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의 국경을 지나 슬로바키아..
어릴적 배웠던데로 체코슬로바키아라는 이름으로 한나라로 알고 있던 이 나라는 1993년도에 체코의 공산당 쇠락으로 인해 국민투표로 슬로바키아로 체코와의 양국 협의하에 무혈 독립국이 되었단다..
역시 몇미터 사이에서의 국경에서 두번의 여권검색..
국경에는 나들이를 가는듯한 자가용의 차량과 이 더운날씨에 허름한 외투차림에 비닐봉투에 물과 몇가지의 음식을 들고선 노숙자분위기의 노인이 신분증 검사를 받고 있었다..
공터에는 해바라기를 하고 있는 이곳 주민인듯한 청소년에 가까운 남녀..
나른한 느낌..
더욱 낡고 가난한 집들..
여전히 이어지는 옥수수와 태양의 밭..
오늘은 폴란드까지 하루종일 이동코스다..
허름한 집들이 모여있는 마을 안의 공동묘지에는 직접 가꾼듯한 꽃들이 묘비를 장식하고..
적은 소득에 시간이 많이 남는다는 사람들은 대부분 집 근처에 작은 화단과 텃밭을 일구고 있었다..
잔디밭에 장미며 은빛의 화초를 심고 돌이나 키작은 나무로 둘러놓은 화단..
버팀목을 세워받친 포도나무..
따가운 햇살에 붉게 빛나는 열매를 한껏 뽐내고 있는 꽃사과나무들..
식탁에 올릴 채소들을 가꾼 텃밭들..
자급자족을 위한 방편이겠지만..
부족한대로의 여유일 수도 있고.. 무엇이든..
도심의 생활에 찌든 우리의 부모님 세대라면 그런 생활을 동경하지않을까..
황무지 같은 외딴곳의 호텔에서의 점심식사..
인공의 작은 연못에는 송어가 떼로 수영을 하고 있었고..
호수가의 테이블에는 저마다 빵과 사과를 담은 바구니가 놓여있었다..
허기에 빵과 사과를 먹었는데..
빵은 굽기보다 찐듯한 특이한 맛이었고..
정원의 나무에서 딴듯한 사과는 정말 물이 많고 달았다..
일부러 고른듯이 키가 크고 잘생긴 웨이터들이 서빙을 해주는 메뉴는..
틀에 넣어 부친 달걀후라이와 소스에 버무린듯한 삶은 감자와 비프스테이크..
적응이 되어가는 모양이다..
긴 버스여행에 몸도 위도 지쳤음에도 음식이 입에 맞는걸보면..
몇몇의 사람들은 햇반을 데워 김이며 참치등을 꺼내 먹었지만..
잠시의 휴식을 위해 찾은 곳..
반스카..
동화속의 그림같은 건물들..
맑게 빛나는 물줄기를 뿜어내는 분수와 그 옆 인공의 작은 바위산을 오르는 귀여운 꼬마아이..
길게 늘어선 노천의 카페와 상점들..
이름조차 처음 들어본 읍 정도의 작은 마을인데도 의외로 예쁜 건물과 거리가 이어져 있었다..
신기한듯 바라보는 시선에 주변을 둘러보니..
거리에 동양인이라고는 없었다.. 우리들 밖에..
Sale중이라는 신발가게에서 체코에서의 긴 도보를 위해 윤아가 샌들을 샀다..
화폐는 크로나.. 유로로 환전해보니 생각보다 비싼 가격..
그래도 슬로바키아산의 신발을 가진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상표를 보니 이럴수가..!!
Made in Brazil이었다.. -_-;
그나마 Made in China의 샌들을 산 부산아지매보다는 나았지만.. 후후..
앗!!
눈에 익은 글자가..!!
Samsung..
어느 전자제품 상점에 커다랗게 붙어있는 상표는 분명 삼성이었다..
이렇게 외진 슬로바키아의 작은 마을에서 우리의 상표를 만나다니..
이게 바로 보이지않는 사람들의 노력이며 우리의 국력이겠지..
잠시의 감동을 뒤로하고 동화처럼 예쁜 거리를 걷다가 어느새 보조를 맞추게 된 교수님의 부인과 이런저런 얘기들을 하고 있었다..
