 어라! 생각했던 시간보다 빨리 갖다주네. 조금 먹다 보니 국수가 많이 불어있다는 걸 알았어. 주방 쪽을 쳐다보다가 주인 사장님과 눈이 마주쳤어. 뭔가 들킨 것처럼 황급히 다른 데로 눈길을 돌리더라고. 이상하다 생각하며 끝까지 먹긴 했지만 그 날따라 맛은 영 아니었어. 다 먹고 계산하려는데 여러 명의 사람들이 허겁지겁 뛰어오더라고. 주인 사장님이 그들을 보더니 왜 약속 시간보다 늦게 왔냐고 뭐라 뭐라 그러더라고.
돌아오면서 퍼즐을 맞춰보니 내 칼국수가 그 손님들 거였는데 그 손님들이 늦게 오는 바람에 그걸 빼서 나한테 갖다주었다는 결론에 도달하더군. 그길로 그 단골집은 나의 목록에서 제외되었지. 돌아오는 길에 이런 생각이 들더군. 자그만데 눈이 멀어 큰 것을 놓치면 안 되겠다고.
바둑에서도 이런 말을 많이 쓰더군. 소탐대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