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cafe-editor-text">이충식의 <br /><br />' 클래식은 영화를 타고 '<br /><br />< 플래툰 - Platoon ><br /><br />- '지옥보다 더 잔혹한... 베트남 전쟁의 지옥' <br /><br />미국 31대 대통령 하버트 후버는 말했죠.<br /><br />"노인네들이 전쟁을 결정하지만 전장에서 <br />싸우고, 또 죽는 건 젊은이들이다."<br /><br />불가해(不可解)한 종말적 파국으로 끝을 맺는<br />... 거대한 카오스의 서사 < 플래툰 >.<br /><br />영화는 프로펠러의 굉음 속에 흙먼지를 뚫고 <br />지옥문 같은 헬리콥터의 비상구가 열리며, <br /><br />두려움 속에 죽음의 전쟁터에 내쳐지는 <br />신병들의 모습과 부상으로 후송되는 고참 <br />병사들의 황폐해진 눈빛이 교차되며 그 막을 <br />열어갑니다.<br /><br />이처럼 반(反)성장 영화의 프레임으로 짜여진 <br />< 플래툰 > 의 오프닝에서 크리스가 연신 <br />눈을 비비는 장면은, <br /><br />저주스러웠던 삶을 끝내고 들어가는 인물들의 <br />도가니 속에 빚어진... 극히 혼란스러운 '탄생'의 <br />역설적 모티브로 암유(暗喩)되고 있죠.<br /><br />- '광기의 지옥, 베트남전'<br />(Hell Is the impossibility of reason)<br />https://youtu.be/PvqQnJ7Fvz4<br /><br />베트남 전쟁이 한창인 1967년, 부유한 <br />집안에서 자란 명문대생 크리스 테일러<br />(찰리 신 분)는 막연한 정의감으로 대학을 <br />자퇴한 채 미 육군 전투보병에 지원합니다. <br /><br />가난한 사람과 배우지 못한 사람들만이 <br />전쟁터로 끌려나가 총알받이가 되는 것의 <br />불합리함을 깨부수고자 자원 입대할만큼<br />'순수' 했던 크리스...<br /><br />"부대원들은 대부분 하류 빈곤층 출신으로, <br />비록 홀대받는 그들이지만 '자유' 라는 숭고한 <br />명분을 위해 사투하고 있어요. 최고의 <br />사람들입니다!"<br /><br />하지만 그 누가 말했던가요.<br /><br />"전쟁의 첫 번째 희생자는 순수함이다<br />(The first casualty of war is innocence)<br />..."<br /><br />캄보디아 접경 구역의 중대로 배치된 <br />어설픈 신참 크리스 이병은, <br /><br />지옥의 수렁처럼 깊숙이 빠져드는 정글을 <br />뚫고, 반쯤 미쳐있는 듯한 선임 병사들에게 <br />이리저리 치이며 악전고투합니다.<br /><br />그는 틈틈이 할머니에게 편지로 전쟁의 <br />참상을 알려주죠.<br /><br />"이 곳에 온 지 일주일도 안됐는데 진저리가 <br />납니다. 아무도 뭘하라고 가르쳐주지 않아요. <br />신병엔 관심도 없고 이름도 알려고 하지 않죠. <br />1년을 채울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br /><br />크리스는 아비규환의 첫 매복 전투에서 <br />동료를 잃고 자신도 부상을 당하고 말지요.<br /><br />바로 그날 밤... 매복 작전을 통솔하던 <br />일라이어스 병장(윌렘 데포 분)은,<br /><br />별들이 반짝이는 밤하늘을 바라보며 <br />크리스에게 예언같은 메시지를 전해줍니다.<br /><br />"오늘 일은 시작에 불과해. 우린 이 전쟁에서 <br />질 수 밖에 없어. 다른 사람들을 이렇게 <br />오랫동안 괴롭혀 왔잖아, 이제 우리가 <br />당할 차례야!<br /><br />별들 사이엔 옳고 그름이 없어. 그냥 존재할 <br />뿐야..."<br /><br />이어 마치 숙명적인 죽음을 암시하는 듯, <br />큰 유성이 홀연히 떨어지는 장면은, <br /><br />한 병사의 죽음일 수도 있겠지만 이상주의의 <br />죽음으로 비춰지는 컷처럼 다가옵니다.<br /><br />- '일라이어스의 회한' : 추락하는 전쟁<br />(We're gonna lose this war)<br />https://youtu.be/tImxhYu2PG8<br /><br />그러던 어느 날, 수색 작전 중이던 크리스 <br />소대는 지하 벙커를 발견하게 되죠.<br /><br />일라이어스 병장이 홀로 벙커 속으로 들어가 <br />안에 있는 베트공들을 사살하지만,<br /><br />급기야 부비트랩 폭발로 부대원 2명이 사망하고<br />맙니다.