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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연구원과 학술원의 한자혼용 추진 막기.
한글전용 정책을 반대하고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왜정 때 경성제대 출신 이희승, 이숭녕 교수와 그 제자들 중심으로 모인 한자파들은 전두환 독재정치 때인 1983년에 국립국어원 설립을 정부에 건의하고 추진했다. 그래서 1984년에 학술원 산하 기구인 ‘국어연구소’로 태어났다가 1990년에 정부 조직을 바꾸면서 문화부 속에 국어정책과를 처음 만들면서 학술원 산하인 ‘국어연구소’를 승격해 ‘국립국어연구원’으로 확대 개편한다. 그리고 한자혼용 정책을 펴고 한자단체와 조선일보 같은 보수신문이 한자복권운동을 강력하게 편다.
또한 한글전용 정책에 따라 교과서에 한자를 쓰지 못하게 협조한 교육부 편수관들을 내 몬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 한자교육을 안 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헌법소원을 내고 국회에 한자혼용법안까지 내게 된다. 그래서 연산군 시대 다음으로 한글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한자혼용파들이 정부에 낸 ‘國立國語硏究院 設置 建議書’를 그대로 옮긴다. 국립국어연구원을 왜 만들자고 했고 왜 한자혼용정책을 추진했는지 알 수 있는 글이다.
國立 國語硏究院 設置 建議書
우리는 世宗大王 586회 誕生紀念日을 맞아 訓民正音을 創製한 大王의 威德을 칭송하면서 國立國語硏究院(가칭) 設立을 建議하고자 합니다. 國語政策이란 것이 二世國民 敎育은 물론, 일반국민의 國語生活, 또는傳統文化의 繼承發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임에도 光復 후 38년이 되는 오늘날, 國立國語硏究機關 하나없이 지내온 것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國家統治, 특히 國民總和에 國語統一醇化가 지대한 영향력을 가진다는 사실을 일찍이 간파한 유럽 各國은 翰林院 통하여 그 나라의 國語를 統一, 整理, 醇化시켜왔습니다. 伊(1588년), 佛(1662년), 英(1662년) 등이 그렇고 이웃 日本도 國立國語硏究所가 있습니다. 그뿐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도 世宗大王 때에 이미 諺文廳(正音廳)이設立된 일이 있었고 集賢殿 學士들로 하여금 訓民正音創製, 東國正韻편찬 등으로 新文字의 創製, 漢字音의 정리를 하여 國語國字에 대한 연구를 했으며 舊韓末 國運이 기울어졌던 가운데서도 國文硏究所 설치로 國語硏究를 하게 한 先例가 있습니다. 신문보도에 의하면 李奎浩 文敎部長官이 국회의원 질문에 대한 답변에서 學術院 안에 國語硏究院을 두겠다는 말을 한 바 있다고 하는데, 매우 반가운 소식입니다. 현재의 國文政策과 심의는 文敎部의 소관이요, 70년대에 마련한 語文관계 4개試案이 學術院에 계류중에 있습니다. 語文政策은 온 國民의 言語生活 전반에 걸치는 것이어서 一部處의 所管限界를 벗어나는 바가 적지 않으므로 최소한 國務總理의 직속기관으로 設置하여 關係法을 마련하고 制度的으로 그 기능을 보장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우리는 별도로 마련한 硏究院의 設置提案理由와 硏究內容을 붙여 國語國字 관계 學術, 硏究 團體 등의 名義로 國立國語硏究院(가칭)의 設置를 建議하는 바입니다.
1983년 5월 일
韓國語文敎育硏究院 會 長 李 熙 昇
국 어 국 문 학 회 代表理事 李 錫 夏
國 語 學 會 理 事 長 李 亨 奎
韓國國語敎育硏究會 會 長 李 應 百
語 文 硏 究 會 代表理事 都 守 熙
東 岳 語 文 學 會 代表理事 李 東 林
韓國讀書敎育硏究會 會 長 洪 雄 善
韓國放送作家協會 會 長 兪 湖
한국글짓기지도회 회 장 李 熙 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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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국어연구원과 학술원이 한자혼용 정책 꾀하다.
