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생크 탈출(The Shawshank Redemption)
최용현(수필가)
1947년, 촉망받던 은행간부 ‘앤디(팀 로빈스 扮)’는 아내와 그녀의 정부(情夫)를 살해했다는 누명을 쓰고 종신형을 선고받아 쇼생크교도소에 수감된다. 이곳은 교도소장과 간수장의 횡포가 심한데다 수감자들 사이에도 폭력행위가 자주 일어나는 곳으로, 앤디도 악질 재소자에게 강간(?)을 당한다.
앤디는 언젠가 누명을 벗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묵묵히 견디어나가다가 교도소 안에서 원하는 물건을 구입해주는 ‘레드(모건 프리먼 扮)’와 친해진다. 레드는 젊었을 때 살인죄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들어와 20년차, 30년차 가석방 심사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아 교도소 안에서만 30년을 넘게 지낸 왕고참이다. 앤디는 그에게 조그만 망치를 구입하고 또 인기 여배우 리타 헤이워드의 대형 브로마이드도 구입한다.
어느 날, 앤디는 간수장의 유산(遺産)에 대한 세금문제를 해결해주면서 금융전문가로서의 능력을 인정받아 교도소장의 절세를 도우며 부정축재자금까지 세탁하는 일을 맡게 된다. 그때 도서를 관리하던 브룩스가 50년 만에 가석방으로 출소했다가 바깥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살하자, 교도소장은 앤디에게 도서 관리를 맡긴다. 앤디는 주정부에 6년간 계속 편지를 보내 교도소 안에 도서관 설치허가를 받아내어 수감자들이 독서를 할 수 있게 만든다.
그러던 어느 날, 앤디는 기증받은 책 속에 들어있던 LP판 ‘피가로의 결혼’ 중에서 ‘저녁바람은 부드럽게(Che Soave Zeffiretto)’를 턴테이블에 올려놓고 교도소 구내에 방송을 한다. 그 일로 수감자들은 모두 처음 들어보는 아름다운 음성과 음률에 감동하지만, 앤디는 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독방에서 2주 동안 감금되는 처벌을 받는다.
그 무렵, 절도죄로 들어온 젊은 죄수 토미는 자신의 검정고시 준비를 도와주던 앤디가 누명을 쓴 내용을 듣고, 전에 있던 교도소에서 은행간부의 아내와 정부를 살해한 진범을 만난 사실을 털어놓는다. 앤디는 교도소장에게 보고하고 자신의 누명을 벗을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요청하지만, 교도소장은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앤디를 독방에 가둬버린다. 그리고 토미를 밤중에 불러내 간수장을 시켜 총살하고 탈옥하다가 사살된 것으로 처리한다.
1966년, 앤디는 레드에게 나중에 출소하거든 텍사스 주의 벅스톤 어느 곳 무슨 나무 아래에 숨겨놓은 상자를 꼭 찾아보라고 말한다. 그날 밤, 앤디는 교도소장의 양복과 주요 서류를 비닐자루에 넣어 한쪽 발에 묶고 자신이 판 땅굴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하수처리장으로 연결된 긴 통로 속을 통과하여 마침내 쇼생크 밖 개울로 빠져나간다.
다음 날 아침, 앤디가 점호 때 방에서 나오지 않자, 교도소장과 간수들은 앤디의 감방으로 들어가는데, 그곳에서 육체파 여배우 라켈 웰치의 브로마이드에 가려진 땅굴입구를 발견한다. 앤디는 레드가 구입해주었던 조그만 망치로 벽을 뚫기 시작하여 19년 동안 매일 땅굴을 팠고 그 입구를 여배우의 대형 사진으로 가렸던 것이다.
양복을 말쑥하게 입은 앤디는 은행 12곳에 들러 교도소장의 비자금을 관리하면서 만든 가명계좌의 돈을 모두 인출한 후, 교도소장의 부정축재와 관련된 장부와 살인에 대한 자료를 언론사에 보내고, 차를 한 대 뽑아 운전하여 멕시코의 태평양 연안으로 잠적한다. 앤디가 제보한 내용은 방송과 신문에서 바로 보도가 된다. 경찰이 쇼생크교도소로 들이닥치자, 간수장은 체포되고 교도소장은 권총으로 자살한다.
앤디가 떠난 후, 수감자들은 모였다 하면 앤디가 교도소에서 이룬 업적과 그 믿을 수 없는 탈옥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이 영화의 화자(話者)인 레드도 ‘앤디는 새장 안에 갇혀서 살 수 없는 새’라고 인정하면서도 그 친구를 그리워한다. 그러다가 40년 만에 가석방 심사에서 적합 판정을 받아 출소한다.
레드도 자살한 브룩스처럼 바깥사회에 잘 적응하지 못하지만, 앤디와의 약속을 떠올리며 벅스톤의 그 장소로 찾아간다. 그곳에는 앤디의 편지와 함께 약간의 돈이 있었다. 멕시코 행 버스를 타고 국경을 넘은 레드가 태평양 연안에서 유유자적하며 살고 있는 앤디와 반갑게 재회하면서 영화는 끝이 난다.