<br /><br />실종된 병사 매니마저 마을 입구에서 <br />끔찍하게 살해된 시체로 발견되죠.<br /><br />연달은 살상으로 소대는 초긴장 상태로 <br />빠져들고 병사들은 복수심에 불타며 <br />폭력적으로 돌변합니다.<br /><br />크리스는 반즈 하사(톰 베린저 분)와 그를 <br />따르는 병사들이 마을 주민들을 처참히 <br />학살하고 겁탈하는 모습을 목격하며 <br />큰 충격을 받게 되죠.<br /><br />반즈는 말이 많다는 이유로 촌장의 아내를 <br />그 자리에서 총살한데 이어,<br /><br />촌장의 어린 딸에게까지 총부리를 겨눈 채 <br />북베트남군과의 내통을 자백하라며 사실을 <br />안불면 모조리 죽이겠다고 협박한 겁니다.<br /><br />- '반즈의 잔혹 행위'(Barnes crosses <br />the line)<br />https://youtu.be/tlLSqeVA_no<br /><br />뒤늦게 나타난 일라이어스 병장은 이게 <br />무슨 짓이냐며 반즈와 격렬한 몸싸움을 <br />벌이죠.<br /><br />일라이어스는 비겁하게도 아무 것도 <br />모르는 척 방관했던 울프 중위(마크 모지스 <br />분)를 향해 야만적인 가혹 행위를 왜 말리지 <br />않았냐며 항의합니다.<br /><br />급기야 해리스 중대장(데일 다이 분)의 <br />명령으로 마을을 전부 불태워버리고 <br />철수한 후,<br /><br />일라이어스는 해리스에게 반즈의 비행과<br />울프의 묵인을 조사해 처벌해달라고 <br />정식으로 요청하죠.<br /><br />그러나 중대장은 전투 중이라 단 한 사람이 <br />아쉬운 참이니 다 끝난 후에 본부에서 <br />얘기하자고 중재하되, <br /><br />무고한 시민을 죽였다면 군사재판에 <br />회부하겠다고 사건을 일단 봉합합니다.<br /><br />그럼에도 울프 중위는 반즈 하사를 <br />다독거리기에 바쁘죠.<br /><br />"걱정하지 말게, 일라이어스는 증명하지 <br />못할 거야."<br /><br />- '불타는 마을'(Burning the village)<br />https://youtu.be/8cGUULb2K-0<br /><br />이 사건으로 인해 두 사람이 견원지간처럼 <br />서로 치열하게 반목하고 있던 어느 날...<br /><br />크리스 부대는 작전 수행 중 북베트남군에게 <br />포위를 당합니다.<br /><br />일라이어스 병장은 적들을 유인해 포위망을 <br />뚫겠다고 홀로 적진 속으로 침투하지요.<br /><br />퇴각하는 본대를 뒤로 한 채 혼자 남겨진 <br />일라이어스를 두고 반즈 하사는 울프 <br />중위에게 말합니다.<br /><br />"어서 움직이기나 하세요, <br />내가 데려올께요!"<br /><br />한데... 돌아오던 일라이어스와 마주친 <br />반즈 하사는 그를 향해 총을 겨누어 <br />쏴버리죠.<br /><br />아수라도(阿修羅道)같은 전쟁터의 <br />한복판에서 일라이어스는 적이 아니라 <br />동료에게 사살된 겁니다.<br /> <br />반즈는 곧 뒤따라온 크리스에게 <br />일라이어스가 전사했다고 둘러대지만 <br />크리스는 반즈가 죽였다는 것을 직감하죠.<br /><br />수세에 몰린 부대원들이 적의 공격을 피해 <br />헬리콥터를 타고 주둔지를 빠져나올 때,<br /><br />저 밑에서 죽은 줄 알았던 일라이어스가 총상을<br />당한 몸을 이끌고 필사적으로 다가오는 <br />모습이 보입니다.<br /><br />이스라엘 백성에게 버림받고 십자가에 <br />못박혀 죽어가신 예수 그리스도처럼...<br /><br />허공을 향해 두 팔을 벌린 채 처절하게 <br />구원을 요청하는 그의 몸에 사정없이 <br />적군의 총탄이 박히죠.<br /><br />화면 가득히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가 <br />처연히 흐르는 가운데 일라이어스는 장렬히 <br />산화(散華)하고 맙니다.<br /><br />- 일라이어스 병장의 피격(Elias is betrayed)<br />https://youtu.be/r_3ofu2x8qM<br /><br />- '일라이어스 병장의 죽음'(The death <br />of sgt. Elias : feat. 