1990년 노태우 정부가 경제단체의 건의를 받아들여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빼면서 일본식 한자혼용을 주장하는 이들이 초등학교 교과서에 한자를 섞어 쓰지 않고 가르치지 않는 것은 헌법 위반이라는 헌법소원을 내고, 국회에 한자혼용법안을 내고, 조선일보를 통해 한자복권운동을 하고, 중고등학교 한자혼용 교과서를 만들어 돌리는 등 세차게 한글의 목숨을 끊으려 한다. 이 뒤에는 한자혼용을 찬성하는 서울대 국문과 출신들이 차지한 국립국어연구원(원장 안병희)이 있었다. 문화부에 어문과를 만들고, 국립국어연구원을 만들면서부터 한글이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이들 뒤에는 김영삼, 김종필씨가 야합한 정치세력이 있었다. 이들은 정권을 잡으면서 영어 조기 교육, 한자 조기교육을 추진한다. 그 꼴을 보고 젊은 국어운동가들이 한글 지키기 특공대인 ‘바로모임(대표 최기호, 총무 이대로)’이란 지하운동조직을 만들어 그들의 잘못을 바로잡기에 나선다. 그 일 가운데 국립국어연구원과 학술원의 문제점을 파헤치는 일을 하게 된다. 국립국어연구원과 학술원이 마치 세종대왕 때 한글 창제를 반대한 집현전을 떠올렸고 그 분들이 집현전 학자인 최만리 무리들처럼 보였다.
국립국어연구원은 한글학회가 만든 ‘우리말 큰사전’을 쓸모없는 사전으로 만들려는 속셈으로 갑자기 통일을 대비해 100억 원을 들이 통일국어대사전을 만든다고 나선다. 또 이들은 한국과 중국, 일본의 한자를 통일하는 사업도 시작한다. 그 때 김영삼 대통령은 중국에 가서 3국 한자통일을 말했다고 거절당하는 망신도 당한다. 한자혼용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전 서울대 국문과 이희승 교수를 한글날이 있는 10월에 문화인물로 추천해서 바로모임은 그 반대 운동을 한다. 국어원 초대 안병희 원장을 시작으로 이희승 교수 제자들인 서울대 국문과 출신들이 계속 하면서 한글만 쓰기 정책을 가로막고 있어서 그 문제점을 바로잡으려고 힘쓴다.
학술원 또한 한자혼용을 뒤에서 도왔다. 한자혼용운동에 앞장서는 전 서울대총장 권이혁 교수가 학술원장으로 있으면서 자신과 함께 한자혼용운동에 앞장서는 이기문, 남광우, 임원택 교수들에게 돌아가면서 학술원상을 주었다. 이들은 우리 학술용어가 일제 한자말이어서 우리 학문 발전에 큰 걸림돌인데 그 학술용어를 우리말로 바꾸는 노력은 하지 않고 오히려 일제 한자말을 그대로 한자로 쓰자는 주장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주는 건 한글을 죽이려는 속셈이기에 그 반대운동을 했다.
마치 국어원과 학술원은 세종대왕이 한글을 만드는 걸 반대한 집현전과 똑 같았다. 그래서 그들의 잘못을 알려주고 바로잡는 일을 부경대 김영환(철학) 교수가 앞장섰다. 그가 보낸 건의문과 활동자료를 소개한다.
[1993년 김영환 교수 성명서 ]
이 기문 교수의 학술원상 수상을 반대한다.
이 기문 교수와 공개 토론회 개최를 요구했던 김 영환은 이 기문 교수가 1993년도 학술원상(인문과학 부문)을 받는 것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여 다음과 같이 견해를 밝힙니다.
