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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티시 골프 특집<1> 카누스티 | |
남성적인, 너무나 남성적인 … ![]() “올드 코스요? 풋!” 스코틀랜드 프로 축구팀 ‘던디’에서 골키퍼를 했다는 나의 동반자 알리는 세인트 앤드루스 올드 코스 얘기가 나오자 피식 웃었다. 키가 1m90㎝를 넘는 알리는 1번 티잉 그라운드에서 드라이버를 무서운 스피드로 휘두르며 “올드 코스에서는 여자 대회나 해야 적당 하겠죠” 라고 말했다. 또 다른 동반자 밥은 “세인트 앤드루스는 정말 아름다운 도시지만 거기 골프장은 형편 없거든요” 라고 거들었다. 카누스티의 회원들은 ‘세계 최고 클럽’이라는 긍지를 갖고 있다. 30분 거리에 있는 라이벌 코스 세인트 앤드루스 링크스에 대한 경쟁심은 엄청나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잉글랜드 축구팀을 싫어하는 만큼, 혹은 그 이상일지도 모른다. 카누스티와 세인트 앤드루스 두 클럽은 매년 매치플레이 경기를 하고 있다. ![]() 올드 코스에 못지 않다는 자부심을 지닐 만도 했다. 1842년 개장한 카누스티는 15세기에 문을 연 올드 코스 보다는 늦지만 골프 코스 가운데 역사가 유구하기로 ‘톱10’에 든다. 모험심 많은 카누스티 출신 회원들이 전 세계를 다니면서 골프를 전파 했다. 미국·캐나다·호주의 프로 골프협회 창시자들이 이곳 출신이다. ![]() 카누스티 클럽의 캡틴인 앨릭스 브라운은 “올드 코스는 직선으로 갔다가 직선으로 돌아오는 매우 단조로운 코스이며 세인트 앤드루스 링크스의 다른 코스도 올드 코스의 모방에 불과 하다” 고 말했다. 하지만 카누스티는 두 홀 이상 똑같은 방향으로 홀이 진행 되지 않는다. 선수들은 거의 매홀 다른 방향에서 부는 바람과 싸워야 한다. 올드 코스의 18번 홀은 메이저 대회 코스의 피니시 홀 중 가장 쉽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카누스티는 15번 홀부터 마지막 홀까지 온통 지뢰밭이다. 특히 16번 홀부터 18번 홀까지 3개 홀은 가장 어려우며 실제로 골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이 일어났다. 8월 7일. 대회가 끝난 지 2주가 지났지만 카누스티 골프장엔 아직도 디 오픈 챔피언십의 관중석이 철거되지 않고 남아 있었다. 북해에서 불어오는 거센 바람 속에서 막판에 우승을 놓친 세르히오 가르시아의 탄식을 들었다. 겁이 났다. 턱 높은 벙커와 뱀처럼 페어웨이를 감아 도는 개울이 한꺼번에 달려들 것 같았다. 이날 따라 바람이 몹시 불었고 링크스에서의 라운드는 처음이었다. ‘가르시아가 아니라 파드레이그 해링턴이 되자’고 마음 먹었다. 올해 디 오픈 마지막 홀에서 두 번이나 공을 물에 빠뜨리고도 포기하지 않고 더블보기로 막아 끝내 우승을 차지한 해링턴,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최선을 다한 해링턴이 되자고. 그런 마음가짐이 통했을까. 첫 홀에서 페어웨이 벙커에 빠져 더블보기를 했고 6번 홀에서 OB를 내고 트리플보기를 했지만 위대한 코스에서 한 수 배운다고 생각 하니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뒷바람이 도와준 15번 홀(파4·442야드)에선 드디어 버디를 잡았다. 타이거 우즈가 가장 어려운 파3 홀이라고 했던 16번 홀(235야드)에서도 파를 했다. ‘카누스티도 별 것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맞바람이 심하게 분 17번 홀(파4·421야드). 나의 스윙에는 잔뜩 힘이 들어갔고, 그 결과 약간 슬라이스가 났다. 맞바람은 용서가 없다. 미세한 훅이나 슬라이스도 놓치지 않고 낚아 채 페어웨이 밖으로 내동댕이친다. 공은 그 유명한 ‘배리의 개울’에 빠졌다. 기분이 상한 나는 러프를 전전하다 9타를 쳤다. 나는 디 오픈에서 안드레스 로메로가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하는 모습을 보고 비웃었다. 그 대가를 치른 것이다. 18번 홀에서는 그린 사이드 벙커에서 핀에 공을 붙이려다 한 번에 나오지 못해 더블보기를 했다. 마지막 두 홀에서 나는 7오버파 15타를 쳤고 스코어는 평소대로 엉망이 됐다. 라운드가 끝난 뒤 클럽 하우스에서 기네스 맥주를 마시며 클럽 캡틴이 말했다. “스코어 보다는 최선을 다 했느냐 안 했느냐가 중요하다. 이곳에선 골프 스코어 보다는 골프의 정신을 지키느냐 아니냐로 좋은 골퍼인지 아닌지를 가른다.” 돌이켜 보면 17번 홀에서 감정을 절제 하지 못한 것을 빼곤 큰 실수는 없었던 것 같다. 마지막 홀 더블보기는 해링턴과 같은 스코어였다고 생각하니 위안이 됐다. 해링턴 처럼 경기 하자고 생각했고 적어도 마지막 홀은 해링턴과 같은 스코어를 냈다. 카누스티는 올드 코스뿐 아니라 호주의 빅토리아 클럽과 매년 매치플레이를 한다. 그런데 빅토리아와의 경기는 눈을 맞대고 하는 것이 아니다. 경기 당일 각각의 클럽에서 경기해 스코어를 팩스로 교환한다. 이걸 토대로 누가 이겼는지 결정한다. 지는 클럽은 1년 동안 컵을 거꾸로 세워놓는다고 하니 패배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인 것 같다. “상대 팀을 믿을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그러자 캡틴은 “골프는 명예의 스포츠”라고 말했다. 나도 안다. 그렇지만 한국에선 경기위원과 갤러리가 있는 공식 대회에서도 ‘알까기’를 한다는데…. 캡틴이 물었다. “골프 내기 빚이 있느냐” 고.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많이 잃었을 경우 마지막 홀에선 돈을 주지 않은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건 관행이니 괜찮지 않을까. 그는 “다른 내기 빚은 몰라도 골프는 명예의 스포츠이며 골프 내기 빚은 명예의 빚” 이라고 말했다. 돌아가면 모두 갚아야 할까. 잘 기억도 나지 않는데. |
첫댓글 생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골프장들을 올려 봅니다.
다리에 힘 빠지기 전에 갈 수 있을런지...
카누스티는 올드 코스뿐 아니라 호주의 빅토리아 클럽과 매년 매치플레이를 한다. 그런데 빅토리아와의 경기는 눈을 맞대고 하는 것이 아니다. 경기 당일 각각의 클럽에서 경기해 스코어를 팩스로 교환한다. 이걸 토대로 누가 이겼는지 결정한다. 지는 클럽은 1년 동안 컵을 거꾸로 세워놓는다고 하니 패배는 매우 고통스러운 일인 것 같다.