바버의 '현을 위한 <br />아다지오')<br />https://youtu.be/QEv3zzKyiFQ<br /><br />크리스는 일라이어스 병장을 따르던 <br />분대원들을 설득해 반즈를 해치우려 <br />하지요.<br /><br />"반즈가 그를 죽인 거야. 너희도 봤으니까 <br />알 거 아냐? 오늘 밤 없애버리자고!" <br /><br />동료들은 번민합니다.<br /><br />"오히려 네가 당하고 말 걸... 군법회의에 <br />넘기는 게 좋을 거 같아."<br /><br />이를 막사 옆에서 다 듣고 있던 반즈는 <br />일갈하죠.<br /><br />"난 명령에 복종하는 놈들을 좋아한다. <br />일라이어스는 허풍쟁이였어. 그건 절대 <br />용납할 수 없었다. <br /><br />그런데도 네 놈들은 모두 일라이어스를 <br />좋아했지. 그래, 어디 날 죽여봐라!"<br /><br />격분하며 달려든 크리스를 제압한 반즈는 <br />외칩니다.<br /><br />"더러운 놈들! 죽음이 뭔지 알기나 해?"<br /><br />7번이나 총을 맞고도 살아남은 불사신 <br />반즈를 처단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br />그 자신 뿐였던 셈으로... <br /><br />크리스의 복수는 반즈의 광폭함에 눌려 <br />허무하게 좌절되고 말죠.<br /><br />- 반즈 상사의 'Take the pain' and <br />'I am reality'<br />https://youtu.be/GGXCMOQ3Q5s<br /><br />마침내 크리스가 소속된 브라보 6중대는 <br />일라이어스 병장이 죽었던 계곡으로 돌아가, <br /><br />베트남전의 치명적인 전환점이 됐던 <br />북베트남군의 음력 설 대공세와 맞닥뜨리게 <br />됩니다.<br /><br />그 와중에 크리스를 가장 잘 챙겨주던 <br />선임병 킹(키스 데이비드 분)은 뜻밖의 전역 <br />명령을 받아 전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게 <br />되죠<br /><br />"반즈 같은 자는 마음대로 설치고 다니고... <br />똑같은 인간이 되고 싶지 않아" 라며 고뇌하는<br />크리스가 영 마음에 걸렸는지 그는 <br />충고합니다.<br /><br />"크리스, 넌 참 풋내기였는데... 멀쩡한 대학도 <br />그만두고 입대했다 해서 여기 왠 개혁운동가가 <br />다 있네 했지.<br /><br />아뭏든 살아남을 생각만 해라! 여기서는 <br />그 아무도 겁쟁이라 비난할 수 없어."<br /><br />'페커의 전역'(Pecker Hard... powder dry)<br />https://youtu.be/S0IfbNVCoCE<br /><br />오닐 병장은 전사한 일라이어스 병장의 3일 <br />휴가증을 대신 받았다며 반즈에게 휴가를 <br />신청하지만 가차없이 거절당하죠.<br /><br />이처럼 죽음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br />매복 작전을 어떻게든 빠져나가려 하는 <br />대원들에게,<br /><br />크리스 말처럼 만사를 판정하는, 구약의 <br />'아합' 반장 같은 반즈 하사는 '그 누구도 <br />예외는 없다' 며 진지를 사수할 것을 <br />명령합니다.<br /><br />"참호로 돌아가. 누구나 한 번은 죽는 거야!"<br /><br />- 병장 오닐의 찌질함 : 'I got a bad feeling'<br />https://youtu.be/2bCwyzT0Z6E<br /><br />북베트남군의 열화와 같은 공격으로 전멸 <br />직전의 위기에 처한 해리스 대위는 <br />책임질테니 전방위 공습을 해달라 요청하죠.<br /><br />"정말 ×같은 전쟁이다!"<br /><br />이어진 미 공군의 무차별 공중 폭격으로 <br />북베트남군들 뿐 아니라 브라보 중대원들도 <br />거의 대부분 전사합니다.<br /><br />전사자만 22명, 부상자가 500여 명에 달한<br />마지막 백병전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은<br />크리스.<br /><br />그는 시체로 뒤덟힌 골짜기에서 큰 부상을 <br />당한 반즈를 발견하곤 사살해버리죠.<br /><br />마치 반즈 하사가 일라이어스 병장을 <br />죽였듯이 말입니다.<br /><br />크리스 역시 자신에게 걸림돌이 되면 전우도 <br />가차없이 쏘아버리는....