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몸의 일부를 떼어준 사람들과 그들이 떼어준 신장을 이식받고 새 생명을 되찾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8일 내장산과 정읍성결교회에서 개최된 이 특별한 행사는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코레일의 후원을 받아 공동으로 개최한 ‘장기기증 생명나눔 열차여행’이다.
 |
장기기증 생명나눔 열차여행©뉴스미션 |
신장 기증인과 이식자가 함께 한 내장산 등반 및 음악회이 여행은 1997년부터 매년 9월 둘째 주를 ‘장기주간’으로 정하고 집중적인 장기기증 캠페인과 이벤트를 펼쳐오고 있는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와 교단적으로 대대적인 장기기증 운동을 펼치고 있는 기독교대한성결교회가 제12회 장기주간을 맞아 장기기증인 및 이식자들을 격려하고 위로하기 위해 마련한 것이다.
 |
장기기증 생명나눔 열차여행©뉴스미션 |
200여명의 장기 기증인 및 이식자가 함께 용산역에서 KTX로 출발한 이번 대규모 합동여행은 내장산 자락에서부터 시작됐다. 등반을 하며 연신 농담과 웃음이 끊이지 않는 모습에서 이들의 마음속에 심겨진 참 기쁨이 엿보였다.
등반 후에는 정읍성결교회(담임목사 전병일)에서 생명나눔 음악회가 열렸다. 개그작가 전영호 권사의 사회로 진행된 음악회는 클라루스 합창단, 예향워십댄스선교단, 바인밴드 등이 열띤 호응 속에 공연을 펼쳤고, 지난해 7월 신장 이식을 받고 건강을 되찾은 음미혜 집사(세광교회)가 오르간 반주자로 함께 해 의미를 더했다.
 |
장기기증 생명나눔 열차여행©뉴스미션 |
한편 개그맨 고혜성씨의 장기기증 홍보대사 위촉식도 함께 진행됐다. 고혜성씨는 4개월 전 신장기증을 하겠다고 결심하고 한 달간 어머니를 설득해 신장기증 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 불합격 돼 신장기증을 하지는 못했지만 장기기증운동본부 홍보대사로서 신장기증에 대한 인식을 전환시키고 사람들을 생명나눔에 참여시키는 사명을 적극적으로 감당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생명을 나눈 사람들의 이야기1991년부터 시작한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장기를 기증한 사람은 현재 850여명이다. 생명을 나눈 사람들인 만큼 신장기증인과 이식받은 사람들의 모임인 새생명나눔회도 지부별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1991년 우리나라에서 1호로 장기를 기증한 박진탁 목사(장기기증운동본부장)는 “장기를 떼어주고도 건강할 수 있는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데 건강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고 누차 강조했다.
박 목사는 이어 “이 자리는 장기를 기증한 사람들과 이식받은 사람들이 수술 후에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자리”라며 “여기에 함께 한 이들은 신장 기증이라는 행위를 통해 사랑으로 맺어진 한 가족”이라고 덧붙였다.
 |
장기기증 생명나눔 열차여행©뉴스미션 |
최근 신장을 기증한 목회자 부부로 구성된 콩팥선교단 단장으로 추대된 김옥남 목사(기장증경총회장)는 “죄인된 우리를 위해 예수 그리스도께서 기꺼이 자신의 몸을 내어주시고 피를 흘리셨듯이, 생면부지의 환우를 위해 몸의 일부를 떼어주는 일은 예수님의 사랑에 참예하는 작은 표현”이라며 “목사가 먼저 본을 보였을 때 교인들이 자극을 받고 장기기증에 함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993년 신장을 기증하고 간과 골수까지 기증한(우리나라 최다기증자) 최정식 목사(이화여대교회)는 헌혈 또한 2백번 가까이 하며 또 기증할 것이 없을까 하고 생각한다. “내 것을 주면 다른 사람이 살 수 있다기에 단순하게 결단했다”고 말하는 최 목사는 그야말로 명료한 진리를 보여주는 산 증인이었다.
2001년 교회에서 장기기증 행사를 할 때 망설임 없이 장기기증을 결단한 이상만 권사(춘천안디옥감리교회)는 “지극히 작은 자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라”는 말씀과 “친구를 위해 자기 목숨을 버리면 이에서 더 큰 사랑이 없나니”라는 말씀이 강권적으로 마음을 움직였다고 말한다. 덕분에 신장을 기증 받은 사람의 가족이 릴레이로 기증하는 일이 있었다. 그는 헌혈 또한 생활화 돼 있었다. 현재까지 281번의 헌혈을 한 것.
 |
장기기증 생명나눔 열차여행©뉴스미션 |
홍금실 권사(할렐루야교회)는 사후기증을 서약했다가 고통받는 환우들을 보며 마음에 부담감을 어찌할 수 없어 1992년 곧바로 기증을 결심했다. 입으로만 사랑하고, 실천하지 않았다는 자각이 일어나면서 하나님의 은근한 압력을 이길 수 없었다는 홍 권사는 “나중에 그분 앞에 섰을 때 떳떳하게 보지 못하면 어떡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홍 권사는 또 “자신의 것을 떼어서 다른 사람에게 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감사할 뿐”이라며 “기증을 받은 이가 몸뿐만이 아니라 영혼까지 구원받길 늘 기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권태자 집사(동두천은성교회)는 장기기증이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고 1994년 남편과 함께 기증을 하려고 했으나 남편은 불합격돼 혼자만 하게 됐다.
한편 사구체신염으로 10년 동안 투병하다가 신장을 이식받았던 민명혜씨는 살아있는 것 자체가 감사하고 행복할 뿐이라고 미소를 한가득 머금는다. “장기기증자를 만나서 성공적으로 수술이 됐을 때 그 기쁨과 감격은 말로 다 할 수 없다”고 덧붙인다.
유영수 집사(군포제일교회) 또한 사구체신염으로 3년 동안 투석을 받다가 1997년 장기기증운동본부를 통해 신장을 이식받은 후 정상인과 똑같이 생활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어렵게 떼어준 소중한 장기를 이식받고 삶에 대한 의욕이 더욱 생겨난다”고.
김옥자, 이은준 부부는 10년 전 같은 날 남편은 기증을 하고 부인은 이식을 받은 케이스다. 부인이 투병하는 것을 보아왔던 남편은 당연히 할 바라고 생각하며 신장 기증을 결심했다.이들 부부에게 신장기증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생명과도 같은 일이었다.
 |
장기기증 생명나눔 열차여행©뉴스미션 |
이렇듯 한 순간의 과감한 결단을 내린 이들은 몸의 일부를 떼어주고도 건강에 전혀 이상이 없으며 마음은 이전보다 더 건강해졌다고 말한다. 자신이 떼어준 장기가 생명이 위태하던 사람에게 이식돼 값지게 제 기능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이들의 공통점은 감사와 기쁨이 몸에 뱄다는 것이다. 하나님께 자신의 생명을 믿음으로 맡겼을 때 하나님께서는 건강뿐 아니라 마음의 기쁨과 활력까지 책임져 주셨다고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여기 천 번의 입으로 하는 사랑이 아닌 한 번의 과감한 행동으로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한 사람들, 자기 몸의 일부를 떼어주고도 마냥 감사하다고 말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물과 피를 다 쏟기까지 아낌없이 우리를 사랑하셨던 예수님의 모습이 연상된다.
드러내지 않고 마음에 감동을 받은 바대로 조용히 선한 일에 동참하고 있는 이들을 통해 예수님은 오늘도 죽어가는 이들에게 생명을 나누어 주고 계신 것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