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처분적 법률이란? ◈
더불어민주당 새 원내대표가 22대 국회의 1호 법안으로
이재명 대표의 총선 공약인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어요
정부가 25만원 지원을 위한 13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거부하자
입법을 통해 추진하겠다는 것이지요
이른바 ‘처분적 법률’ 방식이지요
처분적 법률이란 행정부의 집행이나 사법부 절차를 통하지 않고
국회가 곧바로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게 할 수 있는 법률을 말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는 위헌 소지가 크지요
헌법 54조에 따라 예산 편성권은 정부에 부여돼 있고
국회는 정부가 편성한 예산안을 심의·확정하게 돼 있어요
또 헌법 57조는 국회가 정부 동의 없이 지출 예산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항목을 설치할 수 없도록 했지요
그간 처분적 법률이 적용된 사례는 전두환 은닉 재산 추징법,
최순실 부정 재산 환수법 등 특수한 목적과 대상을 전제로 한 것뿐이었어요
전 국민에게 영향을 미치는 재정 지출을 법률로 한 경우는 없었지요
또 있을 수도 없어요
정부 예산으로 편성해야 할 전 국민 지원금을 법제화하겠다는 것은
헌법도 무시한 채 민주당이 정부 노릇을 하겠다는 것이지요
다수당의 폭거로 법률을 만들면 무엇이든 다할수 있다는
착각속에 빠져 있지만 법률은 엄연히 헌법밑에 존재 하지요
이 대표와 민주당은 ‘25만원 지급’이 “골목 상권을 살리고
민생을 지원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안”이라고 하고 있어요
하지만 지금은 지나치게 풀린 돈 때문에 고물가가
경제와 서민 생활을 압박하고 있지요
고(高)금리로 자영업자나 다중 채무자가 고통받고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도 물가를 잡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빚내서 돈 뿌리면 경기가 살아난다는 주장은
경제 원리에 어긋나는 억지에 가까워요
불난 데 기름 끼얹는 것과 같은 이치이지요
부자나 중상류층은 정부가 돈을 준다고 더 소비하지도 않아요
현금을 뿌린다면 서민, 영세 자영업자 등
저소득 취약 계층만을 선별 지원하는 것이 옳지요
나랏빚이 1100조원이 넘고 작년 1년의 관리재정수지 적자가
87조원에 이르고 있어요
민주당 집권 시절의 방만한 씀씀이가 낳은 결과이지요
그렇게 국가 재정을 부실화시켜 놓고 재정준칙 법제화를 번번이 뭉개더니
이제 또 전 국민 돈 뿌리기를 법제화하겠다고 하고 있어요
무책임도 이런 무책임이 없지요
그런데 요즘 4·10 총선 이후 여의도는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점령한 해방구 같아요
하지만 ‘정권 심판의 기쁨’은 여의도 바깥에 전혀 미치지 못하지요
지난 2일 서울 성동구의 한 다세대 주택에서 10대 여성과
20대 남성이 숨진 채 발견됐어요
지난달 30일엔 부산의 한 대학교에서 20대 여성이 사망했지요
지난달 22일엔 수원의 한 오피스텔에서 양주시청의 20대 공무원이 투신했어요
이들의 죽음을 보도하는 기사 말미엔
“우울감 등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로 시작하는
자살 예방 문구가 첨부됐지요
신문에 실리지 않는 젊은이들의 부고는 훨씬 많아요
생명존중시민회의의 최근 발표 자료를 보면
2022년 자살 사망자 수는 1만2906명, 하루 평균 35.4명이었어요
10대, 20대, 30대 사망 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사실은 대못 같지요
한반도미래연구원은 내년에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가 0.72명에서 0.65명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어요
그런데 20대 여성 자살률(10만명당)은 2018년 13.9명에서
2021년 20.2명으로, 30대 여성은 같은 기간 18.6명에서
21.6명으로 늘었지요(중앙대 이민아 교수).
이 교수는
“노동시장 내 차별과 여성 노동의 주변화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했어요
젊은 여성들은 결혼·출산이 아니라 일자리를 기준으로
인생 계획을 꾸리는데도 가부장 중심의 한국 사회와 노동시장이
여전히 여성에게 절망을 안겨주고 있다고도 지적했지요
하지만 지난 총선 과정에서 여야는 ‘이조 심판’과 ‘대파 혁명’ 구호로
맞붙었을 뿐, 미래 세대를 위한 비전을 거의 제시하지 않았어요
20·30대가 역대 어느 때보다 소외된 총선이었지요
그 결과 평균 연령 56.3세(한국 평균 44.9세), 남성 80%(240명),
20대 0명의 22대 국회가 곧 출범하지요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번 총선 압승으로
3김 이후 역사상 가장 강력한 야당 당수가 됐어요
그러나 당선이후 첫 일성이 '특검'이었지요
이런 당면한 민생 문제는 안중에도 없어요
겨우 한다는 소리가 좌파들의 포플리즘 '25만원' 돈 풀기 이지요
7일 대장동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할 때 그의 표정은
‘이젠 다 지겹다’고 말하는 듯했어요
며칠 전 국회를 통과한 채 상병 특검법을 두고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던 이 대표는
자기 재판에 대한 취재진 질문엔 답하지 않았지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피와 살이 튀는 어느 복수(復讐) 영화 포스터를
페이스북에 올리며 “여러 번 봐도 지겹지 않다”고 했어요
틈만 나면 “국민의힘은요?” “한동훈은요?”라고 말하는
제1·2야당 대표가 정치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총선 3연패를 당하고도 ‘보수의 정체성’을 강화하자는 여당 사람들은
정치를 왜 할까요?
의회 권력으로 자기들 사법 리스크를 없애면서 보복하겠다는 사욕,
유력 주자에게 줄 잘 서서 한자리해보겠다는 탐욕,
국회의원 배지 달아 족보에 한 줄 걸쳐보겠다는 허영.
이 세 가지로 젊은이들이 결혼·출산을 꿈꾸기는커녕,
아예 생을 포기하는 현실을 타개할 수 없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한 것 같아요
이런 인간들이 정치를 왜 하는지 모르겠어요
-* 언제나 변함없는 조동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