반즈와 똑같은 '괴물'이 <br />돼버린 채 뒤틀리게 변용된 오이디푸스 궤적을 <br />완성한 게지요.<br /><br />- '크리스의 응징'(Retribution)<br />https://youtu.be/cCwn-ROhwyo<br /><br />영화 오프닝처럼 헬기와 함께 조명되는 <br />엔딩 신에서 역광의 실루엣으로 담아지는 <br />크리스의 희뿌연 모습은...<br /><br />서로 죽이는 전쟁이란게 도대체 뭘 의미하는지<br />해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을 은유(隱喩)하고 <br />있습니다.<br /><br />그는 울먹이며 되뇌죠.<br /><br />"돌아보면 우린 적이 아닌 우리 자신과 <br />싸웠습니다. 적은 바로 우리 안에 있었지요.<br /><br />전쟁은 끝났지만 그 기억은 늘 저와 함께 <br />할 겁니다.<br /><br />일라이어스는 반즈와 싸우며 평생동안 <br />제 영혼을 사로잡으려 하겠지요.<br /><br />때로는 내가 그 둘을 아버지로 해서 태어난 <br />아이라는 느낌이 듭니다.<br /><br />어떻든 간에 살아남은 자에게는 그 전쟁을 <br />다시 상기하고 우리가 배운 것을 남에게 <br />알리며, <br /><br />우리의 남은 생을 바쳐 생명의 존귀함과 <br />참 의미를 찾아야 할 의무가 남아 있는 <br />게지요."<br /><br />그렇게... 회한으로 가득찬 그의 독백은 <br />우리의 가슴을 후려쳐옵니다.<br /><br />- '엔딩 신 : 크리스의 독백'<br />https://youtu.be/NIJZGR2FaDA<br /><br />베트남전을 빌어 60년대 미국 이상주의의 <br />종말을 그린 올리버 스톤 감독은, <br /><br />역작 <플래툰> 을 통해 소위 '미국의 미덕'이라 <br />불렸던 것에 대해 가차없는 비판을 가했죠.<br /><br />그는 우리 스스로가 역사를 되새기지 않는다면 <br />언젠가 또 다시 잘못된 일을 저지를 것이라고 <br />경고하며 충심어린 추모사를 헌정합니다.<br /><br />'이 영화를 베트남 참전 용사와 전사자께 <br />바칩니다'(Dedicated to the men who <br />fought and died in the Vietnam war).<br /><br />1. 영화 < 플래툰 - Platoon > 트레일러<br /><br />- https://youtu.be/fOaomJHUbNs<br /><br /><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1978) 와 <br />< 스카페이스 >(1983) 의 각본을 썼던 <br />올리버 스톤.<br /><br />그가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br />< 플래툰 > 을 발표한 건 1986년이었죠.<br /><br />1989년의 < 7월 4일생 > 과 1993년의 <br />< 하늘과 땅 > 에 이르기까지, <br /><br />시차를 두고 스톤이 연출한 세 편의 영화를 <br />묶어서 '베트남전 3부작' 으로 부르기도 <br />합니다.<br /><br />신병 크리스의 모습에는 만 스무 살에 <br />예일대를 휴학하고 미 육군 전투 보병으로 <br />자원 입대했던... 올리버 스톤 자신의 자화상이 <br />어려 있죠.<br /><br />스톤은 베트남전에서 복무했던 15개월간 <br />25 차례 이상의 헬기 공습 작전에 투입돼 <br />두 차례 큰 부상을 입었습니다. <br /><br />결국 그는 상이용사에게 수여되는 퍼플 하트 <br />훈장을 받은 뒤 제대했죠.<br /><br />참전 당시의 참혹한 악몽은 < 플래툰 > , <br />귀향 이후의 방황은 < 7월 4일생 > 의 초석이 <br />됐습니다<br /><br />올리버 스톤 감독은 베트남 전쟁('베트남전 <br />3부작')은 물론, <br /><br />케네디 대통령 암살('JFK'), 워터게이트<br />사건('닉슨'), 9.11테러('월드 트레이드 센터')에 <br />이르기까지 격동의 미국 현대사로 뛰어들기를 <br />주저한 적이 없었죠.<br /><br />미디어의 영향력을 일찌감치 감지하고 <br />자신의 필모그래피('내추럴 본 킬러', <br />'월 스트리트', '스노든') 에 적극적으로 <br />반영했던 감독이기도 했습니다.