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하자 낮에 활동하는 곤충들은
바쁘게 보금자리로 돌아갑니다.
반면에 밤에 활동하는 곤충들은 하품을 하며 기지개를 켜지요.
숲 속의 오래된 고목 아래의 땅은 벌써 들썩거리네요.
땅속에서 잠자던 장수풍뎅이가 수액(나무진)이 흐르는 고목으로 발걸음을
옮기기 때문이죠.
영양 만점의 수액에는 수많은 곤충으로 붐비지만 벌써 덩치가
큰 장수풍뎅이는 수액을 독차지하고 나무진을 먹고 있네요.
먼저 수액을 먹던 장수풍뎅이 옆에 또 다른 장수풍뎅이가 접근합니다.
접근한 상대 장수풍뎅이를 노려보는 눈초리가 매섭네요.
샅바를 잡고 힘을 겨루는 씨름 장사라도 된 것처럼
장수풍뎅이는 뿔을 상대방에게 밀어 넣어 싸움을 겁니다.
나중에 수액을 찾은 장수풍뎅이가 먼저 수액을 먹던 장수풍뎅이의
배 밑으로 뿔을 집어넣어서 하늘로 들어 올리네요.
휙 하고 뒤집어진 장수풍뎅이는 나무 아래로 떨어지고 말았어요.
결투에서 승리한 장수풍뎅이는 벌써 먹이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장수풍뎅이가 무조건 싸우지는 않아요.
왜냐하면 수액이 많으면 먹이 때문에 일부러 손해 보는
싸움을 걸 이유가 없거든요.
다만, 암컷과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는 매번 싸움을 하지요.
결국 경쟁에서 이긴 장수풍뎅이만이 암컷을 차지하고 사랑을 이루게 됩니다.
2세를 탄생시키려는 곤충이 본능은 장수풍뎅이를 나무 위의 투사로
만듭니다.
장수 는 힘센 우두머리를 뜻하는 말로 장수풍뎅이처럼 매우 힘이
센 곤충들에게 붙여진 이름이지요.
단단한 갑옷과 우람한 덩치를 가진 장수풍뎅이는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힘센 장군이랍니다.
하늘소 중에서 가장 크고 힘센 장수하늘소나
말벌 중에서 가장 힘세고 사나운 장수말벌도 같은 의미에서
붙여진 이름이랍니다.
수액 먹는 장수풍뎅이 모습을 보세요.
덩치와는 썩 잘 어울리지 않게 파라처럼 수액을 핥아먹네요.
더듬이를 움직여서 냄새를 맡고 나면 장수풍뎅이 입에서는
오렌지색의 길쭉한 혀가 나와서 나무진을 먹습니다.
장수풍뎅이가 수액을 독차지했기 때문에 힘없는 나방, 버섯벌레.
하늘소, 왕바구미. 밑빠진벌레. 나무쑤시기와 같은
곤충들은 눈치를 보며 수액을 먹지요.
그러나 수액이 적으면 차례가 될 때까지 계속 기다려야 한답니다.
멋진 뿔의 늠름한 장수풍뎅이는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애완 곤충입니다.
십수 년 전만 해도 환경 오염으로 사라지던 보호종이였지만
사육에 성공해서 현재는 인기 있는 애완동물이 되었습니다.
강아지.고양이.햄스터,이구아나 처럼 말이죠.
장수풍뎅이를 애벌레부터 기르면 곤충의 한살이를 쉽게
관찰할 수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자연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도 생기고 생명을
사랑하는 따뜻한 마음도 가지게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