1. 수십 년 전부터 이 교수의 학설에 대한 반론이 제기되고 있는데도 이 교수가 한 번도 반론을 편 적이 없습니다. '학문적 이견을 앞으로 논의'하기에 앞서서 이미 나와 있는 여러 비판에 대해 성실하게 답변하는 것이 일의 순서입니다. "반박에 대해 학술적 입장을 밝히겠다."(교수신문 8.16 보도)는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이제라도 토론회에 나와야 합니다.
2. 청원서에서 이미 말한 바와 같이, 수상자 결정 취소와 공개 토론의 개최를 모두 거부한다면 국어사 인식과 말글 정책에 엄청난 해독을 끼쳤음이 사실임을 공인하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3. 김 영환이 ' 아무런 근거도 없이 억지를 쓰며', '학문의 권위를 떨어뜨리고', '남의 인격을 모독하고', '궤변이나 늘어놓은(세계일보 9.16 보도) 사람이란 이 기문 교수의 비난은 명백한 명예 훼손입니다. 이제라도 이 발언에 대해 공개 사과해야 합니다.
위와 같은 요구를 받아들여 학술원은 이 기문 교수에 대한 학술원상 수상을 거두어야 합니다. 아울러 학술원은 잘못된 수상 결정에 대하여 우리말을 위해 애쓰신 여러 선열과 이 땅의 성실한 학문 연구자들에게 정중히 사과해야 합니다.
1993.9.15
김 영환(부산 620-1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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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대로)는 국어정책과 국어생활이 혼란하게 된 원인 제공자가 국립국어연구원이라고 보아 안병희 국어연구원장에게 한글 죽이기를 그만할 것을 건의했으나 듣지 않아 스스로 물러날 것을 제안했다. 그래도 듣지 않아 문화부장관에게 안 원장을 해일시켜달라는 건의까지 한다. 그 건의문과 제안서, 김영환 교수가 쓴 글을 이어서 아래 소개한다.
한말글 사랑 겨레모임
한말글: 94-10-1 1994.10.5
받을분: 국립 국어연구원 원장 안병희
내용: 국립 국어연구원장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기 바라는 건의문
안녕 하십니까. 반갑지 않은 건의를 드리게 되어 가슴 아프게 생각합니다. 지난 10월 1일 천주교 종로교회 강당에서 우리 모임이 주최한 ‘말글 정책 이야기 마당’에서 다음과 같은 이유로 안병희 원장님께서는 국립국어연구원장 자리에 계속 있어서는 안 될 분이라는 결론이 내려져서 하루빨리 스스로 물러나실 것을 한국말과 한글을 사랑하는 겨레의 이름으로 알려드립니다.
1. 올 해 10월 문화인물에 한국어문교육연구회를 만들어 수십 년 동안 한글 쓰기를 반대하고 가로막아서 우리말과 한글 발전에 큰 해독을 끼치고 국민의 말글살이에 큰 불편을 준 이희슴님을 추천한 것은 큰 잘못으로서 단지 개인의 스승을 받들려는 목적에서 나온 추천이란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2. 우리에게 급한 일도 아닌 한, 중, 일 세 나라의 한자통일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기존 한글 전용 정책을 한자혼용 정책으로 뒤집으려는 술책에서 나온 국고 낭비이며, 스스로 일본과 중국을 도우려고 머리를 숙이는 꼴이라는 국민의 지적이 있습니다.
3. 국어 연구원의 부장급은 말할 거 없고 일반 직원까지 자신의 제자나 후배들로 뽑아 한자혼용정책을 실현하려고 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며, 이는 공직자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니라는 여론이 있습니다.
4. 100억 원이란 막대한 예산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통일 대사전 편찬사업 또한 통일을 앞당기고 대비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 말글생활의 혼란만 더하게 만들고, 남북한 맞춤법통일도 없이 불가능한 현실을 추진하는 건 국고 낭비일뿐이라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오늘날 우리말글이 외국말글에 밀려 몸살을 앓고 하루가 다르게 죽어가고, 국민의 우리말글 사랑정신 또한 점점 식어가고 있어 걱정인데 국어연구원장이 그 문제 해결보다 위와 같이 엉뚱한 일을 하고 있으니 우리말이 살려면 안 원장께서 빨리 물러나야 한다는 많은 국민의 소리를 알려드렸습니다.