<br /><br />그는 스크린에 현대사의 격랑을 담아낼 땐 <br />현실주의자였지만, <br /><br />영화의 미디어적 성격을 강조할 땐 포스트 <br />모더니즘으로 기울었죠.<br /><br />- https://youtu.be/KztP7SKe0uk<br /><br />“어젯밤에 < 람보 > 시리즈를 봤다. 미국에서 <br />비슷한 테러사건이 발생했을 때 어떤 조치를 <br />취해야 하는지 이제 난 안다.” <br /><br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1980년대 <br />미국을 휩쓸었던 신보수주의 물결을 상징하죠. <br /><br />< 람보 > 와 < 탑건 > 등 당시 제작된 <br />할리우드 전쟁 영화는 무모한 스펙터클과 <br />남성의 육체에 대한 신화화에 골몰하는 <br />양태를 보이곤 했습니다. <br /><br />하지만, 대의명분으로 무장된 전장 속의 <br />병사들이 처절히 비인간화되는 과정을 <br />담아낸 <플래툰>은, <br /><br />기존의 도식적인 베트남전 영화의 구도를 <br />완전히 뒤집었죠.<br /><br />이른바 '자유주의적 반전영화' 로 분류되곤 <br />하는 < 플래툰 > 에서, <br /><br />'적' 은 더이상 파괴의 대상이나 학살자가 <br />아니며 내부에 있는 것으로 설정됩니다. <br /><br />즉, 그전까지 보아왔던 베트남전에 대한 <br />편파적인 시각, 즉 아메리칸 영웅주의에서 <br />벗어나 자기비판적인 시선을 올곧게 <br />견지하고 있죠. <br /><br />마이클 치미노 감독이 < 디어 헌터 > 에서 <br />그랬듯 총구는 경계선 너머에 있는 상대편을 <br />향해 있지 않고... <br /><br />영화 속 '우리', 다시 말해서 '미국인' 본인들을 <br />겨냥하고 있는 겁니다. <br /><br />“< 플래툰 > 의 의미는 전쟁이 얼마나 역겹고 <br />더러우며 또 수상쩍은 것인지 폭로한 데 있다” <br />라는 어느 평자의 견해는 그런 점에서 공감할 <br />만하죠. <br /><br />신참 크리스는 반즈와 일라이어스라는 선임 <br />병사를 통해 전투에 대해 배우게 되고, 또한 <br />그들에게 정신적으로 의존하게 됩니다. <br /><br />하지만 그는 전쟁터의 생사고락을 함께 <br />하면서 점차 반즈에게는 적개심을, 반면 <br />일라이어스에겐 동지애를 느끼게 되죠.<br /><br />크리스가 일라이어스의 복수를 위해 반즈에게 <br />마지막 총구를 들이대는 것은 자신의 도덕적 <br />정당성을 역설적으로 확인하는 방점이기도 <br />합니다.<br /><br />크리스와 일라이어스에게선 전쟁 영화에 <br />곧잘 스며 있는 호모 에로티시즘의 흔적이 <br />발견되죠. <br /><br />휴식 공간에서 상대의 총구를 입에 물고 <br />마약을 깊게 흡입하는 장면은 흡사 성행위를 <br />연상케 하는 구석이 있습니다. <br /><br />결코 행복할 수 없는 곳, 비로소 알게 된 <br />지옥의 참상,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br />전쟁터의 참적(慘迹)과 비정함은 갈수록 <br />크리스를 지치게 하죠.<br /><br />영화는 그런 신병 크리스 테일러를 중심 <br />축으로 전쟁광이자 살인마인 반즈 하사와, <br /><br />나름대로 인간성을 포기하지 않으려 애쓰는 <br />일라이어스 병장 간의 충돌 구도를 확연히 <br />대비시킵니다. <br /><br />아버지를 살해(殺父)했던 오디푸스의 비극적 <br />신화처럼 크리스 자신이 맞부딪혀야 하고 <br />또한 극복해야 할 두 사람...<br /><br />자신의 불행과 고통을 전쟁을 통해 복수하려는<br />'악의 화신' 으로 하류층의 백인 출신을 <br />대표하며 단지 '성'(姓)으로만 불리워지는 <br />'반즈' 하사,<br /><br />그리고 인간에 대한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br />전우애를 소중히 여기는 '선의 상징' 으로 <br />진보적 히피층의 다인종 그룹을 대변하며 <br />'이름'(名)으로 불리우는 '일라이어스' 병장이 <br />그 주인공이지요.<br /><br />영화 < 플래툰 > 은 천사와 악마같은 이들 <br />두 세력 간의 광기어린 분열과 대치의 모순을 <br />빗대어 묘사한 셈입니다.