‘쇼생크 탈출’은 공포 및 범죄 스릴러의 대가 스티븐 킹의 중편소설집 ‘사계’에 수록된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을 신예감독 프랭크 다라본트가 각색하여 1994년에 영화화하였다. 러닝 타임이 2시간 22분으로 긴 편이지만, 아카데미 작품상 등 7개 부문에서 후보에 올랐다.
이 영화는 ‘깊이 있는 인물 표현으로 관객을 화면에 몰두하게 만드는 지적인 영화’ 혹은 ‘탈옥을 다룬 고전명작 ‘빠삐용’(1973년)과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걸작’ 등 평론가들의 찬사가 이어졌다. 또, 세계최대의 인터넷영화정보 사이트인 IMDb의 네티즌 평점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던 ‘대부’(1972년)를 2위로 밀어내고 1위로 뽑혀 역대최고의 영화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개봉당시 미국에서의 흥행성적은 신통치 못했다. 그런데 비디오시장에서 대박이 터졌다. 입소문이 위력을 발휘하여 미국 비디오 대여목록에서 5년간 최상위에 이름이 오른 것이다. 좋은 작품은 언젠가는 빛을 보기 마련이다.
탈옥에 성공한 앤디는 비가 퍼붓는 개울 속에서 하늘을 향해 두 팔을 뻗으며 지옥 같은 쇼생크교도소에서 19년 만에 탈출하여 얻은 자유의 환희를 만끽하는데, 이때 관객들도 탈출하면서 교도소장에게 복수까지 하는 앤디를 보면서 통쾌하면서도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유명한 세 배우가 주인공 앤디 역을 제안 받았다. ‘포레스트 검프’(1994년)에서 열연한 톰 행크스는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쥐었으니 탁월한 선택을 했고,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년)를 선택한 톰 크루즈와 ‘워터월드’(1995년)를 선택한 케빈 코스트너는 결과적으로 악수(惡手)를 둔 셈이다.
이 영화는 마지막에 ‘앨런 그린을 추모하며’라는 자막이 나오는데, 그 때문에 영화의 내용이 실화라는 주장이 있었으나 사실이 아니다. 앨런 그린은 이 영화 완성 직전에 에이즈로 사망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의 매니저이자 친구였다.
첫댓글 볼 때마다 두 친구가 마지막으로 만나는 장면은 정말 가슴을 뭉클하게 합니다.
아울러 인생사 모두가 해피 엔딩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라치면 씁쓸하기도...
글 잘 읽고 갑니다.^^
한 사람은 20년, 한 사람은 40년 동안 한곳에서 함께 콩밥을 먹으면서
쌓은 우정이라 더욱 감동적이죠.
인생사 모두가 해피엔딩일 수는 없다는 데 동의합니다. 모두 자기 그릇대로 사는 거죠.
감사합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집중하게 만드는 탁월함. 앤디에게는 심각한 일이지만 관객에는 심각한 스토리가 아닌데도 영화가 끝나면 후련함. 짜릿함. 통쾌감이 느껴집니다. 모짜르트의 아리아는 더 없이 청아하고..... 그런데 인생에 대해 막연히 다시 생각해보게 되는데 구체적으로 그것이 무엇인지 떠오르지 않습니다.
앤디처럼 뛰어난 지능과 치밀한 추진력을 가진 사람은 어디에서도 돋보이는 역할을 하죠. 그런 사람을 가둬놓고 계속 콩밥을 먹게 했으니...
앤디처럼 죄없는 사람이 19년 동안 갇히는 것은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 19개월쯤 무인도에서 살면서 자신의 인생을 재설계하는 것은 필요할지도...
레드가 벅스톤의 한적한 들판에서 낡은 양철상자를 꺼내 주위를 살피며 조심스레 열어보던 장면은
가장 인상에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행복한 순간을 나타내는 현실감,,,멋진 영화입니다. 감사합니다
네, 그 장면 기억이 납니다. 돌들을 덜어내고 상자를 열어보기 전에 조심스럽게 주위를 두리번 거리던... 레드의 심리 묘사가 잘 표현되어 있는 장면이죠.
몇 번을 보아도 멋진 영화! 감사히 보고 갑니다.^^
동감입니다. 감사합니다.
마지막 앨런 그린이 궁금했는데 해결이 되었네요
참으로 좋은 영화였던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다행입니다. 감사합니다.
보면 볼수록 감동이 ㅠㅠㅠ
명화의 향기가...
저는 사실을 말하자면
탈옥영화를 다룬 고전 명작 빠빠용 보다
이 영화 쇼생크 탈출을 더 재미있게 봤는데요
명작의 기준으로 평하기 보다
제가 보고 느끼는 객관적 입장에서요..
억울한 옥살이를 한 앤디에게 느끼는 동정심도 그렇고
부패 교도소장 인가 하는 .. 인물에게 느끼는 혐오감 도 그렇고..
마지막
모건프리먼과 조우하는 그 씬은... 지금도 생생하네요
빠삐용과 쇼생크탈출
둘 다 탈옥을 다룬 불후의 명작 쌍두마차죠.
주제적 상징성은 빠삐용이 우위이고
영화적 완성도는 쇼생크탈출이 우위가 아닐까 싶네요.
집에 있는 스티븐 킹의 '사계'라는 소설집 중에 제1권 봄과 겨울이야기에 실려있는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이라는 원작 중편소설을 읽어보니 더욱 재미와 감동을 주더군요.
감사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