한말글 사랑 겨레모임 대표 이대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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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섭 문화체육부장관에게 보낸 건의문
내용: 안병희 국립국어연구원장 해임 건의
안녕하십니까? 10월 문화의 달을 맞이해 수고가 많으실 줄 압니다. 먼저 정부에서 한글주간을 만들고 각 신문사에 한글만 쓰기로 신문을 제작해 달라고 협조 요청하신 것은 참 잘한 일입니다.
그런데 한글날이 있는 문화의 달에 모임까지 만들어 한글 쓰기를 반대한 이희승님을 선정하고, 마찬가지 한글 쓰기를 반대한 이숭녕님에게 한글날 기념식장에서 훈장을 준 것은 매우 유감스럽습니다. 올 해 한글날은 한글을 깔보는 날이 되었고, 올 해 문화의 달은 한글을 죽이는 달이 되고 말았습니다.
지난번 우리들이 급하게 낸 ‘이희승 문화일문 선정을 취소해 달라’는 건의에 대한 회신에서 선정은 정당한 절차를 밟아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어렵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우리가 미루어 짐작하건 대 장관님보다 선정에 직접 관여한 안병희 국어연구원장에게 책임이 있는 것으로 판단됩니다.
지난 10월 1일 종로 성당에서 연 국어정책 토론회에서 우리 말글정책이 바로 서려면 안 원장이 빨리 물러나야 한다는 여론이 있어 본인에게 스스로 물러나기를 바라는 건의를 했으나 아무 반응이 없어 이렇게 장관님께 다시 건의합니다.
지난 임기동안 뚜렷한 업적이 없는 안 원장이 퇴진해야할 이유는 우리들이 낸 자퇴 건의서(별첨1쪽)를 참고해 주십시오. 안 원장은 겉으로는 우리말과 한글을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실제 행동과 속마음은 다르다는 것은 그분이 쓴 글과 보도자료(별첨 2.3쪽)에서도 엿 볼 수 있습니다. 안 원장의 이런 태도는 우리말과 한글을 사랑하는 많은 국민이 정부를 불신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이렇게 건의를 드리는 것은 어느 특정인을 괴롭히자는 것이 아니라, 이번 성수대교 참사와 같은 큰 국가 불행을 예방하고 김영삼 정권과 안 원장이 더 큰 한글 역사의 죄인이 되지 않기 바라는 충정에서 건의 드립니다. 덕이 많으신 장관님께서 우리의 건의를 들어주셔서 김영삼 대통령이 연산군 다음으로 한글을 박해한 지도자로 기록되지 않게 해주길 빌며 줄입니다.
1994년 10월 20일
한말글 사랑 겨레모임 대표 이대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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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환 교수가 문화체육부에 낸 청원문]
받을 곳 : 문화 체육부(종로구 세종로 82-1)
민원인 : 김 영환 부산 남구 대련1동 875-5(7/1) 620-1364
나랏일에 수고가 많습니다. 시월 문화 인물로 이 희승을 선정한 것은 그 사업의 기본 방향과 선정 기준에 크게 어긋나므로 선정을 취소해 주시기를 청원합니다. 그 이유는 아래와 같습니다.