<br /><br />직접 시나리오 작업을 맡은 올리버 스톤은 <br />이토록 참혹한 전쟁 실상을 단순히 ‘보도’하는 <br />데 그치지 않았죠. <br /><br />그보다는 전쟁터의 불가항력적 상황 속에서 <br />인간의 조건, 선과 악, 진실과 거짓... <br /><br />그리고 정의와 존엄성이 어떻게 규정되는가에 <br />대한 깨달음을 화면 속에 오롯이 그려내고 <br />있습니다.<br /><br />너무도 어두운 '베트남 전쟁 기억 저편' 의 영화 <br />< 플래툰 > 은,<br /><br />올리버 스톤 본인의 자성과 나아가 미국에 <br />대한 집단적 성찰을 그렇게... 표출하고 있죠.<br /><br />감독은 < 플래툰 > 에서 다양한 시점 숏으로 <br />정글을 누비는 북베트남군과 미군의 <br />총격전을 포착하고 있는데, <br /><br />그 생생함은 당시엔 폭력성 논란이 일 정도로 <br />사실적이었습니다.<br /><br />1991년작 이후 올리버 스톤은 반항적인<br />목소리가 잦아들면서 기교만 살아남은 <br />스타일리스트로 전락한 감이 짙습니다만... <br /><br />< 플래툰 > 은 1980년대라는 시대와, 그리고 <br />과거에 대한 퇴행적 낭만주의와 대결했다는 <br />점에서 의미있는 영화로 다가오죠.<br /><br />- https://youtu.be/597g60vwJ9s<br /><br />올리버 스톤은 명분없는 전쟁의 실체를 시종 <br />진중한 시선으로 잡아내며,<br /><br />1987년 제5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br />작품상을 비롯, 감독상, 편집상 , 그리고 <br />음향상 등 4개 부문을 수상했습니다.<br /><br />이병 크리스 테일러를 연기한 젊은 20대 <br />초반 찰리 신의 '화양연화'(花樣年華) <br />< 플래툰 >...<br /><br />영화는 올리버 스톤 감독이 베트남전 참전 <br />경험자인만큼 전쟁의 막장스런 상황을 <br />적나라하게 재현했지요.<br /><br />특히나 그중에서도 가장 화제가 되었던 <br />것은 '프래깅' 이라고 불린 베트남전에서 <br />벌어진 군인들의 하극상이었습니다. <br /><br />실제로 이 장면은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죠.<br /><br />전투원과 민간인의 구분이 불명확한 <br />상황에서의 민간인 학살, 또 상관의 묵시적 <br />방조 문제, <br /><br />소대별 전투 상황에서 미숙한 장교와 <br />경험많은 부사관의 역할 분배 등등...<br /><br />올리버 스톤 감독은 < 월 스트리트 > 와<br />< 플래툰 > 속 주인공들의 대사를 통해, <br /><br />천민적 자본주의와 전쟁의 참혹상에 대한 <br />그의 비판적인 메시지를 통렬하게 전하고 <br />있습니다.<br /><br />"왜 가난한 사람들만 피를 흘려야 해요?"<br /><br />"반즈는 자신이 옳다고 믿지."<br /><br />"일라이어스 병장님은요, 옳다고 믿으세요?"<br /><br />"아냐..."<br /><br />2. 사무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br />- 롱유 지휘의 파리 오케스트라 연주<br />https://youtu.be/ZzexW5EOiFw<br /><br />- https://youtu.be/KylMqxLzNGo<br /><br />3. 도버 4중주단의 현악4중주 - 오리지널 버전<br />https://youtu.be/lKrxPTePXEQ<br /><br />4. 영화 < 플래툰 - Platoon > 사운드 트랙<br />-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br />https://youtu.be/RqTmmbJpCds<br /><br />일라이어스 병장이 적대적인 선임 하사 <br />반즈의 배신으로 장렬하게 전사하는 장면에서<br />비장하게 흐르는 사뮤엘 바버의 '현을 위한 <br />아다지오'...<br /><br />전쟁과는 무관하게 탄생된 곡이지만 전쟁의<br />비극이 암울한 필름 분위기와 너무나 절묘하게<br />조화되는 선율로 울려오지요.<br /><br />하여... 전쟁을 테마로 한 그 어떤 음악보다도 더<br />'전쟁적인 광시곡' 으로 사람들에게 깊게 각인된<br />작품으로 자리하며, <br /><br />마치 영화 < 플래툰 > 을 위해 탄생된 것처럼 <br />극 중 내내 반복적으로 사용됩니다.