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어 그림책 시즌 5가 드디어 종강을 했다. 기쁘고도 아쉬운 시간이었다. 이번에는 기필코 열심히 해야지 다짐했는데, 늘 마음 뿐이고 실천은 뒷전이다. 두 번이나 연이어 결석했으니 누굴 탓할까. 게으른 나 자신을 탓할 밖에. 모두들 진지하게 읽으시고, 잘 읽으신다. 선생님이 흐뭇하셨을 것 같다. 일본어 공부와 그림책 공부를 같이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 이제 2월에 다시 만난다. 그때까지 모두 안녕히, 모두 행복하시고 모두모두 건강하시기를 빈다.
이제 읽은 순서를 올려본다. 한별씨는 '군고구마(さつもの おいも)'를 아주 술술 잘 읽었다. 분옥씨는 '밤의 유치원(よるの ようちえん)'을 진지하고 열심히 읽으셨다. 선숙씨는 '빵 임금님(パンの おうさま)'를 잘 읽으셨고, 승지씨는 '천년 만년(せんねん まん)'을 느리지만 차분하게 읽으셨다. 준경씨는 '구운 생선의 저주(やきざかなののろい)'를 부드럽게 잘 읽으셨다. 고영씨와 민정씨는 '모모타로(ももたろう)’를 유창하게 잘 읽으셨다. 연화향씨는 '할아버지와 빵(おじいちゃんト パン)’을 아주 잘 읽으시고, 은영씨는 '아기 염소가 왔다(こやぎがやってきた)’를 실감나게 잘 읽으시고. 알모님과 진달래씨는 '말도 안 돼(とんでもない)’를 함께 사이좋게 나눠서 정말 잘 읽으셨다. 나(동옥)는 '찾았다(みつけたよ)’를 열심히 읽으려고 노력했다. 간결하고 색감이 부드러운 한 편의 시를 말맛과 분위기를 살려 읽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함께 공부한 지 어언 1년이 훨씬 넘었다. 아무리 멀고 험한 길도 길동무가 있으면 즐겁다. 모두들 정겹고 명랑해서 늘 많은 힘을 받고 집으로 돌아간다. 알모님에게 호박죽을 쑤어달라고 말한 뒤 괜히 후회했다. 다친 팔을 푼 지도 얼마 안 되었는데 싶어서 마음이 쓰였다. 아니나 다를까, 호박껍질을 깎느라 시범을 보인다며 칼질을 하면서 손을 베였다. 이런 싶다. 그냥 놔 두라 할껄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 날은 모처럼 오랫동안 책방에서 놀았다. 알모님이 정성스럽고 건강하게 만들어주신 '늙은 호박죽'도 먹고, 아쉬워서 당고집에 들러 '당고'도 먹었다. 너무도 부지런하고 배움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신 책방 주인, 알모님에게서 늘 많은 것을 배운다.
공부하며 오고 가는 두 시간 반이 넘는 길을 나는 일년 넘게 했다. 그다지 부지런하지도 재바르지도 않는 내게 공부는 늘 버겁다. 공부욕심만 잔뜩 있고 몸이 따르지 않는 내가 일년 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추위를 막아주는 울타리와도 같은 길동무들의 온정과 순정 덕분이다. 일하며 공부하는 일이 늘 너무 버겁고 힘들어 모든 것을 포기하고픈 순간들이 많았다. 함께 해 주신 길동무들에게 머리 숙여 감사 인사를 드린다. 또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것이다. 새해도 밝았다. 흰 쥐의 해, 쥐처럼 부지런히 공부하는 한 해가 되기를 빈다. 자, 일본어 그림책 읽기 시즌6도 기대하시라. 4월이면 예쁜 아가의 엄마가 될 준경씨, 순산과 건강을 빕니다. 봄의 아기가 새 봄의 소식처럼 기다려지네요. 일본어 그림책 읽기 선생님들과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다음 시즌에 또 만나요. さよなら どうもありがとうございます。
첫댓글 그 먼 곳에서 꾸준히 온다는 것, 무엇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것, 그것이면 되죠 뭐~
우리는 티끌모아태산 클럽~
감동이 있는 후기 잘 봤습니다
먼 길 마다 않고 열심히 와주셔서 고맙고 행복했어요~
동옥샘도 새해 더욱 건강하시고 복도 많이 받으세요^^❤️
뭔가 마음이 뿌듯해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