1) 이 희승은 한글만 쓰기에 반대했던 사람입니다. 그는 이십 년 동안 중국 글자 섞어 쓰기를 주장하는 한국 어문 교육 연구회(69.7창립) 회장을 지냈으며 학계에 반세기에 걸쳐 끊임없이 대립과 파쟁을 불러온 장본인입니다. 이는 이제까지 시월의 문화 인물이었던 주 시경, 이 윤재, 최 현배를 기려온 뜻을 스스로 부정하는 것이며 정부에서 말하는 바 한글만 쓰기 정책이 말에 그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2) 이 희승이 말글 규범이 확립에 이바지한 것과 조선어 학회 사건으로 옥고를 치른 것도 사실이나, 이는 혼자만의 공적은 아닙니다. 또 조선어 학회의 맞춤법 제정에 참가한 동기도 다른 사람의 것과 다름 것입니다. 그는 주 시경과 조선어 학회의 학풍이 단순히 민족 감정에서 나온 것으로 학문적 근거가 없다고 보았으며, "과학적" 국어학을 내세우며 식민지 시절의 경성제대의 학풍을 끝까지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해방 뒤로 옥고를 치른 조선어 학회 회원들이 모두 한글만 쓰기를 주장하였는데 그만은 특이하게도 중국 글자를 섞어 써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은 근대 국어학의 큰 줄기인 주 시경과 조선어 학회의 주장을 부정하는 이른바 실증주의에서 나온 것입니다. 그가 우리말과 글에 대한 사랑을 강조한 글도 없지는 않으나 이는 그가 앞뒤가 안 맞는 말과 행동을 많이 했음을 보여줄 뿐입니다.
3) "국어 사전 편찬에 열정을 쏟아 국민들의 바른 어문 생활을 선도했다"는 업적은 어처구니없는 곡학아세로 이런 이유를 댄 국립 국어 연구원의 공개적 해명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이 희승의 "국어 대사전"(61년 첫판)은 일본의 사전을 많이 베낀 것으로 일본에서 쓰이는 한자말과 홀이름씨가 수없이 올라 있습니다. 이 사전이 우리말에 끼친 해독은 많은 학자들이 알고 있는 일입니다. 안 병희 국어 연구원장은 이 사전을 우리말에 끼친 해독은 많은 학자들이 알고 있는 일입니다. 안 병희 국어 연구원장은 이 사전을 만든 책임이 있습니다. 그런 사람이 이 희승을 추천했다면 문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아울러 현재 국어 연구원이 편찬하고 있는 통일을 대비하는 종합 국어 대사전은 그 현실적 가능성이 없으며(부산일보 91.6.4, 스포츠 서울 91.10.7)과 동기에서 의혹이 많습니다. (한겨레 신문 94. 3.9) 하루빨리 학계의 여론을 거두어들여 편찬 사업을 그만 두어야 합니다.
4) 추천 절차에 문제가 있습니다. 주 시경, 이 윤재, 최 현배를 추천한 단체는 여럿이거나 의견 수렴 수에 결정한 것입니다. (문조 71140-152에 따름) 그러나 이 희승은 국어 연구원만의 추천으로 결정되었습니다. 이는 안 병희 원장의 독단적 결정이거나 특정 학맥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어 연구원의 의사에 따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공정한 선정이 아닙니다.
5) 제자들이 이 희승을 기념하는 일은 반대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라에서 그를 문화 인물로 기리는 것은 선열과 겨레얼에 대한 중대한 도발이라 생각합니다. 이 문제가 공론화되기 전에 국어 연구원 및 유족에게 알리고 상의하여 시월 문화 인물을 변경하십시오. 고인이 훌륭한 분이었다면 유족이나 제자들이 이런 일로 곤란을 겪을 것을 바라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도 이 청원서를 회신이 올 때까지 언론에 공개하지 않겠습니다. 단 이 약속은 회신을 받는 날부터 깨질 수 있습니다.
주 시경과 조선어 학회의 훌륭한 전통을 잇는 말글 정책을 펴 주십시오.(6.20)
[김영환 교수가 국립국어연구원에 보낸 내용증명]
받을 곳: 국어 연구연구원(중구 장충동 2가 14-67)
국어 연구원이 주 시경 스승과 조선어 학회의 빛난 얼을 살려가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지난 회신(5.12)에서 국어 연구원에 불신을 보인다는 이유로 사실상 답변을 거절한 것은 저로서는 아주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질의서를 하이텔에 공개한 것이 어떻게 "연구원의 답변을 경청하는 것"이 저의 의도가 아니라 는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것입니까?