<br /><br />이 곡은 크리스가 다른 신병들과 함께 <br />포연으로 자욱한 베트남 전쟁터에 도착하여 <br />자신들이 타고 온 수송기에 실리는 전사자의 <br />시신들을 통해 전쟁의 참혹상을 목격하는 <br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로부터,<br /><br />반즈 하사의 양민 학살을 일라이어스 병장이 <br />고발하는 사건을 계기로 소대원들이 <br />양분되는 모습을 걱정하며 할머니에게 <br />편지를 쓰는 장면,<br /><br />크리스가 부상을 당해 헬리콥터로 후송되는 <br />피날레 장면에 이르기까지 한 편의 <br />레퀴엠처럼 어우러지죠.<br /><br />바버의 절절한 엘레지 풍 음악은 지옥 같은 <br />베트남 전쟁의 깊은 상처를 더욱 더 <br />처참하게 드러내게 합니다.<br /><br />'현을 위한 아다지오' 는 바버가 1935년 <br />이탈리아에 유학 중 작곡한 '현악4중주곡 <br />1번' 의 2악장을 현악 오케스트라용으로 <br />편곡한 작품이죠. <br /><br />시리도록 투명한 서정과 열정의 선율이 <br />일품으로,<br /><br />1938년 11월 토스카니니 지휘의 <br />NBC교향악단이 뉴욕에서 초연한 이래로 <br />널리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br /><br />작곡가의 의도와는 관계없이 특유의 <br />비가적인 멜로디 덕분에 위인이나 유명 <br />인사들의 추모곡이나 진혼곡(鎭魂曲)으로 <br />많이 쓰였죠.<br /><br />아이러니하게도... 1981년 1월, 바버 본인의 <br />장례식에서도 울려 퍼졌습니다.<br /><br />전곡이 70마디의 소곡인 2/4박자의 <br />몰토 아다지오는 조용한 화음 반주로 <br />제1바이올린이 명상적인 주제를 켜내며 <br />시작되죠.<br /><br />이 주제는 다음에 5도 아래에서 비올라로 <br />나타나고, 바이올린은 다른 선율을 켜기 <br />시작하여 대위법적으로 진행해갑니다. <br /><br />이윽고 주제를 첼로가 유니즌으로 노래하기 <br />시작하며, 점점 힘을 증대시키면서 <br />콘트라베이스를 제외한 모든 악기에 의해 <br />ff의 정점을 구축하죠. <br /><br />페르마타의 휴지를 둔 다음 다시 최약음으로<br />돌아가고 주제가 제1바이올린과 비올라의 <br />유니즌으로 조용히 연주된 후 끝을 맺게 됩니다.<br /><br />끝날 것처럼 절정에 올랐던 선율은 또 한 번 <br />도약하고, 다시금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 <br />절규에 가까운 클라이맥스를 토해내죠.<br /><br />이어 찰나와 같은 침묵 이후 모든 음들이 <br />처음과 비슷한 몸짓으로 숙연한 마무리를 <br />짓는 부분에 이르면,<br /><br />비통한 슬픔과 영원한 상실, 그리고 쓰라린 <br />상흔과 고통의 감성이 형언할 수 없는 감동으로 <br />밀려옵니다.<br /><br />그렇게...'진혼곡'((鎭魂曲 : Requiem) 풍의 <br />이 아다지오는 죽어 떠나간 자의 영원한 <br />안식을 기원함과 동시에, <br /><br />살아 남겨진 자, 바로 우리 자신들의 마음을 <br />위로해주는 음악으로 울려오지요.<br /><br />그토록 특유의 처연한 선율 덕분(?)에 <br />제2차세계대전 종료를 앞두고 타계한 <br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의 서거를 <br />알리는 라디오 방송부터, <br /><br />1963년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부고 방송까지 <br />중요한 국장의 순간마다 어김없이 흘렀습니다.<br /><br />위대한 물리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 <br />모나코 왕비 그레이스 켈리의 장례식에서도 <br />애도곡으로 함께 했지요.<br /><br />세상에는 누군가의 죽음을 기리기 위해 <br />쓰인 곡도 있지만,<br /><br />이렇듯 추모곡으로 운명이 정해진 작품도 <br />있습니다.<br /><br />5. 