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회 의정부 전국 백일장 운문부문 심사평>
비움의 아름다움, 그리고 사랑
인디언 부족은 달마다 이름이 달랐다고 합니다. 모호크족은 11월을 ‘많이 가난해 지는 달’이라 했고, 아라파호족은 ‘모두 다 사라지는 것은 아닌 달’이라 했습니다. 11월입니다. 11월도 더 많이 가난해져야 모든 걸 잃지 않을 듯 싶습니다. 사랑의 계절입니다. 하지만 그 누구든 사랑한다면 다 비우고 내려 놓아야 할 때입니다.
가난하여질수록 더욱 뼈아프고 눈부시게 솟아오르는 것이 있지요. 조각처럼 가슴에 남는 것이 있지요. 별처럼 사무치게 박히는 것이 있지요. 바로 문학예술이 아닐는지요. 정국(政局)을 넘어 대한민국 전체가 분노와 슬픔과 안타까움과 비난과 조롱과 상실감에 요동치고 있는 이 때에 ‘제23회 의정부 전국 백일장’ 작품을 읽는 일은 큰 위안이자 빛이 되었음을 고백합니다. 또한 전국 각지에서 참가하신 모든 문학 애호가분들게 감사의 마음을 드립니다.
백일장 응모작품이 예년에 비해 많이 줄었습니다. 사람들로부터 문학에 대한 관심이 멀어져만 가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가 책을 읽지 않는 나라라고 합니다. 문학이 죽고 철학이 죽은 나라는 사막과 같다고 봅니다. 되도록 많은 사람들이 읽고, 생각하고, 쓰는 시간을 통해 영혼을 살찌우며 살아가길 빌어 봅니다.
이번 백일장의 시제(詩題)는 “거짓말”, “단풍(丹楓)”이었습니다. 일반부에서는 노원철 님의 “피[血]어라, 단풍”을 장원으로 선정하였습니다. 백일장이라는 특성상, 범상치 않은 시적(詩的) 힘을 가지고 있고 그 에너지를 부릴 줄 압니다. 여기에 성찰(省察)의 아포리즘(aphorism)적 요소도 있어 시를 더 빛나게 합니다. 단풍(丹楓)은 지는 것이라는 일반적이고 일상적인 생각을 뒤집는 발상이 참신하였고 단풍의 붉은 색의 이미지를 피[血]로 자연스럽게 연결하는 것도 신선하며 돋보였습니다. 각운(脚韻)의 구사와 시의 결말 처리 등 오랫동안 시를 공부하고 고뇌하며 아파한 흔적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차상 작품으로 선정한 오경숙 님의 “진짜 거짓말”은 현대적 감각과 철학적 사유, 시적 흥미가 더해 그 기량이 출중하였습니다. 그 외 차하로 선정된 김민정 님의 “느린 가을 이별”, 장려상으로 결정한 이선경 님이 “시(媤)급한 거짓말”, 최시랑 님의 “단풍”, 염세희 님의 “단풍”, 김민선 님의 “책갈피”, 김윤경 님의 “단풍을 보며”, 이완식 님의 “소요산 풍경”, 강숙희 님의 “가을에 온 손님” 모두 자기 사랑과 되돌아봄, 소소한 삶과 자연에 대한 따스한 애착(愛著)이 묻어난다는 점에서 많은 가능성을 보았습니다.
고등부에서는 김영웅(서울 대광고 2학년) 학생의 “거짓말”을 장원 작품으로 올립니다. 고등학교 2학년 학생으로서 ‘생각하는 시’에 접근하였고 깨달음이 묻어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었습니다. 군데군데 직설적 표현을 시적 언어로 바꾸어 표현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차상으로 선정된 이은영(경기 의정부 경민고 2학년) 학생의 “거짓말을 품다”는 특유의 발랄함과 솔직함을 문학적 표현과 상상력을 동원하여 표출하였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고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 외 차하 작품으로 뽑은 이충기(경남 창원 진해고 2학년)의 “할머니의 단풍”, 장려상으로 선정한 황순원(경기 의정부 경민IT고 1학년)의 “물든다는 것은”, 박인범(경기 의정부 경민IT고 2학년)의 “단풍같은 거짓말”, 정인수(경기 의정부 경민IT고 2학년)의 “상록수”, 김민국(경기 의정부 경민IT고 1학년)의 “나한테 하는 거짓말” 모두 사물에 애정 어린 눈빛을 보내고 자신을 돌아볼 줄 안다는 점이 대견스러웠습니다.