조선일보네 대해 극단적 표현을 한 것은 사실이나 좋은 약이 입에 쓸 때가 있는 법입니다. 그 표현이 좀 지나쳤을 지라도 무슨 까닭으로 조선일보를 그렇게 감싸고 계시는지요? 중국 글자를 "우리들의 국제문자"라고 우긴 <<조선일보>>와 중국 글자의 줄인 글자를 동아시아 세 나라가 같이 마련하자는 안 병희 님의 주장이 같기 때문입니까?
제가 지난 번 질의에서 국어 연구원의 운영에 대해 강한 불신을 보인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국어 연구원은 제가 제기한 의혹에 대해 명쾌하게 해명해야 했습니다. 제가 묻는 방식이 보기에 따라서는 거칠게 보일지도 모르지만 그렇다고 그것이 묻는 내용에 대해 대답을 하지 않는 정당한 이유는 될 수 없습니다.
이런 태도에 대해 꾸짖되 내용에 대해서는 명쾌하게 밝히는 것이 일의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묻는 태도가 거칠게 보였다면 고개 숙여 사과드립니다. 또 제 철학 연구가 발전하기를 빌어주시니 참으로 고맙습니다. 지켜보아 주십시오.
그러나 저의 국어 연구원에 대한 불신이나 적대는 감정적인 것도 아니며 개인적인 것도 아닙니다. 불신의 많은 원인이 국어 연구원에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좋은 보기가 안 병희 님이 중국 글자의 공통 약자를 세 나라가 같이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학계의 중론이라고 속인 점입니다. 통일을 대비한다면서 편찬되는 국어사전이 사실상 불가는 하다는 것은 많은 사람이 아는 일입니다.
그 사전 만들기가 정치적 목적에 봉사한다는 의혹이 있음은 일간신문에까지 보도되었는데도 그런 불신과 의혹이 제 "감정이 앞선" 탓이라고 말씀하시는지요. 국어 연구원의 조직이 지나치게 서울대 국문과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음도 많은 사람이 지적하고 있습니다. 국어 연구원이 여론을 너무나 모르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하루 빨리 공개 토론회를 열어 이런 여론에 귀 기울여 주십시오. 외국학자를 초청하는 것보다 세금도 적게 들고 국어 연구와 언어 정책 수립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1) 지난 답변(4.28, 07000-391)에서 국어 연구원은 "정부의 어문 정책에 충실히 따르고 있다"고 했으나 이에는 의문이 생깁니다. 지난 답변에서 "국제화 시대를 맞아 경제인은 물론 일반 국민의 한자 학습도 필수적"이라는 견해는 교육부나 문화 체육부의 견해와 크게 다릅니다. "기업체나 개인이 한자가 필요하다면 따로 한자를 배우면 되는 것이지, 한자가 필요한 일부를 위해 대한민국의 모든 어린이들에게 어렵기 그지없는 한자를 의무적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은 국가적 낭비"(한겨레 신문 3. 18.)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헌법 소원에 대한 의견>에서 "하루 빨리 우리의 글자인 한글을 갈고 닦아 그 전용을 실현시켜야 한다"고 밝혔으며 "한자의 도움이 없는 한글 전용을 실현한다는 것은 우리 민족의 큰 이상"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또 국어 연구원은 한자 학습이 국제화 시대의 필수라고 하였으나 교육부는 "배우기 쉬운 한글은 국제 경쟁에서 유리한 조건"이라고 했습니다. 따라서 저는 국어 연구원이 정부의 말글 정책을 잘 따르고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틀렸습니까?
2) 조선일보(2. 25.)는 관광 안내판과 도로 표지판에 중국 글자가 없다면서 중국과 일본의 관광객을 위해 중국 글자도 아울러 써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러한 주장에 국어연구원은 찬성하는 것입니까? 반대한다면 여러 행정 기관이 이런 일을 하지 못하도록 말리는 공문을 보내 주십시오.