마치 현지인처럼 분수가에 앉아 놀고 있는 우리가 보기 좋으셨던 모양이다..
고3때 수험생의 부담을 떨치기 위해 갔었던 산행에서의 좋은 기억으로 여행을 즐기게 되었다는 얘기들이며..
어느새 분수가에 모인 일행들이 자연스레 근처 노천카페에 앉아 시원한 음료들을 시켰고..
나는 얼룩진 유리잔과 내주는 병에 담긴 스프라이트에 가까운 맛의 레몬에이드를..
(여행지에서의 나는 먹고 탈나는거 아니면 그냥 먹는다.. 따지기 귀찮다.. 물론 따지려고해도 말도 안되지만.. -_-;)
어느새 환전을 해온 은행가 아저씨가 쐈다.. 후후..
거리에 대한 얘기들을 하다보니 어느새 출발시간..!!
안녕.. 반스카..
슬로바키아에는 산이 많았다..
타트라 산맥..
설악산만큼이나 굽이굽이진 길..
왠만큼 산길에 익숙하다고 생각한 나마저도 잠으로 이 멀미를 몰아내야겠다는 일념뿐..
내일 보게될 아우슈비츠와 관련하여 상영해준 '쉰들러 리스트'..
반이상의 장면을 멀미로 놓쳤지만..
종전.. 오스카 쉰들러가 자신의 재산을 털어 살린 유태인들을 풀어주며 좀더 많은 생명을 구하지 못한 것을 자책하며 우는 장면에서는 예전의 감동이 되새김되며 눈물이 흘렀다..
드디어 폴란드 국경을 넘었다..
또 다시 주변 풍경이 바뀌었다..
조금은 여유있어 보이는 집들..
슬로바키아보다는 형편이 나은 모양이다..
목적지인 크라카우에 도착..!!
우리가 정말 운이 좋은건지..
내일 합류하기로 했다는 가이드가 미리 나와있었고 일정이 저녁관광부터란다..
인솔자인 자기도 모르게 일정이 유리하게 바뀌어 있다는 TC..
약간은 황당했겠지..
외대 폴란드어과를 나와 남편의 발령으로 폴란드에 왔다는 예쁜 가이드였다..
혹시나했더니 역시나.. 부산사람에.. 게다가 부산아지매중 한명의 여고후배.. ㅡㅡ;
부산엔 여학교가 하나밖에 없나..??
그리고 유럽으로 건너와 있는 여자들은 모두 부산여자들뿐인건지..
타고난 성정이 강해서 그런건지..
석양에 붉게 물들어가는 비슈와강과 바벨성을 보며 사진을 찍고..
콩을 넣은 스프에 돈까스와 비슷한 약간 눅눅한 느낌의 요리.. 그리고 양배추 샐러드..
멀미로 뒤집어질듯한 속이 일행이 꺼내놓은 사발면 국물 몇모금에 어느새 가라앉아 편하게 식사를 하는 나를 부산아지매가 부러운듯 쳐다보며 자기몫까지 먹겠냔다.. 헐.. -_-;
여느 유럽의 도시와 마찬가지로 성당과 광장이 있는 구시가지..
주욱 이어져있는 재래식 상가에서의 쇼핑..
어디나 비슷한 여행지의 상품들과는 다른 이곳만의 특이한 물건들이 많았고..
우선은.. 정말 싸다.. ^0^;
수빈이의 예쁜 화관을 쓴 인형과 부탁받은 커플인형, 엄마의 호박 팬던트..
아빠의 원목 체스판.. 친구들의 선물..
쇼핑에 유로를 거의 써버렸다..
시내에서 떨어진 한적한 호텔..
오늘은 호텔에 딸린 호프에서 한잔 하기로 하고 헤쳐모여..
길가의 소음을 피해 뒷뜰에 자리를 만들어 시작한 파티..
거의 우리가 전세를 낸 분위기의 호텔.. 다른 손님들이 없었다는 뜻.. ㅋㅋ
오늘의 파티는 교수님이 물주가 되셨다..
폴란드 맥주를 골라 마시고 여행의 느낌등을 교환하며 보낸 시간이 어느새 12시를 바라보고 있는 시간..
이제 하루를 끝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