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色)이 곧 공(空)이다(色卽是空.색즉시공)▒
(色卽是空.색즉시공)
눈이 있어도 보지 않고
귀가 있어도 듣지 않고
혀가 있어도 맛보지 않으면
저 창공의 독수리 처럼
날개펴고 살수있다.
색(色)이란 지수화풍 사대(四大)의 거짓 모습이다
흙과 물과 바람과 불이 서로 엉겨붙어 일시적으로
어떤 모습을 이룬것이다
산이며 들, 바다와 호수, 날짐승과 물고기,온갖 가축,
사람까지도 바로 이 사대의 인연소생이다
맛과 향기도 4대모임이다 그러나 삼라만상은 비록
수미산이라 해도 닳고 닳아지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
공(空)으로 돌아가고 만다 왜냐하면 그것들은 애초부터
공(空)으로 이루어진 것인 까닭이다.
단지 인연이란 힘을 빌렸을뿐.
지대(地大) 즉 흙이 공하고
수대(水大)가 공하고 화대(火大)가 공하고
풍대(風大)가 공하기 때문이다.
불과 바람이 공하다는 것을 알겠으나 어찌 하여
땅과 물도 공하다 하는가?
땅을 땅이라 하는것은 흙이 한데 뭉쳐있을때다
그것들을 가루로 만들어 부수고 또 부수면 티끌이 되고
이티끌을 다시 부수면 무엇이 되는가?
허공가운데는 숱한 흙가루, 먼지가 가득차 있지만
그것을 땅이라 하는가 그러므로 지대(地大)라는 땅도 공한것이다.
수대(水大)를 왜 공하다 하는가? 물은 뜨거우면 수증기로 변한다.
끓이고 끓이면 한방울의 물도 남지 않고 허공가운데 숨어 버린다.
수증기다, 허공가운데는 수증기가 꽉차 있지만
그것을 보고 누가 물이라 하는가? 그러므로 물도 공한 것이다.
이공한것들이 모여서 사람의 몸도 만들고 산천초목, 기암괴석,
산하대지를 만들었으니 저 우뚝 우뚝한 빌딩들이며 울긋 불긋한
온갖 장식들이 모두 공한것이다 근본에 있어서는 그렇다 치더라도
지금 서있는 저물건은 그러면 무엇이냐? 그래서 색(色)이다.
지금 눈앞에 분명히 존재 하므로 색이지만
근원을 알고보면 공이요 그것들은 단 한순간이라도
제모습을 갖춘적이 없다.
사람은 태어나면서 부터 눈.코,귀.혀,몸의 모습이 달라지고
산은 봄.여름이 다르며 아무리 견고한 철근 콘크리트 건물이라도
준공일로부터 허물어지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단 한시도<이것이다> 하고 내세울 참 모습이 없다.
성주괴공(成住壞空)이란 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백발보고 웃지마라 동안(童顔)소년 엊그제다> 하지 않는가
사람의 일생을 매초마다 사진을 찍는다면 어느모습이
참다운 그사람의 모습일까? 이루면(成)잠시 머무는듯(住)하다가
곧 부서지고(壞) 이내 공(空)으로 돌아간다.
저 위용을 자랑하는 여의도63빌딩도 언젠가는 땅과 물과 불과
바람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 갈것이다.
지수화풍의 본 모습이 공이므로 결국 공으로 돌아가고 거기에는
잠시 덩그런 나대지(裸垈地)가 나타났다가 이내 새로운
모습의 건물이 들어설것이다.
그러므로 색이 곧 공임을 알아야 한다 색이 곧 공임을 알면
억지로 예뻐지려고 쌍거풀을 만들고 코를 높히며
늘어진 아랫배에 칼을 대는 끔찍그러운 짓일랑은 하지 않아도
되지 않는가
으리으리 한 고급주택을 보고 기죽어 할 필요도 없지 않는가!
그러나 참으로 색이 곧 공임을 아는 사람은 그런 하찮은일에
신경쓸게 없다. 왜냐하면 산과 들과 하늘과 땅이 모두 공하며
한물건도 걸치적 거릴게 없으므로 허공을 날아가는
저 독수리 처럼 세상을 뜻대로 멋대로 한가하게 살수있기 때문이다.
뜻대로 못대로 한가하게 살아가는놈
그놈이 누구인가...
산을 보면 산에 걸리고
향기를 맡으면 향기에 걸리고
노랫가락을 들으면 소리에 걸리고
맛을 보면 입맛에 걸리며
부드러운 살결을 대하면 여자에 걸린다
자- 찾아보자
보고듣고 맛보고 냄새맡고 감촉해도
아무래도 걸리지 않는놈
그놈이 누구냐
찾았다 하면 사기꾼이요
못찾으면 바보다
어떻게 하여야 사기꾼도 바보도
면할수 있겠는가?
바보는 제가 바보인줄 모르는법.
[마누라 죽고 홀아비되어 청승맞더니
그마저 죽어 한줌재가 되니
홀아비 면했다고 즐거워 할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