3) 한문 교육의 부활이 북녘의 한글만 쓰기가 실패한 것이 아니고 남쪽에서 한자를 쓰기 때문이라고 북녘 학자들이 여러 번 밝혔는데 국어 연구원의 공식 견해는 어떤 것입니까? 북녘에서는 남쪽말이 잡탕말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그냥 선전이라고 생각해도 됩니까?
4) 통일(종합) 사전의 편찬을 중지해 주십시오. 사전 편찬 위원회의 권한 및 운영 규정(또는 그와 맞먹는 규정)을 밝혀 주십시오.
5) <말과 글> 50호 (1992.5)에 실링 안 병희 님의 글 <남북 맞춤법의 비교와 검토>는 앞으로 있을 남북 맞춤법 통일 회담에서 국어 연구원의 견해를 대표하는 것입니까?
6) "갓길"을 이제라도 "길섶"으로 바꾸어 주십시오.
7) 조선일보는 (2.12)부모 이름을 중국 글자로 쓰지 못하는 대학생이 많다며 마치 제 이름씨를 한글로 적는 것이 옳지 않은 것처럼 말하는데 이에 대한 국어 연구원의 견해는 어떤 것입니까?
위의 질문은 지난번에 드린 질문과 실질적으로 같습니다. 빠짐없이 성실하게 답변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1994. 5. 20.
민원인: 김 영환 인(전화, (051) 620-1364)
주소: 부산 남구 대연동 875-5(7/1) (우편 608-021)
흡수통일식 국어 대사전 편찬 작업의 죄과
김 영환(부산 공업대)
이 희승의 학맥을 이어온 국립 국어연구원(원장: 안 병희)에서는 통일에 대비하여 지난 92년부터 종합 국어 대사전을 편찬하고 있다. 그런데 이 사전이 통일에 대비하는 것이 될 수 없다는 것은 이미 학계의 상식이다. 91년 6월 초에 이 사업 계획을 처음 발표할 때에는 남북한의 언어 이질화 현상을 극복하고 통일 후 언어 생활의 지침이 될 종합 국어 대사전 편찬 작업을 92년부터 추진하기로 했다고 했다. 그때는 10년 단위로 50만 단어를 수록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일을 주관할 북쪽과 해외 여러 학자들을 편찬 과정에서 적극 참여시킨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리고 이것이 어려울 경우에 초고가 된 뒤에 검토라도 같이 한다는 구상을 발표했다.
얼핏 보면 매우 바람직한 일같이 느껴질 수도 있겠다. 그러나 북쪽이 참여를 거부했다. 그해(91년)8월에 남북 학자들이 중국에서 만났을 때, 국어 연구원의 안 병희 원장이 북쪽 언어학자와 만나려 했으나 북쪽은 처음부터 만나기를 거부하였다. 이 사업에 북녘 학자들을 '참여'시킨다는 계획이 모를 리가 없기 때문이다. 결국 그들에게는 이 사업에 들러리를 서 달라는 말과 똑같이 보였을 것이다.
1백억 세금으로 만드는 분단 사전
사실 이 사업은 그 계획의 발표 때부터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켜 온 것이다. 먼저 그 동기부터 의혹이 많다. 우리의 말글 정책은 모든 것이 한글-한자 싸움을 떠나 이해되지 않는다. 이 사전 편찬도 이 싸움의 연장으로 이해된다. 지난 57년에 완간된 한글 학회의 <<우리말 큰사전>>에 대항하는 이 희승의 <<국어대사전>>이 나온 것과 같이, 91년부터 나오기 시작한 한글 학회의 <<우리말 큰사전>>에 맞서기 위해 친일 학맥이 권력을 등에 업고 '통일 ' 대사전을 만든다고 보는 것이다.
이 작업에 대한 비판의 핵심은 작업에 선행하여 말글 규범이 통일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 사전에 올릴 말은 마땅히 남북이 같이 쓸 수 있는 말이어야 하고 또 그 말은 남북이 같은 표기법에 따라야 한다. 그런데 낱자 배열의 순서와 개수부터 남북이 서로 차이가 난다. 두루 알다시피 남쪽의 낱자의 개수는 스물넷이고 북쪽은 마흔이다.