가장 편수가 적은 부문이 중등부입니다. 그런만큼 장원을 내지 못하였습니다. 하지만 박상아(서울 북악중 3학년)의 “거짓말”을 차상으로 올립니다. ‘거짓말’을 다양하게 형상화하는 능력이 돋보였고 차하로 선정한 이하영(경기 의정부 회룡중 1학년)의 “바람들의 짧은 거짓말”은 자연물에 의인화 기법을 적용하는 능력이 돋보였습니다.
초등부의 작품의 공통점은 모두 예쁘고 곱고 맑다는 점입니다. 장원으로 선정한 김도현(의정부 버들개초등학교 4학년)의 “단풍이 붉은 이유”는 이러한 공통점에 생각하고 판단하는 ‘싹’이 두드러지게 예뻤습니다. 차상으로 선정한 김지효(의정부 버들개초등학교 3학년)의 “아, 가을인가봐”는 3연의 정제된 양식, 음위율 구사, 참신한 생각이 돋보였습니다. 차하로 선정한 김윤건(의정부 중앙초등학교 2학년)의 “점점 변하는 단풍”은 가지런하고 깔끔하게 단풍나무의 사시사철 변하는 모습을 예쁘게 보았습니다. 이 외 장려상으로 올린 김유진(의정부 회룡초등학교 4학년)의 “내 마음의 마약”, 김현빈(의정부 버들개초등학교 4학년)의 “엄마의 거짓말”, 이수현(의정부 동암초등학교 2학년)의 “가을”, 안승준(의정부 신동초등학교 6학년)의 “사계절 내내”, 고은아(의정부 중앙초등학교 5학년)의 “거짓말”, 이은찬(의정부 호원초등학교 2학년)의 “바람이 데려온 친구” 모두 순수하고 순박한 생활과 생각이 배어 있는 시였습니다. 예쁜 생각과 예쁜 생활을 많이 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예쁘고 아름다운 글은 예쁜 마음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것이니까요.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는 사람과 대상에 대한 사랑과 정(情)이 내재되어 있어야 하고 전제되어야 합니다. 11월, 저 단풍처럼 다 비우고 바로 옆에, 곁에 있는 사람부터 사랑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심사평 : 김선용
(시인 · (사)한국문인협회 의정부지부 사무국장 · 운문분과장)
<일반부 운문부문 입상자>
장원 노원철 / 피[血]어라, 단풍 전남 강진군
차상 오경숙 / 진짜 거짓말 경기 의정부시
차하 김민정 / 느린 가을 이별 서울 노원구
장려 이선경 / 시(媤)급한 거짓말 경기 의정부시
장려 최시랑 / 단풍 서울 노원구
장려 염세희 / 단풍 경기 의정부시
장려 김민선 / 책갈피 경기 의정부시
장려 김윤경 / 단풍을 보며 경기 의정부시
장려 이완식 / 소요산 풍경 경기 동두천시
장려 강숙희 / 단풍 경기 양주시
<고등부 운문부문 입상자>
장원 김영웅 / 거짓말 서울 대광고등학교 2학년
차상 이은영 / 거짓말을 품다 경기 의정부시 경민고등학교 2학년
차하 이충기 / 할머니의 단풍 경남 창원시 진해고등학교 2학년
장려 황순원 / 물든다는 것은 경기도 의정부시 경민IT고등학교 1학년
장려 박인범 / 단풍같은 거짓말 경기도 의정부시 경민IT고등학교 2학년
장려 정인수 / 상록수 경기도 의정부시 경민IT고등학교 2학년
장려 김민국 / 나한테 하는 거짓말 경기도 의정부시 경민IT고등학교 1학년
<중등부 운문부문 입상자>
차상 박상아 / 거짓말 서울 북악중학교 3학년
차하 이하영 / 바람들의 짧은 거짓말 경기도 의정부시 회룡중 1학년
<초등부 운문부문 입상자>
장원 김도현 / 단풍이 붉은 이유 경기도 의정부시 버들개초등학교 4학년
차상 김지효 / 아, 가을인가봐 경기도 의정부시 버들개초등학교 3학년
차하 김윤건 / 점점 변하는 단풍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중앙초등학교 2학년
장려 김유진 / 내 마음의 마약 경기도 의정부시 회룡초등학교 4학년
장려 김현빈 / 엄마의 거짓말 경기도 의정부시 버들개초등학교 4학년
장려 이수현 / 가을 경기도 의정부시 동암초등학교 2학년
장려 안승준 / 사계절 내내 경기도 의정부시 신동초등학교 6학년
장려 고은아 / 거짓말 경기도 의정부시 의정부중앙초등학교 5학년
장려 이은찬 / 바람이 데려온 친구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초등학교 2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