바버의 '아뉴스 데이(Agnus Dei)'<br />https://youtu.be/fRL447oDId4<br /><br />- 로라 라이트의 노래<br />'Barber's Agnus Dei'-The Sound of Strength<br />https://youtu.be/3bkIl9JRDRE<br /><br />바버는 미사의 통상문 '아뉴스 데이' 에서 <br />가사를 취해, <br /><br />8성부 무반주 합창곡을 위한 'Agnus De<br />(신의 어린 양)' 로 편곡했죠.<br /><br />바버의 '아뉴스 데이' 를 듣다 보면, 인간의 <br />목소리야말로 신이 내려준 최고의 악기라는 <br />걸 온몸으로 체감케됩니다.<br /><br />- 李 忠 植 -</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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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영화 < 플래툰 - Platoon > 트레일러
https://youtu.be/KztP7SKe0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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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딩 신 '크리스의 독백'
https://youtu.be/NIJZGR2F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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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플래툰 - Platoon > 트레일러
: updated
https://youtu.be/597g60vwJ9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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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뮤엘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 롱 유 지휘 파리 오케스트라
https://youtu.be/ZzexW5EOi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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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dagio for Strings'
- Samuel Barber
https://youtu.be/KylMqxLzN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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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플래툰 - Platoon > OST
- 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
https://youtu.be/RqTmmbJpC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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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버의 '아뉴스 데이'(Agnus Dei)
- '현을 위한 아다지오'
: 마르쿠스 크리드 지휘 Vlaams Raiokoor
https://youtu.be/fRL447oDId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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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라 라이트(Laura Wright) 의 노래
- Barber's Agnus Dei : The Sound of Strength'
https://youtu.be/3bkIl9JRD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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