또 그 순서에서 남쪽에서는 ᄀ 다음에 ᄁ이 오고 ᄃ 다음에 ᄄ이 나오는 식이지만 북쪽에서는 ᄒ 다음에 ᄁ, ᄄ, ᄈ, ᄊ, ᄍ이 이어져 나온다. 이것은 사전의 올림말 배열에서 엄청난 차이를 가져온다. . 맞춤법의 차이로서 가장 큰 것이 머리 소리 법칙이다. 북녘에서는 "로력, 래일, 녀인"처럼 모리 소리 법칙을 적용하지 않는다. 또 "젓가락, 냇가"에서 사이 ᄉ을 붙이지 않는다. "저가락, 내가"로 적는다. "드디어-드디여, 되어-되여, 화폐-화페" 같은 차이도 있고, "이빨, 줄까요"를 "이발, 줄가요'로 적는다. 남북이 말글에서 다른 것을 본다면 "콧등"을 "코허리"라고 하고 "단짝 친구"를 "딱친구"라고 하고 있다. "호상-상호, 식의주-의식주, 장성-성장"처럼 순서가 뒤바뀐 말도 있다.
이런 차이를 그냥 두고 어느 한 쪽의 주장만을 옳은 것으로 올릴 때, 그것은 이미 통일 사전이 아니라 반쪽 사전이 돼 버린다. 기껏해야 북쪽말을 남쪽 맞춤법으로 적은 것이 될 뿐이다. 또 초고 완성 뒤에 사전 원고를 검토할 북녘의 국어학자가 있을 것 같지도 않다. 도 그러한 검토가 초고가 완성된 뒤에 이루어진다면 이 작업 자체가 헛수고로 끝나는 결과를 빚을지도 모른다. 제대로 일을 하자면 국어 연구원은 맞춤법 통일 작업부터 북쪽에 먼저 제안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국어 연구원은 이런 작업을 다 밀쳐두고 그런 사업 계획을 먼저 발표부터 해버렸다. 이 사업에 제기될 수 있는 반론에 미리 쐐기를 박자는 것으로 치밀하게 계산된 언론 조작이라고 생각된다.
의구심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국어 연구원은 처음에 발표했던 10이란 편찬 사업 기간을 4년이나 앞당겨 97년에 마무리짓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사전 편찬 기간으로 10년이란 시간은 결코 넉넉한 것이 아니다. 더구나 국어 연구원은 이런 사업을 이제가지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다. 나돌고 있는 이야기로는 김 대통령의 퇴임에 맞춘 계획 변경이라는 것이다. 이렇다 할 문화 정책이 없는 김 영삼 정권이 결실의 한 상징으로 퇴임에 맞추어 사전을 낸다는 것이다.
국어 연구원은 주 시경과 조선어 학회의 국어학이 학문적 근거가 없다고 보는 경성제대의 학맥을 이어받고 있다. 이 학맥의 친일 성향은 지난 해 이 기문 교수의 학술원상 수상을 계기로 이미 비판의 대상이 된 바 있고, 이 희승의 시월 문화 인물 선정도 그런 맥락에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또 국어 연구원은 한글 전용이 실패했다고 보며 국민학교에서 한자 교육을 해야 한다는 학자들로 편파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국어학계 안에서 본다면 통일 대사전 편찬은 친일 학맥이 정권과 결탁하여 주 시경 이후로 이어지는 민족주의 학풍에 대항한다는 성격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통일을 대비한 종합 국어 대사전은 그 이름에 걸맞은 사전이 아닐뿐더러 대단히 불순한 동기 때문에 미숙아로 태어날 운명을 맞고 있는 것이다. 이 사업에 드는 경비는 모두 1백억이라고 한다. 이제라도 국민의 세금으로 그런 미숙아를 만드는 사업을 그만 두어야 옳다. <<말>>94년 10월호에 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